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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8/06 10:33:09
Name 구밀복검
Subject [일반] 머니볼 : 스포츠 드라마의 종언(스포일러)
* 본문 중에는 <머니볼>을 비롯하여  읽는 데에 주의를 요합니다. 특히 0번 항목은 결말까지의 플롯을 써놓은 것이니 스포일러를 피하시려는 분들은 필히 피해가시기 바랍니다.





0.
<머니볼>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02시즌, 이전 시즌 전력의 핵심들이 대거 빅마켓 팀으로 이탈하면서 스몰마켓 팀인 오클랜드는 위기에 봉착하게 됩니다. 그러나 구단주는 야망이 없고 스카우트진을 비롯한 스태프들은 인습적이고 전통적입니다.
2) 오클랜드의 단장인 빌리 빈은 전력 공백을 커버하기 위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 가서 트레이드 협상을 진행하던 도중, 피터 브랜드라는 경제학을 전공한 야구 통계 덕후와 만나게 되고, 그의 선수 평가 기법에 강한 인상을 받고 오클랜드 팀 개혁의 실마리를 얻게 됩니다. 이에 빌리 빈은 피터 브랜드의 세이버 매트릭스에 의거하여 팀을 리빌딩하는데, 그로부터 기존의 스태프들과 갈등과 마찰이 발생합니다.
3) 진통과 난산 끝에 빌리 빈은 자신의 구상대로 팀을 만들어냅니다만, 생각과는 달리 연패의 늪에 빠지며 극도의 부진을 보입니다. 이에 빌리 빈은 트레이드 및 선수 구조조정을 통해 팀을 재건합니다. 이 조치는 결실을 거둬, 오클랜드의 성적은 평균회귀하여 급기야는 아메리칸리그 최다 연승 기록인 20연승을 작성하게 됩니다.
4) 모든 것이 장밋빛으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오클랜드는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성공하지만 다시금 패배를 당하며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하지요. 자신이 한 바에 대해 회의하는 빌리 빈에게 피터 브랜드가 진루에 트라우마가 있는 발 느린 포수가 홈런을 친 영상을 보여주며 그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음을 암시합니다.



1.
일단 <머니볼>은 픽션입니다. 리얼이 아니죠. 먼저, 작중에서는 02시즌에 제이슨 지암비, 자니 데이먼, 이슬링하우젠이 빠져나가면서 오클랜드가 엄청난 위기를 맞은 것처럼 표현하지만, 사실 그 정도는 아니었지요. 팀 허드슨, 배리 지토, 마크 멀더 3인을 중심으로 하는 투수진은 단단했으며, 차베스나 다이, 테하다 등이 잔류해있던 타선 역시 경시할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두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올라갔던 팀이면 약팀일 리가 없니다. 또한, 작중에서는 빌리 빈이 우연히 피터 브랜드라는 세이버 매트리션을 만나서 머니볼의 아이디어를 얻은 것처럼 묘사했지만, 이미 오클랜드는 페이롤을 감당할 수 없게 된 90년 초반부터 스몰마켓에 위치한 자신들의 실정에 맞게 저평가된 스텟과 선수들을 기반으로 이득을 차리는 야구를 해왔지요. 그밖에, 아트 하우 감독이나 그래디 퓨슨은 세이버 매트릭스를 이해하지 못하고 빌리 빈의 개혁에 반발하는 무지한 꼰대들로 그려지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하지요. 이외에도 디테일한 부분에서 사실과 다른 사항들은 여럿 있습니다. 이 모두는 영화 상의 흥미를 위해 각색된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비판거리가 되지는 않습니다. 물론 현실은 픽션을 초월한다든가 각본 없는 드라마와 같은 식으로 현실 그 자체가 더 큰 설득력을 줄 때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현실은 누군가의 목적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 아니기에 모호하고 일관적이지 않으며 우연의 다발로 결합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창작자의 명확한 의도 하에 직조되고 창조되는 모순없는 픽션이 때로는 더 많은 것을 말해줄 수 있는 것입니다. 진수의 정사삼국지보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가 예술로서는 비교할 가치도 없이 훨씬 훌륭하듯이 말이지요. 배넷 밀러의 연출과 애런 소킨의 각본 하에서는 말할 나위도 없는 것이고요.  



2.
많은 이들이 <머니볼>을 탁월한 스포츠물, 야구 영화로 꼽곤 합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머니볼>은 야구 영화치고는 상당히 이질적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야구 드라마를 떠올려봅시다. 터치, H2, 크로스 게임 같은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들이나 까치 시리즈 같은 것 말이죠. 주인공은 히어로고 강타자 혹은 에이스고, 팀은 가족적이지만 주인공이 없으면 안 돌아가는 <혈맹적인 오합지졸>이고, 주인공이 부재한 상황에서 핀치에 몰리고, 히어로로서 주인공이 귀환하여 경기를 전복하죠. 실상 주인공이 다 한 셈이지만 모두가 위 아 더 월드를 이루며 하나 되어 승리를 만끽하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면서 휴먼 드라마를 연출합니다. 물론 거인의 별 같은 괴작도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렇죠.


* 이런 것만 생각해보더라도 그렇지요.

그러나 <머니볼>은 이러한 기존의 스포츠 드라마의 패턴을 따라가지 않습니다. 일단 빌리 빈부터가 그렇습니다. 빌리 빈은 보통은 악당으로 등장해야 정상인 캐릭터이지요. 중심인물들의 순정과 낭만을 짓밟는, 몰인정하고 탐욕스러운 최종보스가, 목가적인 세계를 짓밟으려는 음모를 획책하고 갑질을 하다가 궁극적으로는 주인공에 의해 관광 당하는 식의 패턴은 클리셰 축에도 끼치 않는 진부한 것입니다. 예컨대 개구리 왕눈이의 투투나 심슨 가족의 번즈 같이 말입니다. 야구물에서는 H2의 시로야마 감독이 대표적이겠지요. 이런 인물들은 주동인물들이 결말에 가서 위 아 더 월드를 외치게 해줄 안티테제에 불과한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머니볼>의 경우, 보통은 악당이어야 할 빌리 빈이라는 인물이 주인공이고, 주인공이어야할 인물들은 이 악당의 장기말일 뿐입니다. 위 아 더 월드를 함께 외쳐야할 동료들에 해당하는 감독과 스카우트들은 빌리 빈의 구조조정 대상에 불과하며, 선수들은 언제든지 교환 가능한 상품일 따름이지요. 이 사이에서 플레이어들의 유대나 협력, 단결 등의 공동체적 가치, 야구의 낭만과 같은 로맨틱, 휴머니즘 등은 상실됩니다. 그저 과학과 수학과 계량과 경영 효율성에 의한 구조개혁과 대수술이 강조됩니다.



* 따지고 보면 이 인물들이나 빌리 빈이나 하는 짓은 거기서 거기입니다?

따라서 <머니볼>은 단순히 기존의 야구 드라마의 공식을 전복시키는 선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나아가 야구 그 자체와 인간에 대한 부정으로까지 이어지지요. 단적인 예로, 작중의 빌리 빈은 야구를 보지 않습니다. 경기를 직접 보고 얻은 자신의 인식과 경험과 판단은 오류로 가득찬 것이기에 객관적인 평가를 흐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빌리 빈의 입장에서 볼 때, 야구는 자신의 관찰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오로지 통계와 수치만이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이므로, 스카우트들이나 감독들처럼 야구를 수십 년 동안 보고 고민하고 탐구해온 현장 전문가들의 경험과 직관은 그저 객관성이 결여된 억견일 뿐입니다. 이러한 현장 전문가들의 판단을 부정한다는 것은 곧 야구에 대한 인간의 자율적인 판단과 인지와 경험 자체를 부정한다는 것이고, 이것은 기실 인간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빌리 빈의 관점에서 인간은 스스로의 힘으로는 아무 것도 인지할 수 없는 무력한 존재인 것입니다. "넌 항상 말하지. '아드님은 재질이 있어요. 전 보면 압니다' 그러고서는 모르잖아."라는 대사에서 집약적으로 드러나 있지요.

