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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1/20 23:04
현실정치를 바라봄에 있어 이상론과 현실론의 대립은 너무나 재미있는 요소입니다.
(1) 강한 형태의 이상론자들은, 모든 국민이 자신의 정치철학을 가지고 그것을 실현해나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강한 형태의 이상론자들은 직접민주주의를 추구하며, 간접민주주의를 이의 발판으로 생각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독재정치에 대해 절대적인 반대를 표명합니다. (2) 강한 형태의 현실론자들은, 소수의 엘리트 정치인들만이 정치철학을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이 정치인들은 다수의 일반대중들에게 자신의 정치철학을 최대한 쉽게 설명하여 권력을 창출하고, 이 권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철학을 실현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강한 형태의 현실론자들은 직접민주주의를 강하게 부정하고, 간접민주주의에 대체로 동의하는 성향을 가지지만, 독재에도 쉽게 빠질 수 있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두 주장의 대립은 우리의 정치논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1)에 동의하는 이상론자들은 현실정치와 이상정치의 차이에 좌절하며 정치적 문제를 일반대중의 책임으로 돌리는 모습을 보이곤 합니다. 그런데 (2)에 동의하는 현실론자들 마저도, 자신들의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주장을 하며 "일반 대중들이 왜 우리에게 동의해주지 않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곤 합니다. 이상론자에게는 현실정치와 이상정치는 분명히 다르지만, 그렇다고 하여 일반대중을 책망할 수는 없음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현실론자에게는 "일반 대중이 가지는 판단력이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뛰어난 것이기에 그들이 동의해주지 않는 데에는 어떠한 이유가 있음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의 끝에는 항상 이철희 소장의 발언을 빌리곤 합니다. "민주주의란 자신이 틀릴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현실론자나 이상론자 모두다 자신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할 때 민주주의라는 정치체제가 정착할 수 있겠지요. 그저 중언부언한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
15/11/21 00:23
재미있는 관점이네요. 현실론도 많은 사람들에 의해 받아들여지기 전에는 하나의 이상론에 불과했던 때가 있었겠죠.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순간을 혁명이라고 한다면, 우리 생애에 어쩌면 혁명을 한 번은 경험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15/11/21 00:36
현실론은 유사 이래로 항상 존재해왔습니다. 인류에게 지도자가 없었던 순간이 얼마나 될까요? 전쟁이 없었던 순간보다 짧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도자의 존재란 현실론의 존재를 의미한다고 보아도 무방하겠지요.
15/11/21 00:36
이상론자들도 국민 만의 탓이 아니라 국민을 각성시키지 못하는 사회 구조의 문제를 주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현실론은 20대 개x끼론과 상당히 유사해보이네요.
15/11/21 00:42
그 순간 이상론자가 아니게 되지 않을까요? 극단의 이상론자라면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가지고 있는 의사 자체가 각성된 의사라고 생각할테니 말이죠. 20대 X새X론이나 국개론은 현실론이나 이상론 모두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봅니다.
15/11/20 23:38
본문을 읽고 떠오르는 두 가지 생각을 덧붙여볼까 합니다.
최근 10여년간 한국 정치의 권력층(보수세력)은 자유민주주의를 철저히 신자유주의적인 의미로 해석하고 추종하는 집단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친시장적 정책들로 대표되는 국가에 대한 시장의 우위 선호, 규제 완화에 대한 확고한 신념 등에서 볼 수 있죠. 현재의 저들은 북유럽식 사민주의를 이미 겉으로부터 부정해나가고 있는 단계로 보입니다. "과도한 복지와 포퓰리즘으로 재정위기에 직면한 그리스를 봐라" 라는 프레이밍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사회적 안전망으로 기능하는 복지라는 단어 자체에 부정적인 감정을 갖도록 함으로써 북유럽식 모델 자체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미지를 씌우는 '편견의 동원' 전략으로 보입니다. 이 전략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먹혀들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고요. 신자유주의적인 자유민주주의에 지지하는 것으로 보이는 국민들 다수가 동시에 경제 등의 영역에서 강력한 국가의 개입을 희망하는 현실은 한국 사회의 흥미로운 모순 중 하나입니다. 이 모순은 현대 한국 경제발전의 역사로부터 출발합니다. 박정희 집권기 국가 주도의 경제발전전략에 대한 향수가 오늘날 한국인들의 사고 속에 강하게 박혀있기 때문에 오늘날의 한국은 국가가 방임해주길 바라면서 동시에 개입해주기를 바라는 양가감정들로 지탱해 나아가는 재미있는 형국이 되어있죠. 앞으로 우리나라가 이러한 혼란 속에서 어떠한 발전모델을 정립시켜 추진해나갈 것인가에 미래의 국운이 달려있다고 봅니다. 미래의 국가를 위한 건전한 국가발전모델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언급해주신 건전한 정치철학과 정치의식이 관건일 것인데, 현재 미흡한 점이 많죠.
15/11/21 01:12
개념이니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고..
