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방.. 주소를 적을때 바로 XX시를 적는것이 아닌 xx남도 혹은 xx북도처럼 도를 먼저 적는 지방.... 도지사 투표권이 있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어느 한 지방의 이름없는 산기슭에 위치한 이름없는 대학 인문대 4학년 졸업반 김문돌
소위 말하는 sky나 인서울에 비하면 무엇하나 내세울것이 없고 한없이 보잘것 없는것이 사실이지만 '우리가 x바 공부를 안해서 그 대학들 못갔지, 공부를 못해서 못갔냐 안그래? 그 새끼들은 어릴떄부터 공부밖에 안해서 사회생활을 우리가 훨 더 잘해. 우리가 방학때마다 공장에서 알바하고 그런게 다 사회경험이라니까. 그새끼들이 그런거 해봤겠냐. 다 지만 아는 새끼들임' 이라며 후배들에게 소주를 따뤄준다. 내일 아침 수업따위는 이미 안중에도 없고 여차하면 쨀 생각이기에 새벽늦게 이어지는 술자리에도 부담감이 없다. 다만 후배들 앞에서 가오잡기에는 턱없이 얇은 지갑만이 지금 유일한 걱정거리일뿐. '아 x바 안되면 그냥 술 꼴린척하고 집에 가야지'
좋은학교에 다니는 이들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열폭과 자신의 처지를 힘차게 자위하며 술과 게임으로 보낸 한심했던 세월들을 정리하며 그도 이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을 준비를 한다. 평소에는 책보다 술집에 있는 메뉴판과 네이버 연예란과 스포츠란을 더 많이 읽었지만 시험기간만 되면 벼락치기라도 했기에 4.5만점에 3.2라는 애매한 학점과 졸업인증만을 위한 토익점수 630이라는 역시 애매한 점수가 그가 가진 스펙의 전부. 이런 그도 직장을 구하기 위해 사람인과 워크넷등 각종 구인사이트를 찾아보게 된다. 이력서를 작성하던 도중 운전면허증도 자격증이라고 적어야하나 고민하다가 네이버 지식인에 검색도 해보는 등 그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하여 세시간만에 완성된 그의 이력서. 사실 개인정보나 이력을 적는데는 적을게 없어서 30분도 걸리지 않았지만 자소서에서 시간을 다 잡아먹었다. 뭐 평범하게 자라왔기에 성장과정은 그냥 솔직하게 썼다만 '자신의 장단점' 여기서 부터 막히기 시작했다.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가 진지하게 한번 생각해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장점이 없다. 소주 한병 30초만에 나발불기를 적어볼까 하다가 '아 참 그건 특기지. 내 정신도 참' 하며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그냥 인터넷에 떠도는 자소서를 다운받아보기로 결정했다. 이미 수만명의 자소서에 영향을 준 자소서계의 레퍼런스를 다운받아 짜집기 하다보니 왠지 자신도 이제 어엿한 직장인이 된거 마냥 뿌듯하고 어느 대기업이라도 대문 찢고 들어갈 수 있을거 같다고 느끼는 문돌이. 카톡 남김말도 '이제 정말 시작이다^ㅗ^'로 바꾸고 페북에도 취업준비를 한다는 뉘앙스와 세상에 대한 포부도 나름 문학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내보지만 역시 네이버에서 그럴듯한 명언을 검색해본다. 그렇게 대기업 공채를 지원하고 이제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우리의 김문돌. 아직 자존심이 상하기에 중소기업은 쳐다보지도 않고 있다. 그에게 있어 중소기업은 베트남과 필리핀 등 더운나라에서 온 사람들이나 일하는 곳일뿐. 그 이상의 의미를 찾아볼 생각도 없다. 하지만 그때는 알지 못했다. 자신이 더운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함께 땀 흘리게 될 것이라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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