빌리 빈의 이러한 현실 인식은 자기 자신에게도 적용됩니다. 경영자나 관리자, 감독, 코치 등이 주인공인 작품들을 떠올려봅시다. 현역 시절에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이 있는 인물이 등장한 다음, 자신과 지극히 닮은 선수를 만나게 되고, 선수의 성취 및 그와의 인간적인 결속을 통해서 대리만족하고 영생하게 되거나, 혹은 이를 성취하지 못하는 비극을 맞닥뜨리거나 하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입니다. 결말이 해피하든 배드하든, 핵심은 과거의 실패에 대한 미련과 이로부터 나오는 대리만족 및 인간적인 교감에 있지요. <밀리언 달러 베이비>와 같은 것이 대표적이죠. 그에 반해 빌리 빈은 과거에 대해 미련을 가지지 않습니다. 대리만족을 꾀하지도 않지요. 빌리 빈은 깔끔하게 자기 부정하고 가면서 감상에 빠질 여지를 제거해버립니다. 젊은 시절의 자신은 성공할 싹수가 없었다고 말이지요. 모호하게나마 엿보였던 빌리 빈의 내적 갈등은 피터 브랜드와의 통화 한 통으로 정리되어 버립니다. 자신의 꿈을 대신 실현시켜줄 유망주에 대한 열망은 찾아볼 수 없으며, 자신의 젊은 날은 그저 헛짓거리 한 셈으로 치부되지요. 이는 상당히 극기적이고 자기부정적입니다. 야구를 부정하고 야구인들을 부정하고 인간을 부정한 데에 이어, 나아가 과거의 자신도, 현재의 감정도, 모조리 부정하는 것이지요. 너무나도 거침이 없는 터라 마치 터미네이터2의 T-800만큼이나 단호하게 느껴지죠. 이 점에서 빌리 빈은 일반적인 스포츠 드라마의 히어로형 주인공들과는 궤를 달리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다크 히어로라고 할 수 있지요. <다크 나이트>의 배트맨처럼 말입니다. 실제로 <다크나이트>의 배트맨이나 <머니볼>의 빌리 빈이나 결말에 가서는 박해받는 처지이기는 매한가지죠.

이렇듯, <머니볼>은 야구를 부정하고 나아가 인간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 셈이지요. 기존의 야구 드라마가 휴머니즘을 통속적으로 소비하면서 우리 모두 인간임을 과시한다면, <머니볼>은 우리 모두 기계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하는 주인공에 초점을 맞춥니다. 따라서 <머니볼>은 야구 영화라기보다는 오히려 사회과학적인 SF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학이 미래에 우리에게 무엇이 될 것인가?", "경영학이 과학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야구가 학으로 정립될 경우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죠. 마치 <가타카>나 <마이너리티 리포트> 같은 작품이 그렇듯 말입니다.  물론 딸의 노래나 선수들을 케어하는 빌리 빈의 모습 등의 드라마적 요소, 오클랜드의 20연승이라는 실화의 힘이 관객들을 감동시키지만, 그것은 관객들을 현혹시키기 위한 낭만성일 뿐, 곁가지를 쳐내고 핵심만을 추려보면 지극히 냉정하고 차가운 영화입니다. 지극히 비인非人적이고 몰가치적이죠. 이렇게 메시지만을 하드보일드하게 서술하면 잔혹하고 살벌한 비극적인 현실이 드러날 테고, 관객들은 이를 감내하기 어렵기 때문에, 드라마적인 요소를 중간중간 넣어 영화의 섬뜩한 뒷맛을 느끼지 못하도록 희석시킨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애런 소킨의 각본에 의해 윤색된 빌리 빈의 포장을 벗겨내면 빌리 빈의 세계관이 내포하고 있는 폭력성이 명백하게 드러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본 사람 중 아무도 빌리 빈을 비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만약 일반 기업체가 배경이고 빌리 빈 같은 사장이 나오고 기존의 노동자들을 나태하고 타성에 젖었으며 비합리적인 방식을 답습하는 개혁의 대상으로 묘사하고, 경영 효율성을 역설했다면, 이 영화는 큰 비난을 받았을 것입니다. 경영 효율과 구조조정과 고용 유연화라는 이름으로 스포츠 노동자의 삶을 위협하는 더러운 자본가 신자유주의자라는 이야기가 나왔어야 정상일 지도 모릅니다. 그리하여 다르덴 형제의 <내일을 위한 시간>이나 <로제타> 같은 영화와 크게 비교되었겠지요.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영화 상에 브래드 피트가 분한 빌리 빈은 매력적인 인물로 평가받았고, 이것이 실제의 빌리 빈에 대한 호평으로도 이어졌지요. 매우 기묘한 일이지요.


* 뭐, 인물 자체가 좋기는 한데;

여기서 스포츠의 특성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꽤나 진보적이고 반체제적이라고 하는 인물들도 스포츠 판에 대해서는 다른 접근법을 쓰곤 하죠. 훨씬 관대해집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스포츠의 목적은 승리입니다. 이윤이라는 기업체의 목적에 비해 훨씬 간단명료하고 직관적이고 원초적이며 본능적입니다. 게다가 자극에 따른 반응은 즉각적이고요. 승패가 즉각적으로 매일 매주 결정이 됩니다. 모두가 방침에 따른 결실을 즉물적으로 인지할 수 있지요. 어항 같이 투명합니다. 이렇게 흑백이 분명한 세계에서는 냉혹하고 인정사정없는 칼질이 지극히 당연한 합리적인 조치로 보이는 것이지요. 마치 군을 운용하는 사령관의 용병술과 같이 말입니다. 인간이 장기말이 되고 결정권자가 부하를 수족처럼 부리는 것이 도덕적으로 당연해보이도록 포장하기가 용이하다는 것이지요. 웹툰 <송곳>의 사장이 마트 직원들을 유물론적으로 다루는 것은 혐오스러운 일이지만, 브래드 피트가 스카우트에게 망신을 주고 감독의 수족을 잘라버리는 것은 간지나는 일인 것입니다.



3.
그러나 <머니볼>은 보다 더 매력적일 수 있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빌리 빈은 초반부에 이미 자기부정을 끝낸 상태로 산뜻하게 머니볼 시스템을 흔들림 없이 우직하게 밀고 나가기 때문에, 빌리 빈의 내적 갈등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고작해야 세이버 매트릭스를 기반으로 하는 단장으로서, 혈기왕성한 자신의 본성을 억제한 채 결과에 초연한 자세를 유지하고 현장과 거리를 둔 채 통계와 수치에 근거하여 경영에 최선을 다하는 것에 불과하지요.  

하지만 빌리 빈이라고 또 하나의 자신을 성공시키고 싶은 욕망이 아예 없었을까요? 사람은 그렇게 자신의 인생을 간단하게 부정할 수 없습니다. 때로는 자신이 오판하고 있는 줄 알면서도 관성과 습관과 아집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선까지 밀어붙이다가 네거티브의 쳇바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자기파멸의 길로 빠져들기도 하고, 이보다는 온건하더라도 모순된 양가감정 속에서 번민하며 갈팡질팡하기 마련이지요. 그것이 픽션으로 묘사되면 우리에게 울림을 가져다주고요. 최고의 유전자를 타고 났지만 불의의 사고로 재능을 모두 잃고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타인의 성공에 기생하고 대리만족할 수밖에 없는 <가타카>의 제롬이 DNA의 모양새를 한 나선형의 계단을 온몸으로 기어오르는 처절한 분투가 강한 인상을 주는 것처럼 말입니다.

만약 빌리 빈이 그렇게 간단하게 자신의 인생과 회한을 부정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이성적으로는 세이버 매트릭스의 우월함과 효율성을 깨닫고 이를 실행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가지고 있는 복잡한 심사를 가지고 있는 인물로 그려졌다면, 영화가 줄 수 있는 인상은 한층 깊어졌을 것입니다. 마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한병태가 엄석대를 경멸하면서도 추억하듯 말입니다. 만약 그러했다면, 오클랜드가 머니볼 시스템에 의해 20연승을 했을 때, 그것은 빌리 빈에게 있어서 모두를 상대로 한 자신의 개혁이 드라마틱한 성공을 거두는 환희의 순간이기도 했겠지만, 정확히 그만치로 야구와 인간과 자기자신이 온전히 부정당하는 비탄의 순간이기도 했겠지요. 이 아이러니 가운데에서 모나리자처럼 웃는 듯 우는 듯 모호한 표정을 짓는 브래드 피트의 페이스가 카메라에 잡혔다면 꽤나 근사하지 않았을까요. 선수들을 관리하는 것도, 그렇게 단차원적으로 장기말처럼 다루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자신을 연상케하는 그들의 실패에 대해 연민을 느끼기는 하지만, 이성적으로는 그들에게 냉혹해질 수밖에 없는 것에 담담하게나마 비애감을 느끼는 식이었다면 보다 곱씹을 여지가 많지 않을까요. 이런 식이었다면, 야구가 과학화 되었을 때, 나아가 세계가 온통 경영학의 실험장이 되었을 때, 우리는 어떠한 심리적/윤리적 문제를 맞닥 뜨리게 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의 여지가 더 많아질 수 있었겠지요.