간단히 말하자면 개인, 시장에 국가나 법이 최소화된 개입만을 해 그 자유를 극대화 해야한다는 사조입니다. 그 기반을 사회계약설에 두고 있죠.
15/11/21 01:26
자유주의는 간략하게 설명하면 개인의 재산과 이익을 추구를 최선으로 생각하는 이론입니다.
그래서 국가보다는 개인을 강조하지요... 국가나 사회가 강조되면 개인은 약화가 되니깐요... 대표적인 국가가 미국입니다. 예전에 세계대공황 때 정부가 경제분야에 개입을 했다가 위헌판결을 받을 정도로 개인의 이익을 강조하지요... 그런 개인의 이익추구를 방해하는 것을 없애는데 주력하고요...
15/11/21 01:49
재산과 이익 추구는 개인의 자유중 일부이죠. 물론 큰 일부긴 하지만, 원조를 보자면 정치적 자유가 더 중요하게 취급받습니다.
그리고 그래서 개인을 중시하는게 아니고, 개인을 중시하니까 개인의 자유 범주인 사유재산이나 이익 추구에도 의미를 두는 겁니다. 선후가 바뀌었습니다.
15/11/21 00:20
유럽의 국가가 사회주의든 자유주의든 그것을 아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게 아니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그러한 것들이 중요한 것도 아니구요. 그러한 것들을 모른다고 해서 철학이 없고 의식이 부족하다고 말할 이유도 없습니다.
15/11/21 01:01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자신이 추구하는 정치철학과 의식이 있을 때 캐나다처럼 나라가 한순간에 바뀔 수 있는 걸 보고 드는 생각이었습니다.
말그대로 제 1당에서 제 3당까지 추락했다가 2년만에 부활하는 걸 보면 캐나다 사람들의 수준과 자유당의 노선 수정이 대단하다고 생각되서요
15/11/21 00:35
한때 변희재 등의 자칭 애국보수 논객들이, 글의 맥락상 딱히 다른 종류의 민주주의와 구별할 필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쓰는 모든 민주주의라는 단어 앞에 부득불 "자유"를 붙여 쓰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은 뭐하는지 모르겠네요...) 그들이 "자유"라는 단어를 통해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한국에서 자유민주주의란 본래의 의미를 상실한지 오래이고, 아무리 잘 쳐줘도 "정부의 개입을 통한 재분배를 반대한다"란 의미 정도로밖에 해석이 안되네요.
15/11/21 01:04
확실히 우리나라에 자유민주주의는 없는 게 맞는거지요...
근데 자유민주주의의 지향점이 개인의 권리의 신장에 촛점이 맞춰진다는게 걍 마음에 들고 미국이 자유주의를 추구하니 그냥 가져다가 붙인 것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15/11/21 00:42
한국의 대중들에게 중요한 건 오로지 민생 뿐이죠. 당장 자기의 이웃이 생떼같은 자식을 잃고 비탄에 잠겼어도 자기가 입게 될 손해부터 계산합니다. 권력이 부정과 비리를 저질러도 그것이 자기에게 얼마나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인가만을 생각하죠. 이념이란 정의입니다. 한 사회를 이끌어가는 원칙이죠. 그래서 한국 정치에서 이념이란 전혀 아무런 가치도 의미도 없습니다. 변기에 버려진 딱딱한 명함쪼가리와 같은 거죠. 괜히 쓸모도 없고 불편하기만 한. 전 항상 왜 그때 선배들은 민주주의 하겠다고 그 고생을 사서했는가 의문을 표하곤 합니다. 노동운동에 목숨 걸 필요도 없었는데 말이죠. 그렇습니다.
15/11/21 00:45
민생이 딱히 중요한건지도 모르겠네요. 야당이 민생 챙기자 할 때는 별 반응도 없는데 여당과 정부가 민생 챙기자 하면 실제로 민생을 챙기지도 않는데 지지율이 올라가죠.
15/11/21 01:26
여당과 정부가 말로만 민생을 챙기자라고 했는데 지지율이 올라간 통계을 부탁드립니다.
또한 글투성이님의 댓글을 저는 요즘의 대중들은 사회 전체의 정의보다 자신의 안녕을 더 중요시 한다는 말씀으로 이해하였는데 혹시 지적할 부분이 있으면 지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5/11/21 00:59
정권교체 한다고 성숙한 정치의 증거라 할 수 없죠.
소수당이 다수당을 이긴 사례는 히틀러 때도 있었던게 아닙니까. 원론과 원칙을 중시하며 공평하고 합리적인 결과를 추구하는 원론 중시 PGR에서 단순히 관념적으로 좌파정권이 탄생한 예만 가지고 성숙된 논한다는 것 자체가 놀랍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하단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예를 들어 정권교체는 일어났는데 대통령 탄핵 때문에 야당이 여당이 되었던 우리나라는 성숙한 정치 토대가 있습니까? 입바른 정의와 원론주의를 추구하는 pGR에서 이런 글을 보다니 개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15/11/21 01:15
캐나다 집권당은 좌파정권이 아니라 자유당입니다. 말 그대로 자유주의를 추구하지요... 우파쪽에 가깝고요...
