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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12/01 00:07:59
Name emonade
Link #1 https://youtu.be/kqPwR39VMh0
Subject [일반] Still fighting it
고등학교때 자주 보던 음악잡지가 있었습니다. 이름이 '서브'였나 그랬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주로 락, 그중에서도 해외 인디씬이나 모던락, 일렉트로니카를 위주로 다루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한참 브릿팝에 빠져있었고, 기타 소리가 찰랑찰랑 흐르는 모던락을 좋아했던 시기였기에
야자하면서 매달 용돈을 아껴 CD와 저 잡지를 사모으고는 했었죠.

어느날 그 잡지에서 '벤 폴즈 파이브'라는 밴드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기타가 없는 락큰롤'이라는 표현과 함께요.
호기심이 동해서 그들의 디스코그라피에서도 가장 명반으로 손꼽히는 앨범 하나를 사서
그 앨범을 수능 끝난 직후에 계속 무한반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로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군대도 다녀왔고, 취업도 하고, 그만두고, 여행을 떠나고,
다시 돌아오고, 다시 취업하고, 많은 사람들을 스쳐가고,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아마 대한민국 청년기의 평균적인 인간상에서 멀지 않은 어딘가쯤에서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을겁니다.

그리고 참 많이 싸웠던 것 같습니다. 분노의 대상은 항상 달랐지만요. 제 자신이 될때도 물론 있었죠.
답이 없는 질병을 원망할때도 있었구요. 회사의 타인이 될때도 있었습니다.
저는 크게 모나지 않은 평범한 인생을 살았지만, 항상 그 무엇과 싸우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사회생활도 그렇고, 돈없는 통장과 카드값도 그렇고, 나를 지치게 하는 모든 것들과요.
삶이 싸움의 대상일 수밖에 없는 나이가 될수록 말이죠.

다른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취업을 목표로 열심히 스터디중일거고..
누군가는 누군가를 참고 버티면서 일상과 싸우고 있을거고..
누군가는 이불을 덮고 추위와 싸우고 있을거고 :)
어쩌면 내 옆의 누군가도 나를 답답하게 하는 그 무엇과 싸우고 있다는 그 느낌이
저를 지금까지 어떻게든 살아가게 한 원동력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벤 폴즈의 노래를 들었습니다.
제목은 'Still fighting it' 입니다. 이제는 제법 돈도 많이 벌었을텐데,
아니.. 이 시점에는 이미 스타의 삶을 살고 있었을텐데 그가 무엇과 싸우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 노래는 CM 송으로도 쓰여서 참 많이 나왔었고, 그때마다 '아 역시 곡 좋네' 정도의 감정만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다만 오늘 느낀 감정은 조금 달랐습니다.
그냥.. 같은 시간대에 이 노래를 듣고 있었을 모두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불현듯 이 조악한 글을 남깁니다.



여전히 싸우고 있습니다.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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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01 00:25
수정 아이콘
잘 들었습니다. 전 지치지 않았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한길순례자
16/12/01 01:07
수정 아이콘
저도 지치지 않았습니다. 쓸데없이 지속력은 좋아서 일본 모바일 게임 하나 하는거 656일째 연속 로그인 중이기도 하지요. 이제 시작입니다.(2)
花樣年華
16/12/01 01:34
수정 아이콘
이 사건 없었다 생각하면 어차피 엔딩은 내년 12월에보는 거였죠. 버텨봐야지 않겠습니까.

저들이 뭔짓을 하든 쫄지 맙시다.
토마토7개
16/12/01 04:08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이제 시작이죠 화이팅입니다!
노래때문에 예전기억이 나네요. 저도 90년대 말에 힘들때마다 벤폴즈의 philosophy 들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연이 꽤 있는데 벤폴즈의 1집 프로듀서 (나중에 버림받은) 랑 이후에 대학원에서 같이 공부해서 여러가지 사이드 스토리와 사인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리쟁이
16/12/01 05:41
수정 아이콘
너무나 답답하고 화나는 정치권의 태도에 스스로에게 무력감을 매일같이 쏟아지는 정보들과 놓쳐가는 기사들을 따라가기 벅차다고 느낀다 생각하는 시점에서 노래를 들으니까 너무나 갑작스럽게 눈에 눈물이 고이고 뚝 떨어지네요. 마음 다잡고 이번 사태가 끝날때까지 버티고 싸워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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