하지만 작품의 소재와 주제와 구성이 내포하고 있는 모든 가능성을 성취하는 것은 드물게 몇몇 명작들이나 성공해내는, 지극히 어려운 일입니다. 창작자가 자신의 분수에 맞지 않게 과욕을 부리다가 서사가 산으로 가고 감상은 유치해지는 일은 드물지 않지요. 이 점에서 <머니볼>은 비록 놓친 부분이 있을지언정 속빈 강정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크나이트>가 그것이 가진 모든 잠재력에 도달하지는 못했더라도 히어로 영화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여 정점에 도달한 것처럼, <머니볼> 역시도 스포츠-과학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으로서 이후로도 두고두고 거론할만 하겠지요. 이후로 나오는 스포츠 드라마들은 태작이나 범작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머니볼>이 도달한 경지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고, 그것이 <머니볼>이라는 영화의 의의일 것입니다.



★★★★ 4/5 통속적인 휴머니즘 드라마를 벗어나 스포츠-과학 영화의 새 지평을 썼다.

* 지난 7월 29일, 제가 패널로 참여하는 팟캐스트 영화계 31화에서 <머니볼>을 리뷰한 바 있습니다. 본문에 나온 내용과 같은 맥락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봤습니다.

http://www.podbbang.com/ch/8720?e=2175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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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06 10:43
수정 아이콘
하드보일드 소셜 SF 라... 확 와닿습니다.
블루라온
15/08/06 11:23
수정 아이콘
영화다 보니 각색된 면도 있고, 충분히 스토리를 풀어낼 시간을 가지지 못하다 보니 실제 이야기와 영화가 가지는 차이가 생겨났다고 봐야겠죠.
그건 실화를 기반으로 한 다른 영화들에서도 많이 보이는 것들이라...근데 영화에서 표현된 빌리빈이 악당으로 까지 갈 정도는 아닌거 같네요.
드라마를 위한 갈등을 그려내고자 그렇게 표현된 것이 있지만, 실제로 선수 시절 배트를 부러뜨려댔다던 빌리빈의 성격을 반영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스카우터들이 빌리빈의 의견을 들어보려는 척이라도 했다면 모르겠지만, 고집에 가까울 정도로 부정했다는 점이 갈등을 빚어낸 데 한 몫 하지 않았나 싶구요. 빌리빈이 경기를 안본다는 것 선수시절의 실패로 인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 봐야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제가 보기엔 그저 패배에 대한 빌리빈의 트라우마 탓이 아닌가 싶습니다. 야구를 부정했다면 선수로 실패 했을 때 야구계를 이미 떠났어야 맞지 않나 싶네요. 전 처음에 머니볼 영화를 사전지식 없이 봤을 때는 트레이드와 관련된 이야기들에서 흥미있게 봤었고, 머니볼 책을 본 이후에는 전체적인 이야기가 이해 되면서 새로운 재미를 느끼며 봤었습니다. 평하신 내용은 어느 정도 야구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공감 할 수 있는게 아닐까 싶네요.

세이버매트릭스로 기반한 숫자놀음을 SF로까지 빗대어 볼건 아닐거 같습니다. 야구를 원래 통계나 확률의 스포츠라고 하니까요. 세이버매트릭스를 SF로 볼거라면, 야구의 기존 클래식 스탯도 숫자놀음인건 매한가지 입니다. 단지 세이버메트릭스는 스탯의 가치를 좀 더 명확하고 공정하게 바라보기 위한 노력에서 생겨났다는 차이가 있겠지만요. 세이버메트릭스가 고작이라고 표현될 정도는 아닌거 같습니다. 어느 정도는 세이버매트릭스가 객관적인 판단의 기준으로 쓰기 적합한 부분들이 있거든요.

쓰신 글이 전반적으로 어렵게 읽히는 느낌이 있네요.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쓰신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구밀복검
15/08/06 11:50
수정 아이콘
1. 영화에서 표현된 빌리 빈이 악당이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일반적인 야구 드라마였다면 악당 포지션에 해당하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머니볼>에서는 악당으로 그려지지 않았다는 이야기지요.

2. 경기를 안 보는 이유는 <머니볼> 원작에 나와 있는 빌리 빈의 발언을 옮긴 것입니다. 물론 영화 상으로는 말씀대로 선수 시절의 실패 때문이기도 하고, 현장과 거리를 둔 채 CEO로서 객관적인 판단을 하려는 빌리 빈의 마인드 때문이기도 합니다만, 영화와 원작을 연동하여 <우리의 눈과 판단을 부정하라>라는 것이 핵심적인 메시지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3. 야구를 부정한다는 것은 야구를 야구만의 특수한 방식이 아닌, 과학이라는 보편적인 도구를 통해 분석하고 접근한다는 의미입니다. 작중의 반동인물들이 흔히 그러죠. '야구는 야구만의 고유한 영역이 있기 때문에 과학이나 수학 같은 것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야'라는 것이죠. 반면 작중의 빌리 빈은 그런 것은 없다고 말하는 것이고요. 스카우트들이나 감독과 같은 인간의 경험과 직관과 관찰이 아니면 파악할 수 없는 야구만의 독자적인 신비나 낭만이나 고유성 같은 것은 없거나 미미하며, 모조리 수학과 통계로 환원될 수 있다는 것이 빌리 빈의 관점인 것이지요.

3. SF적이라는 것은 단순히 수치와 스탯을 다루기 때문에 SF라는 것이 아니라, 이 작품에서 소재로 하는 것이 <특정한 영역이 과학화/계량화 되었을 때에 발생할 수 있는 인간 사회의 갈등과 이슈>에 대해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작년에 나온 <허> 같은 경우 인공지능과의 사랑이 일상화 되었을 때에 우리가 어떠한 문제를 맞닥뜨릴 수 있는지를 다루고 있고, 이 점에서 아주 정통적인 SF 영화로 인정받고 있지요. 마찬가지로, <머니볼> 같은 경우도 수량화와 경영 효율성이 제고 되고 과학적인 방법론이 도입되었을 때에 우리가 맞닥뜨릴 수 있는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SF적이라는 이야기고요. 본문에서 ['나아가 세계가 온통 경영학의 실험장이 되었을 때, 우리는 어떠한 심리적/윤리적 문제를 맞닥 뜨리게 될 수 있는지']라는 문장도 같은 맥락입니다.

4. 세이버 매트릭스가 고작이라는 것이 아니라, 작품에서 대상으로 하는 내적 갈등의 축이 과거의 자신과 인간적 가치에 대한 미련 vs 경영자로서의 냉정한 효율성 추구가 아니라, 고작해야 통계학에 기반한 운영하며 자기 성질 참기 vs 그냥 안 참고 방망이 때려부수기로 흘러갔다는 이야기입니다.
블루라온
15/08/06 12:00
수정 아이콘
라이트하게 봤을 때 3번의 SF는 너무 나간게 아닌가 싶어서요. 보통 SF라 하면 저같은 보통사람 생각엔 로보트 정도는 나와줘야..
댓글 달아주신 걸로는 이해가 잘 되네요. 간만에 보는 관심가는 주제라 열심히 읽고 댓글 달아봤습니다. 꾸벅.
구밀복검
15/08/06 12:09
수정 아이콘
음... 뭐 SF에서 일반적으로 연상되는 메카닉이나 미래, 우주 등을 동원하지 않고 일상적인 소재만 가지고도 SF가 되기도 합니다. 예컨대 저명한 SF 작가인 테드 창의 단편 SF 소설인 <0으로 나누면> 같은 경우, 평생 자신이 연구해온 수학이 사실은 구멍투성이였다는 것에 절망하는 것이 나오지요. 수학을 소재로 하는 SF인 셈입니다. 사실 SF라는 것 자체가 원래는 Science Fiction(과학소설)의 약어였다가, 나중에는 그냥 과학/기술/기계 컨셉이 강조되는 이런저런 다양한 작품 일반을 지칭하는 용어로 의미가 확장된 것이기도 하고요.
주먹쥐고휘둘러
15/08/06 12:20
수정 아이콘
빌리 빈은 최소한 학창시절부터 장래가 촉망되는 선수였고 실제로 메이져리그를 밟아보기라도 한 야구인이지만 폴 디포데스타는 야구와는 아무 관계 없는, 말 그대로 '덕후'에 불과한 인물임에도 이른바 업계의 전문가들을 밀어내고 '머니볼'의 성공을 이끈 인물이란 점에서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숨겨진 주인공이라면 영화에선 실명이 아닌 이름으로 나온 폴 디포데스타가 아닌가 싶습니다.

