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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본인의 첫 소설 저자 사인회에 친구 2명만 나타나서 낙담했다는 작가 이야기를 자게에 쓴 일이 있습니다. 이 작가가 사인회 이후 본인의 심정을 트위터에 올리자 스티븐 킹, 마거릿 애트우드 같은 유명 작가들이 본인들의 부끄러웠던 예전의 저자 사인회 일화를 공유하며 이 신인 작가를 응원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전한 매체의 기사들 어디에도 정작 이 사람이 썼다는 책
[Of Crowns and Legends]에 대한 서평은 없어서 "그래서 책은 읽을만 한거야?"라는 생각이 뜬금없이 들었습니다. 혹시 작품은 따로 언급하기에 민망한(?) 수준이어서 아예 언급을 안 하는 건가 싶기도 했고요. 작품에 대한 내용이라고는 이 소설이 판타지 장르라는 것만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친김에 전자책으로 구매해서 주말 동안 읽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책이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놀랐습니다. 배경은 중세의 영국이고 전설 속의 아더왕이 쌍동이 남매를 두었다는 가정하에 그 남매들의 모험담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판타지 소설에 흔히 나오는 설정들 (마법사 멀린, 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과 인간과의 갈등 같은...)도 다 나오고 나름의 반전도 있고 기본은 하는 책이었습니다. 물론 뭐 "반지의 제왕"이나 "왕좌의 게임"같은 수준의 고품격 판타지 소설은 아니고 시간 때우는 용도로 가볍게 읽기에는 크게 나무랄 데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작가가 이 책을 집필하는데 15년 정도의 시간을 들였다고 하던데 그 정도의 공력은 느낄 만 했습니다.
다만 작가만의 개성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굳이 비유를 하자면 요식업에 처음 뛰어든 사람이 큰 욕심 부리지 않고 백종원이 가르쳐준대로 충실하게 레시피를 잘 따라해서 손님들에게 내놓을 수 있을 정도의 요리는 만들었지만 대를 이어 내려오는 이름난 맛집의 내공 충만한 주인장의 손맛에서 나오는 정도의 요리는 아니라고 할까요? 미국은 장르별로 대중문학을 하는 작가들이 워낙 많아서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래도 첫 작품이 본의 아니게 화제가 되었고 남들보다 조금은 앞선 출발을 하게 된 만큼 차기작에서는 좀 더 발전되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