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메탈씬은 7-80년대같은 초창기부터 유러피언 파워메탈 밴드들과의 활발한 교류와 더불어 자국내에서도 유사한 장르의 뮤지션들간의 친목,멤버교환,스플릿&컴필레이션 앨범 참가 등등으로 자체적으로 성장해왔습니다. 그 결과 북미, 유럽의 메탈씬과 별개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할만큼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확립하는데 성공하였고, 쓰레쉬, 데스, 블랙 같은 익스트림 메탈 장르에 있어선 그 음악성을 널리 인정받으며 메탈의 본고장인 유럽, 북미 등의 메탈헤드들 사이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구가합니다. 이 점은 옆나라 입장에서 상당히 부러운 부분이죠.
어찌보면 유행에 민감하지 않고 본인들의 개성을 추구한다는 오타쿠적인 특성이 잘 발현된 덕분인지, 오랜시간 동안 밴드활동을 이어오는 밴드들도 더러 존재합니다. 실제로 일본 블랙메탈의 전설적인 밴드로 칭송되는 사바트(Sabbat,サバト 현지 발음으로는 사바토인데 정작 북미에선 새벗이라고 하고....그냥 국룰대로 콩글리쉬로 읽는걸로) 같은 경우엔 80년대 초에 데뷔해서 근 40여년 가까이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면서도 밴드 스타일에 급격한 변화 없이 본인들의 고유한 음악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소위 지른다 혹은 긁는다로 표현되는 스크리밍, 샤우트닝, 거기에 데스메탈 밴드 보컬들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 있는 으르렁거리다의 초저음 창법인 그로울링을 통틀어 저는 클린보컬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하쉬보컬로 칭하는데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일본 현지에서 이걸 몇몇 밴드들과 리스너들이 [데스보이스]라고 지칭하곤 합니다. 정작 쌍팔년대부터 빡세게 익스트림 메탈 해왔던 아재들은 전혀 쓴 적 없는 단어인데, 저도 꼰머라서 그런지 단어자체가 원체 중2병 네이밍센스 끝판왕이라 개인적으로는 진짜진짜진짜 싫어하는 표현인지라 앞으로도 그냥 안쓰는 방향으로 할테니 미리 양해를.....
-80-90년대 초-
깊은 흉곽의 진동으로 끌어내는 그로울링, 소위 카랑카랑한 톤으로 쏘는 것에 특장점이 있는 샤우트닝 내지는 스크리밍 계열 보컬 등을 전부 아우르는 케이스로 피지컬 자체가 좋아서 흉성으로 깊고 진한 울림을 끌어낼 수 있는 떡대와 고출력으로 1시간 이상 라이브 공연 내내 무탈하게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는 호흡법을 연마해서 꽤 괜찮은 그로울링을 선보이는 사례 등등. 동양인의 공명기관 구조와 일본어의 발음 구조상 락, 메탈 보컬이 체질적으로 안맞아서 익스트림 보컬 창법을 이정도로 선보이기 쉽지 않은데 이정도까지 하는거부터가 사실 거의 종(?)에서는 끝판왕급이라고 봐도 무방. 이시기는 쓰레쉬메탈이라는 장르의 영향력 자체가 지대해서 그로울링이나 샤우트닝 보컬을 차용하지 않는 밴드들도 기본적으로 쇳소리 가득한 거친 톤과 낮은 음역대를 이루는것이 일반적이기도 했고요.
익스트림 밴드 보컬들이 차용하는 그로울링, 샤우트닝, 스크리밍 전부 창법 테크닉의 빡셈에 있어서는 클린보컬들과 비교해도 전혀 모자람이 없죠. 해당 분류에 속하는 보컬들조차도 공명점을 잡는 부위와 스타일에 있어 각양각색이고요. 육성을 섞는 경우도 있고, 비강쪽 밑에서 복근에 힘으로 호흡을 더 굵게 내뱉는 경우도 있고. 말그대로 악기 대신 몸으로 쇳소리를 내는 양반들.
일본 본국보다 해외, 특히 데스/블랙메탈의 본고장인 유럽과 북미 등에서 훠~~~~~~얼~~~~~~씬 큰 인지도를 구가하고 있는 사바트입니다. 사악하고 불길하면서도 일견 장난스러움마저 느껴지는 저 특유의 보컬과 세션사운드는 그 어떤 밴드와도 유사하지 않은 유니크함 그 자체.
사바트와 더불어 일본 데쓰/블랙 메탈 역사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전설적인 밴드 아비게일입니다. 저 떡대에서 내뱉는 특유의 카랑카랑한 톤은 밴드의 사운드와 맞물려 특유의 공격성을 여감없이 과시합니다.
