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 기간동안 일시적으로 사용되는 게시판입니다.
Date |
2016/04/14 03:31:04 |
Name |
Manchester United |
Subject |
[일반] 내 인생 첫 선거 승리를 맛보다. |
제목 그대로이다. 내 인생 첫 선거 승리를 맛보았다.
생애 첫 투표 17대 대선을 시작으로 17대 대선 - 18대 총선 - 18대 대선 - 19대 총선 4번의 선거를 모두 패배를 맛보았다.
고향은 호남이지만 여당 텃밭인 영남에서 자라온 나는 지역색 때문이 아닌 현 여당의 작태가 싫었기에 야당을 지지하였다.
그리고 야당 지지자로서 정치 얘기만 나오면 지인들에게 다구리 아닌 다구리를 맞아가며 논쟁을 이어왔다.
하지만 이와 같은 논쟁 끝에 돌아오는 건 야당 지지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빨갱이 소리였다.
논리로는 내가 이겼다고 생각해왔지만 그래도 어쩔수 없이 드는 정신적인 패배감은 나로 하여금 무력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하지만 한번이라도 내가 뽑은 후보가 당선돼서 지인들에게 승리의 브이를 그려보고 싶었기에 투표날이 되면 언제나 투표소로 달려갔다.
이후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개표 방송을 보았지만 30분도 안돼 TV를 꺼버리기 일쑤였다.
계속되는 패배감과 퍽퍽해지는 삶때문에 부끄럽지만 정치를 놓아버리자고 생각했다.
사실 그래서 이번 20대 총선에는 별 관심을 두지도 않았고, 늘상 그렇듯 여당이 이기겠지라며 하며 정치에 관심을 꺼버렸다.
그리고 정확히 24시간 전... 이른 잠 때문이었을까. 갑자기 눈이 떠졌고, 잠도 더이상 오지 않았기에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투표하자라는 생각으로 우리 동네 후보들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후보들을 살펴보면서 투표하지말고 잠이나 다시 잘까라는 생각이 들때쯤 시계를 보니 새벽 6시였다.
'그래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투표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주섬주섬 트레이닝복을 꺼내입고 투표소로 달려가 투표를 하였다. 하지만 그동안 반복된 패배의 역사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괜히 투표해서 패배감을 다시 맛보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됐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 뜻대로 안되는지라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품었다.
그렇게 옅은 기대감을 가지고 보기 시작한 개표 방송에서 난생 첫 선거 승리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나 하나 투표한다고 뭐가 잘라지겠어?
내가 뽑아봤자 어짜피 안될텐데......
위와 같은 패배감에 쩔어있던 나에게 첫 환희가 다가왔다. 내가 뽑은 후보가 당선이 되다니...이런 기쁨을 죽기 전에 한 번 느껴보긴 하는구나 하는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종류의 희열이 내 몸을 감쌌다.
이후 정치를 손에서 놔버릴려했던 내 자신에게 큰 부끄러움이 들었다. 그리곤 다짐했다. 앞으론 다시 몇십년간 패배를 맛본다고 해도 투표를 할 것이며 정치에서 멀어지지 않겠다고...그리고 꼭 다시 이와 같은 기쁨을 맛보겠다고...
난생 처음 즐거운 마음으로 개표방송을 보며 지인들에게 자랑 아닌 자랑을 하는 지금 나는 매우 기분이 좋다.
추신) 술 한잔하고 폰으로 작성하는 것이라 내용이 많이 이상할수도 있으나 첫 선거 승리를 맛본 30대 총각의 애교섞인 투정으로 봐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오타가 있는 경우 차후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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