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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4/04 13:39:02
Name sungsik-
File #1 20090403001311_0.jpg (52.4 KB), Download : 52
Subject [일반] 예프게니 키신의 내한이 있었군요.


세계 최고의 인기 피아니스트 키신이 내한했습니다.
전 가보지 못했지만, 동생이 갔었는데
역시 최고였다고 하네요.

혹시나 관심있으신 분이 있을까 싶어
동생 후기를 대신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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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이 필요한가.

그가 왜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티켓예매 때부터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높은 인지도와 명성을 얻고 있지만, 실력은 인지도와 명성을 뛰어넘는다. 어찌 보면 조잡스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프로그램이 그의 연주로써 다 용서되었다.


kissin의 연주를 들을 때마다 느끼는 건 그는 괴물이다.

1부 prokofiev는 조금이라도 더 집중해서 그의 음악을 쫓아가려고 노력했기에 인터미션 때는 내가 연주한 듯 피곤했다.;

2부는 전곡 chopin이었는데 mazurka op 41 no 4에서는 지금까지 내가 kissin의 연주에서 들을 수 없었던 음색을 들려주어서 내게 박혀있던 강직했던 kissin의 연주스타일이 깨졌다. 감격스러워..



정말 뜨-어 하며 입을 정말 다물 수 없었던 chopin etudes.

언젠가 임동혁이었나 halim 교수님이었나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내게 chopin etude op 10 no 1과 no 2를 연달아서 연습하라고 했던 게 생각이 나는데, 어쨌든 난 그걸 하다가 새끼손가락 쪽 근육에 염증이 생기고 인대까지 늘어나서 아직도 조금만 무리를 하면 새끼손가락 쪽이 아프다. 정말 피아노는 남자 악기인가 보다.

아무튼, no 1을 친 후 객석에서 관객들의 하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관객들의 숨을 멎게 하는 etude였다. 기가 막히게 no 1을 치고 2초 정도 오른손을 내려 팔 근육을 풀어주는 kissin을 보는데 갑자기 귀여워져서 웃음이 났다.

no 1이 끝나고 3초도 채 지나지 않아 no 2를 연주하는데 '저런 사람이 피아노를 쳐야 하는구나, 저런 사람이 피아노를 쳐야 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꽉 차며, 모든 피아노 전공자들에게 좌절감을 주었다. 그는 잔인했다. TT



내 생각에 그는 아침마다 chopin etude 전곡을 연습할 것만 같다.

no 4는 말할 것도 없고 no 12는 kissin 본인조차도 꽤나 흥분한 듯 엄청난 속도로 <혁명>을 쳐댔다.

op 25에서 내가 핑거링넘버를 보려고 노력했던 곡은 no 6 <3도>였다. 다행히 건반이 보이는 자리라서 어떤 번호로 치는지 보였는데 나랑 똑같은 핑거링이었다. -_-; 어이가 없었다. 좌절이다.



커튼콜 때는 관객들의 열광에 이게 어떻게 classic concert인가 싶을 정도로 홀은 락 콘서트 혹은 아이돌가수 콘서트장스러웠다.

2,500명의 관객이 전원 기립이었고 여기저기 터지는 관객들의 카메라세례에 직원들의 제지는 이미 불가능했다.



총 38번의 커튼콜과 앙코르만 1시간 40분, 총 10곡.

역시 kissin은 클래식 공연계의 흥행보증수표였다.

세 시간 반이 넘는 마라톤 연주를 끝내고 굽이굽이 끝이 보이지 않는 싸인 줄 행렬에도 이름의 점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찍어주었다는 그의 인간성과 프로근성!

그가 너무 힘들지 않았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장르를 막론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객 호응은 세계적이다. 공연을 볼 때면 우리나라 관객으로 태어난 게 정말 행복하다.

3년 전 그가 우리나라를 처음 방문하였을 때, "관객의 열기가 가장 뜨거운 나라는 이탈리아인 줄 알았는데 한국이 최고다."라고 했던 그는 3년 만에 다시 우리나라를 찾았고, 관객이 원할 때까지 앙코르를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돌아갔다.