굳이 폴 디포데스타 역의 배우를 덕후의 스테레오 타입이라 할만한 외모의 배우를 쓴것도 이런 부분을 노린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구밀복검
15/08/06 12:24
수정 아이콘
네. 뭐 야구 경험이고 경력이고 감각이고 세이버 씹덕후에게 관광요-를 보여주는 거죠. 본문에도 썼지만 원래는 이런 콤비는 주인공들에게 관광타는 게 보통인데 말이죠. 작중의 빌리 빈이 개구리 왕눈이의 투투라면 피터 브랜드는 투투의 부하인 가재 쯤 될까요. -_-;
15/08/06 13:16
수정 아이콘
디포데스타가 본인의 이름 사용을 거부해서 복수한게 아니냐고..
비타에듀
15/08/06 12:27
수정 아이콘
저는 머니볼이 좋았던게.. 물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고 오클랜드가 우승을 못했으니 당연한거겠지만.. 우여곡절 끝에 우승!! 이 아니라 플레이오프에서 허망하게 패배하고 보스턴에서 제의 받고 나중에 딸의 노래를 들으면서 담담히 운전하면서 끝나는 그 장면이 너무 좋더라고요

괜한 과잉감동 이따위것도 없었고..
Cliffhanger
15/08/06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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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아주 재미있게 봤던 영화입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트레이닝 룸에 혼자 앉아 주먹을 불끈 쥐는 장면은 역대급 통쾌함이었어요. 브래드 피트 팬인데, 빌리 빈 역을 제일 좋아합니다 크크. 아무튼 영화다보니 극적 장치를 넣느라 과장/생략 혹은 아예 허구의 이야기가 들어가기도 했죠. 대표적으로 빌리 빈 이전부터 세이버메트릭션은 이미 활약하고 있었다거나 채드 브래드포드 외엔 WAR이 평균 혹은 그 이하였다거나 전통적 스카우터들의 방식으로 선택한 선수들과 세이버메트릭스를 통해 선택한 선수가 꽤 일치했다거나.. 뭐 영화니까 이해가능한 범주라고 생각합니다.
'세이버메트릭스 레볼루션'이란 책에서 머니볼 원작과 영화, 빌리 빈의 신화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합니다. 머니볼과 세이버메트릭스를 좋아한다면 읽어볼만 하더군요.
마스터충달
15/08/06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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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따지고 보니 빌리 빈은 인간미가 없네요. 볼 때는 그런 거 전혀 못 느꼈는데 말이죠;;;

관객이 빌리 빈에게 호감을 갖는 이유를 생각해 보니 몇 가지가 떠오르는데

1. 브래드 피트라는 배우빨이 좀 쎈 것 같습니다. 먹방 잘하는 배우는 뭘 해도 밉지가 않아요 크크.

2. 시나리오가 빌리 빈을 약자로 놓습니다. 실제로 그랬는지 모르지만 영화 속에서 세이버 매트릭스는 평가 절하되고 있죠. 피터 브랜드는 외모부터 약해 보이고요. 야구팀의 사정을 모르는 (솔직히 저는 단장이라는 게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사람들에게 팀내 최고 존엄은 감독인데, 그 감독은 빌리 빈과 대립하고 있습니다. 빌리 빈이 처한 상황도 좋지 않았죠. 실상 인사권을 쥐고 있는 팀내 최고 권력자를 가장 나약한 존재로 아주 포장을 잘 했습니다. 약자에게 측은지심을 갖는 것은 인간이라면 당연한 것이니까요. 관객은 빌리 빈에게 마음이 갈 수 밖에 없겠죠.

3. 본문에서 지적하신 대로 드라마적 요소를 너무 잘 배치했습니다. 마지막 딸의 노래가 나올 땐 "그래 나는 틀리지 않았어." 하는 대사가 들리는 것 같았거든요.

이 글을 보고나니 사기먹은 기분이 드는데요;; 포장은 휴먼 감동 실화인데 알맹이는 inhuman 스포츠 매니지먼트...
비타에듀
15/08/0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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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야구인들은 이 영화나 머니볼 원작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더군요
그 양반들은 야구는 야구인들이 잘 알고 외부인들이 간섭하는걸 고깝게 볼텐데 머니볼 보면서도 쯧쯧거리려나..
15/08/06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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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머니볼은 리얼이 맞습니다. 제이슨 지암비는 MVP 수상자에 2001년 WAR는 9.1이였고, 자니 데이먼은 3년간 평균 WAR가 4.6언저리에 오르는 A급 선수들이였습니다. 주전 마무리의 공백은 말할것도 없구요. 약 13의 WAR가 손해를 봤는데, 위기가 아니다? 어떤 팀도 그럴리는 없습니다. 거기에 그 전시즌에 116승 거둔 시애틀에, 최고의 투수 박찬호(...)를 영입한 텍사스까지 있는데, 영건 삼인방과 테하다-차베즈의 힘만 믿고 플옵후보로 점친다? 그 당시 전문가들은 오클랜드를 잘하면 서부 3위정도로 취급했습니다. 애초에 머니볼의 촛점은 선발진이 아니라 지암비와 이즈링하우젠의 대체자를 찾는것에서 출발했고, 그런 미묘한 부분이 각본이라면 "실화"라고 불리우는 작품의 95% 이상은 허구일겁니다. 그러면 그건 그냥 다큐겠죠.

2. [빌리 빈은 보통은 악당으로 등장해야 정상인 캐릭터이지요. 중심인물들의 순정과 낭만을 짓밟는, 몰인정하고 탐욕스러운 최종보스가, 목가적인 세계를 짓밟으려는 음모를 획책하고 갑질을 하다가 궁극적으로는 주인공에 의해 관광 당하는 식의 패턴은 클리셰 축에도 끼치 않는 진부한 것입니다.]
영화내에서 빌리빈의 어떤 모습이 음모를 획책하고, 탐욕스럽다고 느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말씀하신 낭만과 순정을 짓밟히는 중심인물은 누구입니까? 아트 하우와 퓨슨이 오클랜드 성공의 중심인물로 생각하시는건가요? 갑질은 한건 지암비와 데이먼을 돈 경쟁에서 빼앗은 양키즈/레드삭스지, 빌리빈이 아닙니다. 악당포지션에 있는 인물들이 떡하니 존재하는데, 빌리빈이 악당포지션이라는건 전혀 공감이 가지 않습니다.


3. 저 두 대전제에서부터 오류가 보이니까, 그 뒤의 이야기들이 너무 와닿지않았습니다. 예를들어 대리만족의 부분은 저는 GM을 하면서 충분히 하고 있다고 느꼈는데, 자기부정이고 야구를 부정한다는것도 지나친 추측입니다. 야구를 부정했다면 GM을 안했겠죠....

