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 다녀왔습니다.
아내 몸이 너무 약해 다녀와 바로 좀 잤으면 좋겠는데 부득부득<그것이 알고 싶다>까지 보더니 자기 전에도, 일어나서도 웁니다.
일어나자마자 나만 보기로 카스에 올린 글 - 저에게는 장인어른 되시는 분에게 올린 편지 글 형식입니다 - 을 동의 하에 함께 다소 수정해서 올립니다.
선동이라 보셔도 좋고, 무엇으로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가만히 못 있겠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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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빠!
다음 주에도 오금동에 못 갈 것 같아요.
광화문에 또 갈 거예요.
4년 전 박근혜가 당선되던 그 날,
한 시간을 넘게 목을 놓아 울었어요.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역사에 대한 내 기본적인 상식으로는 그 사람은 대통령이 되서는 안되는 사람이었기에 울었고,
곤히 자고 있는 내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어른으로서 더 좋은 대통령이 이끄는 세상을 줄 만큼의 힘이 없어 너무 미안해 아이들 방에 번갈아 가 울었어요.
그래도
5년 금방 지나갈 거라고,
저 사람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이유가 있을 거라고,
저 사람도 대통령이 될 만한 이유가 있기에 당선 되었을 거라고,
더 없을 애국자라 하니 어떻게든 잘 할 거라고
애써 위로하며 선전을 기원했는데.
좌절과 실망과 허탈과 분노에 목 놓아 울었던 그 한 시간이
5년이 채 되기도 전에 실체가 되어 이렇게 돌아오네요.
아빤 여전히 눈 감고 귀 막고 계시느라
다음 주에 있을 집회에 나온 사람들 보며 또
에이 병신같은 새끼들 지랄하고 자빠졌네 하시겠죠.
지랄하고 자빠지는 병신같은 자식이라 죄송해요.
그러나 전 기억해요.
중학생이였던 그 때,
길거리에 나와 부서지고 깨지는 사람들 보며 가만히 기다리면 잘 될 건데 뭐 하는 짓들이냐고 목소릴 높였던 담임 선생님과,
남의 나라 일 보듯 편하게 이부자리에 누워 뉴스만 지켜보던 아빠의 그 무표정을.
지금까지 그 선생님은 선거 때마다 종이 한 장의 진정한 의미, 고마움은 모른 채 당연히 누릴 권리다 생각하며 누군가에게 한 표를 던졌겠지요.. 아빠처럼요..
아빠를 사랑해요.
아빠의 삶을 존중해요.
근데 저는 더 이상은 가만히 못 있겠어요.
고1 밖에 안됐다는 편견에 젖어 미심쩍어 던진, 왜 광화문에 가고 싶은데 라는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는데 국민으로부터 그걸 위임받은 대통령이 자기 마음대로 아무렇게나 썼으니까 잘못됐다는 걸 보여주려고요
라고 대답한 딸 아이를 지켜주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더 가치를 두는 제 신념을 위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어졌던 일들에 대충 분노하고 다시 눈 감고 귀 막았던, 어떻게든 되겠지 했던 지난 몇 년에 속죄하기 위해서.
저는 다음 주에 다시 광화문에 가요.
나 같은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들 때문에 예상했던 것 보다 더 큰 혼란이 올 수도 있지만
이제 알아요.
그 어떤 상황도
청와대에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저 사람을 계속 버티도록 두는 것 보다 의미있고 낫다는 걸요.
쉽지 않은 과정일 거라는 것도 너무 알아요.
그러나 역설로,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되는 사람에게 그런 줄도 모르고 표를 주거나, 그 보다 더 많은 표를 모으지 못해 그 안 되는 사람을 대통령이 되도록 방치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게 할 수 있다는 걸 다 같이 뼈저리게 깨우치기 위해서라도 절대 쉬운 과정이 되어서도 안된다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또 광화문에 가요.
어제 집회를 다녀오고, 집회 연행자가 0명이었다는 뉴스를 보고
오랜 동안 의미없다 생각했던 "꿈" 이란 걸 하나 품었어요.
청와대 바로 앞까지 행진하는 꿈.
얼마나 사람들이 여유로왔는지, 질서 있었는지 모르시죠.
나름대로의 분노와 슬픔을 얼마나 위트 있고 품위 있게 보여주고들 있었는지 모르시죠.
막을 이유가 하나도 없어요. 그대로 가서 더 가까운 곳에서 들려주고 보여주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드라마를 보고 있을 지도, 잠을 자고 있을 지도 모를 그 사람이지만
국민으로서 평화로이 할 수 있는 최선, 최고의 것을 다 하는 거예요.
그렇게 소망 하나 간직하고 다음 주를 기다려요.
다녀올게요.
사랑해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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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라도 좋습니다. 아내 말대로 그 어떤 것도 박근혜가 임기를 마치는 것 보다는 낫다 저도 생각합니다.
저도 아내와 같은 꿈 꾸며 일주일 기다리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