이러니 내가 그를 안 사랑할 수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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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세계
09/04/04 14:26
수정 아이콘
저도 예매날 광클로 거의 1순위로 예매에 성공했죠.
지금 목발을 한 상태라서 정말 땀을 뻘뻘 흘리면서 겨우 갔습니다.

감상평은 뭐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네요. 정말 이 이상의 연주가 있을까 싶습니다.
테크닉과 감수성 두 가지가 모두 100%에 수렴하는 최고의 연주자

생전에 그를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행운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만나본 그 누구보다 훌륭했던 피아니스트였기에
Amy Sojuhouse
09/04/04 16:31
수정 아이콘
키신의 에뜌드...10-2번과 3번의 이어지는 감수성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정말 궁금하네요.
아무튼 이제는 신동에서 거장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네요.
그렇지못하고 신동에 그친 피아니스트가 참 많은데 말이죠.
GutsGundam
09/04/04 17:58
수정 아이콘
대단한 피아니스트이긴 하지만 너무 과장된 반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언론에서 띄워주면 더 대단하게 느끼는 한국 특유의 부분도 한몫했을테고요.
09/04/04 18:01
수정 아이콘
아 목요일날 아는 동생한테 저녁먹자고 연락이 와서 나갔다가 뜬금없이 예당에 가자길래 가게 된 그 공연이군요.. 듣는내내 참 경탄을 금할 길이 없었고 클래식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은 제가 듣기에도 충분히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공연이었습니다. 그러나.. 무려 한시간 반의 앵콜공연.. 다 끝나고 나오면서 보니 11시 40분이었던가.. 는 솔직히 조금 지치더군요.. 처음엔 '와 또 하나보다 기대된다' 하다가 계속 나오니까.. '이젠 좀 그만 쉴때도 됐잖아'... 물론 전적으로 개인적인 느낌이었을 뿐입니다. 연주자가 그정도의 앵콜공연을 소화한다는건 사실 엄청난 일이죠. 연주자체도 그렇지만 관객들의 호응이나 공연후의 싸인 행렬도 놀랄만 했습니다.. 동행한테 싸인은 절대 안된다는 합의(?)를 이끌어냈기 망정이지 정말 날 새겠더군요.
sungsik-
09/04/04 18:24
수정 아이콘
인기가 실력에 반드시 비례하는 건 아니지요.
우리나라에서 키신의 인기는 언론에 의해 만들어진 건 더더욱 아니구요.

스타일이 인기가 있는 거지요.
젊은 피아니스트고 관객의 열정을 좋아하는 피아니스트에다가
연주 스타일도 인기가 있기 때문에 저런 인기를 얻는 거라 생각합니다..

최고의 피아니스트란 건 없겠지만,
가장 인기있는 피아니스트라면 당연히 키신 아닌가요?
Amy Sojuhouse
09/04/04 21:12
수정 아이콘
음...키신이 언론에서 띄어줘서 뜬건 아니죠. 이미 뜬 키신을 국내에서 열광해서 쫓아가는 느낌인데...
해외에서의 키신의 인기는 더 한 느낌이 있는데요. 국내에도 인기있는 랑랑이나 윤디리같은 중국 피아니스트
보다도 예프게니 키신의 인기가 더 높고 개인적인 판단으로도 좀 더 좋던데요.
윤디리같은 경우 그 대단하다는 쇼핑콩쿨 우승자고요. (물론 여러 사정이 있지만 임동혁, 동민 형제도 3위입니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쇼핑콩쿨의 인기...정말 끝내주죠. 그런데 그 콩쿨 수상자보다 콩쿨 한번 나간적없는
키신의 인기가 좀 더 높은 느낌입니다. 일본의 경우 상당히 큰 클래식 시장이죠.
아무튼 13살에 신동으로 대뷔한 이래(지금 30몇 됐죠?) 키신의 인기가 거품이란 소린 아직 못들어봤습니다.
이루까라
09/04/06 14:42
수정 아이콘
제 학교 후배들중에 피아노과 아이들 얘기 들어보면, 키신의 연주를 생애중 한번이라도 두 눈으로 보는게 소원이라고 하더군요.
피아노 전공자 혹은 매니아가 아닌지라 아무리 설명해줘도 무슨 의미인지 제대로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대단한 피아니스트임은 분명한 것 같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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