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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2/06 04:14:40
Name sungsik-
Subject [일반] 음대생 동생 이야기 4편


4.

연대 음대에 들어가 동생이 가장 처음 시작한 것은 다이어트였다.


예고 음악과를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엄청난 양의 식사량을 자랑한다.
보통 김밥집 같은 곳에 가면, 2사람이 갔을 땐 먹고 싶은 것이 5가지 메뉴가 있더라도
그 중에 가장 먹고 싶은 2가지를 골라 먹는 게 일반적이라면
예고생은 5가지를 먹고 싶으면 5가지를 다 시켜 먹는다.

동생의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가장 좋아했던 것은
할인 마트 시식 코너였다.
친구들과 같이 교복을 입고가면 시식 코너에 있는 아주머니들이 알아서
먹을 걸 잔뜩 주시고 동생과 친구들은 좀 미안한 정도로 많이 먹고 나온다고 한다.

그들의 식성에 대한 유명한 일화로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졸업한 학교 선배들이 놀러왔다고 한다.
선배들은 후배들이 다 있을 줄 알고 피자를 12판정도 사왔는데,
거의 대부분 학생들이 먼저 집에 가버려 동생을 포함한 9명 남짓한 학생들이 남아있었다.

선배들은 에이.. 이렇게 다 갈 줄 알았으면 피자 괜히 많이 사왔네. 했고
동생과 친구들은 9명이서 피자 8판정도를 먹고 나머지 4판은 눈치를 보여 먹다 말고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선배들이 간 뒤에 동생이
'난 더 먹을 수 있었는데, 선배 언니들 눈치 보여서 못먹었어.'

그러자 친구들도

'나도, 나도.. 그럼 우리 저거 꺼내서 다시 먹을까?'

라고 하자 만장 일치로 쓰레기통에 있는 남은 피자를 다시 꺼내 먹어
여자 9명이서 피자 12판을 먹었다고 한다.
물론, 그 정도로 배부름을 느낄 순 없었다고 한다.


언젠가 동생이 예고에선 '살이 안 찌는 체질' 이란 게 없다고 했다.
아무리 살이 안 찌는 체질도 예고 음악과에 오면 무조건 찐다는 거다.
그래서 내가 '어라, 예고생들 사진 보면 다들 말라 보였는데?'
라고 하자.. 그게 엄청난 옷빨로 가려저서 그렇지. 벗겨보면 속이 꽉 차있어.
라고 한다.

여하튼 그렇게 3년간의 예고생활로 상상도 못할 돼지가 되어버린 동생이
음대에 합격하자마자 바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그런데 나는 살을 빼는 걸 나는 조금 불안해했는데,
그 이유는 동생의 힘 때문이었다.

동생의 피아노 연주가 아주 높게 평가받는 가장 큰 이유가
여자의 연주에서 남자의 힘이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동생의 팔힘은 어마어마 했는데,
초등학교 땐 반에서 팔씨름으로 자길 이기는 남학생이 5명도 채 되지 않았고
중학교 땐 같은반 남학생 절반정도를 자신이 이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고등학교에선 남자들이 힘이 너무 쎄져서
몇 명밖에 이길 수가 없다고 분해하는 동생이었다.


물론 살이 찌기 전에도 팔힘이 강했던 동생이었지만,
뭐랄까. 일반인이 생각하기엔 살이 좀 있어야 성량도 좋아보이는 것처럼
체중이 있어야 피아노에 힘이 있다는 선입견을 지울 수가 없었다


동생은 체중과 피아노 치는 힘과의 상관관계는 큰 차이가 없다면서
살을 빼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2년간 30킬로 가까이를 뺀 거 같다.
다행이도 피아노 연주에 그렇게 큰 영향은 없었다.


그리고 동생의 대학생활에서 가장 큰 딜레마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동생의 멍청함이었다.
오빠로서 이런 말을 하긴 뭐하지만, 동생은 바보다.
원래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공부쪽과 거리가 멀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다른 대체어를 찾기가 힘들정도로 음악을 제외한 동생은
정말로 바보의 본보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 동생이 우리나라에 손꼽히는 앨리트 대학을 들어갔으니
거기에 오는 딜레마는 상당히 컸던 것 같다.