저 역시 머니볼을 매우 감명깊게 보고 즐겨보았는데, 저와 같은 영화를 보신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글에 의문점이 많은것 같습니다. 대전제도 와닿지 않았고, 그 대전제에서 말한 빌리빈은 '악당'이니까, 또 머니볼은 '사회과학적 SF'이어야 하니까 영화에서 깊은 부분을 차지하고있는 전 부인 -딸과의 에피소드들은 다뤄지지 않았으며 (저는 한 아버지로서 보여지는 빌리빈의 모습이 영화에서 꽤나 큰 부분이라고 생각하며, 이 영화의 최고의 명장면을 엔딩으로 꼽습니다.), 리뷰의 여러 부분에서 너무 비약하신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주먹쥐고휘둘러
15/08/06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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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본문에서도 언급한 거지만 빌리빈의 방식이란게

당신들의 방식은 이제 쓸모없어. 내 식대로 한다. 싫어? 그럼 책상 치워서 나가

딱 이거 거든요. 보통 영화에서 이런식으로 행동하는 캐릭터는 주인공을 핍박하는 전형적인 악역이구요.
15/08/0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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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캐릭터의 포지션을 뜻하는 거죠. 빌리 빈이 실제 악당이란 말이 아니라 일반 스포츠 드라마라면 악당이 취할법한 몇몇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말입니다. 다크 나이트 비유는 문자 그대로 빌리 빈이 어둠의 다크한 히어로라는 말이 아니라, 다크 나이트가 슈퍼 히어로라는 장르에 대한 일종의 전회가 되었듯(그리고 해당 장르에 대한 또다른 사유의 기제가 되었듯), 머니볼과 빌리 빈 역시 스포츠 드라마라는 장르에 있어 비슷한 관계를 형성한다는 이야기고요.
15/08/0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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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음과 동시에, 자상한 아버지로서의, 그리고 선수를 붇돋우려는 모습도 가지고 있죠. 그리고 그런부분에 상당한 러닝타임을 투자합니다. 제 말은 빌리빈이라는 캐릭터는 (실존하는 캐릭터다보니까) 즉 우리 모두와 다를바없이 강함과 약함을 공존해서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즉 그를 선의 영역에서 놓을순 없지만, 마찬가지로 악당으로도 규제해선 안된다는거죠. 즉 선인과 악인 이분법으로 놓아서는 안되는 캐릭터라는겁니다. 그러니까 스포츠를 가정한 휴먼드라마구요. 그러나 리뷰에서는 단장으로서 머니볼을 행하려는 빌리빈의 감독/스카우트와의 마찰 몇 신으로 그를 악당으로 규정하고 '나머지는 다 장치임' 이라고 라고 깔고 전개해나가는 점이 크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나름 초장문의 머니볼 리뷰인데, 제가 가장 감명깊게 본 세 파트 - 엔딩신, How can you not be romantic about baseball, 그리고 제레미 브라운에 대한 언급 하나 없다는것에 대한 아쉬움이 많습니다.


이 후의 답변은 사정상 많이 늦을수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15/08/0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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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본문에서도 별로 악당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데요. 본문의 이야기는 빌리 빈이 악당이라는 게 아니라 스포츠 장르물에서 빌리 빈은 악당이 되었을법한 캐릭터라는 겁니다. 왜 앞에서 공포의 외인구단이나 h2 이야기를 하겠습니까. 기존 스포츠 장르물의 맥락을 경유하여 (본문이)머니볼을 보겠다는 거죠. 세이버 매트릭스가 야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인 만큼, 이를 소재로 하는 머니볼 역시 스포츠물을 이전과 다른 맥락에서 그려낸다는 이야기고요(머니볼이란 영화 자체를 통해서). 물론 그 와중에 야구에 대해 변치 않는 우리의 마음도 있습니다만, 그 모든 건 일단 새로운 기반 위에서 성립하는 거죠.
15/08/0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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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머니볼>의 경우, 보통은 악당이어야 할 빌리 빈이라는 인물이 주인공이고, 주인공이어야할 인물들은 이 악당의 장기말일 뿐입니다. 위 아 더 월드를 함께 외쳐야할 동료들에 해당하는 감독과 스카우트들은 빌리 빈의 구조조정 대상에 불과하며, 선수들은 언제든지 교환 가능한 상품일 따름이지요. 이 사이에서 플레이어들의 유대나 협력, 단결 등의 공동체적 가치, 야구의 낭만과 같은 로맨틱, 휴머니즘 등은 상실됩니다. 그저 과학과 수학과 계량과 경영 효율성에 의한 구조개혁과 대수술이 강조됩니다.


[만약 일반 기업체가 배경이고 빌리 빈 같은 사장이 나오고 기존의 노동자들을 나태하고 타성에 젖었으며 비합리적인 방식을 답습하는 개혁의 대상으로 묘사하고, 경영 효율성을 역설했다면, 이 영화는 큰 비난을 받았을 것입니다.]

본문의 파트 2의 대부분의 지문이 빌리빈을 악당으로 묘사하고있고, 이런 논지는 스포츠물을 벗어나서도 계속됩니다. 차라리 (제 의견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빌리빈이 악당포지션이 맞다로 말씀하시면 모를까, 본문이 악당으로 보고 있지 않다라고 하는것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구밀복검
15/08/0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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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영화에 나왔다거나 하드보일드하게 묘사했다면 쉽게 악당으로 그려졌을 텐데 <머니볼> 상의 묘사로는 악당으로 그려지지 않았다는 이야기지요. 쉽게 말해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조금만 개작해도 빌리 빈은 악당으로 만들어질게 뻔한 인물이라는 뜻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는 점에서 <머니볼>의 특이성이 있는 것이고요.
15/08/0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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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서 발췌한 부분은, 이를 근거로 빌리 빈을 악당으로 보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관객이 스포츠에는 다른 잣대와 기준을 요구한다는 걸 지적하는 거죠. 그리고 스포츠가 우리에게 무엇이 되어야하는가를 지시하고요. 그와 함께, 정작 다른 분야 이상으로 매순간의 결과에 대한 즉물성이 와 닿는 스포츠인데도, 이에 대한 대중의 향유는 (공포의 외인구단마냥)왜곡되고 낭만화된 형태로 자리 잡아왔다는 겁니다.
15/08/0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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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같은 생각이시군요
감명까진 아닙니다만 (제 감정이 약간 메마른 탓도 있겠죠) 딸과의 관계는 영화의 흐름에서 어느 정도 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하는데
리뷰글에서는 애써 무시하시려는 듯 싶어서...
웅진프리
15/08/0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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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사실 저는 엄마랑 같이보는데 엄마같은 야구잘모르는 일반인도 딸과의 관계를 보면서 인간적인 면모를 느꼈는데요
너무편향적이지 않나 싶네요
구밀복검
15/08/0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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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클랜드가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이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머니볼>에서는 오클랜드가 저 셋을 빼면 깡통인 팀처럼 묘사를 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다는 이야기지요. 무엇보다 오클랜드가 2002년까지 전통적인 매니지먼트를 하다가 폴 디포데스타(피터 브랜드로 각색된)라는 세이버 덕후를 만나서 머니볼에 눈을 떴다든가, 2002년에 오클랜드가 이전까지 맞이한 적 없는 위기를 맞이했다는 것은 사실과는 크게 거리가 있는 것이고, 이것이 지엽적인 부분도 아닙니다. 디테일하게 거론해보자면 <머니볼>에서는 페냐가 한참 리그 올스타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빌리 빈이 해티버그를 쓰기 위해 억지로 트레이드한 것처럼 묘사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망테크를 밟고 있었지요.

본문은 머니볼이 현실을 왜곡했기 때문에 결함이 있는 작품이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비판거리가 되지는 않습니다. 물론 현실은 픽션을 초월한다든가 각본 없는 드라마와 같은 식으로 현실 그 자체가 더 큰 설득력을 줄 때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현실은 누군가의 목적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 아니기에 모호하고 일관적이지 않으며 우연의 다발로 결합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창작자의 명확한 의도 하에 직조되고 창조되는 모순없는 픽션이 때로는 더 많은 것을 말해줄 수 있는 것입니다. 진수의 정사삼국지보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가 예술로서는 비교할 가치도 없이 훨씬 훌륭하듯이 말이지요. 배넷 밀러의 연출과 애런 소킨의 각본 하에서는 말할 나위도 없는 것이고요.]라는 문단을 다시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2. 악당 부분은 위에서도 답변한 이야기라서 반복합니다. [영화에서 표현된 빌리 빈이 악당이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일반적인 야구 드라마였다면 악당 포지션에 해당하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머니볼>에서는 악당으로 그려지지 않았다는 이야기지요.] 주먹쥐고 휘둘러 님의 코멘트와 궤를 같이하는 이야기입니다.


