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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0 11:59
이 세상이 시뮬레이션 세계이고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이 잘못된 데이터라 할지라도 그 잘못된 데이터를 인식하고 있는 나 자신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데카르트의 생각 아닌가요?
22/12/20 13:17
(가상세계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때로는 진실하지 않은 것이라고 받아들여질 수 있다 - 가 메타버스의 논증인데요
사실 데카르트의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그것이 사실이 맞겠습니다만, 데카르트에서 나와서 전체 세계를 조망한다 해야 할까요, 그렇게 보면 또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을테니까요?
22/12/20 12:06
그런 경우는 진위가 무엇인지부터 정의해야 합니다. 우주가 신에 의한 시뮬레이션이고 그 우주의 존재적 정합성이 신의 전지전능함에 의해 보증된다면 인간의 지성으로 진위판정을 하는 대상이 무엇인지조차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데카르트가 진리를 형식적으로 정의하지 않고 명석하고 판명한 개념이라는 계보학적인 방식으로 정의하는 이유도 그런 거죠.
22/12/20 13:05
진실하다의 정의에 대한 논의가 안되서 구멍빠진 글이 되어버렸네요.
사실 제일 쓰고 싶었던 말은 진실의 존재 자체도, 진실의 정의도 알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실을 찾아나가는 것은 인간의 고귀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22/12/20 12:26
예~~전에 했던 생각들이네요.
제 생각으로는, '나는 존재한다'라는 건 이 세상이 시뮬레이션 우주든 뭐든 별 상관 없는겁니다.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변화'를 의미하고, 내가 인간이 아니라 시뮬레이션 우주속의 데이터에 불과할지라도, '사고를 통해 변화를 일으켜 낸다, 따라서 존재한다'는 거라고 저는 생각되네요. 즉, '존재'라는 단어가 특별히 유기물이라는 의미이거나 생명체라는 의미인 건 아닙니다. 다만, '변화를 일으키는 존재'를 뜻하는거라고 봐요.
22/12/20 15:46
싱싱한 심연 하나 첨부하자면,,
진실의 유무를 알 수 없음은 곧 우리 바깥의, 우리가 고정적으로 사유할 수 없는 방식의 진실의 존재를 방증하는 것이 아닐까요? 오히려 이러한 진실에 대한 회의는 진실 자체보다 진실을 사유하는 방식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닐까요? 무엇이 참이라는 판단이 (곧 명제논리, 양화논리 등이) 진실을 담는 방법이라는 생각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닐까요? 지금껏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온 사유의 구조들, (칸트의 표현을 빌리면 초월론적인 형식들이)이 푸코의 지적처럼 지극히 국소적, 역사적인 것일 뿐이어서 지금은 진실이 없다는 생각이 단지 '유행'일 수는 없을까요? 혹은 아버지를 강하게 부정하면서도 다시금 아버지를 반복하는 아들처럼 우리는 플라톤을 비판하고 데카르트를 비판하면서도, 데카르트를 반대하기 위해 데카르트가 제시한 사유의 틀 속에 제발로 갇혀버린 것은 아닐까요? 제가 최근에 루만과 푸코를 (둘이 크게 연관이 있진 않지만...) 함께 공부하면서 떠오른 생각들인데 두 명 모두 데카르트보다 되게 싱싱한 친구들이라 심연을 좋아하시면 그 두 명도 재밌지 않으실까 싶습니다...
22/12/20 16:17
항상 존재하는 진실이 5번의 '신'이죠.
하지만 그것은 증명가능한 참이 아니죠... 믈론, 우리의 논리체계도 문제가 있을 수 잇습니다.
22/12/20 18:08
제가 살짝 글을 애매모호하게 썼네요.. 항상 존재하는 것으로서의, 곧 '무엇'으로서의 신이라면 제가 말씀드리는 논점과 사실상 반대편에 있는 것입니다.
제가 던진 질문들의 관건은 (사실 이런 회의놀이가 직접적으로 말하면 생각보다 재미없긴 하지만..) 사유에서 '무엇'이 있음이, '있음'으로서 있다는 생각을, 루만의 표현을 빌리면 존재론적인 구별을 벗어나는 것입니다. 거칠게 표현하면 헤겔이라는 사람을 생각할 때, "헤겔(옛날독일사람)->사람->동물->생물 등등을 거쳐서 결국 '있음 자체'"라는 도식을 벗어나는 것이지요. 덧붙여 말씀드리면 증명가능한 참은 사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22/12/20 12:50
'진실하다'의 의미가 뭔가요? 시뮬레이션 우주의 존재라도 데이터의 형태로라도 존재함은 명백한거 같은데 '물리적 실체'가 있어야 진실한건가요?
그러나 물리학쪽을 파보면 시뮬레이션까지 갈것도 없이 우리가 단단하다고 인지하는 실체들은 실은 그렇게 '단단한' 물리적 기반이 아닌 일종의 파동에 가까운 존재들인데 데이터와 크게 다를게 무얼까요?
