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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17 13:38
거대한 악에 대한 인간의 무기력함이라는 세계관은
추격자 - 황해 - 곡성 - 랑종에 이르기까지 매우 일관성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영화의 아쉬운 부분은 '카메라' 에서 가장 많이 지적되고 있는 듯 합니다. 영화에서 전제되고 있는 '페이크 다큐' 라는 방식을 감안했을 때, 카메라가 사건을 바라보는 방식이 너무나 비윤리적이고 폭력적입니다. 단적인 예로, 저도 한 리뷰에서 읽은 것인데 사라진 퐁을 풀숲에서 찾았을 때 숨어있던 밍이 마닛을 칼로 찌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때 카메라는 칼에 찔린 마닛을 클로즈업하여 부상을 자세하게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것이 다큐의 형식을 표방한다면 당장 카메라맨은 카메라를 집어던지고 카메라는 부상자에게 달려가는 카메라맨의 모습을 비추었어야 마땅합니다. 이밖에도 이동진 평론가가 지적한 화장실 씬 등도 마찬가지 맥락입니다.
21/07/17 13:40
네. 화장실에서 생리혈을 흘리고 있는 밍을 찍는 부분 또한 관음적이고 비도덕적이고
자극적이죠. 없어도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부분들은 아쉽긴 합니다.
21/07/17 13:42
저도 동일한 지적을 하고싶어요. 페이크 다큐라는 형식이 초반에 몰입도를 가져오는것이나, 후반에 카메라맨들이 공격받는 씬등에서는 분명하게 기능하긴 하는데, 영화 전체에서는 몰입을 해치는 장면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말씀해 주신 것 외에 문의 봉인을 푸는 장면에서도, 아기가 요람에 있는걸 보고도 전혀 도울 생각을 하지 않고, 출연자들 (특히 밍) 이 카메라맨에게 비교적 협조적으로 구는것도 비현실적이라고 느꼈어요.
21/07/17 13:53
저는 페이크 다큐 형식이 굉장히 모순적이라고 느낀 게 사건이 다 끝나고 님의 인터뷰가 나온 거였어요.
보통 이런 형식의 영화는 처음이나 마지막에 '이들은 실종되었고, 이 영상은 그들이 남긴 필름을 편집한 것이다'이런 문구가 나오는데 랑종은 그런 게 없었어요. 학살극이 펼쳐지고 제작진 다 죽었는데 누가 편집한 걸까요. 원 제작진이 배제했던 사건 전날 인터뷰까지 마지막에 에필로그 형식으로 붙이는 편집까지 했던데. 덧)화장실 씬은 나중에 아싼타야 가문과는 상관없는 제작진들이 죽어나가는 장면에 일종의 도덕적 권위를 부여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청률이나 흥행에 미쳐서 출연진의 동의없이도 자극적인 장면을 카메라에 잡으려던 제작진이 이렇게 벌을 받는 것이다, 라구요. 그리고 제 헛발질이긴 하지만 감독이 맥거핀 성으로 성적인 장면을 많이 넣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중반까지는 밍에게 들어간 악령이 성과 관련된 원한이 있거나,낙태당한 아이의 원혼(밍과 오빠 사이에서 생긴 아이, 원나잇하다가 생긴 아이 등)일 거라 예상했어요.뭐...그냥 악령 종합선물세트였지만요.
21/07/17 13:55
물론 이동진도 랑종에 대해 크게 호평을 한건 아닙니다. 나홍진 유니버스 작품이니 이런 함의가 있다 정도? 별점을 주지는 않았지만 별 3개 언오버 정도일듯.
21/07/17 14:04
저도 해당 리뷰 보고 왔는데, 개봉 전의 극찬에 대한 수습의 의도가 느껴져서 실망을 많이 했습니다.
랑종은 그냥 못 만든 영화예요. 빌드업 부분의 분위기 조성과 때깔이 좋았을 뿐, 과격한 설정이나 폭력적인 미장센을 꽝 꽝 때려박고 관객들아~~ 무섭징~~?? 비명지르렴~~!! 하는 영화입니다. 소위 클라이맥스라고 불리는 후반부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전반부만도 못합니다. 바얀신이 어디 들어갔고 님에게 빙의된게 바얀신이고... 를 따지기 전에 그냥 만듦새가 조악한 영화가 맞습니다. 글쓴 분께서 '우와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구나...'하면서 감탄하실 필요가 없어요. 현혹당하시는 겁니다.
21/07/17 14:14
저는 해설 보기전에는 '망작' 스탠스였다가 해설 본 이후에는 '평작' 정도로 생각합니다.
영화 만듬새가 조금 조잡하고 클리셰 범벅인게 아쉽긴 합니다.