3. 야구를 부정한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위에서 답변한 이야기라서 반복합니다. [야구를 부정한다는 것은 야구를 야구만의 특수한 방식이 아닌, 과학이라는 보편적인 도구를 통해 분석하고 접근한다는 의미입니다. 작중의 반동인물들이 흔히 그러죠. '야구는 야구만의 고유한 영역이 있기 때문에 과학이나 수학 같은 것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야'라는 것이죠. 반면 작중의 빌리 빈은 그런 것은 없다고 말하는 것이고요. 스카우트들이나 감독과 같은 인간의 경험과 직관과 관찰이 아니면 파악할 수 없는 야구만의 독자적인 신비나 낭만이나 고유성 같은 것은 없거나 미미하며, 모조리 수학과 통계로 환원될 수 있다는 것이 빌리 빈의 관점인 것이지요.] 야구라는 스포츠 자체를 빌리 빈이 거부한다든가 싫어한다는 질박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4. 자기부정의 경우, 본문의 문장을 다시 거론하겠습니다.
[경영자나 관리자, 감독, 코치 등이 주인공인 작품들을 떠올려봅시다. 현역 시절에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이 있는 인물이 등장한 다음, 자신과 지극히 닮은 선수를 만나게 되고, 선수의 성취 및 그와의 인간적인 결속을 통해서 대리만족하고 영생하게 되거나, 혹은 이를 성취하지 못하는 비극을 맞닥뜨리거나 하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입니다. 결말이 해피하든 배드하든, 핵심은 과거의 실패에 대한 미련과 이로부터 나오는 대리만족 및 인간적인 교감에 있지요. <밀리언 달러 베이비>와 같은 것이 대표적이죠].

<더 파이팅>도 비슷합니다. 예컨대 근성과 철권으로 이름을 날렸던 압천이라는 인물이 있고, 과학과 실증에 밀려나고 있는 일본 권투계와 자신을 안타까워하고 있던 찰나 젊은 시절의 자신과 지극히 닮은 일보라는 선수를 육성해서 자신을 대신하여 세계를 정복하게 한다...뭐 이런 식이죠.

<머니볼>은 이러한 패턴을 벗어났다는 것입니다. 보통의 패턴대로면 빌리 빈은 자신의 과거에 대해 회한과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자신처럼 5툴 플레이어에 타고난 재능이 넘치는, 스카우트들이 좋아하는 선수에 대해 감정이입하고 자신을 대신하여 그 선수가 팀을 성공으로 이끌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머니볼>에서 빌리 빈이 택한 히든카드는 자신과 전혀 닮지 않은 해티버그죠. 그런 판단을 내린 근거는 해티버그의 툴이나 외양으로 보이는 야구적 재능이 아니라 출루율과 세이버 매트릭스고요.

이렇듯, 빌리빈이 자기부정적이라는 것은, 오로지 통계와 계량이라는 비인적인 잣대를 통해 흔히 매몰되기 쉬운 자신의 주관과 감상과 정념을 억제한 채 객관적이고 냉정한 태도를 고수한다는 의미입니다. 인습과 전통과 과거와 결별하고 혁신과 변화와 극기를 긍정한다는 것이죠.


5. 가족 에피소드에 대해서는 본문에도 이미 서술한 바 있습니다.
[메시지만을 하드보일드하게 서술하면 잔혹하고 살벌한 비극적인 현실이 드러날 테고, 관객들은 이를 감내하기 어렵기 때문에, 드라마적인 요소를 중간중간 넣어 영화의 섬뜩한 뒷맛을 느끼지 못하도록 희석시킨 것입니다.]
즉, <머니볼>이 경영학과 통계학의 승리를 외치려는 것이 메인이고, 나머지 요소는 관객들을 위한 배려라는 이야기입니다. <소셜 네트워크>나 <웨스트 윙> 등에서도 애런 소킨의 이런 서비스는 종종 보였지요.
웅진프리
15/08/0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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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다른것은 글쓴이의 의도를 잘못 판단한거라고 할수도있지만 가족에피소드는 충분히 메인이야기인데요? 막판에도 딸을 위해서 보스턴으로 안갔다던가 show를부르면서 엔딩을 하는부분이나 딸에대해서 많은 부분을 할애하는데 이것을 다 재외하고 냉혹한 뒷만만 보여주려고했다...
그건 어폐가 안맞죠 이런상당부분을 단순히 뒷맛을 못느끼도록 희석시켰기에는 너무 많이 소재로 다뤘기 때문에 그리고 냉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냉혹함을 느끼지 않는(예를 들어 조커라던가) 이런게 아닌 빌리빈의 마인드 야구를 냉정하게 누구의 평가 생각을 배재한 냉정함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봅니다..
구밀복검
15/08/0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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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혹한 뒷맛만을 보여주려 했다는 게 아니라, 반대로 그것을 느끼지 못하도록, 웅진프리님이나 어머님 같은 관객들도 편하게 볼 수 있게 희석시켰다는 이야기지요. 웅진프리님께서는 너무 많이 소재로 다뤘기에 비중이 크다고 하셨습니다만, 사실 그 장면들을 이 영화에서 모조리 싹 도려내고 딸이 등장하지 않더라도 영화가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작품의 인상과 톤은 크게 달라질지언정 <야구는 인간이 하는 종목이므로 수학과 과학과 통계를 들이대는 것은 헛짓거리이다 vs 세이버 매트릭스로 대변되는 수량적 접근으로 야구를 개혁할 수 있다>라는 주제와 메인갈등을 기반으로 하는 스토리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거든요. 구태여 딸을 등장시킨 이유는 영화를 보다 부드럽게 해주기 위한 것일 따름이지요.
웅진프리
15/08/0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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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세이버 메크릭스로 대변되는 수량적 접근으로 야구를 개혁할 수 있다라는 주제는 사실이지만 실제 머니볼 내용을 각색해서 딸의 내용을 보여주면서 한편으로는 악당으로 보일수도있지만 그의 인간적 면모를 충분히 보여줬기때문에 저한테는 공감이 안가는 부분이 있네요 이 영화에서는 가차없이 자른 부분에 대해 인간적으로는 그행동에 대해 비판한다던가 뉘우치는 모습은 안보이지만 그러나 마냥 인간적으로 냉혹한게 아니라 부매니저랑 장난도 치고 특히 딸과의 장면을 강조하면서도 결국에는 냉정하게 생각하고 이득을 위해서 어떠한것도 불사하는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 이득을 위해서 냉혈적이지만 그래도 딸과의 모습을 통해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상황이 부정적이지만 끝까지 자기의 신념을 고수하는 방식 이득을 위해서 보스턴으로 가는게 아니라 딸을 생각하며 오클랜드로 남아있는 모습을 통해서 자기에대해서 결과적으로 한편으로는 맞는가 하는 도덕적 윤리적 비판을 통해 인간적인 인상를 주지는 않았지만 이와같은 인간적면모를 통해서 잔잔한 인상을 주지 않나 생각합니다
구밀복검
15/08/0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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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 부분은 관점의 차이로 정리하고 넘어가는 것이 나을 것 같군요. 사람에 따라 그런 드라마적 요소를 충분히 즐길 수도 있는 것이고요. 다만 이 글에서는 <머니볼>이라는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도발적이고 전복적인 함의에 대해 초점을 맞추었다고 보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쨌든 머니볼에서 제시된 갈등들이 우리에게도 여전히 논쟁적이라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으니까요.
웅진프리
15/08/0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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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가 머니볼에 냉혹함에 대해 이런글 비슷한 리뷰는 많이 봤지만 이 리뷰가 그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리뷰같네여
그리고 그 갈등이 사회적으로는 굉장히 논쟁이 되고있져 비판적으로
그거에대해서 아무래도 기존 영화처럼 막 히어로물이 아닌 악당처럼 표현이 되있는것같습니다. 다만 저의 생각은 그거에 대해서 당연하다거나 언급을 안한게 아니라 인간으로서 성공하기 위해서 냉혹한 모습을 보인거라고 생각하네요. 암튼 좋은 리뷰 남겨줘서 감사합니다
웅진프리
15/08/0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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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이 메세지 자체가 강한 인상을 주지않고 주제도 세이버 메트릭스의 승리이지만 원작과는 다르게 거기에다가 인간적 면모라는 픽션을 넣어서 더 생각하게 만드는부분이 있는것같습니다 그게 강렬하고 임팩트를 주는 부분의 인상은 아니지만 저가 생각하기에는 냉혹함을 희석시킬려고 하는게 아닌 메세지라고 생각합니다
삼국지연의의 도원결의나 아들을 때릴려고 하는거에서 한실 부흥시킬려고 배신을 마구하는 부정적 면모를 희석시킬려는게 아니라 거기에 인간적 면모를 넣은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 생각도 결국에는 탄산은 빠졌지만 콜라라고 생각합니다
암튼 생각은 떠나서 한번쯤 생각을 돌아볼수있게 흥미로운 리뷰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15/08/0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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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신 부분을 다시 읽어도(그전에도 읽었었지만) 그닥 와닿지가 않습니다. 일일히 언급하진 않겠습니다만, 예를들어 빈과 해터버그의 관계가 그렇습니다. 빌리빈은 고교이후에 프로직행 혹은 대학진학의 기로에 놓이는데, 본인은 프로직행을 택해서 실패한 케이스죠. 저는 오히려 해티버그야 말로 빌리빈의 대리만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대학진로를 해서 평범한 모습으로 데뷔했을' 또 다른 본인을 말하는거죠. 스카웃의 직감을 믿지않고 내가 생각한대로 갔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의 산물이 해티버그라고 생각합니다. 전 빌리빈이 전례가없는 선수출신 GM의 길을 걸은것도 본인이 이루지못한것을 찾기 위해서지, 그것이 자신의 부정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즉 그렇게 매몰찬 인간으로 보여지지 않는다는점입니다. 그런 부분을 뒷받침 해주는것이 그의 인간적인 모습인데, 구밀복검님께서는 '그 모든것이 희석하기위한 장치이고 관객을 위한 배려이다' 라고 하기엔 그런 부분이 보여진 비중이 너무 큽니다. 저는 오히려 그 반대로, '그런 매몰참 속에 찾을수있는 주인공의 인간적인 면'이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20연승후 모든 부분을 빌리빈의 그런 면을 비춰주는것이 그 근거라고 할수 있고요.

