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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7/05/06 17:56:55 |
Name |
더미짱 |
Subject |
당당한 프로게이머, 최인규, 그리고 공군 |
2001년부터 스타를 보기 시작한 저에게 최인규 선수라는 존재는
그럭저럭 스타좀 하다 서서히 저물어가는 평범한 프로게이머였습니다.
결국 이렇다할 비젼을 세우지 못하고 부상에, 공군입대까지,
그리고 계속되는 프로리그에서의 개인전 패배,
그것도 무기력한 패배,
아마도 최인규선수는 제게 그렇게 잊혀질뻔한 선수였습니다.
오늘 아무 생각 없이 컴터를 켜니 엠비시와 공군의 경기가 있더군요.
1경기는 놓쳤구, 2경기 시작부터 봤습니다.
아, 조형근 선수의 대 테란전은 아직 갈길이 멀었더군요.
저글링 럴커의 컨트롤이나 과감성이 너무 아쉬운 경기였습니다.
이대로 공군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잠시 변형태 선수와 이윤열 선수의 경기를 보고 돌아가니
팀플이 진행중이더군요.
어라,, 테란이 3명 ㅡㅡ;;;
아마도 엠비시에서 1테 1랜을 내서 2테란이 나온거 같더군요.
평소같음 최악의 조합이겠지만 맵은 dmz
어라,, 강도경 선수가 우예우예 버텨내더니 승리까지.
그리고 4경기.
괜시리 조형근 선수의 패배가 아쉬워졌습니다.
상대는 현재 가장 잘 나간다는 비수, 김택용선수.
그리고 이쪽은 저물대로 저물어서 희망이라곤 아무리 눈씻고 찾아봐도
찾기 힘든 최인규선수.
아마도 백명에게 돈을 걸라구 하면
99명도 아니구 100명이 전부 김택용선수에게 돈을 걸지 않을까요?
드디어 시간이 되어 자리에서 일어나는 최인규 선수,
근데 최인규 선수의 얼굴엔
의미심장한 웃음이 번져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 미소는 프로게이머로서 마지막 자존심이 아니었을까요?
드디어 시작된 게임.
아마도 최인규선수의 필살기성 전략에 대해 경계를 한탓인지,
김택용 선수의 멀티가 늦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까지도 김택용 선수의 승리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리버 견제가 실패한 이후에도 해설자들은
장기전으로 가면 결국 기본기가 강한 김택용 선수가 이길거 같다고,
최인규 선수의 빠른 승부수를 재촉하였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느긋한 쪽은 최인규 선수였습니다.
넉넉히 자원먹으면 테란이 플토한테 질이유가 없다고 말하고 싶은 걸까요?
도리어 멀티가 늦었다는 것에 대한 압박감인지 김택용 선수가 먼저 들이댔고,
무난하게 막아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날아 김택용 선수의 심장에 '비수'를 꽂은 드랍쉽 3기,
3시 지역 언덕을 장악하고 1시 멀티까지 파괴,
그리고 이때 드랍쉽 3기에서 내린 병력은 후에 12시 멀티 포토 견제와
마지막 드라군 러쉬까지 막아내는 중요 병력이 되지요.
2군데 멀티를 동시에 잃은 김택용 선수의
7시와 8시 멀티,
하지만 또다시 김택용 선수의 심장에 꽂힌 두번째 비수
드랍쉽 3기에서 내린 병력은 2군데 멀티를 동시에 마비시킵니다.
김택용 선수의 어쩔수 없는 테란의 12시 멀티 리콜,
하지만, 아비터와 드라군에 락다운까지 걸며
막아내고 자원이 다 떨어진 김택용 선수는
소수의 템플러와 드라군 러쉬를 끝으로 지지를 칩니다.
경기가 끝난 후 최인규선수가 환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순간 눈물이 울컥했습니다.
다른 곳에 난 기사를 보니 1400여일만의 승리라고 하더군요.
1400일의 암흑을 보낸 사람만이 낼 수 있는 그 미소,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1달인가 전에는
5년만에 스타리그에 진출한 서경종 선수의 회한이 담긴 표정이 저의 눈물을 자극하더니,
오늘은 최인규 선수가 저의 눈물을 자극하더군요.
혹자는 아직도 최인규 선수의 경기력이 부족하다.
물량이 딸린다. 더 쉽게 이길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의 최인규 선수의 승리가
스타를 본 이후 가장 멋진 경기였던 것 같습니다.
아무도 자신이 이길꺼라 생각하지 않는 상황.
상대는 최강플토라는 김택용 선수.
그리고 무엇보다 1400일동안 공백으로 채워진 개인전 승리.
이것을 딛고 일어섰다는 것.
그것이 바로 esports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감동이 아닐까요?
아마 최인규 선수에게도 오늘이 프로게이머가 되고 난 이후 가장 뜻깊은 날이 아닐까요?
그리고 이미 흔들리기 시작한 김택용 선수를 상대로
꼼꼼한 마인 매설을 통해 승리를 이끌어낸 임요환 선수까지.
정말 이런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힘.
그것이 old들의 힘인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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