21/07/17 14:19
곡성은 예전에 퇴근하고 피곤해도 보러 갈 정도로 나홍진 영화를 좋아하했는데...
오늘 보러 가려고 했는데 피곤해서 안 갔습니다 크크크크크
21/07/17 14:21
공포영화 나름 많이 봤는데 인터넷에 떠도는 똥작은 절대아니고 나름 볼만합니다. 놀래키지도, 무섭지도, 잔인한것도 못하는 삼류공포영화에 비하면 평작이상은 된다고 봅니다.
물론 아쉬운것은 분명 있습니다만.. 공포영화의 본질은 충족시켜준다고 봅니다.
21/07/17 14:39
역으로 말하면 대략적인 줄거리와 시놉시스에만 어느정도의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는 얘기죠 연출이 너무 별로에요 뻔함과 불쾌함 범벅이라
오히려 자극적인 요소가 아예 없었다면 나홍진이 일관되게 말하고 있는 모호함 의심쪽으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질수도 있었겠죠
21/07/17 14:41
나홍진 감독 영화는 꿈도 희망도 없습니다.
일관적으로 절망적인 운명앞에서 인간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이 불쾌함으로 느껴질 수 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개인적으로 곡성 이후로, 나홍진 감독 영화는 안 보기로 마음먹었죠
21/07/17 15:16
인터넷에서 생수씬, 생리 + 그걸 찍는 카메라멘 보고 여혐이다 뭐다 논쟁이 엄청 많았는데 이동진 평론가가 알기쉽게 풀어주네요. 특히 카메라맨씬은 마지막에 제가 찍어드릴까요? 이거랑 대칭되는 씬이었군요
21/07/17 15:28
공포 영화 싫어해서 관심이 1도 없는데 올려주신 영상은 처음부터 흥미롭게 봤습니다. 느낀 점은, 이동진은 진심으로 영화 보는게 재밌겠다 네요. 저런걸 다 알고 저런 생각을 하니 재밌을 수 밖에...
21/07/17 15:42
초중반의 뭔가 불온하고 음습한 느낌으로 쭉 갔다면 더 나았을텐데 가만 생각해보니 야 이거 너무 심심한거 같다야 공포맛을 넣어야지 하다가 너무 많이 때려부어서 무너진 영화라 봅니다.
21/07/17 16:26
기대 많이 하고 가서 봤다가,예상 외의 심심함(?)에 당황했었습니다.
이틀이 지난 후 지금 와서 평해보자면, '이 정도면 볼만하지 뭐.' 입니다. 흐흐...
21/07/17 17:17
이 글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긴 한데...
나홍진 감독은 분명 꽤 유복한 생활을 누리고 있을 거라는 말이죠. 그러면서 악으로만 가득찬 세상을 그려내는 것은, 공포영화 감상의 한 본질인 자신은 안전한 곳에서 참극을 바라본다는, 코드에 충실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21/07/17 20:09
공포영화라는 장르가 원래 기본적으로 질이 높은 것보다 낮은 것이 많다고 생각해서인지 저는 이정도면 수작이라고 봅니다.
21/07/18 02:29
곡성 보고나서, 이 영화의 테마가 '침묵하는 선과 강력한 악 사이에서 휘둘리는 나약한 인간' 이라면 내가 이 영화를 보고 깊게 생각할 이유가 대체 뭔가? 하는 감상이었는데 랑종도 똑같은 주제의식을 가지고있다면 딱히 볼 이유가 없겠네요.
기독교적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이야 본인들의 신이 실제로 세상의 악에 대해 방관하고 침묵하고 있으니 왜 선한 신이 악을 벌하지 않는가? 하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 저 주제로 치열하게 고민을 할 수밖에 없겠지만 기독교 신자가 아닌 이상 굳이 저런 고민을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방관하거나 침묵하는 선은 단순히 선이 아닌 거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저런 고민 자체가 끝까지 한 발짝 물러선 채 방관만 하는 신을 '선'으로 포장하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으로 보이더라구요. 당장 곡성에서도 토지신이 적극적으로 개입만 했어도 그런 비극은 안 일어났을텐데, 신이라는 존재가 애매한 태도 취해놓고 나중에 나약한 인간이 현혹된 탓이라고 하는 게 얼마나 어이가 없었는지. 곡성의 한줄 평 중에 "지가 먼저 현혹해놓고서 현혹되지 말라니" 라는 평이 있었는데 매우 공감이 갔습니다.
21/07/18 16:02
아는 만큼 보인다는 명제는 진리입니다. 그렇지만 알아야만 보이는 영화는 분명히 망작이죠.
반지의 제왕도 스타워즈 클래식도, 최근의 마블도 알 필요 없이 재밌었습니다. 최소한 곡성에 비해 졸작인 것은 분명하더라구요. 공포영화 매니아로 정말 하품나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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