일본 메탈씬에서도 서양 코쟁이들이랑 맞짱까도 안밀리는 음악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이타마현 출신 쉘쇼크. 전반적으로 굉장히 스피디하고 부르털한 사운드가 돋보입니다.
데스/쓰레쉬/블랙 메탈등의 장르를 표방하다가 하드코어쪽으로 전향하며 30년간 음악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보이드(Voidd) 입니다. 스크리밍이나 샤우트닝보다는 다소 그로울링에 가까운 보컬을 선보이는 것이 인상적.
일본 자국 내에서 쓰레쉬메탈과 하드코어 두 장르에서 모두 크게 인정받고 있는 도쿄에서 결성된 로제로제입니다. 펑크를 연상시키는 특유의 난잡함은 그라인드코어 장르로의 분류를 시도해도 크게 무리가 없는 수준.
시즈오카에서 결성되어 짧은 활동기간 동안이지만 일본 스래쉬의 선구자격으로 꼽히는 그라운드제로. 쓰레쉬 장르 특유의 공격성과 날카로움이 잘 드러나는 보컬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나름대로 긴 활동기간 동안 다수의 데모와 스플릿 발매를 거쳐 딱 한장의 정규앨범을 발매했지만 특유의 테크닉과 저돌성있는 사운드로 매니아들 사이에서 극찬을 받았던 도쿄의 엘드리치. 쓰레쉬의 정석과도 같은 구성과 강렬한 쇳소리 보이스는 필청요소.
- 90-00년대 -
1) 비쥬얼계 밴드쪽에서 차용하는 케이스
80년대부터 X의 영향을 받은 비주얼 계열 밴드들에서 자주 살펴볼 수 있는 유형으로, 당시 파워메탈,스피드메탈 등을 시도했던 X와 비슷한 컨셉을 가지고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음악성을 추구했던 밴드들중에 찾아볼 수 있는 케이스입니다. 체구는 조금 왜소하지만 기술적인 창법 자체는 어느정도 연마를 해서 나름 정돈된 스크리밍 사운드를 선보이는 유형.
(물론 어디까지나 X 활동시절까지의 이야기로 X재팬으로 이름이 바뀐 이후에는 음악성의 현격한 차이를 보이며 연관성을 찾긴 어렵습니다. 밴드내에서 메탈적인 작법을 고수하며 음악적 중심을 잡아주던 베이시스트 타이지가 탈퇴하던 타이밍도 이때랑 맞물리죠. 그 이후야 뭐 프론트맨인 요시키의 폭주를 밴드내에서 막을 멤버가 아무도 없었으니...)
X와 영향을 주고받으며 활동했던 밴드들 중에 가장 강력한 사운드를 선보였던 쿠로아게하. 육성으로 내뱉는 강렬한 보컬 사운드가 인상적인 밴드입니다.
역시 비주얼적인 컨셉부터 음악적인 요소에 이르기까지 X의 이미지가 꽤 남아있는 밴드인 아이온. 하지만 엑스보다도 강력하고 세련된 파워메탈 사운드를 선보입니다. 특히 강력한 속주와 리듬감넘치는 세션 연주가 빛나는 1집이 백미.
초기는 완전히 흔하디 흔한 비주얼밴드 중 하나였지만, 밴드의 계속되는 실험적인 변화로 이제는 자체적인 색채를 구축하는데 성공한 디르 앙 그레이입니다. 쿄우의 그로울링과 샤우트닝은 (비록 기계칠의 힘을 많이 빌렸지만) 해당 체구에서 뿜어낼 수 있는 수준에서는 가히 수준급.
디르와 비슷한 컨셉으로 많이 묶였던 (물론 지금은 완전히 노선이 갈린) 가젯트입니다. 익스트림 보컬을 한다고는 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피지컬적으로는 당연하고 라이브 퍼포먼스에서도 힘에 많이 부쳐보이긴합니다.
- 2000년대 ~현재 -
1) 클린/익스트림 파트분배형
사비나 코러스 같은 임팩트 부분에만 스크리밍과 샤우트닝을 배치하고 나머지는 클린보컬로 부르는 사례. 트윈보컬 체제에서 아예 파트분담하는 경우도 이쪽으로 분류. 어떻게보면 가장 일반적이고도 효과적인 곡 구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반적인 라이브 컨디션 유지에도 도움이 되고.
역시 기본적으로 피지컬이 받춰주다보니까 각잡고 그로울링했을때 끌어내는 폭팔력 하나 만큼은 거의 일본 국내를 통틀어서도 최고수준.
칸사이의 자존심 교토의 터줏대감 로튼그래프티입니다. 이전에도 몇번 언급했던것 같지만 GTO와 강철의 연금술사 오프닝을 불렀던 포르노그래프티와는 일절 관련 없습니다.
