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08/31 14:41:54
Name 뮤지컬사랑해
Subject [일반] 넷플릭스 DP를 보고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
저희 부대는 공군부대 였습니다...

공군이기 때문에 사실 대부분 육군에 비하면 꿀이라고 생각하는 이미지가 많을거라 합니다.
공군이기 때문에 면접도 보고 성적도 보고 들어온 사람들이라 매너도 있었고 그럭저럭 참을만 했습니다.
물론 군대이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평소 심성이 강하지 않은 저도 참고 버틸정도는 됐다고 봅니다.
다들 비슷한 또래들이었기에 혼날때는 혼나도, 평소 일과에서는 꽤나 다들 형동생 처럼 지냈다고 봅니다.

그리고 상병이 끝나가고 병장이 되기 얼마 직전 타부서에 후임이 한명 들어옵니다.
공군부대는 부서개념이고, 같은 부대이기는 하지만 부서에 따라서 근무지, 생활지가 달라서 거의 마주칠일이 없는 동생이었습니다.
거기다 계급차도 많이나니 식당에서 얼굴을 몇번 본게 전부라고 기억합니다.
단지 저와 이름의 성과 돌림자가 같은 집안에서 쓰는 돌림자라 신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요....


주말 오전이었던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그날 당직사관이 갑자기 당직사병을 통해 부대 전체인원의 외출 및 면회를 통제하였고
무슨일인가 싶었습니다. 혹시 또 전쟁이나는건 아닌지, 미사일 도발같은건 아닌지 걱정하고 있었던 찰나에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예상하고 있을 그 일이 일어났습니다..

저는 우리부대가 어떤 물리적인 폭력이나 고문에 가까운 괴롭힘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군대이기 때문에 위에서 군기를 잡으라고 시키면 저 역시도 밑에 후임들에게 약간의 욕설이 섞인 군기잡기를 했지만
그 순간 뿐이었고, 그 이외의 일과에서는 서로 터치하는것이 없었다고 기억합니다.
거기다 공군 특성상 근무지 생활지가 서로 다르면 약간 아저씨까지는 아니지만 같은 부서 같은 생활지 만큼은 터치하지 않는게 국룰이었습니다

하지만 군대는 군대였고, 저는 병장을 달기 직전이었고 타부서였기 때문에 정확한 내막은 알지 못합니다
일병 계급에 있던 아이들이 밤늦게까지 욕설이나 집합을 했다고 들었는데, 평소에 얼핏 봤던 그 아이들은
그렇게 악날한 아이들은 아니었다고 생각했는데 물론 그건 제 생각이고, 피해자에게는 다른 의미였겠지만요...

그 이후로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이 고통을 감내할수 있는 정도가 다르다는것을
누군가는 100의 고통을, 누군가는 50을, 또 누군가는 10의 고통에도 힘들어 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겠구나 생각합니다.
내가 느끼기에는 우리부대가 꽤 괜찮은 부대라 생각했지만, 다른 누군가는 매우 힘들었을 수도 있겠구나

그때 장례싱작 및 화장 운구까지 마지막까지 지켜보며 참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 부모님과 일가 친척분이 느끼실 고통에 고통에는 비할바가 없겠지만요 아직도 정말 죄송합니다
그때 이후로 많은 시간이 흘렀고 어느덧 아이를 키우는 아빠가 되어서 아이가 나중에 군대에 가겠지 생각도 듭니다.
예전보다는 핸드폰도 보급되고 정말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군대는 군대이고 다시는 그런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주말에 DP를 보면서 아마 군대갔다온 많은 분들이 꽤 지난기억에 힘들었다는 후기들이 보이더라구요.
저도 마지막 여동생과의 대화 장면에서 많은 눈물이 났습니다. 시간이 지났어도 그친구와 부모님께 죄송합니다

