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작업하려고 앉았는데 테스트해야 하는 프로그램이 시작부터 실행이 안됩니다.ㅠㅠ
업무는 8:45 하늘 나라로 날아갔고 피지알도 질게까지 다 둘러보고 나니 아직 따듯한 커피와 시간이 아깝네요.
정말 오랜만에 업무와 상관 없는 ‘글’이란 걸 써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렇지만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 가을방학나에게는 정말 간절히 원하지만, 혼자의 힘으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소원이 하나 있다. 어쩌면 전 우주가 도와줘야 할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그 소원은 어떤 음악을 듣고 너무 너무 좋아서 눈물 콧물 질질 짜면서 레코드샵으로 가서 그 앨범을 사는 거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그러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그냥 그 경험 자체가 한없이 그립다. 하지만 다시는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없을 것 같다는 운명적 예감마저 든다. 음악을 듣고 가슴 밑바닥까지 절절히 감동해 본지가 언제일까? 그냥 이젠 그럴 나이가 지나 버린 게 확실해.
(원스의 저 녹음기사 아저씨처럼 소오름 돋아서 이건 왕건이야! 라고 외치며 바닷가로 미친 듯이 달려가도록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나는 무언가에 흠뻑 빠져버릴 수 있는 나이 대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딱 10대 때 보고 들은 것들이 그 사람에게는 최고인 거다. 나 때는 스타와 임요환이 있었으니까 스타가 인생 게임이었고. 지금 애들은 롤이 최고겠지. 말랑 말랑한 감수성과 중2병의 신념으로 무언가에 꽂혔을 때 그게 그 사람의 스탠다드가 되고 그 잣대로 앞으로를 살아가며 판단하고 조금씩 무뎌져 간다고 생각한다.
But I’m a creep. I’m a weirdo. - Radiohead누구에게나 음악 친구가 있다. 하필 같은 반에 그 녀석이 있었기 때문에, 하필 그 녀석이 내 자리 근처에 앉았기 때문에. 작게는 내 음악 취향이, 크게는 내 정서가, 어쩌면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마저 정해져 버리는 엄청난 스노우볼이 굴러버렸을 것이다. 뭐 결국엔 끼리끼리 만난 거겠지만.
그때 다른 가수를 좋아했더라면 다른 인생을 살았을 것이라 확신한다. 하지만 그때 우린 한없이 우울한 노래들을 들었고 그런 취향의 인생을 살아버렸다. 냅스터와 소리바다가 열어준 새로운 음악 우주에서 미친 듯이 귀에 노래를 쏟아 부었고, 매일 무슨 가수가 좋다느니 이 앨범이 진짜 명반이라느니 침 튀기며 별 다섯 개를 남발했다. 그땐 정말 앨범 표지만 보고 사도 음악이 너무 좋았고, 친구가 찾아낸 보물 같은 음반을 나눠 들으며 내 인생의 명반 리스트를 교체하느라 정신 없었다. 같이 신촌 향뮤직에 예쁜 알바 누나를 보러 가는 것도 소소한 재미였지.
추억이 깊을수록 생기 없는 날들이 너무나 힘들어 – 언니네 이발관보통 나이가 들수록 음악 듣는 폭이 좁아진다고들 한다. 하지만 왠걸 나는 20대 초반까지가 앞뒤 꽉 막힌 리스너였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 듣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뭐 하러 내 취향 아닌 것 까지 들어야 하나 싶은 노답 오타쿠였다. 그런데 이제는 Rock is dead. 내가 꼰대가 되서가 아니라 진짜로 락이 망한 것 같다. 전 세계적으로 락페스티벌에 헤드라이너 기근이 찾아 온지 오래라, 누굴 불러다 세워도 돌려막기 한듯 찝찝하기만 하다. 아마 예전에는 밴드를 했을 멋있는 급식 유망주들이 이제는 다 마이크 들고 힙합하러 가나보다. 나만 혼자 들을 음악이 없어서 10년 전 음악을 듣고, 그것도 다 뽑아 들으면 20년전, 30년전, 이제 막 전기기타 발명할 때까지의 음악을 찾아 듣고 지랄 할 때 즈음, 우연히 김창완 옹의 인터뷰를 읽었다.
창완옹이 음악을 하려면 요즘 음악을 들어야 한다며 정말 핫한 신인 가수들을 언급하시는 걸 보면서 꽤 충격을 받았다. 그래 저 아저씨도 저 나이에 저렇게 열심히 요즘 음악을 듣는데 나는 뭐라고 옛날 음악만 물고 빨고 해봐야 무슨 소용인가, 내가 사는 시간의 음악을 들어야지. 그렇게 하나 둘씩 듣기 시작했다. 들을 음악이 없다고 맨날 투덜 투덜대던 내가 그래도 열심히 찾아 듣다 보니 좋은 음악이 다시 보이더라. 알고 보니 그냥 내 취향이 딱딱하게 굳어져 변하는 세상을 따라가길 거부한 거지 언제나 좋은 음악은 계속 나온다. 그래 인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눈물 콧물 질질 짜게 해주는 음악은 앞으로 못 만날 것 같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갑자기 웬 롹 히어로가 튀어나와 듣도 보도 못한 음악으로 세상을 다 뒤집어 엎어 줄 거라고 희망을 가졌지만 이젠 그런 것도 없을 것 같다.
열정을 잃은 아이의 나이는 서른셋(?) – 단군아마 내 음악친구들도 이런 과정을 거치다가 다들 튕겨나가 버렸을 것이다. 우리가 고딩 때 80년대 음악이 짱이라고 말하는 메탈 아재들 보며 구리다고 했었는데, 이제는 그때 우리가 듣던 음악이 나온지도 20년이 넘어버렸다. 80년대 음악은 30년이 지나버린 무시무시한 시대다. 요즘 음악을 듣는다는 건 스포츠팀을 응원하는 것처럼 뭔가 다른 행위가 되어 버린 것 같기도 하다. 더 이상 친구들과 공감하며 음악 이야기를 하지도 않고 가끔 뭘 추천해줘도 서로 듣지 않은지 너무 오래 되어 버린 거 같다. 그래 나도 야근하느라, 출퇴근 시간엔 짬 내서 밀린 오해영 보느라 바쁜데 언제 힘들게 음악 찾아 듣고 있겠냐. 그래도 가끔은 예전 생각이 나고 같이 음악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몹시 그리워진다. 그때마다 내 음악 친구들에게 마음 속에만 품고 절대 하지 않을 말이 있다.
친구야. 다시 음악 좀 들어다오.
나라도 항상 엔진을 켜둘게
항상 듣던 스미스를 들으며 저 멀리로
락페나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