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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0/28 15:37:16
Name Typhoon
File #1 504535.jpg (242.6 KB), Download : 57
Subject [일반] 신해철, 나의 히어로를 다시 찾다.



이 말에 얼마나 공감하는가를 떠나서

이런식으로 편하게 말해주는 형이 있었던거 같아서 참 좋았는데

아쉽네요.



* Timeless님에 의해서 유머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4-10-28 18:22)
* 관리사유 : 자유게시판 이용 가능한 게시물은 자유게시판 이용부탁드립니다.(벌점 4점)


==
벌점 4점 먹은김에 자게용으로 글을 좀 써보렵니다. 사실 추모글은 나중에 정리해서 쓰고 싶었지만 운영진께서 자리를 펴주시네요 :)
(아이폰으로 작성하여 읽기 불편하실수도 있습니다.)
==


해철이형 노래를 처음 접한건 중학생때 였어요. 당시 친했던 친구가 '내 마음 깊은 곳의 너'를 부르는데 멜로디가 참 귀에 착착 감긴달까 좋아서 그 친구에게 그 노래를 배우곤 이내 마치 원래 나의 18번인양 당시엔 미성년자 출입금지이던 노래방에서 자주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 그가 결성한 넥스트라는 그룹을 알게되고 테이프를 구입해서 늘어지도록 듣고, 그 시절 서태지 만큼이나 중학생 고등학생 사춘기 시절 그의 음악에 푹 빠졌었어요. 공부한다고 폼만 잡고는 친구들과 삐삐주고받고 공중전화로 이런저런 수다떨던 그 시절, 책상머리 앞에 앉아 새벽까지 라디오 들으며 사색에 잠기던 꿈많고 고민많던 그 때. 딱 그때의 저의 감성을 채워주던 음악도시의 시장으로서 나와 비슷한 친구들 고민 들어주고 좋은 얘기 해주던 형같던 연예인, 그게 신해철이었지요.

아마도 그에게 받은 영향 탓인지 대학입학 후 일년간 밴드 활동도 하고, 밴드 리더로서 보컬로서 자부심도 느껴보고 그랬었죠. 음악 한다는게 어렵다는것도 태산의 먼지만큼이나 조금 느껴보고요.

시간이 흘러 회사를 들어가게 되고 일을 막 배우던 시절, 디자이너의 숙명인 야근야근열매를 매일 처먹던 그 시절, 형은 더 솔직한 모습으로 고스트스테이션을 진행하며 힘들게 야근하던 새벽시간을 같이 보내주었네요. 정치 사회문제에 눈을 뜰땐 형의 의견을 토론에서 멋지게 일갈하는 모습을 보았고,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2002 월드컵 4강의 흥분감을 느낄때도 형의 음악으로, 또 이야기로 시대를 공유하고 같이 기뻐했던 순간들이 기억납니다.


그러나 언젠가 부터는 거리감을 좀 갖게 되었어요. 게임에 불감증을 느끼게 되고, 좋은 영화나 만화를 보며 흥분하며 호들갑 떠는 일이 줄어들었을 때쯤. 이젠 더이상 다양한 음악들에 빠져서 하루종일 보내지 않을 때쯤. 나의 먹고사는 문제가 조금은 해결되었을 그 때쯤. 그리고 형이 사교육광고를 찍을 때쯤.

신해철? 뭐 노래는 좋은데 요샌 별로. 라고 할정도로 무뎌졌었네요. 그리고 그게 내가 어른이 된것이라 생각했었던것 같아요. 그래도 가끔 방송에 형이 출연하면 이번에 또 무슨 얘길 할까 지켜보곤 했었죠.

그리고 어제 해철이형의 부고를 듣고 처음엔 좀 놀랐지만, 이내 곧 별일 아닌듯 느껴졌어요. 난 이제 어른이니까, 내가 친근감을 느끼던 연예인이긴 하지만 실제론 일면식도 없는 남이니까. 슬퍼한다고 그리워한다고 내 먹고살일이 해결되는건 아니니까. 안타깝고 좀 아쉽다 이런 마음만 좀 있구나 생각했었네요.

