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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4/30 12:18:27
Name 후추통
Subject [일반] 탐욕과 오만 ③ NO의 Force
술을 마시고 폭력을 행사하는 이른바 주취폭력배, 줄여서 주폭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을 뽑으라면 저는 1순위로 손권을 뽑습니다. 성격파탄자들에서도 서술했듯 손권은 술을 좋아했는데 술버릇이 매우 나빴거든요. 거기다가 원래 성격이 뒤틀린(?)탓에 술자리에서 사람 놀리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이 아저씨도 은근히 하지마의 아이콘이에요. 근데 어떤 분의 포스가 워낙에 쩔어서..)

회계태수 왕랑의 공조 출신이었다가 왕랑에게 항복을 권하고, 패해 쫓긴 왕랑을 끝까지 수행했다가 손책에게 등용된 우번 중상입니다. 손책에게 사냥하는 것을 조심하라고 충고하기도 했고, 부춘현장일때 산월의 발호를 염려해 손책의 상중 기간임에도 관리들을 설득해 각자 자리를 지켜 현을 안정시켰죠. 공융과도 친했으며 조조는 그를 자신의 비서인 사공연으로 임명해 중앙으로 불러들이려 할 정도 였습니다. 거기에 주역, 노자, 논어에 주석을 달 정도로 경전에도 통달해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우번은 손권의 생각을 거스르면서까지 간언을 했고, 우번은 타협이라는 것을 모르던 사람이라 적이 많은 탓에 중앙에 있기보다는 경현의 장을 비롯한 외방을 돌곤 했습니다. 거기에 손권마저도 자신과 의견이 항상 충돌했던 우번을 불평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우번이 취한척 하고 자신이 주는 술잔을 받지 않았다고 칼을 뽑아들고 찔러죽이려 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두려워 가만 있었지만 대사농으로 있던 유기(유요의 아들)이 끌어안고 손권을 말려 목숨을 구해주죠. 우번은 결국 교주로 좌천됩니다만 우번은 그곳에서 노자, 논어, 국어에 주석을 답니다.

하지만 가장 손권과 갈등을 빚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안돼! 안돼! 안돼!....부정과 고래힘줄 포스가 느껴지는군요...;;;)

네. 강동의 깐깐하고 완고한 노인네인 장소 자포였죠. 장소는 서주 사람으로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당시 서주자사였던 도겸이 등용하려다 실패하자 화를 내면서 그를 가둬버렸다가 겨우 풀려났고, 조조의 서주대학살이 일어날 무렵 조조군을 피해 강남으로 이주합니다. 손책은 손견의 기업을 되찾으려할때 그를 등용했고, 그는 장소를 관중에 비견합니다. 거기에 손책이 죽을 당시에 손책은 장소에게 손권이 책임을 감당하기 어려울 경우 장소가 오를 취하라고 말합니다. 조정에 표를 보내 손책의 후계가 손권이 된 것을 알린것도, 혼란스러운 치소의 관리들을 지휘한 것도, 통곡하던 손권에게 일갈해 꺠우친것도 역시 장소였습니다. 오서에는 손권이 각 지역에서 손권에 대항하던 인사들을 제압하러 다닐때 장소는 근거지에 남아 각 지역을 안정시키고 손권을 대행해 사무를 관장했습니다. 거기에 황건적을 진압하고 예장의 주봉이 반란을 일으키자 이를 진압하는 등 장군으로서의 능력 역시 존재했습니다. 거기에 위에서 온 사자 형정이 무례하게 굴자 형정에게 고함을 쳐 무례를 사과하게 하기도 했죠. 촉의 사자로 온 사산이라는 사람이 촉의 덕이 높다고 말했음에도 오의 군신들이 반박하지 못하자 "장소가 있으면 저 사산이란 인간하고 지지않고 말싸움을 했을텐데"라고 말하면서 은퇴했던 장소를 다시 불러들입니다.

손권이 장소에 대해 반감을 가진 것은 아마도 적벽대전이 벌어지기 직전 벌어졌던 투항론과 결전론에서 장소가 투항론의 수좌였기 때문이었던듯 합니다. 실제로 손권은 노숙을 등우에 평가하면서 한 말이 "장소와 진송은 항복하자고..."라는 것을 보아 장소와 진송은 적벽대전이 끝난 후 입지가 축소된 듯 보입니다. 손권 옹립에 절대적인 공신 중 하나였던 장소는 적벽대전과 형주 쟁탈전에서 어떠한 기록이 없었습니다. 그나마 오서에서는 손권이 합비를 공격할 당시 장소는 견제를 위해 광기성을 공격하고 예장의 주봉을 토벌하긴 했지만 이후로 장군이 되지 못하고 모사의 위치가 된 것이죠. 거기에 장소가 손권이 사냥할때 맹수들을 가까이 가서 쏘는 것 때문에 위험하다고 간언하지만 손권은 귓등으로 흘려버립니다.

