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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4/14 16:21:34
Name The xian
Subject [일반] 20대 국회의원 선거 소회
- 결과를 보니 새누리당이 참패인 것은 맞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상대적 기준이지 절대적 기준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20대 국회에서도 새누리당은 - 물론, 무소속들이 복귀한다는 전제 하에 - 원내 제 1당일 것이고, 아직도 혼자 개헌을 저지할 수 있는 정당이며, 엄연히 고정 지지층도 국민들을 움직일 수 있는 수단도 가장 많은 당입니다. 이 정도로 불합리함과 부조리가 횡행하고 삶이 이 정도로 도탄에 빠져도 이 정도의 의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능력이겠지요.

- 제 고향이고 제가 약 30여년 간 살아 왔던 예전 동네의 결과가 패승패승승으로 끝났습니다. 우상호씨의 당선을 축하하지만, 이성헌씨도 개인적으로는 참 괜찮게 생각하는 인물이었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냐면 제가 스물 다섯살까지 신한국당/한나라당 지지자였던 것 때문도 있지만, 그 사람이 96년도에 낙선했던 시절부터 여섯 번째 도전했던 것과 그 사람의 말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 정치의 길에 나설 때부터 20년간 한 동네에서 터를 잡고 도전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지금 지지하는 당은 다를지라도 그 노력과 진정성은 인정할 만 합니다.

우상호. 이성헌. 약 20년에 걸친 두 분의 아름다운 5번기 승부. 잘 봤습니다.

- 안철수씨의 당선과 국민의당의 성공적인 원내 제 3당 진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원내 제 1당을 이끈 문재인씨와 김종인씨에게도 축하를 드립니다. 다만 국민의당이든 더불어민주당이든 지금의 총선 승리가 오로지 자신들이 잘 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알고 있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두 당 중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 두 당이 제가 지지하는 당이든 밀어주는 당이든 누구든지 찍어주고도 기분이 참 언짢을 것 같고, 앞으로의 선거에서 돌팔매를 맞겠다고 자청하는 격에 불과하지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릅니다. 지금 큰 힘을 가졌다고 다른 주체를 우습게 본다면 한 방에 훅 가는 건 금방입니다. 그리고 문재인씨에게는 조만간 노란엽서 한 장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 선거를 앞두고 무리하게 달려가면서 이거 저거 하는 중에 선거를 보는 상황이라 개표방송도 실시간으로 거의 못 봤습니다. 심지어 어제 오후 6시에 역사적인(?) 선거방송이 시작되면서 나온 여론조사 광경조차 제가 골골대느라 생방으로 볼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몇십 분 뒤에 겨우 일어나서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눈이 휘둥그래진 것은 덤입니다) 사람이 이 정도 상황에 놓이면 순해져야 하는데 순하기는 커녕 제 자신을 둘러보니 저는 여전히 못돼먹었고, 제 눈에 마음에 안 드는 것은 끝까지 마음에 안 들어 보입니다. 생각이 굳어져 가나 봅니다. 그런 마음들 중에 바꿔야 하는 부분도 있음을 알지만 참 바꾸기 어렵습니다.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라 어렵습니다. 이런 건 단번에 갈아치울 수 있는 게 아니라 천천히 녹여 내야 하는 부분이니까요. 그런데 녹여 낼 시간이 있으려나에 대해서는 확답하기 어렵습니다.

그저 바쁘게 살든가. 아니면 바쁘게 죽든가 할 뿐입니다.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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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14 16:46
수정 아이콘
우상호 이성헌의 사연 재미있네요. 20년간 한지역에서 도전하는 모습도 멋집니다.

생각이 고정 되는거 무서운데 무섭다고 생각이라도 할때는 괜찮지 않나 싶습니다.
바쁘게 살아가시는 모습 멋지세요.
닉네임을바꾸다
16/04/14 21:26
수정 아이콘
새누리당이야 그 탄핵정국에서도 121석을 먹은뎁니다...(물론 열우당 삽질과 박근혜의 위엄도 있지만...)
영남에서 60여석은 먹기때문에 120여석정도야 우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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