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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5/10 19:27:49
Name 후추통
Subject [일반] 탐욕과 오만 ④ 자승자박


손권 : 나도 오늘부터 황제다! 잇힝!

(이 사진은 이번이 끝이야~)

229년 봄, 오의 관료들은 입을 모아 손권에게 제위를 칭하도록 권합니다. 거기에 4월에는 하구와 무창 지역에서 황제를 의미하는 황룡과 봉황이 출현했다는 보고가 들어옵니다. 진짜로 봉황과 황룡이 출현했겠습니까....

이 소식을 들은 손권은 7일 황제의 지위에 오르고 대사면을 실시하죠. 이러한 오의 제호사용은 뜬금없는 일이었습니다.

조위의 경우 자신들이 후한의 정통을 이어받아 헌제에게 선양을 받았다고 주장했으며 촉은 조위의 선양은 가짜이며 이들은 한 조정을 뒤엎은 역적에 불과하며 후한의 진정한 황통이 촉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하죠. 하지만 오는 정통성 면에 있어서도 황통 단절이나 승계 문제에 있어서도 어떠한 관련이 없었습니다.

어찌되었든 이렇게 황제를 칭하는 건 자기 자유고 유지할 수 있으면 되는거죠. 손권은 정통성을 마련하기 위해 아버지와 형을 추존합니다.

아버지 손견은 무열황제로, 어머니 오씨는 무열황후로 추존합니다. 그런데 형인 손책을 추존할 때 이상한 짓을 합니다. 손책을 황제가 아닌 장사환"왕"으로 추존한 것이죠. 자신이 황제인데 형을 단순히 왕으로 책봉한 겁니다. 실제로 오의 모든 기반을 쌓은 사람은 손책임에도 말이죠.

이는 계승권 문제때문이었습니다. 손권이 이어받을 때 역시 여전히 손책의 아들 손소가 어린나이였고 주유의 인정이 없었다면 손권의 계승은 불가능했을테죠. 손권입장에서는 손책을 황제로 추존할 경우 손책 계열에서 차후 계승권 문제를 내밀지 못하게 함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마의-사마사-사마소로 이어지는 서진의 계승권 문제를 봤을때(사마사는 아들을 두지 못했습니다만.)손권의 판단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자 그런데 여기서 또 손권의 치사함이 드러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형인 손책은 장사환"왕"인데 그 아들이자 손권 자신의 조카인 손소에게는 오"후", 그러니까 후작위를 준겁니다. 왕직이 아닌 후작위를 준 것이죠. 거기다가 오의 중심인 오후 직위를 줬다가 얼마 안가 상우후라는 변방의 후작위를 봉해줘버린 것이죠.

진수는 이러한 손권의 쪼잔한 배포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손견은 별볼일 없는 집안을 일으켰고 손책은 뜻이 크고 인덕이 있어 오가 강동에서 할거하도록 기초를 만들었는데 손책에 대한 손권의 존숭은 지극하지도 못했고 그 아들이 후작을 받는데 그친것은 인의의 측면에 보아서도 너무 인색하다."

한마디로 니 형이 니가 다스리는 나라 기반 만들어줬는데 형한테는 왕주고 조카한테는 후작위 주냐? 이 제리 자슥 무지 쪼잔하네. 라는 말입니다.

자 손권은 이때부터 요동지역에 손을 뻗습니다. 위의 남동전선을 정면에서 돌파하기 힘드니 요동지역을 오의 영향력 안에 두어서 후방을 교란하겠다는 의미였죠. 손권은 5월에 교위 장강과 관독을 요동으로 보냅니다.  요동문제는 다음편에서 다루도록 하죠.

이러한 오의 황제 자칭에 대해 촉 내부에서 어떤 시각이 있었는지는 알수 없습니다. 하지만 촉은 2개월 후인 6월 위위로 있던 진진을 파견하여 손권의 황제 자칭을 인정하고 축하합니다. 하지만 진진의 진짜 임무는 따로 있었습니다.

촉은 오와 함께 위가 멸망한 이후 촉오간에 영토분할 문제를 합의하는데 성공합니다.



