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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0/30 04:37
네, 저도 양국 모두의 회사와 면접을 본 경험이 있는데, 그렇게 느낍니다. 사실 우리가 부러워하는 선진국 어느 나라에서도 대부분의 사항들은 차별로 간주되어 회사가 물을 경우 소송/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결혼"이나 "연애"에 관해 묻는 것도 여러 가지 의미가 함축되는 것 같습니다. 한국서 예컨대 게이라면 회사가 고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겠죠. 또 지원자가 여성인 경우엔 그 답변을 회사 입장에선 진지하게 고려하게 되므로 성차별이 되는데, 이건 국가의 책임도 크구요. 부모님의 직업에 관한 것도 갖고 태어나서 스스로는 어찌할 수 없는 요소들로는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평등 이념에 위배되고 차별로 받아들여집니다.
제 의문은 그렇게 필요 이상으로 많이 알아서 과연 얻는 게 뭐냐는 거죠. 세상도 변하고 산업도 변합니다. 정보를 모두 갖고 통제하면, 조직은 변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16/10/29 08:12
해외 직장경험이 없는 저에게 좋은 글 감사합니다.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글이네요. 개인적인 의견을 적어보자면,
먼저 한국 회사에서는 왜 직원 통제가 많은가. 아마 한국 기업에서 좋아하는 인재는 '유능한' 사람 보다는 '별 불만없이 노조 안 만들고 잘 다닐' 사람을 뽑으려 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업무 프로세스가 거의 다 구축된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사람도 하나의 '부속품' 개념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이러한 경향이 크다고 봅니다. 직원은 정해진 일만 잘 수행하면 되는 시스템이니까요. 그러니 채용과정에서 인성면접의 비중이 매우 크고, 채용 이후에도 계속 감시체제를 유지하고 그렇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변을 보면 아무리 유능한 인재도 이러한 시스템 하에서 일을 하다 보면 소위 '바보'가 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두 번째로 인사과에서 채용 과정에서 많은 권한을 가지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특유의 공채 시스템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규모가 큰 기업(S그룹) 같은 경우엔 수 십만명이 지원을 하니 채용 프로세스를 인사과에서 일괄적으로 수행하게 되지요. 현업에선 개입할 엄두조차 안나는 규모입니다. 문제는 인사과가 과연 어디까지 관여를 해야 하는가. 현실적으로는 인사과에서 채용/신입 연수까지만 진행 후, 부서 배치 같은 경우는 현업의 권한이 커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제 경험상 인사과의 목표는 '빠른 시간내에 배치 이후 컴플레인' 없이 부서배치를 완료하는 것이 목표이다 보니, 주먹구구 식으로 배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그 현업 부서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신입들에게 그 부서를 추천하고 가라는 식으로 입김을 넣는 것이죠. 이런 시스템의 문제는 사실 석사졸 이하 신입은 전공이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배치가 효율적일 수는 있으나, 박사 혹은 경력직도 무식하게 이런 방법을 쓰니 전혀 관계없는 부서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경력직으로 입사한 사람들 중 '면접 볼때만해도 이 일을 할 줄 몰랐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지요.
16/10/30 05:11
답변 감사합니다. 저도 이것저것 생각해 볼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도 첫 문단에 동의합니다. 아마 또 하나의 배경은 한국이 국가가 몇몇 수출 주도형 대기업을 중심으로 선별적인 지원을 해온 게 사실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한 마디로 지원자 입장에선 그런 대기업 비토 하고 갈 만한 직장이 별로 없죠. 어떤 측면에서는 한국 조직 문화가 효율적인 면이 있을 것 같습니다. 효율성의 정의가 필요한데, 예컨대 LG CNC 같은 회사가 굳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서 해외 SI 업계 굴지의 회사들과 맞대결을 해야할 유인은 별로 없죠. 그런 면에서 그런 한국 기업 조직 문화는 박정희 이래 관료가 깊게 개입하는, 대기업/수출 중심의 경제 모델과도 관련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소한 기업이 온갖 잡다한 정보를 갖고, 기존의 기업 조직/권력이 지원자를 주어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게 자본주의적 의미에서 효율적인가 하는 의문은 가져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6/10/29 15:39
미국 정도에 나라에 비견하기엔 자본주의가 아직 너무많이 미숙하죠.
공정한 경쟁이 있으면 실력 있는 사람에 대한 대우가 늘어날 수 밖에 없고, 대우가 늘어나면 권리나 자유도 당연히 늘어납니다. 학원에서 일하는데, 학원은 '성적'이라는 뚜렷한 성과가 있어서 그런지 굉장히 자본주의적입니다. 실력 있으면 아무도 못건들지만, 실력 없으면 정말 인권없는 노동자입니다.
16/10/30 05:12
저도 다른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디가 모자라는지 이해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적어도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이해하는 게 한국에선 좀더 필요한 것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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