10년전에 엄청난 수의 집권당이었는데 8년전에 제 3당 수준으로 추락하였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우파쪽에서 좌측으로 정책을 수정한게 먹혀서 다시 제 1당이 된거고요... 그게 좌파가 되었다는 건 아닙니다.(물론 뉴스 정책을 봤을 때 그런거지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약간의 노선의 수정이지요...
15/11/21 01:17
그런 변화를 추구하는 자유당이나 그걸 보고 바로 선택하는 캐나다의 정치의식이 놀랍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라요
15/11/21 04:00
정치라는 건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 사이에 존재하는 이해관계의 충돌을 조절하는 것을 말하고, 정치이념이라는 것은 그 조절할 때 기준을 마련하는 당위라고 할 수 있겠죠.
이렇게 볼 경우, 정치이념을 이야하기에 앞서 개인이나 집단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올바르게 주장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각자가 각자의 이익만을 추구할 때, 그것을 시스템적으로, 그리고 정치이념등을 내세우며 공의를 향하도록 조절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사회가 에너지를 쏟아야 할 텐데, 현실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선거권을 행사하기엔 정보가 지나치게 부족한 면이 있죠. 그리고 어차피 기득권들은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목적을 두고 그에 따라 말을 만들어내고 있을 뿐, 거기에 어떠한 철학이 담겨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철학을 담을 수 있는 사람들은 기득권에서 보통 벗어나게 되죠. 우리가 경쟁사회여서 경쟁을 줄여야한다는 말도 합니다만, 애초에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지 않는 것부터가 큰 문제인걸요. 전 이 사회가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엄청난 사회적 손실을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진짜로 공정한 경쟁을 하기라도 한다면 그 경쟁사회라도 적극 지지할 마음이 있습니다. 그래봐야 뭐. 국회의원을 줄이자, 비례대표를 줄이자.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전 대의민주주의조차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냥 지배하고자하고 지배받기를 원하는 거죠.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죠. 민주주의 사회다보니까 민주주의인 척 하는 것일뿐.
15/11/21 13:29
근데요, liberalism이랑 libertarianism이랑 다른데 이게 우리나라말로는 어케 구분되나요?
리버럴리즘은 자유와 평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것을 보장하는 데 있어서 정부의 역할이 큰 편이고 리버테리어니즘은 개인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하기 위해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는 것을 이상으로 삼잖아요. 미국의 리버럴은 정치적으로 좌편향인데 이 입장을 그대로 유럽선진국으로 가져가면 우편향이 돼요. 리버럴은 free market을 지향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네요. 이건 유럽선진국도 프리마켓이긴 한데 미국보다 규제가 심하다는 의미에서 그런건가요? 미국의 리버테리언은 보수와 궁합이 맞아요. 개인의 자유가 과도하게 중요시되다 보니 개인의 도태는 '노오오오오오력'이 부족하다고 사고해요. 보수 맞죠. 근데 제가 보기엔 미국엔 리버럴, 보수, 리버테리언 이렇게 셋으로 나뉘는 것 같기도 해요. 다르게 표현하면 리버럴, 네오칸(neo-conservative), 리버테리언 이렇게 나뉘어지는 것 같아요. 미국경찰의 공권력에 극혐을 표하는 미국인들 중에 리버테리언이 많구요. 이들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지만 수구꼴통은 아니라 현재처럼 미정부가 운영하는 복지프로그램에 의해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시스템보다는 '기본소득(basic income)'이라고 해서 국가가 빈자 부자 구분없이 모든 국민에게 그냥 현금을 쥐어주고 알아서 쓰게 하는 아이디어에 동의하는 이들이 있기도 해요.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치성향은 사민주의자들(유럽형 사회민주주의), 중도(미국형 리버럴리즘), 수구꼴통 이렇게 대충 나뉘는 것 같고 아주 아주 무지하게 드물게 리버테리안이 있는 것 같아요.
15/11/21 22:14
자유당이 3당으로 전락한 사실이 있더라도 재집권하는 게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자유당 자체의 역사가 거의 150년인데요.
잠시 자유당이 힘을 못 써서 신민주당이 2당으로 올라섰지만 말 그대로 잠시였죠. 우리 같으면 3당으로 밀리면 한번에 이합집산이 벌어지겠지만, 그건 자리 문제 때문입니다. 하지만 캐나다 정치제도는 영국과 동일한 다수대표제+의원내각제인데, 이게 주 단위에서도 마찬가지이고, 전통적인 우세주가 있습니다. 즉 자유당은 총선에서는 3당으로 밀려났지만 자신이 우세한 주의 다수당 자리는 여전히 지키고 있었고(이로 인하여 각 주지사 자리도 보유중), 한방에 영향력이 날아갈 일은 아니었다는 이야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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