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저주토끼>를 고른 이유는 별 이유 없었습니다.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 라는 띠지를 본 것도 맞고 하지만 그냥 소설 베스트 셀러 중 하나라고 고른 이유가 아마 더 클거 같아요. 그리고 저는 생각외로, 이 소설집을 꽤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예전에 스티븐 킹의 <자정 4분 뒤>라는 호러 단편집을 보고 꽤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희한한건, 저는 호러 장르를 싫어하는 쪽이라고 봐도 되는 사람이라는 점이죠. 그 이후로, 기담 내지 괴담에 가까운 이야기들을 찾아보면서(고마워요, 나무위키!) 이런 저런 호러에 대해 알아보긴 했습니다.
<저주토끼>의 단편들은 책 말미의 작가님의 말처럼 꽤 '사회적'(정확하게는 쓸쓸한 이야기라고 표현을 하십니다.) 호러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사람이 어떻게 관계를 맺느냐, 그리고 사람 간의, 혹은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이질적이고 혹은 환상적인 존재들이 어떻게 파국을 맞느냐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이야기의 몇 편은 SF 같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책은 환상 소설이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정작 뒷편의 연작 홍보글에는 SF로 표현되어 있지만요. 또 독특한 점은 작가님이 여성이라 그런지, 대다수의 화자가 여자로 표현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일 수 있겠네요. 개인적으로는 그러면서 메시지에 이야기가 잡아먹히지 않았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호러의 수많은 장르 중 어쩌면 '사람이 제일 무섭다' 류의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을텐데, 만약 그런 방향의 호러나 환상 특급, 일본의 기묘한 이야기 류의 괴담, 기담을 원하신다면 한 번 접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듭니다.
p.s. 개인적 베스트는 <바람과 모래의 지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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