어제 잠이안와 이리저리 뒤척대다가 난 아직 읽지 않은 형의 책 '쾌변독설'의 한 부분을 페북에서 보았습니다.


["우리나라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나쁜 근성 중의 하나가 자기 히어로를 중간에 내다 버리는 건데요. 자기 히어로를 버린다는 것은 어쩌면 자기를 버리는 거거든요. 10대 시절과 20대 초반까지 자기가 열광했던 히어로는 그 사람의 평생을 결정짓는 정체성이 되어버려요. 그런데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보수 기득권층에 영합되어버리는 순간 자기 히어로도 같이 버린단 말입니다. 그럴 이유가 없는데. (중략) 우리나라 팬들은 20대 중반만 되면 '내가 10대때 XXX이 좋았었는데, 그땐 미쳤었지' 라고 합니다. 그건 자기 자신에 대한 모욕이 되는 거잖아요. 별로 멋있어 보이지도 않구요.“
- 신해철. '쾌변독설' 신해철, 지승호 지음. p34-35.]



아..


내가 왜 어제 잠이 안왔던건지, 형의 음악 및 고스 방송을 찾아듣느라 오늘도 시간을 계속 보내고 있는건지. 왜 '형의 죽음에 나도 눈물 흘렸다' 라고 말하기는 이리 부끄러운건지. 이 아쉽고 울컥거리는 기분을 알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형이 한국 음악에 끼친 영향과 성과가 어떻고, 형의 철학이 어떠하였는지.. 등등. 온갖미사여구로 형을 표현하고 아쉬움을 표해도 이 아쉬움을 다 설명할 수 없는 이유도 알았습니다.

동시대에 어떤 매체로든 순간순간 같이 웃고 떠들고 감정을 공유했던 사람. 그리고 형이 이룬 성과에 때론 형의 팬임을 주변에 자랑하며 때론 실망하기도 했던 사람. 학생으로서 직장인으로서 긴 세월 살아오며 기쁘고 슬픈 감정 공유하며 내 의견을 대변해주었던 사람. 나의 생각이 그리고 감성이 성장하는데 큰 영향을 끼친 사람.


나에게 카타르시스를 주었던 사람.


네, 이젠 이 허망함의 이유를 알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요. 형한테 영향많이 받아서 자신은 있는데 자제했던 그 오글거림 및 중2병 에너지, 마음껏 담아서 이제라도 꼭 말하고 싶네요.


형은 다른 사람으로 대체될 수 없는
나의, 아니 우리의 Hero입니다.


고마웠어요..
잘가요 마왕.


P.S 내일 영정사진 놀리러 조문하러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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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보스
14/10/28 16:33
수정 아이콘
고 신해철씨의 명복을 빕니다. 그러나 게시물은 요즘 유게 기준으론 벌점4점 감입니다.
불필요한 발언은 삼가해주시기 바랍니다.
비아냥으로 오해할만한 표현도 주의 바랍니다.
14/10/28 16:37
수정 아이콘
자게 대용으로 사용한 게시물이다라고 벌점을 받을 수는 있겠네요.
저는 내용이 훈훈하다고 생각해서 올린건데요.

