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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5/08/05 21:07:59 |
Name |
aura |
Subject |
[일반] 연애의 사건은 봄날에 - 2 |
13.
누군가를 좋아하고, 연모한 적이 있는가?
없다면 내게 돌을 던져라.
하지만 누구나 다 연애한 번쯤은 해보고 사랑해봤을 것 아닌가.
연애감정이란 것은 본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과 같은 것.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고, 또는 인종이 다르다고, 국적이 다르다고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막아서도 않되는 것이다.
연애한 적이 없다고?
하지만 그건 내 탓이 아니다. 그건 본인 스스로에게 돌을 던져라.
요즘 같은 세상에 띠동갑도 우스운데 이 정도 나이 차이 쯤이야.
그래 봐야 한 자리 숫자다. 하하.
좋아. 나의 죄를 사하노라.
암시는 정말이지 편리하고 완벽해.
14.
안녕하세요 선배님!
다시 들어도 그녀의 목소리는 청량한 사이다 같았다.
뒤에 자꾸 붙는 선배님만 아니면 더욱 좋을텐데.
'선배님은 무슨 얼어죽을. 선배가 뭐 벼슬이라고
그래봐야 몇 년 더 살고 학교 일찍 들어온 게 다야.'
' 그게 벼슬이에요!'
' 응?'
' 저보다 엄청 먼저 태어나셨잖아요! 그리고 학교도 훨씬 일찍 들어오시고.
그러니까 벼슬이죠 헤헤.'
싸늘하다. 가슴에 미소가 날아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하지마라 혓바닥은 기니까.
아 몰랑! 그래도 선배님은 싫단 말이양!
오빠할래 오빠! 빼에에엑!
15.
'오빠 벚꽃놀이 가보신 적 있어요?'
사람이란 게 참 간사해서
선배님에서 오빠라 바뀐 호칭에 한결 귀가 즐겁다.
그나저나 벚꽃놀이라...
생각해보니 이 나이 먹도록 여자랑 벚꽃구경하러 간 적이 없다.
참 슬프고 통탄스럽게도 스무살 무렵 쯤엔 전부 냄새나는 남자 놈들과... 부들부들
'음 없는 것 같네.'
'아 정말요? 저도 아직 가본 적 없어요. 고등학교 땐 엄마가 공부나 하라고 하셨거든요.
자기는 아빠랑 오붓하게 데이트할 거라고. 너는 대학교가서 남자친구랑 구경하라고요.'
'어머니가 재밌으시네.'
'재밌긴요 뭘. 그냥 제가 공부 안하고 놀러다니는 게 싫으셨던거죠. 헤헤.'
'그나저나 벚꽃은 언제쯤 필까요?'
'글쎄. 최소한 3월말이나 4월초는 되야하지 않을까?'
'으잉 아직 한참 남았네요.'
장난스레 울상짓는 모습도 예뻤다.
어쩐지 그 모습이 귀여워서 장난치며 괴롭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런거 있지 않은가. 귀여운 애기들을 보면 볼을 마구 꼬집어주고 배를 간질간질
해주고 싶은 그거.
초등학교 때 좋아하는 여자애를 오히려 놀리는 그거.
'남자친구랑 벚꽃놀이... 니가 올해 갈 수 있을까?'
'헐. 너무해요! 가, 갈 수 있을 거에요. 엄마가 대학교 가면 남자친구는 그냥 생긴다고 했다구요!'
피식 웃음 터졌다.
그래 맞아. SKY 생겨요. 그리고 그 생기는 남자친구는 나일거야.
아니 나였으면 좋겠다.
16.
나이, 학년 차가 무색하게 그녀와 나는 대화가 잘 통했다.
산과 바다 중 산이 더 좋다는 점이나
겨울 여름 중 겨울이 더 낫다는 점까지.
대화를 하면 할수록, 알아가면 알아 갈수록 그녀와 나는
공통점이 많았다.
문득 욕심이 덜컥 났다.
외모는 완전 내 스타일에, 대화도 즐거웠다.
같이 있는 시간이 마냥 좋았다.
다소 가벼웠던, 그냥 질러보자는 식이었던
연애감정이 조금씩 변해 갔다.
아마 내가 생각보다 이 아이를 더 좋아하는구나
라고 어느 순간 문득 느끼지 않을까.
17.
많은 썸남썸녀들의 가장 중요한 떡밥 중 하나는 바로 선톡이다.
