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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3/22 20:28:27
Name aura
Subject [일반] <단편?> 카페, 그녀 -40 (부제 : 연애하고 싶으시죠?)

늦어서 죄송합니다. 대충 4월 10일쯤부터는 꾸준 연재가 가능할테니 버리지 말아주세요. 흑흑.


- - -


#


어떻게 다 같이 합석하긴 했는데, 분위기가 쏴하다.
다들 입을 열듯 말듯 눈치만 볼 뿐, 쉽게 먼저 입을 떼는 사람이 없었다.
이 사태의 원흉인 은성이는 먼저 분위기를 돋워도 모자랄 판에 슬쩍 내 곁눈질을 피하며 모르쇠였다.


일을 벌여 놨으면 어떻게든 수습을 해야할 거 아니야 정은성!
굉장히 열 받았지만, 수영이 앞에서 대놓고 화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하. 뭐 살다보니 이럴 때도 다 있네. 어쨌든 이렇게 된 김에 다들 술 한잔씩 하고 시작하죠?"


현중이가 용기를 내어 어색한 분위기를 비집고 먼저 입을 열었다.
하긴 이런 분위기는 죽어도 싫어하는 녀석이었지. 어쨌든 분투하는 현중이를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그래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원샷 때리고 가자고."
"하하하. 그, 그럴까요!?"


이 사태의 원흉 은성이가 약삭빠르게 말을 이어 받았다.
현중이와 은성이가 주변으로 분주하게 술을 따랐다.
짠! 하는 소리와 함께 어색한 건배가 이뤄어졌다.
다들 말끔하게 잔을 비웠음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는 여전히 정전.


"..."
"..."


심각하군. 이럴 줄 알았다.
사랑에 눈 먼 정은성 정말 앞 뒤 안가린다더니, 밑도 끝도 없이 이런 판을 벌이다니.


"다들 같은 과이신거죠?"


그때 수영이가 입을 열었다.


"아 예. 뭐 그렇죠."


현중이가 머쓱한 지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대답했다.


"저 때문에 혹시 분위기 이렇게 된 걸까요? 다들 재밌는 분들이신 것 같은데
갑자기 저때문에 분위기가 썰렁해진 것 같아요."
"아유 그럴리가요! 이게 다 저..."


현중이는 손사레치며 은성이를 흘겨봤다.


"뭐? 뭠마."


은성이는 당당했다.
저런 은성이의 뻔뻔함에 기가 차면서도 웃겼는지 주찬이가 슬쩍 웃음지었다.


"이번엔 은성이 니가 실수한 것 같긴 하다."
"힝."


현중이의 말엔 위풍당당 철면피던 은성이가 주찬이의 말에는 대번에 꼬랑지를 말았다.
어휴, 저 못난 것.


"그... 그 쪽 때문에 분위기가 이런 건 아니에요. 근데 그러고보니 현우랑은 어떤 사이신가요?"


주찬이가 슬쩍 물었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질문이었지만, 역시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는 건가.
당장 나에게도 수영이와 어떤 사이냐고 지인들이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해야하는 걸까.


걱정이 되면서도 마음 한 켠으로는 수영이가 뭐라고 대답할지 궁금했다.


"음... 글쎄요?"


뭔가 찜찜한 대답이지만 이해가 갔다. 하긴 지금 우리 사이를 딱히 뭐라고 해야할지는 나도 모르겠으니까.


"하하하. 주찬아 근데 우리 얘기할 게 있다?"


더 이상 자세한 질문으로 이어지지 못하게 화제를 돌려본다.
괜히 꼬치꼬치 캐물리면 수영이도 부담스러울테니까.
최대한 눈으로 사인을 보내 주찬이에게 도움의 신호를 보냈다.
주찬아 도와줘. 나 이 여자랑은 김칫국 안 마시고 천천히라도 정말 잘해보고 싶어.


"뭐?"
"그런 게 있잖아. 그... 그런거 잠깐 너 담배도 한 대 필겸 얘기 좀 할까?"
"음..."


아 쫌 도와달라고 친구야.
억지로 찡찡대며 매달리고 싶은 걸 꾹 참았다.


"그래 잠깐 담배도 한 대 필 겸?"


주찬이가 담배를 챙겨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 이것으로 한숨 돌리려나.
그렇게 주찬이와 잠시 피난을 가려는 찰나.


딸랑.


"여기 있었네? 하하. 드디어 찾았다."


으억.
순간 나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았다. 저, 저승 사자. 저승 사자를 갑자기 만나면 이런 기분일까.
설마 여기에서 소희까지 만날 줄이야.


