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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8/07/15 15:29:41 |
Name |
ohfree |
Subject |
[일반] 어림짐작 |
어림짐작은 어림짐작이다.
대강 헤아리는 짐작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다 컸다고 생각했지만...정작 어제의 내 모습도 여간 부끄러운게 아니다.
1.
국민학생 시절...외할머니는 시내버스로 30분 거리에 살고 계셨다.
어느 주말 오후 외할머니에게 전화가 왔는데, 누나와 함께 검정 비닐 봉투를 가지고 오라고 하셨다.
나와 누나는 투덜거리며 버스를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왜 오라는 거야?
몰라
검정봉투는 왜 가져 오라는 거야?
몰라.
잔뜩 짜증이 난 상태로 외할머니집에 도착하였다.
외할머니는 검정봉투에 식혜를 담어 주고는 어두워지니 집으로 얼릉 가라고 하셨다.
헐… 겨우 식혜 줄려고 불렀던 거야?
지금도 그렇지만 그 어린나이에 내가 표정 관리를 했겠나 싶다.
잔뜩 심술난 표정이 얼굴에 다 드러났을텐데...
배웅해 주던 외할머니의 모습이 기억 난다.
지금에 와서 다시 생각해 보면...같은 동네에 살면서도 일년에 두번 보는 외손주들이 한번 보고 싶어서 불렀던게 아니었나 싶다.
2.
군대 제대 후 엄마와 함께 자취할 방을 구하러 다닌 적이 있었다.
그 전까지는 학교 근처에 있는 이모집에서 다녔었는데 제대후에는 자취하는 것으로 엄마와 합의를 보았었던 터였다.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가격이 여간 만만찮은게 아니었다. 코딱지 만한 방인데 수십만원이 들어갔다.
아마 이때에도 그랬을거다. 얼굴에 짜증이 묻어 났었을 것이다.
엄마. 내 친구 개똥이는 제대하고 나니까 집에서 아파트 구해줬다고 하던데...
엄마가 짠한듯 나를 내려다 보며 말한다.
아이. 집에 돈이 없는데 어찌겠냐.
20년을 먹여 살려놨더니 ‘엄마 내 아파트는?’ 라고 헛소리 해대는 아들을 보며 어머니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정작 나는 ‘옆집 아들은 어쩌고’ 하는 소리 한번 못 들어봤었는데...
3.
게임을 하다 같은편으로 여고생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게임 잘 하세요?
(스타는 잘했는데 배그는 잘 못합니다. 하지만 가끔 뽀록으로 잘 맞출때도 있습니다.)
라고 말하는게 구차한거 같아서 그냥 못한다고 하였다.
아이템 파밍하고 처음으로 만난 적에게 둘 다 죽었다.
김태희를 보면 ‘아 예쁘다’ 라고 반사적으로 나오는 것처럼
죽고나서 으레 하게 되는 말인 ‘아. 저게 안 맞네’ 한마디 하고 게임을 나가려는데 여고생이 같이 한 판 더 돌리자고 말한다.
그래. 알았다 하고 한판, 그리고 한판 더, 그리고 한판 더 하였다.
서너판쯤 같이 게임을 하다가 뜬금없이 자기 얼평을 해달라고 하였다.
얼평? 얼평이 뭐야? 했더니 얼굴평가의 줄임말 이란다.
헐. 자신감 쩐다.
그래 알았다. 어떻게 보여줄래? 했더니 페이스북에 OO을 치라고 한다.
검색이 잘 안 되길래 그냥 주소창의 주소를 복사해서 붙여넣기 해달라고 하였다.
근데 이 간단한 주문을 그 애는 이해를 못하였다.
아니 주소창이 안보여?
인터넷에 주소가 어디 있어요?
화면 위에 보면 막 영어로 써져 있는거 있잖아.
안 보여요.
너 브라우저 뭐 쓰니?
…… 변태
응?
…… (부끄러운듯) 비비안 흰색이요.
뭔 말하는거야?
몰라요!
어림짐작 되었지만 어림짐작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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