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을 나오면 커피향이 가득하다.
윤은혜가 커피프린스를 히트시킨 이후 우리 동네는 커피집을 빼놓고 시선을 둘 곳이 없다.
언덕을 올라가면 바로 서울 4대 치킨집이 보인다. 내가 보기엔 병아리를 튀긴 것 같은데.
일전에, 나는 여기서 화물노조의 파업을 보았다.
언덕을 내려가면 바로 청와대를 상징하는 봉황 분수대가 보인다.
과거엔 여기도 꽤나 시끄러웠는데, 최근에는 왠 할머님 한 분이 횡단보도에서 알 수 없는 말을 외치며 팔을 휘두른다.
청와대 바깥으로 넘어가면 요즘 시위의 새로운 대세공간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가 보인다.
하루 걸러 누군가 점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다.
또 잠깐 내려가면 교회가 서있는데
한 때 여기는 납북자 환송이나 중국이 북한으로 보낸 탈북자들을 환송하라는 시위의 중심지였다.
맞은 편에는 중국 대사관 앞에서 파룬궁을 탄압하고 장기를 적출하는 중국정부를 규탄하는 플랜카드가 걸려있다.
통인시장을 지나면 참여연대가 서 있다. 언제 분노로 휩싸일지 모르는 곳이다.
서울경찰청 앞 경복궁역까지 오면 좌우로 길이 갈리는데, 우측으로 가면 중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또 다시 중국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좌측으로 가면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참으로 다채로운 시위를 경험한다.
세종문화회관으로 가면 그린피스가 상주한다.
고개를 꺾으면 꽃봉오리를 잃은 분노가 지배한다.
시청광장으로 가는 걸음걸음 조선일보 사옥,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무언가 들린다.
시청 광장 한 켠에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분들의 목소리를 상시로 들을 수 있다.
남대문 시장을 가려면 무노조 경영의 신화 삼성에 대한 비판의 문구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서울역은 보수단체들의 가장 큰 회장이고, 반대편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노동자들의 억울함이 지난다.
종로나 을지로로 꺾어 들어가면 사방이 정당의 플랜카드다. 요새는 교과서 문제로 한창 울긋불긋하다.
영풍문고에 들어가서 시사인 한 부 꺼내 읽는다.
본격 시사인 만화 한 번 훑어보고, 나의 볼일은 끝났다.
나와보니 본격적으로 시작될 모양이었다.
이 정도 규모면 아직 버스가 다닐 각이니, 후딱후딱 버스를 잡고 왔다.
그 긴 걸음동안, 어디로 가야 할 지 몰라.
그동안 봐 온 거리를 빠르게 훑고 돌아왔다.
무궁화 동산 들어가면 항상 경찰이 한 번 가로막는다. 어디로 가십니까 한다. 부암동 갑니다 하니 비켜주었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하고 물어봤으면 뭐라고 대답했을까 싶다.
시위대가 어떻게 할 지 알고 있었다.
시위대가 청와대로 가려면 무조건 한 번 모퉁이를 꺾어야 한다.
어떻게 될 지 알면서 그들은 모퉁이 한 켠 뒤에 경복궁을 가리고 앉아있었다.
대통령님 뿌리신 자국자국 지나 나는 그렇게 집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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