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통 아는 민주주의는 플라톤이든 아리스토텔레스 등이 말한 고전적 민주정과 차이가 있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아는 사실이죠.
사실 일부 이 시절의 직접 민주정적인 요소가 근대에 존재한다고 해도
우리가 아는 근대 민주정의 직접적인 아버지는 사실 고전적인 민주정이 아닌 고대 로마에서 근원한 과두정 체제 중 하나인
공화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공화정이라는게 뭐냐? 사실 18세기 전 유럽인들에게는 비교적 간단한 구별법이 있었는데 바로 [왕]이 없는 정치 제도를
뜻하는 것이죠.
상인귀족 10명이 핵심이 되는 10인 위원회가 모든 통치 권한을 갖는 베네치아도 공화정이지만 사실상 [왕]인 오랑예 가문이
세습 총독직을 유지했던 네덜란드 공화국도 결국 왕이라는 타이틀이 없었기 때문에 공화국이었던 셈이죠.
뭐 형태야 어찌되었든 대부분 공화정은 대중통치가 아닌 결국 소수에 의한 과두정. 단지 근대 이후 여러 공화정을 만들었던
시민 계층들은 그 명분이 사실상 없었기 때문에 결국 민주정적 요소 즉 국민들에게 선출되었다는 명분이라도 끌어와
해먹야 했기 때문에 거창하게 기실 공화정인 정치 시스템에 민주정이라는 양념을 좀 뿌린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산업혁명이 되고 다른 무산자 계층도 좀 먹고 살만해지니 정치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여기에 동조한 일부 시민 계층이
자신들의 힘을 강화시키기 위해 점차 민주정이라는 양념의 맛이 강해졌습니다.
아무튼 정치학자들이 민주정과 공화정(과두정)의 키메라라고 자주 말하는 근대 자유 민주주의는 이 때문에 3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죠.
근대 시민 계층이 가졌던 우려는 민주정의 문제- 즉 대중의 이익은 공익에 부합하냐? 였습니다. 그들이야 고상하신 분들이었기에
대중의 이익은 절대 공익에 부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냥 대중은 자신들에게 정당성이나 주고 정치에 신경 꺼주길 바랬죠.
반면 무산자가 주축이 된 대중은 과두정의 문제를 주로 문제 삼았죠. 그 고상하신 분들의 이익이 공익에 맞냐? 지들끼리만 해쳐먹고
사니 말이죠. 이시대 과도한 빈부격차와 과혹한 노동환경을 생각하면 과두의 이익에 정말 공익이었을까요?
이 때문에 점차 산업혁명 이후 과두의 힘을 축소 시키려는 움직이 나타났습니다. 이게 바로 근대 민주주의에서
고전적 민주정의 양념이 쎄지게 된 이유입니다.
마지막으로 양자의 충돌- 대중의 입자에서 정치 엘리트가 내놓은 공약이 준수되냐 문제가 최근에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공약만 내놓고 표를 받아 처먹으면서 약속은 안 지킨다 이거죠. 거기에 내가 낸 세금의 가치 문제. 내가 세금 주는데 니들이
이걸 제대로 쓰고 있는겨? 이 문제는 과두정의 문제와 다른게 과두정의 문제로 공격할 때는 공익이라는 거시적 문제였지만
이 문제는 미시적인 문제 그리고 심지어 공익과 다른 심지어 내 사익과 직접 연관되는 문제였습니다.
아무튼 이 세가지 문제는 현재 정치학자들이 씹어 대고 있고 사실 훌륭하지 못한 일반 대중들- 특히 반민주적 성향의 대중들-
까지도 이걸 가지고 공격하고 있는 셈이죠.
하지만 사실 이 세가지 문제가 민주정의 [강점]이라고 봅니다.
결국 이 세가지 문제는 정치라는 공간에서 대부분 행위자들이 알고 있는 것이며, 이 공간에서 권력을 얻어 폭주하려는 자들을 [견제]하는데 훌륭한 명분이 됩니다.
- 니가 하는 일이 [공익]에 부합하냐?
- 니 유권자들의 [이익]에 부합하냐?
이런 물음에 답하지 못하면 결국 폭주의 동력 자체가 상실되는 것이죠.
결국 이 키메라적 형태의 정치 제도는 무려 세명의 주체에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안전합니다. [공익], [과두], [대중] 물론 이 중 과두의 힘은 쎄지만 이 과두는 나머지 두 주체 때문에 완전히 단일체로 움직이지
못하고 일정부분 분열됩니다. 결국 얘들도 대중의 지지를 얻어야 선출이 되거나 권력을 얻고 정국을 주도하니까요.
그 대표적인 예가 [정당]입니다.
이런 형태 때문에 느리다라고 말 할 수 있지만, 최소 고전적 과두정보다 덜 특정계층에 편중되며
고전적 민주정보다 좀더 현명합니다.
물론 좀더 과격하게 행동하고자 하려는 자와 좀더 해쳐먹고 싶은 자들에게는 이런 형태가 영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겠죠.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정치체계를 [이익의 충돌]이라는 프레임으로 해석하는 것은 간편하고 대체로 진실에 부합하지만,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정치라는 것이 이해관계의 조정 역할도 하지만, [가치의 충돌]을 조정하는 역할도 하거든요.
역사를 움직여 온 종교나 혁명과 같은 사건들도 직접적으로는 가치의 충돌 문제가 분출한 것이기도 하구요.
* 물론 [가치]를 대중의 감정적 이익으로 환원할 수도 있겠지만, 이쯤 되면 이미 이익의 충돌이라는 프레임의 원래 취지와는 너무 멀리 가는 것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