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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5/03 17:29:03
Name 현직백수
Subject [일반] 해후
헤어진지 3년이 좀 넘었다.

만나던 시간은 3년이 좀 안됐다.


자주 싸우는 편이었다.

2014년 질문게시판 어디엔가 싸운뒤 서로 잘잘못을 가려보자며 올린 질문글도 있었다.


환경이 만든 감정적인 태도와 오해 등의 이유로

헤어짐이 썩 좋지 않았다. 나쁘게 헤어졌다.

원망도 하고 하소연도 하고 욕도 해봤다.

난 억울할 뿐이고 피해자라고 생각했었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3년이 지났다.

문득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그 사람의 이야기가 나왔다.

얘기를 하다보니 잊었던 기억과 추억이 되살아났다.


생각보다 많은 것을 했고

생각보다 난 좋은 사람이 아니었고

생각보다 그 사람은 많은 것을 내주었다.



3년만에 사과를 했다.

그냥 사과가 하고싶었다. 모진말도 미안했다.


그 친구는 마치 어제 연락하던 사람처럼

하나도 변함없이 답장을 했고

자기도 미안한게 많았다며 사과를 했다.


우리는 남한 땅덩어리 끝과 끝에 살고있었지만

우연찮게 연락한 다음날 그 친구는 내가 사는곳 인근에서 약속이있었다.


잠깐 짬을 내서 카페에서 만났다 .

3년만에 해후했다.


난 그 친구덕에 좋아하게된 자몽에이드를 마셨고

내가 돈이 없을 시기에 나를 만났던 그 사람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케이크도 시켰으니 비싼건 못시키겠다는 말을 나중에 했다. 내가 사주는거니까



둘다 여전했지만 나이를 몇 살 먹었다고

삶도 생각도 말도 아주 조금씩 달라졌다.

달랐지만 그래도 같았던 것 같다.



근황을 묻고 아쉬움을 토로하고 미안함을 얘기하고

억울함을 설명했다.


지하철역에서 악수를 하며 헤어졌다.

이제 원망과 억울함과 미안함은 묻기로 하자.



그 사람은 장시간 집으로 향하는 버스안에서 울었다.

고 말했다.

나는 울지말라고 다 털어버리자고 답장을 보내며

하늘 한 번 땅 한번 쳐다보았다.


내가 가끔 쓰는 글을 잘보고있다고 말했다.

나중에 자기 얘기도 한 번 써달라고 했다.



일기장을 들킨 기분이라 짜증을 냈지만

지금 이렇게 쓰고있다.

소원 한 번 제대로 못들어줬는데

이것쯤이야.


잘 살아라.

잘 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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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03 17:52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현직백수
18/05/03 19:19
수정 아이콘
제가 더감사합니다
콩탕망탕
18/05/03 18:13
수정 아이콘
좋네요. 이해할것 같습니다. 상황을.
현직백수
18/05/03 19:19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니나니나니고릴라
18/05/03 18:14
수정 아이콘
역시 글이 참 좋네요. 3년이 짧은 것 같아도 참 길더군요. 그 여자분도 아마 충분히 님에게 많은 것을 받았다고 생각했기에 다시 만날 용기를 내지 않았을까 싶네요. 무튼 저도 자몽에이드 참 좋아하는데요...
현직백수
18/05/03 19:50
수정 아이콘
그러면 다행이고요 하하하
나중에 자몽에이드 한잔
혜우-惠雨
18/05/03 19:14
수정 아이콘
그분도 글을 보고계신다면.. 두분 모두 진심으로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현직백수
18/05/03 19:20
수정 아이콘
댓글보니 본 것같네요..하하..... 혜우님도 행복하세요!
18/05/03 21:09
수정 아이콘
잘 살아라
잘 살거다.
저도 이 이야기 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네요.
잘 살면 좋겠어요.
현직백수
18/05/04 00:24
수정 아이콘
thenn님이 조금더 잘살았으면 합니다만
리니시아
18/05/04 09:04
수정 아이콘
흠 왠지 그림으로 그리시려다가 글로 풀어내신 느낌이 드는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DavidVilla
18/05/04 10:30
수정 아이콘
큰 위기 없이 결혼한 지라 공감 능력은 현저히 떨어지나 정말 멋진 두 분이시네요. 그것만은 딱 알겠어요.
그러니 앞으로도 당연히 ‘다 잘 되실 겁니다.’
(배우 박정민 씨가 이 말 자주 쓰더라고요. 좋아서 저도 한번 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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