동생은 1학년 2학기 때 연세대 천문 동아리에 들어갔는데,
들어간 이유는 축제 때 놀고 싶은데 동아리도 없고 놀 사람도 없고해서
술 마시고 취해 진상을 좀 부렸는데, 그 곳이 연대 천문 동아리였다고 한다.
그 인연으로 별에 관심도 없고 아는 것도 없는 동생이 천문 동아리에 들어갔다고 한다.

여하튼 그 곳에서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어디 출신이세요? 라고 동생이 물어보자
광주라고 했다.

그래서 동생은 친구가 경기도 광주에 살아서 들은 게 있었는지
'아~ 경기도 광주요?'

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상대방이

'아니요, 광주광역시요.'

'.....'

'.....?'

'그래서 거기가 어디에 있는 광주인데요?'

라고 대답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돌로 만들었다는 일화가 있다.
물론, 지리라는 걸 사람이 반드시 알 필요는 없지만,
영국과 미국이 붙어있는 줄 알고, 호주와 오스트레일리아가 같은 나라인지 모르는데다
'오빠가 있는 미국에 가면 오스트레일리아에 있는 내 친구한테 보러갈 수 있을까?'
라고 묻는 동생이었다...


우린 서로의 사생활에 별로 관심이 없는 편이라
동생의 자세한 사생활은 잘 모르지만,
여하튼 동생은 대학생활에 많은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대학생활이 그렇게 재미있는 만큼
그렇게 열정적이었던 그리고 야심이 컸던 피아노에 대한 관심은
무언가 조금씩 사그러들어가는 느낌이 오빠인 나에게조차 느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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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sonalization
09/02/06 04:33
수정 아이콘
헤에.. 동생분이 이쁘시기까지 하네요.
밑으로 어떤 댓글들이 달릴지 눈에 훤히 보입니다 -_-;

여튼 이 시리즈 재밌게 읽고있습니다!
초록추억
09/02/06 04:35
수정 아이콘
동생분이 참 예쁘시네요^^
.........
처남님~~!!!
초록추억
09/02/06 04:36
수정 아이콘
↑이런 댓글 말씀하시는 거죠;;?/킬킬
빨간당근
09/02/06 04:37
수정 아이콘
예상 댓글들이 슬슬 보이는군요;
星夜舞人
09/02/06 04:38
수정 아이콘
동생분이 참 예쁘시네요. 하지만 sungsik-님을 형님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제나이가 많은거 같아서 패스하렵니다.. ^^;
Aisiteita
09/02/06 04:40
수정 아이콘
글 잘 읽고있습니다^^
동생분 완전 미인이시네요
저도 피아노를 완전 사랑하고 욕심도 많고해서 이쪽에 종사하시는 분들 보면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고 가끔 질투가 나기도 합니다^^;
지금도 피아노를 치고 있는데 치면 칠수록 제가 재능이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뿐이네요 요즘 슬럼프인지 실력도 제자리 인것 같고ㅠ
동생분 슬럼프 이야기가 시작되려나요 다음 글이 기다려집니다.
09/02/06 04:41
수정 아이콘
before 사진도 올려주셨으면 딱 네이트톡 분위기인데 크크크
지금 저희 오케 봐주시는 지휘자님도 예종분인데 자기 학교 학생들 욕하죠.
너무 교양이 없고 머리가 돌이라고;; 그래도 예술 하는 분들은 어느 정도 문학이나 역사, 미술 이런 쪽도
관심가지고 탐독하면 음악에 감정을 표현하는데도 도움이 될텐데 말이죠. 흐흐
아무튼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Naraboyz
09/02/06 04:42
수정 아이콘
이쁘시네요~흐흐 밑에사진 표정이 묘한중독성이 -_-; 멍하니 계속쳐다봤군요...흐흐
MeineLiebe
09/02/06 05:17
수정 아이콘
동생분 좀 그렇네요~
적어도 H2O가 산소인건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먼산~~)
Minkypapa
09/02/06 05:40
수정 아이콘
오~ 저런 순진한 얼굴로 피자 한판+알파를 먹어치운것을 생각하면...
역시 젊음이 좋은것이군요. 상식도 좀 키우면 도움이 꼭 되겠죠.
아래글 리플에서 언급했던 10년차 대학강사인 제 친구는 자기가 할줄아는게 피아노치는거밖에 없는지라,
철도 안들고, 다른 일에는 아예 손도 못대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위에서 안 도와주면 있는 돈 말아먹는데 귀신입니다.
라바무침
09/02/06 08:05
수정 아이콘
2년간 30킬로 후덜덜;; 최승현->탑 변태과정 그 이상이네요 여자는 살빼기 더 힘든데...전 남자 형제뿐이라 귀여운 여동생 두셔서 부럽습니다~^^
Kotaekyong
09/02/06 09:31
수정 아이콘
거의 2분넘게 사진만 뻔히봤네요.......;;;
09/02/06 09:41
수정 아이콘
sungsik-님// 글 정말 잘쓰시네요 부럽습니다
여자예비역
09/02/06 10:04
수정 아이콘
어제 1편 본거 같은데.. 2,3편은 어디갔나염?
밀로비
09/02/06 10:09
수정 아이콘
여자예비역님//
그 게시물이 1-3편 통합본이었습니다^^
여자예비역
09/02/06 10:27
수정 아이콘
밀로비님// 아하..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어넹.. 내용은 안끈기고 이어지더라고요...
서늘한바다
09/02/06 10:55
수정 아이콘
저 외모에 재능에...
책만 읽으면 금상첨화겠군요^^