그런데 회원간의 규정지적도 금지되어 있지 않나요?
또한 4점이라는 기준은 뭡니까?
빅보스
14/10/28 16:39
수정 아이콘
요새 기본 벌점4점씩 먹이면서 게시물이 이동 되더라구요.
14/10/28 16:40
수정 아이콘
경험으로 인한 우려로 보이지 않고,
운영진이 경고하는것처럼 보이는 단정적인 말투로 느껴져 기분이 별로였네요.
여하튼 하고자 하는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빅보스
14/10/28 16:41
수정 아이콘
저도 벌점을 먹어봤기 때문에 그렇게 썼습니다. 글로는 뉘앙스가 전달이 잘 안되었나 보군요. 전혀 그런의도 아니였습니다. 죄송합니다.
류세라
14/10/28 20:48
수정 아이콘
저도 4점을 받았었죠.
14/10/28 16:48
수정 아이콘
유게가 각박해져가는 것 같아서 조금 슬프네요
개인적으로 이런 공감 게시물은 유게에 있어도 무방할거라고 생각하지만..
운영진분들이 어떻게 판단하실지 궁금합니다.
CoolLuck
14/10/28 17:43
수정 아이콘
벌점을 받으셔서 억울한 건 알겠지만 규정지적은 금지되어있기도 하고 본문이 꼭 삭게로 갈지 안갈지도 모르는데 단정짓는건 아니라고 봅니다.
마치 운영진한테 빈정 상한듯 보이네요
빅보스
14/10/28 17:43
수정 아이콘
빈정 상한거 맞아요. 아무튼 신고는 전부 넣고 있습니다. 운영진의 일관된 운영을 기대 할 뿐이죠.
라이트닝
14/10/28 18:33
수정 아이콘
전부 신고 넣고 계시다구요? 위에 "전혀 그런의도가 아니었고 죄송하다"는게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는데요
빅보스
14/10/28 18:36
수정 아이콘
저 말은 운영진이 경고 하는것 같다는데에 대해서 그런 의도가 아니였다는 거 고, 전부 신고한다는 건 규정위반 게시물들 에대한 건으로 별개 입니다.
Nasty breaking B
14/10/28 18:23
수정 아이콘
이 정도는 유게에 있어도 괜찮지 않나 하고 댓글 달려는 순간 자게행;
오빠나추워
14/10/28 18:24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 내용의 글이라 자게로 이동 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좋은 결정 내려 주셨네요.
알파스
14/10/28 18:26
수정 아이콘
솔직히 유머게시판에는 웃긴게시물만 있었으면 합니다.
김정윤
14/10/28 18:28
수정 아이콘
학생때 라디오 들으면서
내가 그렇게 바보같이 살고있는건 아니구나라고 위로받았는데....
....
14/10/28 18:36
수정 아이콘
아프지만 마..
리듬파워근성
14/10/28 18:43
수정 아이콘
울컥하네요.
태어나준것만도 고마운데 놀라운 음악까지 엄청 많이 들려줘서 고마워요.
꼬깔콘
14/10/28 19:30
수정 아이콘
제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사람이 떠났습니다.
잘 쉬세요 형님.
잊지 않겠습니다.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리듬파워근성
14/10/28 19:32
수정 아이콘
http://youtu.be/1oa-i2Gcaig
같은 쇼케이스에서 발언했던 '단 하나의 약속'에 관련된 코멘트입니다.
'단 하나의 약속' 엔딩 부분에서 너무 놀라고 기뻐서 박수를 쳤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와서 다시 그 부분을 들으니 너무 슬프네요.
14/10/28 19:33
수정 아이콘
쾌변독설 나왔을 때 싸인 받으러 갔던 게 생각나네요.
그 때 더 이야기라도 할 걸...
14/10/28 19:35
수정 아이콘
고 신해철 씨 팬은 아니었지만 위의 글은 울림이 있네요.
잘 봤습니다.
응큼중년
14/10/28 19:36
수정 아이콘
저도 조문가고 싶어요 ㅠㅠ
14/10/28 19:42
수정 아이콘
같이 가시죠! 마왕 스타일 아시잖아요. 오면 좋아하실겁니다.
응큼중년
14/10/28 19:47
수정 아이콘
지방에 살아요 ㅠㅠ
목요일까지 해야할 중요할 일도 있어요 ㅠㅠ
그래도 가고 싶어서 미치겠네요 ㅠㅠ
14/10/28 19:55
수정 아이콘
아쉽네요 ㅜㅜ
14/10/28 21:38
수정 아이콘
저도 연차내고 가고싶은데... 현실은 일때문에 힘드네요.
신해철 형님 생전에 공연한번 직관 못한지라 마지막 가시는 길이라도 가고싶은데...
진짜 이럴때면 제가 세상에 찌들려 산다는게 느껴집니다.
응큼중년
14/10/28 21:43
수정 아이콘
저랑 같은 마음이시네요 ㅠㅠ
14/10/28 19:51
수정 아이콘
The Hero....
라이즈
14/10/28 19:52
수정 아이콘
여담이지만 게시판목적이맞지않으면 이동시키면되는데 삭게로가는건뭔지궁금하네요.
존 맥러플린
14/10/28 20:06
수정 아이콘
사이트 목적에 맞지 않은 글일겁니다
라이즈
14/10/28 20:10
수정 아이콘
공지를 잘읽어보니 공지를 안따른게 이유군요.
덱스터모건
14/10/28 19:56
수정 아이콘
중딩 고딩때 넥스트 좋아했었고... 라이브 앨범 더블씨디 사서 주구장창 들었던 생각이 나네요.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딱히 팬이라는 생각은 없었는데 어제 퇴근하면서 최근에 나온 A.D.D.A 들었는데..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편안한 곳에서 좋아하는 사람 만나고 편히 쉬길 바랍니다. 괜찮은 사람이었다고 생각하고 남은 사람들을 지켜줄 사람들도 많을 거라 믿고..
편히 쉬길 바랍니다. 잘가요 마왕.
임팩트블루
14/10/28 20:00
수정 아이콘
방금 배철수의 음악캠프 마지막에 신해철씨가 이번 여름 대타로 뛰었던 방송 마지막 인사를 틀어줬는데, 기분이 묘하네요.
14/10/28 20:07
수정 아이콘
방금 배캠에서 신해철씨 방송 마지막 인사를 듣고서 울어버렸네요.
"마지막까지... 이런실수를... 이번엔 정말 작별입니다." 할때... 그냥 눈물 흘리면서 울다가 방송 껐어요....ㅠㅠ
Judas Pain
14/10/28 20:21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신해철의 직업은 한국에서 꽤나 드문 직업 중 하나인 락스타였다고 생각합니다.