누가 먼저 연락을 하는가?
단순하고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이 선톡이란 것은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중용에도 불구하고
몇 번을 강요해도 모자라지 않다.
왜?
먼저 연락이 온다고 해서 상대가 꼭 나에게 관심이 있고
나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왜?
하지만 선톡을 안하는 상대는 나에게 100% 관심이 없는 것이다!
그런거냐! 그런 거였어?
아닌 것 같다고?
곰곰이 자신의 과거를 돌아봐라.
분명히 누구든지,
내가 좋아하는 예쁘장한 아이에게는 먼저 못 참고 연락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른바 밀당의 패배. 그럼에도 우린 행복했다.
반면, 전혀 일도 관심이 안가는 아무개녀에게 먼저 연락한 경험이 있는가?
물론 있을 수도 있다.
시험 범위를 알려달라거나 아니면 돈 빌려달라고.
그 외에 시시콜콜한 연애감정을 교류하려는 연락을 한 사람 손?
없는 걸로 알겠다.
18.
어쨌든 결론은 지금의 상태로 내가 이 아이에게 선톡을 받을 확률이란
사실상 제로에 수렴한다.
그래 양심에 손을 얹고 다시 말하자면, 제로다. 빵이야! 빵이야! 뱅뱅뱅.
다소 비참할 수도 있겠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당연하다고도 할 수있다.
당장 앞에서야 웃으며 밥도 먹고 대화도 할 수 있겠지만,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부담스러울 수도 있고, 사실은 따분할 수도 있다.
단순히 그냥 내가 고학번 선배이기 때문에 상대하고 있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 시점에 꽤 화끈한 도박을 시도해 볼까 한다.
도박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성공하면 가능성이 열리는 정도고 실패하면
완전 쪽박이었다.
불합리하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연애라는 게, 연애 감정이라는 게 항상 이런 식이다.
먼저 호감을 갖고, 더 많이 좋아하는 쪽이 항상 불리한 것.
감정놀음인 연애나 썸이 합리적이길 바란다면 오히려 그게
도둑놈 심보일 것이다.
어쩌겠나. 목마른 놈이 우물을 파야지.
19.
헤어지기 전.
승부다!
빠바바밤.
'내 번호 알지?'
'네.'
'오늘 집에 들어가서 먼저 톡해. 꼭!'
혹시나 까먹지 말라고 당부를 했다.
물론 대답은 예스
'네! 헤헤.'
효과는 굉장했다!
는 무슨. 당연히 내 앞에서는 이런 반응이겠지. 예상한 바다.
진짜 승부는 정말로 이 아이가 집에 가고 나서였다.
집으로 들어가 오늘 내게 먼저 문자든 카톡이든 온다면 내게 연애의 가능성이 열린다.
드루와 드루와. 신세계로 가는 문 앞으로 가는 것이다. 물론 문을 여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지만.
연락이 안 온다면? 상상하기 싫지만, 그냥 그대로 접는 것이 맞겠지.
20.
어쩌면 내게 이런 질타를 할 수도 있겠다.
너무 쉽게 그런 걸로 포기하는 거 아니냐?
예쓰.
뭐라고?
맞다고 쉽게 포기하는거!
연애를 하면 정말 좋은 것도 맞고, 연애의 대상인
여자친구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다면 좋은 것도 맞다.
아차, 사랑까진 너무 나갔다.
어쨌든.
딱히 반응 없는 상대를 어떻게 해보러고 애쓰는 건 내 성미에 맞지 않았다.
그야말로 허공에 삽질과 다름 없으니까.
물로 내 나름대로 핑계를 하나 더 대자면 난 선배고 걘 후배야!
그러니 선배인 내가, 그것도 고학번인데 좋다고 따라다닌다면
거절도 잘 못하고 얼마나 부담되겠냔 말이다.
21.
엄청 쿨한 척 했지만, 사실
제발 먼저 연락이 와줬으면 좋겠다.
간만에 외모도 성격도 모두 마음에 드는
여자애를 만났는데.
시도조차 못해보고 접어야 한다면 얼마나
아쉬운가.
흑흑.
부처님 연애 좋아하세요?
이번엔 진짜라구요! 도와주십쇼.
아 물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난 무교다.
22....는
다음에 이어서 쓸게요. 아마도 내일 오전? 중으로요.
흑흑. 이렇게 길어질지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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