글에 대한 답변 감사합니다.
구밀복검
15/08/06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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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볼 영화 내에서는 해티버그가 대학을 거쳐 프로로 넘어왔다는 이야기도 없고, 고졸로 프로 데뷔와 대학 진학 사이에서 고민을 했다는 이야기도 없습니다. 이 점에서 해티버그를 '대학진로를 해서 평범한 모습으로 데뷔했을 빌리 빈의 또다른 모습'으로 보아야만 하는 필연적인 이유가 없습니다. 애초에 영화에서 '빌리 빈은 고교 재학 당시 스카우트들을 비롯하여 모든 현장 야구인들이 사랑하는 툴이 충만한 선수였지만 실제로는 실패한 선수'라는 것을, 반대로 해티버그는 '모든 야구인들이 기피하는 선수였지만 수치상으로는 쓸만한 선수'라는 점을 강조하지요. 그리고 이 두 가지 측면은 [현장 야구인들의 눈이 아니라 과학과 통계가 선수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는 머니볼의 주제 및 서사진행에 있어서 뺄 수 없는 부분이고요.

빌리 빈이 인간적인 면모가 있지요. 그러나 그것은 철저하게 그의 사적 영역에 한해서입니다. 작중 그가 야구에 접근하는 방식은 매우 냉정하고 계산적이지요. 전통적인 야구인들은 이를 비난하고요. 오클랜드가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을 때에 해설자의 코멘터리도 같은 맥락이지요. '야구는 컴퓨터와 숫자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몸으로 뛰고 달려야해. 누구도 야구를 새로 만들 수 없지.'
15/08/0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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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본문에서 머니볼 원문을 인용하셨기에 저 역시 머니볼의 핵심인 대학선호를 언급하였습니다.

다른건 다 제치더라도 (그렇게 핵심적인 부분은 아니니) 제가 말하고싶은건, 그 사적인 영역이 영화에서 매우 깊게 다뤄졌다는겁니다. 영화의 매 순간순간마다 딸이있고, 가족이 있어요. 심지어 그 해터버그 계약때도 그들의 가족이 함께했습니다. 그게 장치나 희석의 용도 그 이상으로 쓰여졌다는거고,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있는겁니다. 즉 빌리빈의 인간미는 메인 주제에 포함되도 무방하다는거죠.

이 리뷰를 본 제 느낌은 이렇습니다. 콜라가 있고 많은 분들이 콜라라고 하는데 글쓴이분은 '사실 이건 설탕물이고 그 밍밍함이 별로니까 그 사실을 속이기 위해 탄산을 넣은거임.' 라고 말씀하시고, 그리고 그것이 계속해서 설탕물이라고 주장하시는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엔 암만봐도 콜라는 콜라입니다.
구밀복검
15/08/0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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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영화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빌리 빈이라고 하는, 종래의 전통적 야구 방법론으로 인해 과거에 실패를 경험한 인물이, 세이버 매트릭스라는 통계적/수량적 접근에 기반한 경영 합리화와 구조조정을 통해 오클랜드를 성공으로 이끌고 야구를 개혁했으며 자신의 실패를 온전하게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야구는 사람이 하는 스포츠인지 과학적 접근의 대상인지는 명확히 결판이 난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 가족 이야기는 들어가도 좋고 안 들어가도 그만인 이야기라는 것이 제 입장입니다. 무엇보다 가족과의 관계회복, 목가적인 드라마적 요소들 자체가 빌리 빈이 야구에서의 실패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딸려오는 종속변수이기도 하고요. 이외에는 위에 답변한 코멘트와 비슷한 맥락인 듯 하여 인용으로써 갈음하겠습니다.

https://pgr21.com/?b=8&n=60225&c=2311539
15/08/06 15:09
수정 아이콘
네 알겠습니다. 의견차이를 막론하고, 긴 글 쓰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구밀복검
15/08/06 15:12
수정 아이콘
뭐...어쩌다보니 서로의 차이점이 강조되지 않았나 싶은데, 어쨌거나 각자 자유로이 머니볼을 콜라로 즐기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이것에서 탄산을 추출해내고 설탕물만 빨아보자면 꽤나 흥미로운 논점을 우리에게 제기한다는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스터충달
15/08/06 14:22
수정 아이콘
이 댓글을 보니 빌리 빈이 악당 포지션이라는 점은 비약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네요.(생각이 계속 왔다갔다 하네요;;) 저도 시나리오가 빌리 빈을 약자로 포장하고 있다고 봤으니, 확실히 '악당'까지 가면 너무 나간 기분이 들긴 합니다. 비록 그가 가진 스포츠 철학이 인간미가 없다고 하더라도요.

근데 그 부족한 인간미를 팀과 스포츠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가족에게서 찾는다는 건 역시 전통적인 스포츠물하고는 괴리가 있어보입니다. 어쩌면 마지막에 위로가 되어주는 게 팀이나 스포츠 관계자가 아니라 딸이라는 것은 빌리 빈이라는 실제 인물의 고립감을 표현하고자 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제리 맥과이어>가 팀, 우정, 스포츠맨십으로 결론 지은 것과는 정 반대로요.
구밀복검
15/08/06 14:41
수정 아이콘
초점만 달리하면 악당이 되기 마련이지만 그렇게 안 갔다는 이야기죠.
마스터충달
15/08/0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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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드라마적 요소로 희석시켰다고 쓰셨군요. 악당될 뻔 했지만 악당이 안 됐다고 하신 거였네요;; (역시 글은 정독을 해야 ㅠ,ㅠ)

여러 댓글을 보니 저도 나름대로 정리가 되네요.

통속적인 스포츠물과는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다는 점에 공감이 갑니다. <제리 맥과이어>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본문처럼 인간미 없는 운영 철학에 비해 빌리 빈은 매력적으로 그려집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드라마적 요소로 인한 희석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극에서 빌리 빈은 약자이고 극복해야할 과제가 많은 다소 전형적인 주인공의 포지션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호감이 가고요. 그렇다고 가족애가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가 이적하지 않는 이유는 가족 때문이라기 보다는 단장으로서 고집으로 비춰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노래 가사를 생각하면 가족의 큰 존재감은 반대급부인 업계의 무관심을 강화하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뭔가 댓글들을 지켜보고 요리조리 끼어들다 보니 나름 영화에 대해 스스로 해석하게 되네요. 이게 수다떠는 맛 같기도 합니다.
세인트
15/08/06 13:00
수정 아이콘
좋은 평 잘 보았습니다.

