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을 하면서 그 동안 있었던 일을 떠올려 보니 불길합니다. 아니, 그 전날도 온종일 그랬고, 그 전전날 오후 늦게부터 그랬습니다.
월요일 오전에 일이 있다고 오후에 출근하겠다고 알고 있었던 동료의 연락이 끊긴 건. 그저께 오후부터였습니다.
처음엔 개인사정 때문이라고 알고 있었던 그가 전화도 무엇도 아예 받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예감이 참으로 불길했습니다.
제가 기억하기에 옆자리의 동료는 가끔 늦을 때는 있지만 할 일을 아예 까먹거나 연락을 아예 끊어버리는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그 다음 날. 자초지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동료는 얼마 전 갔던 곳에 자기 물건을 빠뜨리고 왔다며 갔다 오겠다고 했고.
갔던 곳에서 물건을 찾았으니 곧 들어오겠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왔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 메시지를 끝으로 연락이 안 되었다고 합니다.
좋지 않은 생각을 하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과는 달리 제 마음 속에 든 불길한 예감은 점점 더 커져갔습니다.
아니, 커져갔다는 말조차도 상투적입니다. 업무 스트레스 이외의 일로 잠을 거의 이루지 못한 것은 어제 밤이 오랜만이었을 정도니까요.
잠도 거의 못 잔 상태에서 불길한 예감을 잔뜩 안고 출근해 보니 동료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을 넘기지 않기 위해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출발한 지 얼마쯤 되었을까요. 그 곳에 도착해 한창 그를 찾고 있어야 할 사람들이 예상보다 빠른 시간에 돌아왔습니다.
얼굴이 잔뜩 어두워진 그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일을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 제 옆자리의 동료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몸이 되었습니다.
정신이 멍하다느니 허탈하다느니 하는 소리로는 기분을 대신할 수가 없습니다. 하루 내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점심에 늘 그랬던 것처럼 옆 테이블에서 뭘 퍼달라고 하면서까지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었지만 사실 그 밥은 하나도 소화되지 않았습니다.
당장이라도 돌아와 지금 만들던 게임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할 것 같던, 그리고 이야기해야 했던 자리의 주인은. 그리고 나의 동료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없습니다.
불길한 예감이 잊을 만 하면 참 잘도 들어맞는 듯한 기분이 이렇게 기분나쁘고 참혹한 적이 제 인생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제 상태에 대해 불길한 예감이 든 이후, 바로 며칠 뒤 실신해서 병원에 실려가던 때보다 지금이 몇십 배는 더 가혹하게 느껴지는군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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