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실제로 나이가 많지 않습니다. 스스로도 특별히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지 않구요.
하지만 가끔 살다가 나이를 먹었구나 하고 인지할 때가 있습니다.
졸업을 언제했더라, 되돌아보다 어느새 대학생활을 한 만큼 또 시간이 흘렀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고, 소중한 인연을 만났던 시간들이 또 흐를 만큼 나는 무엇을 했나 생각했을 때,
더 가진 것은 하나도 없고, 오히려 쥐었던 것을 흘려보낸 사실을 자각했을 때,
쌓여간 시간만이 묵직하게 가슴을 억누르고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오랜만이라며 안부를 묻더니 대뜸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믿기지 않아 몇 번이고 물었습니다. 워낙 친했던 친구고 서로 장난을 많이 친 사이니까요.
결혼이 맞답니다. 하지만 저는 그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합니다.
친구와의 추억이 떠오르고, 결혼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고, 거기에 가지 못하는 저를 마주했을 때,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나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가.
문득 쌓아온 시간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가슴 가운데서 공허가 점점 번져갑니다.
그리고 이런 감정에 마냥 취할 수 없다는 걸 느꼈을 때 저는,
나이를 먹었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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