본문 글과는 별개로,
[하지만 작품의 소재와 주제와 구성이 내포하고 있는 모든 가능성을 성취하는 것은 드물게 몇몇 명작들이나 성공해내는, 지극히 어려운 일입니다.]
이 문장을 보고, 새삼 버드맨이 얼마나 대단한 영화인가 다시 느끼게 되네요. 이냐리투는 정말...
몽키.D.루피
15/08/06 13:06
수정 아이콘
성실한 리뷰 잘 봤습니다. 그런데 제가 느끼는 빌리빈은 효율성을 위해 가차없이 사람을 자르는 악덕기업주가 아닙니다. 오히려 세이버 매트릭스라는 새로운 기법을 발굴해서 재능은 있지만 기존 스탯 때문에 소외된 유망주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자신이 선택한 신념과 그 신념에 맞는 선수를 끝까지 믿고 지켜주는 능력있는 리더였습니다. 이건 SF가 아니라 드라마죠.
[모나리자처럼 웃는 듯 우는 듯 모호한 표정을 짓는 브래드 피트의 페이스가 카메라에 잡혔다면]이라고 하셨는데 이건 지극히 한국영화스러운 연출이 아닌가싶네요.
구밀복검
15/08/0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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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디까지나 머니볼이라는 픽션 하에서의 빌리 빈을 말하는 것이지요. 본문 어디에서도 현실의 빌리 빈이 어떠하다, 어떠해야한다는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습니다. 구태여 첫 문단으로 머니볼이 픽션임을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현실의 오클랜드와 빌리 빈과 완전히 무관하게 영화 세계 내의 오클랜드와 빌리 빈에 대해서만 논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2. 흑묘백묘라고, 어떤 연출이나 구성을 취하든 중요한 것은 양가감정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그 수단이 오묘한 얼굴이든 눈물을 흘리는 것이든 뭐든 말이지요. 또한, 한국영화 이외에도 이렇게 양가감정을 모호하게 드러내는 방식은 드물지 않습니다. 그 유명한 <시민 케인>의 박수 컷이라든가, <버드맨>이나 <데어 윌 비 블러드>의 결말에서 주인공의 모습, <다우트>에서 마지막에 눈물을 흘리는 알로이시스(메릴 스트립 분), <더 헌트>의 파이널 컷, <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 그만뒀대>의 결말 등이 해당되지요.
나는 조석이다
15/08/06 13:09
수정 아이콘
태클은 아닙니다만, 피터가 원래 몸담았던 구단이 애틀란타가 아니라 클리블랜드 아닌가요?
구밀복검
15/08/06 13:58
수정 아이콘
아, 클리블랜드가 맞군요.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리기
15/08/06 13:14
수정 아이콘
영화 본지는 꽤 오래됐는데 이렇게 고퀄의, 어찌보면 일반적인 대중의 시선과는 다른 관점의 리뷰를 보니까 정망 재밌네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흐흐
세인트
15/08/06 14:45
수정 아이콘
becker님의 지적도 일견 타당하긴 한데, 너무 까칠하게 받아들이시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구밀복검님의 시점도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구밀복검님의 말씀대로, 다른 작품에 저런 캐릭터가 있다면 악역이 되기 딱 좋은 스타일인건 맞습니다.
이 부분을 빌리빈이 왜 악당이냐! 라고 becker님을 포함한 몇몇 분께서 지적하시는데,
아무리 봐도 구밀복검님의 글은 빌리빈이 악당이라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일반적인 영화나 드라마 같은 서사에서 저런 스타일의 캐릭터는 악역 혹은 안티태제 혹은 끝판왕 같은 포지션일 경우가 많은 건 사실입니다.
오히려 전 그런 캐릭터에게도 입체적인 - 즉 구밀복검님께서 말씀하신 자기부정과 극기, 야구에 대한 낭만과의 결별 - 같은 많은 부분들, 그러니까 다른 작품에서 악역으로 보일 만한 요소가 많이 있음에도, 충분히 매력적인 주인공 역할을 잘 소화해낸/소화해내게 한 브래드 피트와 아론 소킨을 새삼 대단하다고 느끼게 되네요.
그리고 실제와 별개로 이 영화 작품만 놓고 보자면 - 사실은 이 부분은 저도 조금 긴가민가 그런가 아닌가 싶긴 하지만 - 가족 에피소드 같은 부분은 사실 영화에서 통채로 들어내도 이야기의 진행에는 지장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이를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내기 위해 (혹은 희석을 위해) 집어넣은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가족과 낭만을 완전히 버린 사람이 아니라는, 구밀복검님의 시각과 완전히 배치되는 증거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실화를 바탕으로 하다보니 실제인물의 요구를 수용한 것인지(뭐 마지막 경우는 소셜 네트워크를 생각해 보면 가능성이 희박하긴 합니다 크크) 긴가민가 하긴 하네요.
아무튼 두 분 다 좋은 논박을 하고 계셔서 영알못 야알못인 저에게는 좋은 공부가 되네요. 감사합니다.


P.S: 어쩔 수 없이 논박중인 두 분의 아이디를 언급했는데, 저격의 의도는 결코 없으나 불편하시다면 수정 혹은 삭제하겠습니다.
15/08/06 15:07
수정 아이콘
[<머니볼>은 야구 영화라기보다는 오히려 사회과학적인 SF 영화]
사실 머니볼 원작부터가 야구 서적이 아니라 경영학 서적이라는걸 생각해 보면 어쩌면 당연히 나올 수 있는 평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머니볼 영화와 실제 상황의 차이에 대해 담당 기자가 코멘트한 내용 링크입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보세요.
http://mlbpark.donga.com/mbs/articleV.php?mbsC=mlbtown&mbsIdx=5932&cpage=1&mbsW=&select=&opt=&keyword=
구밀복검
15/08/06 15:15
수정 아이콘
네. 본문 역시 <머니볼>은 원작이든 영화든 야구를 낭만과 휴머니즘의 대상이 아닌 경영과 합리성의 대상으로 보고 있으며, 이 점에서 종래의 야구에 대한 관념과는 다른 전복적인 함의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의도했습니다.
공안9과
15/08/06 15:44
수정 아이콘
저도 이 영화를 보면서 경영학에 접목할 부분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얼마 후 기관장님의 강력한 추천에 의해 전 직원 단체 관람을 시키더군요. ^^;
구밀복검
15/08/06 16:04
수정 아이콘
이 영화를 그대로 현장에 적용시키려는 관리자가 많아진다면 살기 참 팍팍해지겠지요 ^^
후치네드발
15/08/06 17:43
수정 아이콘
위에서 많은 분들이 언급하셨듯이 저 역시 엔딩신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는데 본문에 비중이 적어서 의아했습니다.
그에 대한 대답은 위 덧글을 통해서 충분히 들은 것 같네요.

같은 영화를 다른 관점에서 보시는 분을 만나는 것은 언제나 영화를 더 풍요롭게 하는군요.
이번 리뷰도 정말 잘 보고 갑니다.
엘룬연금술사
15/08/06 18:37
수정 아이콘
머니볼,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Trouble with the curve) 이 2 작품을 야구 소재 영화 중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김기만
15/08/06 20:01
수정 아이콘
저도 참 재밌게 본 영화인데 약간 새로운 관점에서 더 재미있게 봤습니다.

역시나 이 영화에서 빌리빈이 악역이 될수 없는 이유는 빵발형의 외모와 라커룸난입빠따질과 먹방과 딸래미의 [You're such a looser, dad] 때문이겠죠.
네버스탑
15/08/06 20:34
수정 아이콘
'42' 도 '머니볼'도 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MLB의 중요한 사건들을 다룬 것이기는 한데
개인적으로 영화로 만들려다보니 그 소소한 이야기들이나 스토리가 모두 나오지는 않은 것 같더군요
조금 감동이 덜 하달까 아니면 그냥 뭔가 아쉽고 찝찝하달까.. 영화라는 장르의 시간적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더군요
그래도 뭐.. 야구를 즐겨보는 입장에서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이미 들었던 이야기들이라고 할지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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