락스타는 살고 싶은 삶을 대신 살아주는 게 직업이라는 말이 있는데, 다시 말하면 동경할 수 있는 영웅이 직업이란 뜻이겠지요.
반항의 우상인 락스타로서 그는 저나 여러사람들에게 연결되어 있던 끈이었고 또 저와 다른 사람들을 연결시켜 주는 끈인 것 같습니다.

저는 제가 성장하던 땅이나 때에서 그 사람을 알고 여러 국면에서 교감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며, 또 그 하나의 끈을 잃을까 두렵습니다.
하여, 락스타로서의 신해철을 보낸다는 것은 끈을 놓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그를 공유되는 모두의 기억 안에 넣어두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14/10/28 20:48
수정 아이콘
그가 주었던 즐거운 경험들과 남아있는 주옥같은 그의 음악들이
그 끈을 계속 이어지게 할 것입니다.
참 많은 사람들이 슬퍼함에 '나만이 아니었구나' 하는 동질감을 느끼며
그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었는가 돌이켜 보게 됩니다.
응큼중년
14/10/28 21:00
수정 아이콘
많은 사람들이 그냥 음악을 좋아했던 것 그 이상의 사랑을 신해철에게 줬었나봅니다
주위 친구들도 모두 슬픔에 잠겨있어요
나만 좋아하는 줄 알았었는데
알게 모르게 우리 또래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던 것 같습니다.

락스타라... 정말 멋진 말이네요...
갑자기 또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ㅠㅠ

숨기려 애를 써도 눈빛이 어둡네요
괜찮아요 모든 것이 잘 될꺼예요
설움이 붇받칠 땐 그냥 소리내서 울어요
괜찮아요 그 누구도 비웃지 않아요 - It's alright 중
14/10/28 22:32
수정 아이콘
4집 The hero의 가사마냥 제 히어로(락스타)는 마왕이였는데..
슬프네요..
대구생막장
14/10/28 21:06
수정 아이콘
아... 마왕 제 사춘기 시절은 고스트 네이션으로
정리될 만큼 열심히 듣고 마왕이 하던말들 그대로 친구들한테 하면서 어른인척 또는 아는척 했던 기억이 나네요, 마왕 우스게 소리로 우리는 어차피 죽어서 천국못가니깐 지옥에가서 조교 노릇하자고 했었는데 부디 좋은데 가서 행복하셨으면... 그때 라디오 들으면서 행복했어요 잘가요
정테란
14/10/28 22:46
수정 아이콘
신해철씨와 같은 세대를 살았던지라 그의 음악에 심취하면서 20대를 보냈습니다.
세얼은 점점 흐르고 청춘의 기억들이 희미해지는 지금에 와서 그의 부고를 접하니 제 머리속에 남아있던 청춘의 일부가 무너지는 느낌입니다.