기존에 등지를 보내 촉오간에 불가침 및 상호 지원적 동맹이 성립되었다면 이번 229년의 동맹관계는 이를 넘어서 상호 군사동맹을 성립시키고 대위 공동전선을 펴게 된 것이죠. 그 결과 예주, 청주, 서주, 유주는 오가 차지하고 촉은 연주, 기주, 병주, 양주는 촉에 귀속시키면서 장안과 낙양이 속한 사주 분할 문제는 함곡관을 경계로 동서로 분할합니다. 이를 봐서는 장안은 촉이, 낙양은 오가 점유하기로 결정한 모양입니다. 그리고 무창에 두었던 자신의 치소를 다시 건업으로 옮깁니다. 대장군 대도독 육손과 태자 손등을 무창에 남겨둡니다.

229년 봄에 손권은 장강 북쪽을 사냥을 간다고 선전합니다. 이때 당시 손권은 무창에 있었는데 사냥을 나간다면서 속이고 문빙이 없던 석양을 공격하려고 한 것이죠. 이때 누군가 오군 진영에서 탈영한 사람이 가규 후임으로 온 만총에게 달려가 손권이 석양성을 공격하려고 한다고 알립니다.



만총은 손권의 목표인 석양의 방비를 강화했고 이를 안 손권은 결국 퇴각해 돌아갑니다. 그리고 죽은 조휴를 대신해 전장군 도독양주제군사가 되어 남동전선을 관리하게 됩니다. 만총은 조예에게 조서를 올립니다.

만총 : 현재의 합비성은 남쪽은 오와 맞닿아있는데 수춘과는 멀리 떨어져 있어서 적이 포위공격하면 우리 원군이 구원하려면 적의 주력부대를 먼저 격파해야만 포위망을 풀 수 있습니다. 성의 서쪽 30리 정도 되는 곳은 지형적으로 유리하고, 여기에 성을 세워 지킨다면 적을 평지에서 끌어내 그들의 퇴로를 막는 것이니 우리에게 유리하게 될 것입니다.

합비성은 수춘과 가깝지 않아 적의 기선을 제압하거나 영격하지 않으면 오군을 막기 어려우니 지형적으로 유리한 지역에 새로 성을 쌓아 오의 공격에 대비해야한다고 상주한 것이죠. 여기서 태클을 건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장제였습니다. 오와의 관계에 있어 이 사람의 말은 거의 정답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장제는 원래 유복을 대신에 합비성을 지켜 손권의 공격을 막아낸 사람이었습니다. 따라서 합비에 새로 성을 쌓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합니다.

장제 : 우리의 약함을 드러내고 적이 피우는 연기만 보고 성을 부수는 것이니 공격을 받지도 않고 스스로 성을 함락시키는 것입니다. 구성을 부수고 새 성을 쌓으면 적은 항상 공격해올 것입니다. 뒤로 물러나지 말고 회북에서 적을 지켜야 합니다.

당시 여강지역은 석정 전투 이후로 오가 합비성과 그 인근을 제외한 환현을 비롯한 각 지역을 장악한 상태였습니다. 만총의 의견은 합비 구성을 파괴하고 방어전선을 뒤로 물려 수춘과 기타 지역과 긴밀한 연계를 통해 적을 방어해야 한다는 것이고, 장제의 의견은 기존의 합비성만으로도 얼마든지 방어가 가능하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장제의 이러한 반대의견에 만총은 여러번 상주문을 보내 자신의 주장이 타당함을 피력했고 조정의 상서 조자 역시 만총의 의견에 힘을 실어줍니다. 조예는 만총과 조자의 의견을 채택해 합비 신성 구축을 승인합니다.

그런데 이 합비 신성의 구축의 연대가 각기 서로 다릅니다. 오주전에는 230년으로, 만총전에는 233년으로 나와있습니다. 제 추측이지만 만총은 이미 230년에 합비 신성 구축을 시작했고 장제와의 설전에 대해 싸워이긴 이후 성 구축에 박차를 가해 233년에 완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3년간에 걸친 합비신성은 어마어마한 규모였던 모양입니다. 이 문제 역시 나중에 또 다뤄보죠.