"소, 소희야."


등줄기로 한줄기 식은땀이 주륵 흘려내렸다.
그러고 보니 소희를 까마득하게 잊고있었다. 학교와서 연락한다고 했었는데...
재빨리 핸드폰을 살펴보니 부재중 통화가 왔었다.


"참, 우리 현우 옛날부터 좋은 말로하면 말을 안들어 그치?"
"컥."


소희가 방긋 웃는 얼굴로 내 목을 팔로 낚아챘다.


"언니!"


다행히 소희를 발견한 연주에 의해 유혈사태가 일어나진 않았다.


"어머. 역시 후배들이랑 술마시고 있었네. 잘 됐다. 어차피 이렇게 된김에 나도 같이
  술 좀 마셔볼까?"


주르륵.
열대야도 아닌데 괜스레 등줄기에 땀만 무성히 흘렀다.


##


"와아. 언니 잘 오셨어요."


대피하려다 소희에게 그대로 붙잡혀버린 나는 그대로 좌석에 구금당했다.
연주는 소희가 반가운지 연신 침묵을 지키던 모습과는 달리 재잘재잘 떠들었다.
연주가 저렇게 신나서 말하는 것도 참 보기 힘든 모습인데, 그만큼 소희가 좋다는 뜻이다.


그래서 더욱 소희의 가공할 이미지메이킹에 두려움이 일었다.
잠깐 봤을 뿐인데 자신의 추종자를 벌써 또 만들다니, 무시무시하다.


"안녕하세요. 음, 구면인 얼굴도 있고 초면인 분들도 있는데
어찌됐든 재밌게 놀아 볼까요?"


다짜고짜 자리에 앉자마자 놀자니. 얘는 어색함도 없는 건가.
소희는 간단하게 사람들과 통성명을 마치고는 대뜸 술자리 게임을 제안했다.


"역시 누구 빼고 이런 선남선녀 술자리에서는 진실게임이죠."
"야 나는 왜 빼냐?"
"응? 나는 누구라고만 했지 현우 너라고는 안했는데? 왜 찔려?"


아오. 이, 이게. 뭐라고 반박할 수가 없다.
분하지만, 죄인이 이 이상 어찌 입을 열리오. 소희의 째릿한 눈빛 한 방에 꼬랑지를 말았다.


"흠흠. 어쨌든 바로 놀아볼까요?"


소희는 능숙한 손길로 테이블 중앙을 치워버리고 빈 병 하나를 집어들었다.


"룰은 간단하게, 병 돌린 사람이 병 주둥이가 가리키는 사람에게 질문하기.
당연히 진실게임이니까 진실만 말해야죠? 못 말하겠으면 바로 소주 원샷.
거짓말인게 행여라도 들키면 세잔! 다들 어떠세요?"


어차피 소희가 없었으면 어색하고 썰렁한 분위기였어서 그랬는지 소희의 제의에 다들
고개를 끄덕거리며 찬상했다. 소희는 대충 주변의 분위기를 체크하고는 마침내 진실의 소주병을 돌려버렸다.


별 거 아닌데 이거 참 나만 안걸리면 좋겠군.
몇 바퀴 슥슥 돌던 소주병이 마침내 은성이 앞에서 멈춰섰다.


"꺄악."


자신을 향해서 멈춰선 소주병을 보며 은성이는 비명인 듯 비명아닌 탄성을 터뜨렸다.


"헤헤. 처음부터 재밌는 반응이시네. 그럼 질문할게요.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은성이는 대답하기를 머뭇거렸다.
허 참, 누가봐도 주찬이 좋아하는 티가 팍팍나는데 설마 본인은 그게 안난다고 생각하는 건가.
좋아하는 사람 유무도 말하길 주저하는 은성이를 보니 괜히 웃겼다.


"이, 있어요."
"처음이니까 일단 가볍게 시작했어요. 그럼 자 여기 병 잡고 돌려요. 그리고 걸린 사람한테
은성씨가 질문하면 되요."


음 저런 친절한 소희를 보고 있자니 다시 한 번 소름이 돋는다. 쟤는 그러고 보면 왜 나한테만 짖궂게 구는 걸까.
소꿉친구니까 오히려 좀 가끔은 잘해줬으면 싶을 때도 있다.


빙글빙글.
테이블을 돌던 소주병이 마침내 멈춰섰다.
그리고 그 종착역은, 다민, 주다민 역입니다?


"엇."