22/12/20 12:55
[진실이 없다]는 단 하나의 진실을 본인만이 갖고 계시다는 생각이군요. 진실이 없다는 생각은 진실일 수 없습니다. 그 말 자체가 '자기 자신은 예외로' 절대적인 진실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이죠. 괜히 문화상대주의를 모두가 믿고 있다는 현대인들이 다들 부족주의에 빠져 편가르기를 하는게 아닙니다.
포스트 모더니즘은 진리의 쇠퇴가 아니라 개인이 죽고 내편가르기의 시대로 퇴보함을 말한 '부족의 시대'나 다원주의는 사실상 공동선이 없음에도 모두가 '내 주장만 빼고. 내 주장은 공동선임'이라고 주장하는 시대임을 한탄한 '덕의 상실'을 추천드리고 싶네요. 부족의 시대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27864345 덕의 상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68490304&start=slayer
22/12/20 13:03
'진실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다'를 말하고 싶었던 것인데 쓰다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진실이 있어도, 진실이 없어도 모순적이기 때문입니다.
22/12/20 13:08
말씀에 동의하고요, 한 마디만 덧붙이고 싶습니다.
["진실의 존재를 증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마치 진실이 존재하는 것처럼 산다."] 정말 어마어마한 아이러니인거 같습니다. PGR적으로만 봐도, 스포츠를 볼 떄 꺾이지 않는 마음에 이상하게 모두 마음이 간단 말이죠. 사실 꺾이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는데요. 왜 우리는 꺾이지 않은 진실의 힘에 끌리는가. 정말 인간이란 아이러니한 것 같습니다.
22/12/20 13:58
당신은 NPC가 아닙니다? 쉽고 재밌는 상상이라면 이런 것이 있죠
https://youtu.be/h6fcK_fRYaI 혹시 제법무아라고 아세요? 불교가 재미있어요 열심히 생각하신 그 진실이라는 개념을 '참나'라고 합니다.
22/12/20 15:32
진실이라는 단어를 어느 맥락에서 사용하는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지 않나요?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진실은 그렇게까지 극단적인 엄밀함을 추구하지 않아도 기능할 것인데 본문 일부에서는 완전무결한 진실을 얘기하고 있고 이는 우리의 삶에 필요한 진실의 의미가 아니라 뜬구름잡는 소리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트겐슈타인의 언어놀이가 무슨 개념인지 한번 찾아보시는 걸 추천드리고 싶어요 유튜브로 대충 찾아봐도 어느정도 이해되더라고요 https://youtu.be/yAALHSE_usQ https://youtu.be/fLbyyu_j54c
22/12/20 15:52
본문에서 본다면 다른 모든 "진실"은 완전무결 자체의 진실을 말하고 있고 4번문단 '인간들은 진실을 찾아 모험을 떠납니다' 그리고 8번문단 '우리는 진실에 기대지 않으면 설 수 없습니다'에서 말하는 진실은 우리의 삶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조금 덜 엄밀한 의미의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6번에서 "어떤 참인 문장도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논리를 전개할 수 없다"는 말은 완전히 틀렸다고 봅니다. 수학에서는 이미 몇가지 공리와 무정의용어를 정해놓고 거기서부터 논리를 전개해나갑니다. 다른 공리계를 쓰면 거기서 또다른 논리가 발달해나갈 수 있고요. 공리계를 하나 만들어놓으면 그 안에서 공리계 자체의 무모순성을 증명할수 없다는 등의 문제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미 뻗어놓은 논리들까지 허상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수정) 유튜브 영상중에는 https://youtu.be/ysXeWhu7aO8 이게 나름 공리에 대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것 같네요 엄밀하게 하면 참고문헌을 드리는게 맞겠지만 정보를 간단히 전달하기에는 아무래도 유튜브가 좋긴 하네요
22/12/20 16:18
공집합에서 유를 창조가능한 연산자가 하나 있죠. 멱집합입니다. 사실 어떻게보면 무에서 유는 창조가능할 수 있을 서 있습니다만,
제 생각은 엄밀하지 않은 진실은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하긴 합니다.
22/12/20 16:59
공리가 증명할수 없는것이기 때문에 거기서 쌓아나간 논리들의 가치도 한계가 있다고 보시는 건가요? 그것을 진실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찾으신다는 진짜 진실이라는건 존재하지 않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날님께서는 진실에 도달하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에 애틋함을 느끼고 계시는것이라고 이해했는데, 그러나 인간 대부분은 그런 엄밀한 진실을 쫓지 않고 내 삶에 적용할수 있는 덜 엄밀한 진실을 쫓고있으며, 엄밀한 진실을 쫓는 사람은 엄밀한 진실이라는 개념을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한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또한, 8번 문단에서 진실의 부재와 모순은 전혀 다른 단어입니다. 7번 문단에 언급하신 괴델의 불안정성 정리, 증명불가능한 명제라는건 그것이 모순임을 증명하지 못하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22/12/21 08:37
하지만 공리가 없으면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죠. 심지어 ‘공리는 진리가 아니다’라는 말 조차 공리가 없으면 성립되지 않습니다. 애초에 과학이나 철학은 ‘공리’를 인정하는 문화권에서 등장했기 때문에 당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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