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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10/11 17:30:53
Name 라울리스타
Subject [일반] 정말 한심하게 찌질한 인간의 연애담
1) 재수해서 21살에 1학년에 재학중인 평범한 공대생입니다. 안습적인 170초반의 호빗키에, 저는 자신있지만, 남들에겐 잘생겼다는 소리는 못들어본 얼굴을 가졌습니다. 성격은 제 스스로는 다정다감하고 낙천적이라고 정의하지만, 주변에선 '시건방, 뻔뻔, 직설적, 무개념' 등으로 정의하더군요. 암튼, 올해도 가을이 되니, 어김없이 옆구리는 시려져 오고, 기분은 항상 의기소침해지네요.

특히, 가을마다 찾아오는 연애기회를 이번에도 실패로 돌렸다는 것이 저를 더 우울하게 해줍니다.



2) 뭐, 그렇다고 평소에 연애 기회나 인기가 아주 없는 편은 아닙니다. 사실 진지한 고백은 3번, 떠본건지 진심인지 갸우뚱한 고백은 2번 정도 받아봤으니까요. 물론, 사람이 참 간사한게 여자쪽에서 저렇게 적극적으로 오면, 별로 없던 감정마저 식게 되더군요.

작업스킬, 밀고 당기기는 거의 못합니다. 평소에 거짓말을 잘 못하는 편이라 여자들 비위를 참 못 맞추어 주겠더군요. 특히, 여성들 특유의 '위로 받고 싶어서'하는 말들을 들으면, 거의 대놓고 딴청을 피우는 편이니까요(물론, 욕 무지하게 먹구요).

따라서, 여성을 봤을 때 저는 항상 'Give and Take'나 '제 3자'로 대합니다. 작업스킬이 워낙에 부족해서, 처음에 거리를 두다가 가까워지면 더 가까워지고, 아님 멀어지고 마는 것이 편하더군요. 문제는, 이런식으로 가까워진 여성들 조차 잡지 못하는 저의 찌질함에 있습니다.


3) 2월 부터, 7월까지 단기간 학원에서 수학보조강사 알바를 했었습니다. 교무실에서 학생들의 질문을 받아주는 역할이었지요. 뭐, 열심히 하지도 않았습니다. 워낙에 성격이 뺀질뺀질한지라, 교무실에서 몰래 컴퓨터를 하거나 애들이 오면 강사들 몰래몰래 애들이랑 수다떨며 시간을 보냈지요. 또는 문제를 풀다가 막히면, 그냥


'답보고 외워라'


라고 말하고, 넘어가는 식이었으니까요. 성격이 워낙에 '관심 유무'에 따라 행동이 극과 극으로 변하는지라, 정말로 '난 월급만 받자' 식이 되더군요. 이렇게 잘 지내고 있었던 도중, 5월 즈음에 제가 맡은 반의 고1 여학생 3명이 내일이 수학시험이라고 질문할거 들고 왔다고 학원에 찾아오더군요. 그래서 강사가 빈 강의실 하나를 잡아서 4명이서 질문을 주고 받는 수업을 했습니다. 물론, 분위기는 막장이었지요. 공부를 조금만 하다가도 여자애들 3명이 모이면, 자연스레 수다분위기가 형성되니까 말이지요. 이렇게 되니 저에겐 수학문제보다 별 이상한 질문만 하더군요. 이름, 나이, 여친유무 등등 말이지요.

짜증나서 걍 대꾸를 안했습니다. 그렇게 놀면서 지내다가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 진짜로 질문을 받아주기 시작했지요. 그러다가 평소에 거의 말도 안주고 받던 여자애가 하나 있었는데, 걔가 그날따라 말을 너무 잘 듣더군요. 그래서 제가 너무 기특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칭찬해주었더니,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며, 예상밖으로 많이 좋아하더군요.