미국의 메탈코어에 영향을 받아 발전한 일본식 이모코어 트렌드에 가장 잘 부합하는 케이스입니다. 베이스를 담당하는 유우다이의 스크리밍이 시원시원하죠.
댄서블한 사운드에 맞게 묵직함과 가벼움을 오고가는 미나미의 스크리밍. 국내에서도 흔히 일본식 익스트림 보컬하면 바로 떠오르는 스타일이기도 합니다.
앞서 쭉 언급한 밴드들까지 포함해서 딱 이런게 근 10년간 일본 메이저 메탈씬을 주름잡고 있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하시면 될듯합니다 (메탈이라는 장르에 메이저라는 표현을 쓰는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뭐 기본적으로 저런 스타일의 밴드들이 많습니다.)
SiM이랑 콜드레인은 같은 레이블에서 활동하면서 헤이스미스라는 밴드까지 합쳐 아예 트리플 엑스(Triple AXE) 라고 연합 스테이블(!)을 구축하기도 한지라 걍 같이 묶어서 얘기해봅니다.
2) 걍 간지용으로 추임새로 어쩌다 넣는 유형
울림통 자체가 작아서 저렇게 억지로 성대를 쪼여서 짜낸다고 제대로된 그로울링 자체가 가능하지도 않고
보컬 스타일상 시도할 이유도 없는데 걍 목 스크래치로만 긁으면서 후까시로 질러보는 케이스.
당연하지만 그로울링이니 샤우트닝이니 분류하는 시도 의미 자체가 없습니다.
번외편) 충격과 공포
아는 우타이테가 몇없어서 우타이테 전반에 대해선 당연히 감히 뭐라 논할 수 있는게 없고, 다만 해당 우타이테에 대한 감상은
발성자체가 이미 미성이라 그에 특화된 공명법에 의존하며 그로 인해 여성같은 음색을 장점으로 삼고 있고 또 그게 가장 어울리는 스타일이라 생각하는데, 일단 본인에게 안맞는 옷임은 당연하고 듣는 리스너의 귀에도 가당치도 않은 스크리밍을 시도하는건지 아주아주 난감하기 짝이없음.
대충 '여성처럼 고운 음색과 짐승같은 그로울링까지 모두 커버하는 팔색조 개성있는 천의 보이스' 따위의 칭호획득이 목적이더라도 엄연히 본인에게 맞는 스타일이 존재할진데, 여성스러운 미성으로 충분히 유니크함에도 본인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게 아니고 저런 무리수를 남발하는건지 이해불가.
(그와중에 전 저기에 있는 '아카틴은 그로울링도 수준급이죠' 라는 댓글을 볼때마다 항상 소름이 돋습니다)
p.s. 오해할까봐 첨언하면 저 ONE OK ROCK 싫어하는 거 아닙니다.... 스파이에어는 내한공연만 3번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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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메탈헤드시군요.. 크크 저도 메탈헤드라 자부하는데 근 10년간 메탈뭐들었지하면.. 많은 정보가 부럽습니다 특히 일본쪽은 개인적인 거부감(반일감정이 아닌 그냥 실헝. 같은 느낌상의 거부감)때분에 많이 듣진 않았는데 잘듣고가네요 한땐 진짜 그로울링 연습해보면 콜록콜록 기침만 나오던 기억이 나네요
창법에 대해서는 딥하게는 잘 모르지만
근 몇년간 저의 1픽 락밴드는 coldrain이 있네요
보컬 마사토가 클린보컬 멜로디 뽑아내는것도 잘하고
그로울링 왔다갔다 하면서 라이브도 참 잘하던데
풀 라이브 공연보면 뒤에 가면 갈수록 힘이 빠지긴 하더라구요 크크..
coldrain 과 함께 뽑아주신 sim,crossfaith도 너무 좋아합니다
보컬이 일찍 세상을 떠나서 매우 아쉬운
paymoney to my pain도 참 좋아합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우타이테 활동했었고 지금은 오메데타이 아타마데 나니요리, 맥시멈 더 호르몬 2호점 보컬 맡고 있는 세키항은 저 여성적인 보컬 + 스크리밍과 그로울링서 어느정도 성과 거두고 있는듯 해보이더군요.
https://youtu.be/MTup3LFBD7U?t=5038
내심 Crystal Lake도 있지 않을까 했는데 없어서 섭섭...크크 농담이었구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최근 발매된 'Curse'라는 곡도 들어보세요.
밴드 특유의 시그니처 사운드도 좋고, 보컬 료의 노래 실력도 수준급입니다. + https://youtu.be/FDfULT61d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