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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8/06 23:12:34
Name Naomi
Subject [일반] 달콤한 "크루너"들의 노래
   비가 시원하게 내리지도 않고, 어쩐지 무덥고 습한 날이 계속되다, 오늘은 그래도 오랜만에 제대로 비도 오고 덥지도 않은 것 같네요. 오랜만에 느긋하게 음악 듣기 좋은 날인 것 같아 오늘은 멋진 음악들을 공유해 볼까 합니다.

   남자들에게는 질투의 대상이 되고, 여성들에게는 사랑의 대상이 되는 남성이란 누구일까요. 최근의 한국을 생각하면 김수현, 강동원같은 남성 배우들이 생각납니다만, 이 자리를 영미권에서는 오래도록 선점해온 “크루너(Crooner)”들이 있습니다. “크루너”란, 재즈 스탠다드의 곡들을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목소리로 노래를 하는 일군의 남성 가수들을 가리키는 별칭입니다. “크루너”의 등장은 1930년대 전후로 음향장비의 기술 발전과 함께 나타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이전까지는 오페라 가수와 같이 크고 드라마틱한 가창력을 뽐내는 재즈 가수들이 주가 되었습니다만, 마이크가 사용 가능하게 되면서 달콤하게 속삭이듯이 노래하는 가수들이 무대에 설 수 있게 된 것이죠. 백문이 불여일견이니 귀가 녹아버릴 것 같은 “크루너”들의 노래를 감상해 보시죠.


[I’m Just a Vagabond Lover – Rudy Vallee(1929)]

“Men Hate Him! Women Love Him!”의 주인공, 루디 발리
   루디 발리의 첫 영화 The Vegabond Lover의 홍보문구가 바로 “Men Hate Him! Women Love Him!”라고 합니다. 이 문구에서 우리는 그가 얼마나 인기가 (특히 여성들을 중심으로) 많았는지를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그의 인기에는 분명 소년 같은 외모와 매너도 한 몫 거들었겠습니다만, 무엇보다도 얇고 부드럽게 흔들리는 듯한 테너 목소리로 달콤한 재즈곡들을 불렀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후에는 점차 다양한 톤의 목소리의 가수들을 포함하게 됩니다만) 이러한 목소리와 노래 스타일은 특히 당시 등장한 새로운 매체인 라디오와 잘 어울리는 것이었고, 루디 발리는 최초의 “크루너”로 기억됩니다.


[Singing in the Rain – Gene Kelly (1952)]

비가 오는 밤을 가장 낭만적으로 만든 진 켈리
   개인적으로 비오는 날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습니다만, 그 중 하나가 진 켈리가 부른 Singing in the Rain때문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진 켈리는 직업에서뿐 아니라 음악 장르도 여러 가지로 넘나들었기에 스탠다드 재즈 가수라고 딱 잘라 얘기해도 좋을까 싶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크루너”라는 용어가 결국 사랑을 부를 것만 같은 목소리로 재즈곡을 부르는 남성 가수에게 부여되는 것이라면, Singing in the Rain을 부르는 진 켈리의 목소리는 “크루너”라 아니할 수 없다 생각합니다. 비를 타고 흐르는 이 곡을 듣다보면 어떻게 진 켈리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라 하면, “크루너”들이 20세기 중엽 엄청난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스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헐리우드 영화, 특히 뮤지컬 영화의 성업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겁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 동영상의 가수를 빼놓고 넘어갈 수가 없죠.


[Fly Me to the Moon – Frank Sinatra (1964)]

달에도 울려 퍼진 목소리, 프랭크 시나트라
   설명이 필요 없는 프랭크 시나트라입니다. 프랭크 시나트라를 대표하는 곡은 물론 My Way라는 것에 이견의 여지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만, 여기에서는 “크루너”로서의 시나트라를 만끽하기 위해서 Fly Me to the Moon을 가져와 봤습니다. 인터뷰에 따르면 본인은 자신을 “크루너”라 생각하지 않았다고 합니다만, “크루너”하면 그 대표로서 떠올리게 되는 사람은 프랭크 시나트라입니다. 시나트라가 부른 Fly Me to the Moon에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습니다. 아폴로 11호 미션 때 달 궤도 선회와 이륙했을 때 바로 이 곡을 틀었다는 거죠. 어찌되었든 지구를 벗어난 달 위에서도 생각이 날만큼 시나트라의 목소리는 감미롭습니다.


