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하반기부터 2016년 하반기에 이르기까지 2년에걸친 저의 취업 수기를 작성해볼까 합니다. 요새 취업이 어렵다보니 취업 장수생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럼에도 2년 여의 세월은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매일같이 들락날락했던 PGR의 자게에 올라왔던 회원님들의 취업 수기와 그에 딸린 인생 선배님들의 댓글을 보면서 많이 배우기도 했기에 저 또한 취업을 하면 수기를 작성해볼까 생각했고 바라왔습니다.
사실 취준생에게 빠지면 안되는 것이 스펙이죠. 전 스펙은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습니다.
서성한 상경계 / 3.7 / 토익 970, 토스 6 / 각종 자격증 (자잘한 금융자격증 및 한국사, 테샛 등등) / 인턴 1회, 대외활동 1회
하지만 면접에서 줄줄히 낙방했습니다. 약 1년 반 동안 약 20개의 면접을 보면서 1차 면접을 뚫은 적이 손에 꼽았죠.(정확히 말하면 2번 입니다.) 서류 통과하고 인적성 통과해도 면접만 가면 광탈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난 쓰레기다, 난 쓸모 없는 놈이다, 난 뭘해도 안된다 등의 자괴감은 깊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번 하반기를 거치며 많은 면접을 보았고, 어느 정도는 노하우를 깨달았다고 해야하나..아무튼 제 자신 스스로의 인사이트가 생겼기에 이렇게 수기를 쓰고 있습니다 크크..번데기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취업을 준비하실 취준생분들이 보시고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으셨다는 마음에 용기를 가지고 글을 써보겠습니다!
1. 서류 전형
전 원래 은행 및 증권을 목표로 취업 시장에 뛰어들었고, 은행이 목표인 취준생의 자소서 스킬은 꽤나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자소서는 나름 잘쓴다고 생각하구요. 자소서는 미사여구, 복잡한 수식어 등을 빼고 꽉 짜인 건조한 보고서 형식?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자소서를 읽는 인사담당자들에게 취준생이 나름대로 참신하게 생각하는 비유와 표현은 정말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선 경험을 나열했습니다.
1) 열정으로 목표를 달성한 경험 2) 창의력을 발휘한 경험 3) 팀웍을 발휘한 경험 4) 실패한 경험
5) 성장과정 6) 정직했던 경험 7) 생활 신조 8) 갈등을 해결한 경험
자소서에 비교적 자주 등장하는 질문 위주로 8가지 정도를 선정했습니다. 각 항목 별로 사례를 겹치지 않게 선정한 후, 한 항목당 700자 분량으로 다듬고 또 다듬어서 임팩트 있게 작성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취준생은 위에 나열된 8가지 사례를 모두 흥미로운 사례로 채우기는 정말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렇기에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별 것도 아닌 것을 있어보이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700자 분량에 최대한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했습니다.
구조는 두괄식으로 핵심 내용 전달 - 사례 정리 - 이를 통해 깨달은 내용과 기여도 정리 순의 작성 원칙을 지켰고, 가급적 사례를 줄이고 깨달음을 강조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이를 테면, 열정으로 목표를 달성했던 경험에서 학창 시절 ~~해서 ~~를 달성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XX회사에서도 항상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신입사원이 되겠습니다 와 같은 진부한 형식에서 조금이라도 탈피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마지막의 기여도 부분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쓰려고 고민했습니다. 8가지 사례를 다듬어 놓으니 공채 채용공고가 빵빵 터질 때, 자소서 작성이 간편했습니다.
2. 인적성
인적성은 제가 가장 자신있는 전형이었습니다. 2년간의 취준 기간 동안 별의 별 기업의 인적성을 다 봤지만 떨어졌던 곳은 단 한 군데, 삼성 뿐이었습니다. 삼성은 언제나 낙방이었습니다. 삼성은 인성을 안보고 적성으로 줄세우기를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바꿔말하면 저의 매우 높은 인적성 합격률은 적성을 잘풀어서가 아니라 인성에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실제로도 인적성 모의고사 스터디를 했을 때 전 항상 하위권이었습니다.
취업 카페나 취업 멘토들로부터 기업의 인재상에 맞추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저는 그런 말은 믿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모이는 기업에서 획일적인 인재상에 맞춰 사람을 거를 것 같지도 않았고, 사실 모든 기업들의 인재상이 다 똑같습니다. 도전, 정직, 성실, 팀웍.. 정말 뻔하디 뻔하죠. 그래서 저는 인재상은 일절 신경도 안썼습니다.
그냥 솔직하고 일관되게 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저의 특징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계획적, 분석적, 팀 중시, 창의력과 도전 정신은 매우 없음. 그렇게 도전 정신과 창의력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목이 터져라 외치던 우리나라 기업이지만 전 언제나 합격했습니다. 그렇기에 일관된 인성 답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적성도 어느 정도는 풀어야합니다. 하지만 저보다 못푸시는 분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크크
3. 1차 면접
제가 가장 고생했고, 정말 수많은 눈물을 삼킨 전형이며 가장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1차 면접입니다.