설마 이 많은 사람 중에 본인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 못했는지 다민이가 흠칫거렸다.
은성이는 잘 걸렸다는 듯이 승리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다민아!"
"네?"
"너 주찬 오빠 좋아해?"
"..."


이거 아주 그냥 몸 안쪽으로 꽉찬 직구를 던져버렸다.


"노코멘트 할게요."


다민이는 그대로 자신 앞에 놓인 소주 한 잔을 원샷해버렸다.
그러나 은성이는 알고 있었다. 그 찰나의 미묘한 침묵이야 말로 진정한 긍정이라는 것을.
묘한 패배감에 휩싸인 은성이는 분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어쩌랴 이미 술병은 다민이에게 넘어가버렸다.


"돌릴게요."


소주 원샷에 물을 벌컥들이킨 다민이가 입을 슥 닦고는 그대로 소주병을 돌렸다.
마침내 주찬이 앞에서 멈춰선 진실의 술병.
한치의 거짓 없이 너의 진실을 이 술병 앞에 털어놓을 지어다.


"오빠 여기에서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


다민이의 당돌한 질문에 주찬이가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응."


맙소사.
나 조차도 주찬이의 가뿐한 대답에 움찔했다.
정말 이 안에 있어? 주찬이가 좋아하는 사람이?


은성이 아니면 다민이 중에 한 명일까? 일단 왠지 느낌은 그럴 것 같은데 아닐 것 같기도하다.
은성이가 좋았다면, 애초에 자길 좋아하는 걸 알고 있으면서 마다할리 없으니... 그러면서도 자신에게
다소 술에 취해 예의없게 군 것을 웃으며 넘겨준 것을 생각하면 설마? 싶기도하다.


그럼 다민이는?
현중이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나와의 술약속은 거절했으면서 이렇게 오늘 술을 마시러 온걸 보면
예전히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아니면 설마 연주??


"됐지? 내 차례지?"


아니 설마, 연주는 아닐거야. 어쨌든 수영이랑 소희일리는 없을테고...


핑그르르르.


"엇?"


딴 생각에 빠져있는 동안 현중이가 걸려버렸다.


"현중이 니 생각에는 여기서 누가 제일 이쁜 것 같냐?"


참신한 질문이다. 그러면서 묘한 질문이기도 하고.


추정대로라면 현중이가 관심 있는 것은 하얀이 일텐데, 과연 하얀이를 앞에 두고
현중이가 어떤 선택을 할까? 대놓고 하얀이를 고르기에는 자신의 음심이 너무나 쉽게
드러나 버리고, 그렇다고 다른 여자를 골라버리자니 그건 그것대로 곤란했다.


잠깐...
이거 근데 재밌잖아?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생각인지 좀 전과는 다르게 다들 반짝 거리는 눈빛으로 현중이에게
집중했다.


"누구야. 왜 이리 뜸을 들여?"


은성이가 현중이를 보채왔다.


"그게, 그러니까..."


삐질. 식은 땀이 나겠지.
괴로워하는 현중이를 보며 주찬이는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40 끝 41에 계속...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늦어서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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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
16/03/22 20:55
수정 아이콘
재밌어 보여요. 저런 술자리... 미녀만 있다니!!
16/03/22 21:18
수정 아이콘
부럽..
16/03/22 21:36
수정 아이콘
크크 저도 저런디 끼고싶어요...
해원맥
16/03/22 21:09
수정 아이콘
기다리다가 ~ 지칩니다
16/03/22 21:37
수정 아이콘
타임슬립은 구성 타이트하게 짜놓고 이제 본편 갈겁니다!
해원맥
16/03/22 23:45
수정 아이콘
다음글이 보고싶어요 ~ !
16/03/23 01:08
수정 아이콘
크크 얼렁 토익마치겠습니다...
16/03/22 21:18
수정 아이콘
대략 몇화 정도에 마무리 지으실 생각인가요? 전 길수록 좋습니다 (...)
16/03/22 21:38
수정 아이콘
거진 다와갑니다. 이걸 처음 쓸때만해도 40편이상 쓸줄이야 크크. 캐릭터 잡아놓으니 욕심이 생겨서.. 그래도 60화전에 끝날 것 같습니다.
한걸음
16/03/22 22:02
수정 아이콘
제 일도 아닌데 뭔가 살얼음판 걷는 기분이..
16/03/22 23:30
수정 아이콘
크크. 엔딩 기대해주세요.
한걸음
16/03/22 23:40
수정 아이콘
수영이라고 해주세요. 맞죠?
16/03/23 01:09
수정 아이콘
크크. 보시면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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