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써보는 고소장은 무척이나 설레고 긴장되는 일이었다. 미리 고소장을 써 가지 않아서 오자는 없는지, 맞춤법은 틀리지 않았는지, 육하원칙에 따라 사실관계를 거짓 없이 써야 했기에 더욱 긴장이 됐다.
고소장
2016년 11월 11일 오전 10시 30분경에 네이버 중고나라 카페에 제가 모니터를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답글이 달렸습니다. 000아이디를 쓰는 자가 "이 사기꾼 새x 야" 전 그동안 중고나라를 이용하는 동안 한 번도 사기를 친 적이 없었습니다. 전 답글에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고 달았습니다. 그러자 그자는 "18 자식아 나이 처먹고 그렇게 살지 마 견공의 자식아"라는 댓글로 모욕감을 주는 욕설을 달았습니다. 해당 게시물에는 제 얼굴이 나온 프로필 사진과 전화번호가 있습니다. 게다가 직거래 지역 위주로 거래했기에, 저를 아는 사람이 사진이나 전화번호를 보면 저인 걸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사기꾼이라는 허위사실에 저를 아는 사람들이 저를 사기꾼으로 오해를 할 수 있습니다. 입에 담지 못할 욕설로 심한 분노와 모멸감 상실감을 느꼈습니다. 그자를 엄중하게 처벌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고소장을 쓰면서 중간에 주변을 살펴보니 중고거래 사기피해로 조사관과 상담을 하는 피해자가 있고, 옆에는 sns단체 채팅방에 본인 뒷담화를 알아내고 고소장을 쓰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자가 있었다. 준비된 자료와 고소장을 제출하는 조사관 책상에는 2016년 10월 31일 인천일보 기사에 따르면 2014년도 8,880건에 비해 2015년도는 69.04% 증가한 1만5043건의 사이버 명예훼손 및 모욕사건이 증가 했으며 해마다 사이버 명예훼손이 및 모욕사건이 증가한다는 기사를 뒷받침하듯이 고소장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많은 서류에 치였는지 조사관은 감정 없는 로봇마냥 고소장을 검토하고 네이버 카페에 단 댓글이기에 특정성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게시글에 사진과 전화번호가 노출되어 있고, 본인 사진이 들어가 있기에 특정성이 분명하다고 주장을 했다. 조사관은 그제야 수긍하고 고소장과 자료를 받아 서류를 작성했다. 서류 작성 후에 조사관은 요새 일이 쌓여 피의자를 검거하는데 두 달은 걸릴 거라고 말했다. 기간은 상관없었다. `난 맞은 놈이기에`욕한 사람에게 네이버 쪽지로 고소내용을 쪽지로 알려줄까 하다가, 알고 받는 선물은 재미가 없는 걸 알기에 깜짝 선물을 주기로 했다.
2016년 11월 5일 토요일 광화문 광장과 여러 지역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일가, 부역자들이 시민이 빌려준 권력을 사유화를 통해 자신들의 부를 늘리는 데 사용하고 수많은 비리와 국정농단을 일삼은 부역자들의 우두머리 '박근혜 대통령'에 규탄과 하야를 외치는 집회가 열렸다. 특히나 광화문 광장에서는 주최 측에서 계산한 20만 명이 넘은 시민들이 모여서 박근혜를 규탄, 하야를 외쳤다. 수많은 사람들이 집회에 모인 시민들에게 공감하면서도 생계 때문에 혹은 지병 때문에 혹은 거리상 제약 때문에 기타 등등 많은 이유로 함께하지 못하는하는 시민들이 있다. 하지만 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귀찮음에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댓글로 나마 응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 역시 거리가 멀다는 핑계로, 귀찮은 마음에 그날 참석 하지 않았다.
내게 욕을 한 자를 귀찮음에,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무시하고 고소를 하지 않는다면, 그는 또 내가 쓴 게시물에 허위사실과 모욕을 줄 게 뻔하다. 당장 수고로움을 감내하고 범죄를 당한 피해자라면 당당하게 고소장을 작성하고 범죄자에게 단죄를 내려달라고 고소한다면 같은 자에게 같은 범죄를 당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그러기에 오늘 경찰서에 가서 고소장을 작성했다. 그리고 2016년 11월 12일 서울광장으로 고소장 대신 촛불 들고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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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미 선물은 정말 정성이 가득 담긴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받는 사람은 편하고 쉽게 받고 놀라기만 하지만, 주는 사람은 심사숙고해서 주는 것이니까요.
꼭 받아야 할 사람이 있는데 번거롭고 귀찮다고 안 줄 수도 없고...
그래도 주기로 마음먹은 거, 즐거운 마음으로 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