이러한 장소에 대한 손권의 불만은 승상직으로 표출됩니다.

처음 관위를 전부 정리하고 승상직을 둘때, 많은 사람들은 장소가 승상이 되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손책때부터 오의 기반을 마련하고 안정시킨 공이 매우 컸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손권은 이상한 말을 합니다.

손권 : 지금 일이 많아 통괄하는 직책의 사람은 책임이 막중하니 걱정할 바가 아니오.

그리고 승상으로 임명한 사람은 여강태수, 거기장군장사가 되지만 별 공적이 없던 손소가 승상이되죠.(우리가 익히 아는 손소가 아닙니다.)그리고 장온과 글염이 손소를 탄핵하자 손소는 사임하지만 손권은 오히려 손소를 승상직으로 복직시킵니다. 그리고 손소가 죽자 다시 또 장소를 많은 신료들이 추천하자 손권은 신료들에게 말합니다.

손권 : 승상의 일이 번잡하지만 장소는 성품이 강직하여 말하는 바를 따르지 않아 원한과 허물이 장차 생겨나는데, 이를 더하란 것이오?

그리고 후임으로 고옹을 임명합니다.

........이정도면 장소를 엄청나게 싫어하는게 분명합니다.

손권에 대해 쉴드를 치실 때 어떤 분들은 이러한 승상 임명은 승상이 신라의 상대등처럼 호족의 발언권을 규합하고 오의 대호족들의 의견을 취합해 손권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라면서 육손과 보즐, 주거를 들어 이야기하죠. 육손은 주군의 가문인 손씨가를 능가하는 오군의 명문 육가, 보즐은 강동땅으로 이주해오면서 초기엔 빈한했지만 점차 세력을 형성하면서 처첩이 사치가 심해 비난을 받을 정도로 큰 세력가가 된 보즐, 주환의 동생으로서 손노육을 아내로 맞아 오의 사성 중 하나인 주씨가의 일원이었던 주거까지요.

그런데 여기서 맹점이 존재합니다. 손소는 원래 청주 북해국의 외부인 출신이고 고옹은 오군 오현 사람으로서 대대로 이 지역에서 살았던 사람이지만 가문의 힘에 관해서 어떠한 언급도 없습니다. 상대등같이 호족들을 규합하고 그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었다면 손소는 승상에 합당하지 않고 고옹은 약간 의문스럽죠. 결국 손권이 장소를 일부러 승상직을 주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장소도 단단히 삐친듯 합니다. 손권이 제위에 오른 229년 늙고 병들었다고 관직을 사임하고 물러나버린 것이죠. 그의 나이 73세였습니다만 기타 기록을 봐서는 장소는 죽기 전까지 매우 건강했던 모양입니다. 촉의 사신 사산이 촉빠심을 폭발시켰을 때, 손권은 장소를 불러들입니다. 장소는 손권에게 말하죠.

장소 : 옛날 태후(오태부인)와 장사환왕(손책)께서는 이 노신(장소)을 폐하에게 속하지 않게 하셨습니다. 하지만 폐하께서 노신을 부리시니 이로서 신하의 절개가 다하였고 보답으로 은혜를 베푸시니 세상이 망한 후에도 우러를 만한 것이 있습니다. 그러나 뜻과 생각이 얕고 짧아 성지를 거슬렀기에 스스로 물러나 숨어있어 다시 뵙기를 도모하지 않았았는데 다시 장악(帳幄-차양, 관위를 말합니다.)을 받들게 되었습니다. 신의 우둔한 생각으로는 나라를 섬기는 것은 그 뜻이 충성이 더하는 것에 있으니, 저의 명이 다했으니 물러나야합니다. 만약 변심하고 생각이 바뀌어서 구차스레 영화로서 용납됨을 취하는 것은 제가 할수 없는 것입니다.

말이 좀 길고 이해하기 어렵죠? 쉽게 바꾸겠습니다.

장소 : 니 어무니랑 형은 나보고 니가 삽프면 니 지위 먹어도 된다고 했어. 근데 내가 너 밑으로 들어갔거든? 근데 내가 적벽대전때 항복하자고 했는데 그거에 삐쳐서 푸대접하고 그거 보기 싫어서 집에서 푹 쉬려고 했는데 이제와서 사신 하나 상대하라고 나를 부르냐?

공손연이 손권에게 거짓으로 칭번할때, 손권은 장미와 허안에게 조서를 주어 공손연을 연왕으로 봉하게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내선 안된다고 주장하지만 손권은 밀어붙이죠. 여기에 장소가 또 끼어듭니다.