저는 얼굴도 그저 그렇고, 목소리도 별로며 신체 조건이 좋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스스로에 대한 자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면접에서 반은 자신감이란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기에, 오히려 역설적으로 면접장에서는 오버를 했습니다.
난 할 수 있다, 난 떨지 않는다, 내가 최고다 와 같은 막연한 말을 머리 속으로 끊임없이 되뇌이며.. 스스로를 잔뜩 격양시킨 채로 면접장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다보니 말 실수도 종종했고, 면접이 끝난 후면 언제나 우울함이 가득했습니다. 결과는 언제나 탈락이었고, 1년 반 동안 1차 면접을 뚫은 단 두 개의 기업도,, 별 문제만 없으면 1차를 통과 시키고 2차 면접과 합산해 합격자를 정하는 기업이었기에 당당하게 1차 면접을 뚫었다고 말할 수 있는 기업은 한 개도 없었습니다.
도대체 내 문제가 뭘까..어떻게 해야 나도 면접을 통과할 수 있을까 정말 많이 고민했습니다. 면접을 돌이켜보니 면접이 끝난 후 가장 아쉬웠던 것은 내가 말하고자 달달달 외웠던 것을 못 말했던 것..면접관이 물었던 별 의미없던 질문에 그렇게 말하지 말고 이렇게 말할걸..과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PGR에서 면접 분위기와 질문은 면접관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는 느낌의 댓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항상 했던 면접 준비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고자 노력했습니다.
기존의 방식대로 면접을 준비할 때는 1분 자기소개와 마지막 한 마디 스크립트를 짜서 달달 외웠고, 자소서 바탕으로 예상 질문을 쭉 뽑은 후 달달 암기했습니다. 하지만.. 1분 자기소개와 마지막 한 마디는 요식 행위에 가깝고, 제가 며칠을 달달 외웠던 예상 질문은 물어보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그래서 전 이번 하반기에 면접을 준비할 때 딱 5가지만 준비했습니다.
제가 지원한 직무에서 일을 잘 할 수 있는 저의 장점 3가지 / 지원 동기 / 나의 인사이트가 녹아 있는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 방향
그리고 면접장에서 제가 준비한 이 5가지는 꼭 말하고 오자는 각오를 했습니다.
1분 자기소개와 마지막 한 마디는 별도로 준비하지 않았고, 위에 언급한 장점 3가지 에서 제가 하고 싶은 말부터 꺼내썼습니다.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자신의 별명에 빗대어 자기소개를 합니다. 하지만 저의 자기소개는 저는 ~~한 장점이 있고, 이를 ~~한 경험에서 길렀으며 제가 지원한 ~~ 직무에서 활용하겠습니다 였습니다.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 방향을 생각하는 과정에서 자동적으로 기업 분석은 완료되었으며, 지원 동기를 생각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대한 애사심이 샘솟았습니다. 그리고 위의 5가지 사항 중 못다한 말이 있으면 마지막 한 마디에 꼭 하고 나왔습니다. 이런 식으로 면접을 준비하니 면접 준비 과정이 정말 간소화되었으며, 예전보다 유동적이고 유연해졌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특히 제가 정말 열심히 노력했던 것은 회사의 발전 방향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조사하고 또 조사해서 남들과는 다른, 조금 더 구체적인 방향을 말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준비하고 면접에 갔을 때, 근거있는 자신감이 샘솟고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이번 하반기 1차 면접 10개를 봤는데 7개를 통과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면접의 결과는 누구도 모르지만, 1차 면접은 저 스스로 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다했다는 느낌이 들면 여지없이 통과했습니다.
4. 2차 면접 (최종 임원 면접)
임원 면접은.. 진짜 내가 할 수 있는게 없다고 느꼈습니다. 우르르 들어가서 금방 끝나기도 하고,, 이미 1차 면접에 따라 결과가 어느 정도 정해졌다는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어려운 질문은 커녕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쉽게 대답할 수 있는 공통 질문 위주로 면접이 진행되기도 하고, 시덥잖은 질문이 많기도 합니다. 감히 저 따위가 이러쿵 저러쿵 할 수 있는 면접도 아니고, 그냥 겸손하지만 씩씩하게 묻는 말에 대답하는 것이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2년 간의 취준 끝에 대기업 계열 건설사 재무팀에 취직을 했습니다. 아직 남은 면접들이 있지만, 다른 지원자들을 위해서 전부 불참하려고 합니다. 오랜 기간 취준을 하며 나이도 많이 먹었고.. 저 스스로의 부족함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내노라하는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를 알아봐준 기업에 감사하며 이 혹독한 겨울의 시간을 잊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싶습니다.
친구들이 제게 밥먹듯이 했던 말은, 자신감좀 가져라 였습니다. 하지만 근거 없는 자신감은 생기지 않으며, 자신감은 면접에 임하는 자신의 노력에 의해 발현된다고 생각합니다. 힘든 취업 시장에서, 그래도 자리를 하나 꿰찬 저에게 스스로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크크.. 그리고 이미 생업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일하고 계신 PGR 회원님들과 예비 취준생 분들 모두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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