그 날 이후, 그 녀석이 참 친한척을 하면서 접근해 오더군요. 교무실에서 가만히 있으면, 갑자기 와서 음료수를 사달라고 조르질 않나, 제 가방을 마구 뒤지지 않나, 어느 날은 제 머리통을 지 주먹으로 긁고 웃으면서 도망가더군요. 뭐, 저는 '월급만 받는 곳이다'란 생각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그러던지 말던지 무관심으로 일관했습니다.

저만 보면 실실실 웃고, 쉬는 시간마다 교무실에 자꾸 들어와서 말 걸고, 모르는 문제 있다고 찾아오는 지 친구 옆에 붙어서 와서 쓸데없는 것들 물어보고...

싫다고 계속 해도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하고, 자기 집에와서 과외해달라고 하고, 언제는 갑자기 손을 내밀더니 애인한테 하듯 손 좀 잡아달라고 하더군요.


싫지는 않았습니다. 17살이지만, 이미 다큰 처녀가 그렇게 접근하니. 그러나 이 놈의 찌질근성은 가만히 있질 못하더군요. 이 찌질근성놈은 여성이 접근하면 피하라고 지시내립니다. 그리고 그 것 때문에 괴로워하는 여성의 모습을 보고 즐기라고 지시내리구요.

저렇게 장난쳐도 다 무관심하게 대하고 다 피했습니다. 그리고 가서 공부나하라고 다그치구요. 가끔 쓸데없이 문자가 오면 별 내용 없으니까 귀찮아서 씹었구요, 놀아달라는 투로 오면 친구랑 놀러간다고 거짓말 했습니다. 귀찮아서.

망할 찌질근성 때문에 좋으면서 행동은 저렇게 나오더군요.

그러다가 어느 날 그 아이가 저에게 또 막 장난을 치자 같이 근무하던 강사가 농담삼아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 자꾸 그러니까 오빠가 너 싫다고 그러더라' 라고 우스갯소리로 하자 그 녀석이 갑자기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며 당황하더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응? 거짓말이지? 나 이거 못들은 걸로 할래...'



라고 하다가 그 날 집에 가면서 저를 쨰려보며 한마디 하더군요. '아...죽여버려...'

그리고 나서, 며칠있다가 그 녀석이 갑자기 학원을 끊고, 저도 '잘렸습니다'. 뭐 저렇게 뺀질대며 했는데 계속 출근할 리가 없지요. 그 녀석이랑 맨날 붙어다닌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오빠한테 정나미 떨어져서 그만둔거 같은데' 그러더군요.

상황이 그렇게 되니, 그제서야 그 녀석이 너무너무 보고 싶더군요. 자꾸만 생각나고. 뒤늦게 깨달은 것이지요.


'내가 진심으로 좋아했구나'


이후에 연락하면서 지내고, 몇 번 만났습니다. 결론은 GG입니다. 예전엔 시키지 않아도 저보고 실실 쪼개던 걔가, 이번엔 아무리 웃긴 말을 해도 안 웃더군요. 예전엔 자기 심심할때 문자를 보내서 사람을 귀찮게 하더니, 이번엔 먼저 보내도 단답식으로 대답이 옵니다.

뭐, 찌질하게 뒤늦게 좋아했다고 말해보려 했지만, 딱 봐도 씨알도 안먹힐 그림이더군요. 그쪽에서 쌀쌀 맞으니, 아예 연락도 안하게 되더군요.


4) 뭐, 이 글을 읽으시면서, '참 한심한 녀석이다'라고들 느끼셨겠지요. 뭐 제가 생각해도 참 한심하니까요.

이런식의 퇴짜를 작년에도 한 번 겪었습니다. 늘씬하고 뚜렷한 이목구비, 그리고 도도한 성격탓에 너무나 인기가 많았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먼저 접근해오고, 그렇게 서로 친구로 친하게 지냈습니다만, 그 이상의 접근에 또다시 피했습니다. 도망갔구요, 내일에 간섭하지 말라고 다그쳤습니다. 다른 여자 얘기하면서 쓸데없이 질투하는 그녀 모습을 보고 즐겼습니다. 결국엔 그녀가


'나는 너에게 잘해주려는 생각만 하는데, 넌 왜이리 나에게 막대하기만 해..'


