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했던 제주도 49박 50일 여행기(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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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했던 제주도 49박 50일 여행기(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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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했던 제주도 49박 50일 여행기(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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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가 오피스텔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세시간마다 유축을 해서 모은 모유는 그날그날 아이에게 배달되었다. 나는 미역국을 아주 잘 끓이게 되었고, 아내는 젖냄새가 많이 나게 되었다. 젖비린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처음엔 신경이 곤두서서 긴장되던 운전도 차차 편안해 지고 있었다.
제주도 생활중에 아내와 딱 한번 싸웠다. 뭐 별일이 있어 싸운건 아니었다. 서로 피곤하고 힘들때 한번 튕긴거지뭐. 속상해서 걸어서 바닷가까지 다녀왔다. 힘들었다. 길도 잃어버렸다. 역시 사람이 욱해서 뭘 하면 안된다는걸 다시 깨달았다. 다행히 별일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발에는 물집이 생겼다. ㅜㅜ
다행히 아이는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었다. 그래도 웬만해서는 6주 전에 퇴원하기는 힘들 거라고 했다. 6주면 추석 즈음이 된다. 그래서 추석 전에만 집에 돌아갈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는데. 행복이가 해냈다. 추석을 이주 가량 앞두고 퇴원오더를 받아낸 것이다. 아이는 퇴원준비가 다 되었지만... 당장 퇴원 할 수가 없는 사정이었다.
병원 -> 공항 -> 공항 -> 집 까지 여정이 아이에게 너무 무리가 되지 않을지 걱정이 되었고, (일반적으로 출생 일주일이 지나면 비행기는 탈 수 있지만 이른둥이로 태어난 아이이기에 걱정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아이와 엄마아빠가 서로 적응할 시간도 필요했다. 그렇게 병원에서 초보 엄마아빠는 아이와 시간을 보내며 밥주고 기저귀갈고 안아주는 기본적인 것을 배워야했다.그리고 오피스텔에는 각종 아이용품과 생활용품이 쌓여있었다. 마침 꼬맹이 행복이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제주도로 오시게 되어 할아버지 할머니의 힘을 빌려 무거운 짐들을 보내고 나머지는 셋이 나누어들기로 하고 아이는 할머니가 전담하여 안고 가기로 한 후 병원과 상의하여 퇴원날짜를 잡았다. 비행기 좌석이 없어 비지니스석으로 잡았다. 한 세배정도 비싸더라. 아마 앞으로는 탈 일이 없을 것 같다.
드디어 기다리던 퇴원일이 되었다. 병원비를 정산하고 여러가지 잡일을 마무리하고 아이를 데리고 미리 젖을 충분히 먹게 하고 만반의 준비를 한 뒤 공항으로 향했다. 먼저 택시를 탔다.
"오늘 퇴원한 신생아가 있습니다. 공항까지 가야 하는데 오래걸려도 좋으니 천천히, 천천히 안전하게 가주세요."
할아버지 기사님이었다. 운전을 잘 해 주시면 한 만원 더 드리려 생각했다. 그런데 잘 못하시더라. 신호위반도 하시고..... 그래도 급가속 급감속은 좀 조심히시더라. 그래서 500원 거스름돈 안받았다.
공항은 참 시끄럽고 북적댔다. 아동휴게실에서 한시간 반 정도 쉬었다. 그래도 시끄러웠다.
비행기를 탔다. 비지니스석도 별거 없더라. 자리가 약간 넓은 정도? 이착륙할 때 소음과 진동이 생각보다 훨씬 심했다.
공항에 도착했다. 역시 시끄럽고 번잡하다. 바로 차를 타려 했는데 아이가 배고파해서 다시 밥을 먹였다. 조금만 먹였다.
할아버지 차를 타고 한시간 반 가량 걸려서 드디어....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훨씬 반갑고 아늑했다.
감동의 도가니탕이었다.
그렇게 집에 도착한지 약 이주가 흘렀다. 그리고 그렇게 힘들고 피곤하다고 느꼈던 제주도 생할은 애들 장난이었다는걸 알게 되었다.
그래도 행복아 니가 곁에 있어 아빠는, 엄마는 힘들게 행복하단다.
나중에 건강하게 자라면 엄마, 아빠 제주도 여행이나 한 번 보내주렴.
두 달이나 제주도 있으면서 한라산을 못가봤거든.
ps' 행복이를 처음 병원에서 만났을 때 사진과 오늘 아침에 찍은 사진을 첨부합니다. 초보라서 어떻게 사진을 편집할 지 모르겠어요. 양해 바랍니다 ^^ 그동안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