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가정 전투에서 마속이 대체 왜 산을 올랐는가 하는 본질적 질문에 대한 하나의 가능성이며
물론 역사적 사실과 전혀 다른 패러디이자 개드립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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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戰場)의 막사 안에서 땀에 흠뻑 젖은 여체가 남자의 몸을 휘감았다.
“상공께서는 흡족하셨습니까?”
남자는 기분 좋은 신음소리로 대답을 대신했다. 여인이 남자의 가슴팍을 천천히 어루만지다 문득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물었다.
“제 남편의 일은 어찌 되었습니까?”
“이미 안배를 마쳤소.”
남자가 대답하더니 문득 웃음소리를 냈다.
“선봉을 맡겨 전방으로 보냈지. 이제 한동안은 아무도 나와 그대 사이를 가로막지 못할 게요.”
“감사합니다, 상공.”
여자가 음란하게 웃더니 말이 아닌 행동으로 감사를 표하기 시작했다. 남자는 숨을 들이쉬며 감각에 몸을 맡겼다.
“승상께서 나를 믿어주시어 마침내 공을 세울 기회를 주셨도다!”
마속이 의기양양하게 부르짖었다. 그는 본래 참군(參軍)으로 병사들을 이끈 경험이 없었다. 그러나 승상 제갈량은 그에게 선봉부대를 이끌고 가정으로 가 길목을 막으라는 중임을 맡겼다. 마속은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나이 서른아홉, 이미 젊지 않은 나이에 드디어 군공(軍功)을 세울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까닭이었다. 너무나 감격했던 나머지 그는 군사들이 뒤에서 무어라 수군대는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고 있었다.
가정에 도달한 마속은 제갈량의 명령대로 성에 주둔한 후 길목에 목책을 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밀려올 장합의 군사들에 맞서기 위함이었다. 혹 산에 올라 고지대를 점거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마속은 단번에 일축했다.
“승상께서 내린 명령은 가정을 지키라는 것이었다. 적을 격파하는 건 나의 임무가 아니다!”
그는 통로의 방비를 단단히 하라고 재차 명하고, 그것으로도 안심이 되지 않아 친히 진영을 시찰했다. 그의 발길이 닫는 곳에서 문득 병사들이 저희들끼리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 지휘관은 참 얼빠진 놈이 아닌가.”
“자기 마누라가 누구와 붙어먹는지도 모르고 의기양양해서는 말이지.”
“나 원 참 한심한 양반이군. 누가 자기를 여기로 보냈는지 생각해 보면.......”
“그게 무슨 말이지?”
마속이 말했다. 나지막하게, 하지만 분노에 찬 목소리로.
“참군! 이러시면 안 됩니다!”
왕평이 마속을 극구 뜯어말렸다. 그러나 마속의 분노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닥치시오! 내가 직접 살펴봐야겠소!”
왕평이 그의 소매를 붙들고는 사정하다시피 했다.
“산 위에 올라간들 어찌 수백 리나 떨어진 본진이 보이겠습니까! 제발 진정하십시오!”
“닥치시오!”
마속이 일갈했다. 그의 눈에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가장 사랑했던 아내였다. 가장 믿었던 상관이었다. 자신의 형 마량과 의형제에 가까운 사이였고, 항상 자신을 살뜰히 아끼고 보살펴 주었던 승상이었다. 그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제갈량이 자신을 전장에 내보내고는 그 사이에 자신의 아내를 불러들여 여색에 탐닉하고 있으리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병사들은 입을 모아 증언했다. 그것이 사실이라고.
‘그래서였나. 군사를 지휘한 경험이 없는 내게 이런 중책을 맡겨 내보낸 것이 그래서였던가!’
마속은 분노로 몸부림치며 다시 소리를 질렀다. 그것은 흡사 비명소리와도 같이 들렸다.
“놓으시오! 난 죽는 한이 있어도 올라가야겠소! 이 위에서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단 말이오!”
혼이 반쯤 나가 날뛰는 지휘관이 이끄는 부대가 승리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장합의 공격에 마속의 부대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마속은 눈물을 흘리며 도망쳤다. 패배의 굴욕이, 그리고 믿었던 자의 배신이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승상. 당신에게 직접 물어보겠습니다. 이 일이 진실인지 아닌지!’
본진으로 돌아가는 말 위에서 그는 눈물을 흘렸다.
“마속이 패했다고?”
이불 속에서 단잠에 빠져 있던 제갈량을 깨운 것은 끔찍한 흉보였다.
“산에 올라갔다니, 대체 어째서 말이냐?”
“그건 소인도 잘 모르겠습.......”
“에이! 망할 녀석! 시키는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다니!”
제갈량이 분노하며 홧김에 베개를 집어던졌다. 전령이 목을 움츠리며 물러가자 여인이 이불을 걷으며 벗은 몸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 얼굴은 수심에 차 있었다.
“남편이 그런 짓을 하다니 믿을 수 없군요. 혹 우리 사이를 눈치 챈 게 아닐까요?”
제갈량이 침묵하다 말했다.
“그럴 수도 있겠군. 그렇지 않고서야 그의 행동이 설명되지 않소.”
“그가 돌아오게 놔두실 요량이십니까?”
여인이 부드럽게 물었다. 제갈량의 얼굴에 비장한 각오가 스쳤다. 잠시 후 그는 고개를 한 번 가로저었다.
“아니, 그럴 수는 없지. 마속은 돌아오지 못할 거요.”
제갈량은 부하를 불렀다. 그리고 냉철하고도 단호하게 지시했다.
“내 지시를 듣지 않고 결국 패했으니 마속의 죄가 크다. 마땅히 죽음으로 사죄해야 할 것이니 이곳에 오기 전에 즉시 처형하라.”
“그 처자는 잘 돌보아줄 것이라는 말도 반드시 덧붙여 주세요.”
여인이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저도,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도 말이죠.”
“물론이오.”
제갈량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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