라며, 제 앞에서 눈물을 흘리더군요(나쁜놈입니다. 이후에도 한 3번은 더 울렸을걸요?). 그리고 또다시 얼굴보기 힘들어지자, 이번에도 뒤늦게 깨달았지요.



'내가 진심으로 좋아했는데...'



그리고 어느 날 문득, 그녀에게 전화가 오구 다시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만, 역시 예전같지 않더군요. 그저 장난식의 대화만 주고 받을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쌀쌀함

그리고 그녀 옆에 꼭 붙은 남자친구의 사진...



5) 슬슬 가을이 오니 가슴이 시려지고, 아직도 그 17세짜리 꼬맹이를 좋아하는 마음이 약간이나마 남아 있습니다. 남중-남고를 나와 사춘기에 가슴떨리고 시리는 사랑한 번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남들 다 떨쳐버린 '찌질함'이 아직도 저에게 잔존해 있나봅니다.

내년 3월에 군대를 갑니다만, 남은 시간동안 새로운 여성을 찾아보고 정말 연애다운 연애한번 제대로 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가슴이 시키는대로, 제 진심을 표현해보려 노력해볼려고 합니다. 정말 가슴아픈일이 두번다시 발생하지 않게 하기위해...

21살, 다 컸다고 생각할 만한 '딱 좋은' 나이이고, 이제 성장은 멈췄다고들 말하는 나이이지만...

아직도 세상엔 배울 것 투성이네요.




ps) 저는 여태까지 주변이 남자 투성이라 몰랐습니다만...

한번 아니다 싶어 돌아선 여자 마음이 최고로 무서운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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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0/11 17:48
수정 아이콘
한번 아니다 싶어 돌아선 여자 마음이 최고로 무서운 듯 하네요. (1)

지금이라도 아셨으니 다행..

본문중에 제일 공감 가는 글이군요..

암튼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으니 뭐..

옳다고 믿는길로 열심히 달려 가세요 솔로 화이팅(응?)
08/10/11 17:54
수정 아이콘
진심으로 좋아하신 건 아닌 거 같아요..;; 단지 막 잘해주고 좋다던 사람이 냉정하게 홱 돌아서게 되면 본문에 쓰신 "사람이 참 간사한게 여자쪽
에서 저렇게 적극적으로 오면, 별로 없던 감정마저 식게 되더군요." 와 반대로 없던 감정마저 생기는 법이니까요;; 그래서 좋아할 수록 숨기라
던가 좋아하는 티를 많이 내지 말아라 라던가.. 밀고 당기기등의 말이 나온 거겠죠.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글 쓰신분의 그런 냉담한 태도
때문에 좋아하게 된 여자분들이 여럿 계시지 않았을까 하는...; 이제부턴 달라질거야~! 하면서 상냥해지면 또 이상하게 밀고 당기기 하고 좀
좋아하는 감정 숨겨야 되는 여자들만 만나게 되더군요; 그냥 지금처럼 초기엔 좀 냉담하게 하시다가 상대방쪽에서 확실한 반응이 오면 그때
잘해주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수학선생님
08/10/11 20:04
수정 아이콘
일반적 남성이라면 여성이 적극적으로 접근하면 조금의 거부감을 느끼고 완전히 돌아서면 아쉬움을 느낍니다.
'찌질함'이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고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남자들과만 생활 하셧다면 더더욱)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관심을 보이기도 하고 자신을 마음에 들어하는 여성에게 관심을 받기도 하면서
서로 사귀기도하고 헤어지고 하는 것이지요.
마음에 든다 싶으시면 일단 같이 이야기라도 한번 해보시고 친하게 지내기라도 하셔서 여성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08/10/12 05:49
수정 아이콘
괜찮습니다. 누구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의 엔트로피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결코 변명하실 필요 없어요.
당신은 찌질합니다.
08/10/13 01:43
수정 아이콘
군대갔다와서 또 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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