[Body and Soul - Tony Bennet & Amy Winehouse (2011)]

살아있는 전설, 토니 베넷
   20세기 초반 등장했을 때만 해도 경멸의 대상이기도 했던 “크루너”들은 한 세기만에 가장 사랑받는 가수들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단지 과거의 가수들에 한한 것이 아니라 현재의 가수들에게도 마찬가지죠.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았고, 지금도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크루너”하면 토니 베넷을 꼽을 수 있습니다. 올 가을에는 레이디가가와의 듀엣 앨범도 발매된다는 소식이 들려오는데, 역시 토니 베넷의 목소리는 시대와 세대를 넘어 사람들을 매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위 영상은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마지막 곡이 된 듀엣곡 Body & Soul입니다.


[Haven’t Met You Yet – Michael Buble (2009)]

현재진행형의 “크루너”, 마이클 부블레
   이전에 오빠와 마이클 부블레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제가 주저 없이 부블레를 “재즈 가수”라 하자 의아해하던 얼굴이 기억이 납니다. 이러한 반응에는 마이클 부블레가 누리고 있는 팝가수 못지않을 인지도와 인기가 있지 않은가 생각해 봅니다. 마이클 부블레의 음악에는 분명 팝의 느낌도 가미되어 있으나, 부블레는 의외로 많은 재즈 스탠다드 곡들을 소화하며 그가 태어나기도 전에 활동했었던 많은 “크루너”들의 맥락과 감성을 충실히 이어받고 있는 듯합니다. Haven’t Met You Yet은 재즈 스탠다드에 속한 곡이 아니라 부블레의 오리지널 곡이지만, 음악도 영상도 사랑스러워 골라 보았습니다. 참고로 영상에서는 다소 PGR스러운 결말(^^;)을 맞이하지만, 실제로 부블레는 이 뮤직비디오의 상대역으로 출연하는 여배우와 잘 사귀고 있다고 합니다. 

   올해는 유난히 마음 아프고 분노하게 하는 소식들이 많은 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한 소식들을 마주할 때마다 이따금 까뮈의 소설 <페스트>의 가장 뒷부분을 떠올립니다. 가끔은 기쁨이라는 것이 찾아와 인간에게 보람이 주는 것이 정당하다는 결말부분이죠. 대단하지는 않지만 좋은 음악은 좋은 기쁨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괴로운 마음에는 한 줄기 위로가, 기쁨에는 더 큰 기쁨이 될 만한 음악들이길 바라며 짤막하게 올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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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로
14/08/06 23:43
수정 아이콘
마이클 부블레는 12살 어린 아르헨티나 모델과 이미 결혼을...큭ㅠ 전 부블레 노래중에 everything을 제일 좋아합니다. 특히 이 노래부를때 정말 매력적인거 같아요. 왜 그렇게 크루너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았는지 이해가 갑니다. 좋은노래 잘 들었어요..
14/08/06 23:59
수정 아이콘
도로로님 이야기를 듣고 조금 알아봤는데, 저 뮤직비디오에 출연하신 여자분이 바로 그 부인되신 분이시더군요.
사실 제가 뽑아 온 일람은 빙산에 일각에 불과하니 기회가 되시면 느긋하게 찾아 들어보시면 좋겠네요.
Judas Pain
14/08/07 00:22
수정 아이콘
프랭크 시나트라의 목소리는 확실히 질투가 나는군요.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음색이 크루너라 불리는 사람들과 어울림이 좋을 줄은 몰랐습니다. 여기서는, 차리리 빌리 홀리데이의 시대가 떠오르네요. 저 곡은 따로 구입해야겠어요.
14/08/07 08:47
수정 아이콘
프랭크 시나트라는 "이렇게 귀에 감겨오는 목소리라니!"하는 경이로움을 가지고 듣게 되죠.
최근에 토니 베넷이 발매한 듀엣곡만을 다루는 3가지의 앨범은 정말 좋고, 그 중에서도 Body & Soul은 킬링트랙이라 불려도 아깝지 않습니다.
일단 멤버진이 너무 화려해서(폴 메카트니, 엘튼 존, 존 메이어, 스팅 등;) 어떠한 장르를 좋아하던 간에 소싯적에 외국에서 건너온 노래 좀 들었던 모든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앨범이란 생각이 듭니다.
까리워냐
14/08/07 16:25
수정 아이콘
토니 베넷옹의 듀엣앨범은 진짜 멋진 앨범입니다.
평소에 팝이나 재즈 안 듣는 사람에게도 불호가 나올수가 없는 앨범이죠
14/08/07 23:00
수정 아이콘
적극 동의합니다 :)
14/08/07 02:06
수정 아이콘
좋은음악 잘 들었습니다.
14/08/07 08:48
수정 아이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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