부디 군대를 가는 많은 20대 청년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치키타
21/08/31 14:50
수정 아이콘
비단 사람이 사람을 괴롭히는 건 언제나 어디든 있는 것 같습니다.
학생 때도 학생이 학생을, 선생이 학생을, 괴롭힘과 구타가 있었고, 운동부 같이 기강이 빡센 곳, 태움이 있는 병원, 가장 행복해야할 집에서의 폭력.
자유를 억압 당하는 환경에서 폐쇄적인 조직인 군대에서의 절망감은 더 크겠지만, 남녀노소 구분없이 사람은 언제나 사람을 힘들게 했습니다.
인간이 언제나 인간답게 살 수 있게 서로 사랑할 날이 올까요.
21/08/31 14:50
수정 아이콘
저도 여자친구가 재미있다고 보는데
옆에서 사운드 만으로도 너무 꺼림칙한 기분이 많이 들더라구요..
Regentag
21/08/31 14:54
수정 아이콘
[일병 계급에 있던 아이들이 밤늦게까지 욕설이나 집합을 ]
이부분이 문제군요. 저도 공군에서 꽤 길게(9년 가량) 부사관으로 근무했었는데, 정작 간부들끼리도 저런건 없었거든요. 부대마다 사정이 많이 다르긴 하겠지만요.
Betelgeuse
21/08/31 14:56
수정 아이콘
주말에 몰아서 다 봤는데 엄청 재밌게 보고 뒷맛이 너무 씁쓸해서 잠이 안오더라구요..
20대 그 꽃다운 나이에 나라를 지킨다고 끌려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을 사람들이 생각보다도 많았을 거라는 생각에 주변 친구들이나 동생도 무사히 사고없이 전역한게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슬레이어스박사
21/08/31 14:59
수정 아이콘
사람마다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정도가 다르다고 볼수도 있고
똑같은 행위라도 사람마다 다른 고통을 줄 수도 있겠네요
21/08/31 15:01
수정 아이콘
15년 전쯤 저 군생활 할때 저희 부대에도 이상한 이등병이 하나 전입왔었습니다. 작은 키에 평범해 보이는 아이였는데 한의대를 자퇴하고 전문대를 갔다느니, 지역 조폭이랑 친하다느니 이상한 소문이 많았었죠. 뭐 저야 전역을 얼마 남기지 않아 이상한 녀석이 왔나보다 하고 말았지만, 다른 중대원들은 그 친구 볼때마다 다들 한마디씩 했나봅니다. 얼마 뒤, 그 친구가 화장실에서 손목을 그어서 (다행히 깊지 않아 금방 군병원에서 처치됐습니다.) 조사가 나오니, 그 친구가 그런 이상한 말은 한 적이 없고, 그 위 고참이 전부 만들어 낸 말이더군요. 군대의 폐쇄성과 계급이 사람 하나 병X 만드는게 얼마나 쉬운지 봤습니다.
21/08/31 15:06
수정 아이콘
(수정됨) 내가 쏟아낸 폭력은 사라지지 않고 누군가에게서 누군가에게로 계속 전달되며 사라지지 않아요.
내가 만들어낸 폭력의 씨앗이 흐르고 떠다니다 결국 어느 누군가에게는 삶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커다란 상처가 될 수도, 나에게 돌아올 수도 있고요. 폭력의 에너지는 줄지 않아요.
보고나서 며칠 괴로운 생각이 듭니다.
취준공룡죠르디
21/08/31 15:19
수정 아이콘
보려고 했는데 씁쓸하다는 평이 많아서 1화 클릭을 못하겠네요
일단 안 본 뇌로 보관하고 있겠읍니다...
iphone5S
21/08/31 15:25
수정 아이콘
PTSD 제대로 오긴해요.. 딱 00년대말 10년대 초반쯤이라.
21/08/31 15:25
수정 아이콘
언제부턴가 만화나 드라마가 너무 현실적이면 그건 그거대로 못보겠더군요. 그런 이유로 '송곳'도 못봤었죠.
개미먹이
21/08/31 15:24
수정 아이콘
내 아들, 그 또래 아이들을 다시 이런 지옥에 보내야 하나. 이것이 대한민국의 적나라한 현실인가.
가족들과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드라마였습니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퀄리티로 잘 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네오크로우
21/08/31 15:25
수정 아이콘
1편, 뭔가 예전 기억 쿡쿡 찌름, 2, 3, 4는 그나마 웃으면서 가볍게 볼만함, 5, 6편은 이 얘기를 하려고 했구나~ 하는 먹먹함이 오더군요.