저도 고3애들을 과외를 하는데 간간히 예체능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녀석들은 휴... 상식이 심히 부족하더군요...
그렇지만... 그게 예체능이라서는 아닌거 같습니다. 요즘 아이들의 전반적인 문제라고 할까요?^^

모쪼록...
영어교육보다는 정말 책을 즐기는 문화를 양성하는 한국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09/02/06 11:00
수정 아이콘
오늘도 잘 보았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에 이렇게 동생분 사진이 올라오는거, 문제없으려나요...
동생분 본인은 알고 계신지;;;
웹이라는 열린 공간이 개인을 보호하기에는 취약하니까요... 게다가 동생분 개인적 이야기를 올리시는 만큼
동생분이 다른 사람에게 알리기 싫은 과거 같은 게 널리 알려질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동생분 사진은 지우시는게 나을 것 같아요. 알아서 판단하시겠지만...
물론 자랑할 만큼 무척 이쁘십니다~
눈물비사랑
09/02/06 11:38
수정 아이콘
대학생활의 매력이란 뭐든지 다 잊어버릴수 있을 정도죠. 전 공부를 잊어버렸지만..
celibacy
09/02/06 11:43
수정 아이콘
동생사진을 인터넷에 올리시다니요~!! 사진을 올리는 것은 위험합니다.
1저 사진이 어떻게 쓰일지 모릅니다.
엉뚱한 사람의 여자친구가 될 수도 있고, 어떤 모르는 사람이 자기 인증사진이라고 올릴수도 있죠.

2동생사진을 올림으로써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던 동생이 누군지 알게됩니다. 지금까지 이야기중에 사생활도 많았고, 동생이 공개를 원하지 않을 이야기도 있을듯합니다. 그런 이야기가 가능한 것은 익명이었기 때문이죠. 사실 어느학교를 다니고 학번이 몇학번이고 어느 동아리인지만 알아도 더 이상 익명은 아니겠습니다만, 사진은 확인사살이네요. 게시판의 평균조회수가 2000이 넘는다는 점과 연대다니는 pgr회원이 수백은 될 것이라는 점, 악플로 가득차는 험한사이트에 누군가 퍼갈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하겼으면하네요.
sungsik-
09/02/06 12:03
수정 아이콘
엄청나게 진지한 반응들이 있네요.
사진으로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건지 잘 이해가 안 가고,
사생활에 관한 건 제가 글을 쓸 때 동생과 친분이 있느 사람이
누군지 알아도 문제될 게 없는 선에서 잘라 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정도가 아닐 수 있나보네요.

만약을 위해서 사진은 삭제하겠습니다.
whiriana
09/02/06 12:46
수정 아이콘
뭐 지리를 모르는 것 쯤이야.. 특별히 관심 안가지면 모를만한 사람들 꽤 있죠.. 학생들은 그 편차가 더욱 심하고요.
타고난 길치에다 사회과목중에 지리,경제만 유독 최하위권을 내내 기록했던 저는 동생분 상황이 이해가 갑니다..
화이트푸
09/02/06 14:42
수정 아이콘
사진이나 영상은 한번 잘못 돌면... 걷잡을 수 없이 돌죠... 위험합니다. 사진 삭제는 잘하셨어요.
김연아
09/02/06 15:44
수정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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