장소 : 공손연은 위나라를 배신하여 토벌될까 두려워하여, 멀리서 와서 구원을 요구하는 것으로 본래 의도가 아닙니다. 만약 공손연이 계획을 바꿔 위나라와 다시 친하게 된다면, 두 사신은 돌아오지 못하고 또한 천하에 웃음거리가 되지 않겠습니까?(공손연이 지금 지가 급해서 우리보고 굽힌거임. 근데 그놈이 생각을 바꿔 위나라에다가 그 둘을 갖다 바치면 장미와 허안은 돌아오지 못하고 너 웃음거리 되니 보내지 마라.)
손권 : 오나라의 선비와 백성들은 과인에게 절하지만, 궁을 나가면 그대에게 절하고 내가 그대를 공경하는데 지극한데 수차례 중신들 앞에서 내 뜻은 끊어놓으니 내가 계책을 잃을까 두렵소!(이 망할 노인네야! 내가 높여주는데 내 말좀 쳐 들어주면 어디가 덧나냐!)
장소 : 신의 의견을 써주시지 않아도 매번 어리석은 충정을 다하였던 것은 태후께서 붕어하실때 여러 신하들 속에서 노신을 불러 조칙으로 고명을 남기셨던 것 뿐입니다.(니 엄마 말이 하도 간곡해서 너 섬기는 거야 이 불쌍한 자식아.)

손권은 칼을 던지고 장소에게 사과했지만 장미와 허안을 공손연에게 보냅니다. 결국 장소는 병이 났다고 하면서 다시는 조정으로 나가지 않죠. 손권은 화가 나서 밖으로 나오는 문을 흙을 발라 막아버리고 이에 지지 않고 장소 역시 안쪽에서 그 문을 흙으로 봉해버립니다.(군신이 똑같아요..똑같애)

손권이 장소가 못나오도록 문 바깥에서 흙으로 문을 봉하고 지지않겠다는 듯 장소마저 안쪽 문을 흙으로 봉하면서까지 공손연에 집착한 손권의 계책은 어떻게 끝났을까요?



네. 공손연은 장미와 허안을 죽여 위에다 보내버립니다. 손권은 장소에게 가서 장소에게 사과했지만 고집만 남은 장소 할아버지, 말을 콧등으로도 듣지 않고 집안에 꽁꽁 숨어버립니다. 손권은 안팎에서 봉한 문을 열지 못하고 결국 담을 넘어서 장소를 만나려하지만 장소는 전혀 움직이질 않죠. 결국 화가 난 손권은 봉한 문 에 불을 지릅니다. 불이나면 나오겠지 싶었죠. 근데 이 밴댕이 소갈딱지 장소 할아버지 꿈쩍도 안합니다. 결국 두손 두발 다 든 손권은 불을 끄고 문 앞에 주저 앉아버립니다. 이를 보던 장소의 아들들이 아버지를 설득해 모시고 나오고 손권은 이에 사과하자 장소는 다시 조회에 참석하게 됩니다.

...................괜히 삼국지 11에서 장소 성격이 소심이 아닙지요.(근데 안무서워요. 진정한 소심의 공포를 느끼시고 싶다면 제갈량을 소심으로 바꿔보세요. 납량특집 저리가라입니다.)

손권은 장소에게 당하면 다시 받아치곤 했는데 가장 유명한 일화가 제갈각이 낀 일화입니다.



(아주 어그로는 쩔게 끌듯 하네요. 탱커로서는 제격...)

어느날 손권이 연회를 열고 제갈각을 시켜 술을 권하게 합니다. 제갈각이 장소 앞에 이르자 취해있던 장소는 제갈각에게 말합니다.

장소 : 술 취했는데도 술을 권하는 건 노인을 공경하는 예의가 아니다.

손권 : 네가 장소의 말을 굽힐수 있으면 마실수 있을 것이다.(말로 눌러버려!)

제갈각 : 옛날 사상보(강태공)은 90살임에도 깃발을 잡고 도끼를 가지고는 여전히 늙었다 말하지 않았습니다. 전쟁을 할때는 장소님께서는 뒤에 있지만 연회에 있어서는 앞에 있으신데 이것이 노인을 공양하지 않는 것입니까?
(님하보다 더 늙은 강태공은 90살에도 전장에 나가싸웠거등요? 술마시는 자리에서는 항상 당신을 대우하는 거니깐 술잔 받으시죠?)

연의에서는 삼촌한테 아작나고, 정사에서는 조카한테 아작나는.....

이러한 손권과 신하들, 그리고 호족간의 갈등은 이후 오의 파국을 불러오게 됩니다.

일단 이것은 이후로 미뤄두고 228년 5월 그간 잠잠하던 위와 오의 접경지대에 다시 전쟁의 불길이 붙으려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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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4/30 14:24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역시 명불허전 손제리. 까야 제맛입니다.
곡물처리용군락
13/04/30 18:42
수정 아이콘
진삼7 오나라 IF엔딩이 국가간에 서로 공존하면서 한잔 하는 엔딩인데 배드엔딩이였군요...
WindRhapsody
13/04/30 20:27
수정 아이콘
술자리가 파한 후 위와 촉이 동맹을 맺고 오나라로 쳐들어오기 시작하는데..
곡물처리용군락
13/04/30 21:19
수정 아이콘
조비가 더 심각한 상태여서 F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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