2000년 이전 군번이라 그때야 뭐 부조리, 가혹행위 당연(?)한 시절이었지만 그냥 얼차려 받고 줘 패고 말았지,

뭐랄까 언론이나 드라마에서 나온 것 같은 성적 수치심 유발한다거나, 인간 자체를 모독하고 가족 비하 같은 그런 악마종자들은 안 겪어 봤습니다.

운이 좋았던 거겠죠. 저 말년 때는 오히려 기강 안 잡는다고 거의 열외 즈음에 동기들하고 후임들 보는 앞에서 간부들한테 빠따도 맞아본.. 크크크
더치커피
21/09/02 11:20
수정 아이콘
오타쿠 일병에 대한 밑밥을 깔아두다가 5, 6화에 팡 터뜨리는 게 참 인상깊고 씁쓸했죠;
토레타
21/08/31 15:43
수정 아이콘
저희 부대는 원산폭격 시키고 거기에 선임이 오줌싸고 그랬었죠. 다시 생각해도 토나오는 기억입니다
일반상대성이론
21/08/31 15:48
수정 아이콘
맞고 자야 맘이 편했다는 아버지 말씀이 떠오르는군요...
21/08/31 16:06
수정 아이콘
저도 보려고 켰지만 초반 입대할때 조교가 욕하는 장면에서 그냥 껐습니다.
떠올리고싶지 않은 기억이 너무 생생히 기억나면서.. 더보면 기분이 더러워질 것 같더라구요.
possible
21/08/31 16:36
수정 아이콘
공군 98군번 530기입니다. 진주 훈련소에서 특기 훈련받고 자대배치 받는 바로 전날
저녁 먹고나서 갑자기 교관들이 전 훈련병을 운동장으로 나오게 해서 2시간동안 얼차려를 주더군요.
이유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고... 그냥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건지..
그리고 그날 새벽 한명이 자살을 했더군요...다음날 자대배치 받아야 하는데 다들 주말 내내 대기하고 있고,
기무사에서 조사하고...막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한사영우
21/08/31 17:25
수정 아이콘
99군번 의경 기동대 나왔습니다.
저희 동기 들이 숫자도 좀 많고 (기수도 잘 풀리고)좀 별난 친구들이 많이 모였는지
중간때부터 서로 커버 치고 한번 더 챙겨서 소대내 가혹행위나 구타를 근절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후임들에게도 신신당부를 해놨죠. 말년휴가 다녀왔더니 다시 모든게 돌아가 있더군요.
사람 문제보다 시스템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긋남이없으리라
21/08/31 18:25
수정 아이콘
중대장이 전역하는 분이라 참 편하고 재밌게 군생활했는데 6개월 후에 찾아가보니 새로 온 중대장이 승진에 목 매단 사람이라 애들 잡는 거 보고 참 안타깝더군요.
카푸스틴
21/08/31 21:44
수정 아이콘
02년도에 화장실에 쭈그려 앉아서 선임에게 싸다귀 10분동안 맞아봐서 군대 기억하면 현타오긴 하더라구요.
21/08/31 23:09
수정 아이콘
약한사람이
악한사람이
남을 더 괴롭히죠.
성악설이 괜히 생긴게 아닙니다.
21/09/01 00:11
수정 아이콘
가혹행위도 문제다만 반복되도 변하지않는 무기력이죠. 옆부대에서 구타 및 가혹행위가 발생해도 자기일들이 아닌 것처럼, 그리고 간부들은 지휘체계 때문에 자기 몸사리고.
아웅이
21/09/01 09:29
수정 아이콘
국내에선 주 소비층이 여성일까요?
작은마음
21/09/01 11:29
수정 아이콘
00 ~ 02년도에 나름 군기 빡센 140명 중대에서 근무했습니다.
저희는 그래도 군대 내 부조리 가혹 행위가 나름 심하다 줄어드는 추세였는데
군대 내 부조리를 없앨려면 최소 한 기수에서 3기수가 한마음으로 뭉쳐서 없애는데
또라이 한 명이면 부조리 다시 부활 하는 건 금방이라 ㅠ
늅늅이
21/09/01 13:36
수정 아이콘
요즘 핫하다길래 궁금했는데 군대 이야기인가보네요 .