손권은 230년 장군으로 있던 위완과 제갈직에게 1만 군사를 내줍니다. 바로 남쪽의 두 섬인 이주와 단주를 점령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주는 현재의 타이완입니다. 그리고 단주는 주애를 말하는데 이 주애는 현재의 하이난 섬을 말합니다. 이 지역들은 주로 말레이계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는데 손권은 이들을 끌어들여 병사로 써서 오군의 주력군으로 삼자는 의도였습니다. 육손은 타이완과 하이난 섬에 병력을 파견하는 것을 반대합니다.

육손 : 지금 천하는 통일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병력을 일으킨지 수년이 지나 병력이 감소했기때문에 폐하께서는 이주와 주애로 병력을 보내 충당하려 하십니다. 우리가 병력을 보내 저 땅들을 취해도 그곳의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고 물과 토질이 바뀌어 병사와 백성들은 전염병에 취약해질 것입니다. 거기에 이주와 주애의 지형은 험준하고 그곳의 원주민들은 금수와 같아 제압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강동의 병사들의 위맹은 천하를 도모하기 충분하니 병력을 축적하기만을 기다려야 합니다. 환왕(손책)께오서 오의 기업을 세울때의 병력은 5백이 채 아니되었지만 대업을 열었습니다. 일단 농업과 양잠에 종사해 내실을 튼튼히 해야 하나 지금 많은 전쟁때문에 백성들이 춥고 굶주리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할 일은 병사와 백성들을 늘리고 조세를 줄여 백성들 편케 한다면 위를 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길죠?

육손 : 아 쓰잘데없이 이주하고 주애에다가 병력 갖다박지 말고 일단 전쟁부터 중단시키고 내실 성장부터 한 다음에 북진하자고요!

석정전투에서 이익을 봤던 손권은 지속적으로 위를 찔러보면서 적지않은 손실을 봤습니다. 따라서 병력손실을 보충할 방법이 필요했고 손권은 주애와 이주의 원주민들을 병력으로 충원하자고 했고 육손은 전쟁을 잠시 그치고 내정에 힘을 쏟자고 한 것이죠. 손권이 이 원주민들을 끌어들이려 한 이유는 촉이 남중의 반란군 잔여세력으로 이루어졌던 오부군이 촉의 주력군으로서 북벌과정에서 상당한 공을 세웠던 것을 봤기 때문에 똑같이 이민족 병력을 구성해 북진하자는 의미였습니다. 그러나 육손은 지금 이쪽에다가 1만이나 되는 병력을 보내서까지 이 지역을 먹어야 할 이유도 이익도 없다면서 반대한 것이죠. 육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손권은 이주와 주애 공격을 강행했습니다. 그러나 실패하고 현재의 타이완 섬의 이주의 원주민 몇천명 만 데려 올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다른 관점으로 보면 시각이 달라집니다.

손권이 황제 권력을 강화하고 호족 사병에 의존적인 오의 병제를 점차 바꿔나가기 위해 이주와 주애 지역을 병합해 손권의 친위군을 증원하고 강화하려는 의도였고, 육손은 호족세력으로서 이러한 손권의 행동을 제지하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손권의 이러한 야심만만한 계획은 아작이 나고 실무자로서 나섰던 장군 위온과 제갈직은 돌아온 이후 손권의 명을 거부하고 공로가 없다는 죄목으로 하옥된 후 처형됩니다. 손권의 망상을 따른 위온과 제갈직은 없던 죄때문에 죽은 것이죠. 손권은 이 일을 위온과 제갈직이 태만하게 행동했다는 죄라고 볼수 있지만 다른 의미로는 호족들의 반발에 위온과 제갈직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으로 봐도 될 겁니다. 관우 살해 문제에 있어서도 손권의 떼밀기는 그의 개인 패시브인 듯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손권에게 거하게 엿을 먹인 사람이 있었습니다. 요동의 지배자라 자처하던 공손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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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 ne sais quoi
13/05/10 19:58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13/05/11 01:15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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