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 다닌지 2주가 지났지만 문돌이가 꿈 꿨던 그런 일은 일어 나지 않았다. 총 18명 중에 여자가 12명 이었고 남자 6명중 자신이 중상위권은 된다고 생각했었기에 더욱 실망이 크다. 처음 몇일간은 누가보면 학원에 가는건지 패션쇼에 가는건지 모를만큼 신경을 쓴 문돌이 였지만 이젠 모든 것이 허망해진다. '굳이 하루에 한번씩 샤워를 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드는 문돌이. 머리를 안감아도 심지어 일주일 내내 똑같은 옷을 입고 와도 아무도 모를거 같은 생각이든다. 분명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존재하고 있지만 그녀들의 세상에 문돌이란 존재는 없다. 아마 문돌이가 안보이나 보다.
'스터디 같은거 하면서 같이 술도 묵고 밥도 묵고 다 하드만 왜 그런거 안하지?'
이제 마지막 희망으로 스터디에 모든것을 거는 문돌이. 드라마에서도 극초반에는 아무 일 없이 흘러가지 않던가. 곧 기회가 올거라고 믿고
있는 우리의 김문돌. 하지만 인생은 드라마가 아니고 드라마라고 한들 주인공은 문돌이가 아니다. 그리고 세상에 김문돌 같은 인간은 하나가 아니었다. 문돌이가 매긴 남자서열 5위의 갑작스러운 스터디 제안. 개강한지 2주가 지나서야 그의 목소리를 처음 듣는 문돌이.
"저기 혹시 학원 마치고 시간 남으시면 같이 스터디 하시는거 어때요?"
"아 저도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근데 둘이서요??"
"일단 사람들한테 다 말해볼려구요"
"아 그러시구나."
"그럼 오늘 수업 마치고 스터디 하시는 분들 남는걸로 할께요"
"네 알겠어요"
5위의 갑작스런 제안에 적잖이 당황했지만 대신 총대를 매준 사람이 나온게 기쁜 문돌이. 기회가 왔다고 직감한 문돌이는 '12명의 여자중 누구랑 사랑에 빠질까?' 라는 미친 상상을 하기 시작한다. 만약 문돌이가 영화 '사토라레'의 주인공 이었다면 그 생각을 들은 옆 사람이 부끄러워서 손발이 뭉개질 것이다. 그리고 아마 문돌이를 안타깝게 쳐다볼 것 이다. 어쨋든 우리 문돌이는 어서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면서 과연 어떤 여자가 남을것인가 생각해본다. '쟤는 어리지만 이쁘고 쟤는 나보다 많아 보이는데 이쁘고 쟤는 이쁘네. 하.. 역시 서면'
드디어 수업시간이 끝났다. 문돌이는 설레이는 마음을 숨기고 무심하단듯이 턱을 괴고 시선을 아래로 향한채 폰을 보고 있다. 속으론 누가 남았을까 어서 확인 해보고 싶지만 지금 고개를 들어서 두리번 거리면 좀 없어 보일거 같기에 조금만 참기로 한다. 근데 무엇인가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 너무 우르르르 빠져나가는게 아닌가? 뭔가 평소때보다 적게 나가야할텐데 오늘따라 더 급하게 강의실을 나가는거 같다.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남은건 김문돌과 5위 그리고 2위. 즉 여자는 한명도 없고 남자 세명이서 스터디를 할 절체절명의 위기인것이다.
그리고 2위나 5위 역시 이 상황이 놀라운듯 쉽게 말을 내뱉지 못하고 있다. 그들 역시 '공부'만이 목적이 아니었음을 짐작 할 수있는 부분이다.
'지금부터 1분 1초가 시간낭비다. 어떻게든 빨리 이 자리를 떠야한다' 라고 문돌이는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변명을 하고 바로 자리를 뜰 수도 없다. 그렇게 한다면 2위와 5위는 문돌이가 스터디에 여자가 없어서 안한다 라고 생각할게 뻔하기 때문이다. 물론 사실이다. 하지만 쪽팔리니까...
그리고 강의실에 남은 2위와 5위 역시 같은 생각이다. 모두 문돌이처럼 이 자리에서 나가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들 역시 쪽팔리고 없어보일까봐 쉽게 속에 있는 말을 내뱉지 못한다. 일단 스터디를 제안한 5위가 말문을 연다.
"아.. 저희 3명이 다 인가 보네요. 아까 사람들한테 말 할때는 좀 더 남을거 같았는데..."
왠지 이 상황이 5위 때문인거 같은 문돌이. 정말 무슨 상황에서도 남탓 패시브가 발동되는 문돌이었다.
"그러게요...음"
"음......"
누가 먼저 이 판을 깰껏인가. 침묵과 정적 속에서 시간은 흘러만 간다. 현실의 시간으로는 이제 수업 마친지 1분도 채 지나지않았지만 그들은 마치 영겁의 시간속에 있는것만 같다. 하지만 서로 눈치만 볼뿐 누구도 쉽게 말을 잇지 못한다.
'이 새끼들 다 쫄본가 왜 암말도 안하노 에이 x바 몰라 집에가자'
"저..."
드디어 문돌이가 모처럼 용기를 내어 판을 깨려는 그 순간. 하늘도 지켜보기 뻘줌했는지 그들에게 절호의 기회를 내린다.
바로 다음 수업의 수강생들이 강의실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눈치와 순발력만큼은 자신있는 문돌이가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저기 지금은 강의실을 비켜줘야 할거 같으니까 일단 다음에 다시 모이죠"
역시 기다렷다는 듯이 2위와 5위는 '네'라는 대답과 함께 가방을 들고 사라진다. 내일도 분명 수업이 있는데 문돌이는 '다음'이라고 말했고
아무도 거기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도 그 이후로 스터디란 말을 꺼내지 않았고 문돌이는 그 두 사람의 목소리를 학원을 그만 둘때까지 다시 들을 일도 없었다. 물론 그 두사람도 문돌이의 목소리를 듣는 일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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