예전 예비역 선배중에 대화만 하면 군대 이야기로 빠지는 분이 있었는데 그때 당시에는 군대 되게 잘 맞았나보다 그렇게만 생각했거든요.? 근데 나중에 방송에서 의사인가 심리학자 분인가 하는 말이 그건 외상후스트레스 ? 그런것과 비슷하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는 많은 스트레스가 있었지만 자꾸 좋았고 재밌는 기억들을 반복적으로 말해서 치유하는 그런걸 수도 있다고요 ..
그 다음부터는 군인분들 보면 너무 안타깝고 그랬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3203 [일반] ??? : 이제 종강할 때 됐지 아 크크 [26] 피잘모모12987 21/09/01 12987 10
93202 [일반]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 생각보다 신선한데? (약스포) [99] aDayInTheLife15996 21/09/01 15996 8
93201 [정치] '조'와'국', 오늘도 싸움은 계속된다 [76] 나주꿀19648 21/09/01 19648 0
93200 [정치] 국힘 선관위, ‘역선택 룰’ 도입 및 토론 축소 움직임 [93] 아츠푸19218 21/08/31 19218 0
93199 [일반] 만화가 열전(5) 청춘과 사랑의 노래, 들리나요? 응답하라 아다치 미츠루 상편 [42] 라쇼24766 21/08/31 24766 6
93198 [정치] 허경영과 손잡은 국힘 안상수 "이재명보다 훨씬 현실적" [41] 계피말고시나몬15610 21/08/31 15610 0
93197 [일반] 내일부터 한국 무비자 입국이 열립니다 [20] 여기17138 21/08/31 17138 0
93196 [일반] 웹소설을 추천합니다. [38] wlsak14570 21/08/31 14570 3
93195 [일반] 번역] 할리우드의 일본애니 실사판은 왜 그토록 구린가 [71] 나주꿀18441 21/08/31 18441 6
93194 [일반] 넷플릭스 DP를 보고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 [25] 뮤지컬사랑해14452 21/08/31 14452 14
93193 [일반] 모카포트를 아십니까 [66] 마카롱14158 21/08/31 14158 8
93192 [정치] 대부업 프리미어 리그 출범... [196] 카미트리아29847 21/08/31 29847 0
93191 [일반] 오픈마켓서 휴대폰 싸게 못 산다… 시장점검 칼빼든 방통위 [50] 취준공룡죠르디20643 21/08/31 20643 5
93190 [일반] 성인들의 진정한 스릴러 - 완벽한 타인 [37] 술라 펠릭스13817 21/08/31 13817 11
93189 [일반] [토막글]미국 CLASS A/B 주식을 통해보는 WWE 소유 상황 [8] kien.11808 21/08/30 11808 0
93188 [일반] 청소하던 장화 신고 족발 손질… 점주 “中 직원이 협박하려 연출” [75] 쁘띠도원17876 21/08/30 17876 6
93187 [일반] 민지야 부탁해~ [32] 김낙원14339 21/08/30 14339 2
93186 [일반] 사냥 성공률 95퍼센트, 창공의 포식자가 곧 하늘을 덮으리니 [64] 나주꿀16550 21/08/30 16550 64
93185 [일반] 중국 파워 셧다운제 시행(미성년자 주3시간 게임제) [96] 맥스훼인16299 21/08/30 16299 2
93184 [일반] 공식 설정 (Canon)의 역사 [100] Farce15794 21/08/30 15794 27
93182 [일반] 오늘나온 코로나관련 소식 (12세이상 접종, 부스터 샷, 접종률) [38] 워체스트17288 21/08/30 17288 5
93181 [일반] 해외직구대행 반년차 [66] 모르는개 산책15416 21/08/30 15416 24
93180 [일반] 어메이징 로젠택배+경동택배 경험담 [21] 메디락스15313 21/08/30 15313 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