애써 뚱땡이가 된 말많은 양반일뿐었어라고 되뇌이곤 하지만 젊은 시절 그가 노래하는 모습에서 저의 20대가 투영되는걸 막을 순 없습니다.
40대 중반인데 쪽팔리게 뭐야 라고 고개를 젓고 싶지만 그게 안되는군요.
14/10/29 12:47
수정 아이콘
해철이형은 뮤지션, 연예인 이상의 존재였었던거 같습니다.
대니얼
14/10/29 05:49
수정 아이콘
하... 사진을 봐도 노래를 들어도
기사를 봐도 눈물만 나는군요 ㅜㅜ
14/10/29 12:43
수정 아이콘
정말 그 아쉬움을 이루 말할 수 없네요.
환갑넘어서도 앨범내고 라디오 진행했으면 얼마나 보기 좋았을까요..
엘케인
14/10/29 07:52
수정 아이콘
1.
그냥 잠이 오지 않았다.
그는 나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었지만,
오랜 친구인 아내는 내게 '괜찮냐'고 물어보았다.



2.
그를 처음 만난 순간이 생생하다.
아직도 그 음악이 들리면 머릿속에서 그 장면이 떠오른다.
가요톱텐이 끝나는 순간 카메라가 반대편을 비춰주었고,
객석 뒤편에서 노래가 흘러나왔다.


흐린 창문 사이로 하얗게 별이 뜨던 그 교실
나는 기억해요 내 소년 시절에 파랗던 꿈을..
세상이 변해갈때 같이 닮아가는 내 모습에
때론 실망하며 때로는 변명도 해보았지만
흐르는 시간속에서
질문은 지워지지 않네
우린 그 무엇을 찾아 이 세상에 왔을까
그 대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홀로 걸어가네
세월이 흘러가고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때
누군가 그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나 지나간 세월에 후횐없노라고
그대여



3.
매니거즈오뤠이즈텅유라우
암소탈러더탤브싸우
달링유쏘꼴투미
앤아워즈뿔뽀유
유디드워너플라워유워너허니
유디드워너러버유워너머니
유삔테닝어라이
아이저써너쎄이
굿바이


멋있어 보여서,
가사를 적어달라고 한참을 졸랐던
안녕.




4.
전망좋은 직장과
가족 안에서의 안정과
은행 구좌의 잔고 액수가
모든 가치의 척도인가
돈, 큰 집, 빠른차
여자, 명성, 사회적 지위
그런 것들에 과연 우리의 행복이 있을까
나만 혼자 뒤떨어져 다른 곳으로 가는 걸까
우린 결국 같은 곳으로 가고 있는데...


myself를 배우던 무렵
처음 샀던 myself

이때부터 그는 나의 교주였고 hero였었다.




5.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세상에 길들여짐이지
남들과 닮아가는 동안
꿈은 우리곁을 떠나네..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우리는 꿈에 대해 이야기했고




6.
고3 어느 비오는 여름 밤
운동장에 누워 고래고래 그의 노래를 부르기도 했었다.

'자랑할 것은 없지만 부끄럽고 싶지 않'게
살려는 일종의 다짐이었던 것 같다.




7.
수능 100일전 모임때,
내가 그의 팬임을 안 예쁘장한 후배가
"Hope"를 불러주었다.
정작 나는 그때 그의 앨범조차 없었다.
아마, 앨범 자켓이 666을 상징한다고 어머니가 갖다 버렸던 것 같다.

아무튼 난
그로부터 2년 반이 지난 어느날
철원 최전방 부대 내무반에서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들 속에서 이렇게 힘든 때가 없었다'며
그 노래를 불렀고
기분이 상한 분대장때문에 내무반 전체가 얼차려를 받았었다.



8.
취업을 준비하던 시기엔
'방안에 앉아 혼자 불평해봤자 물론 이 세상이 변하진 않겠지'
라며 내 맘을 서늘하게 하기도 하고

'너의 꿈을 비웃는 자는 애써 상대하지마'
라며 위로하기도 했었다.



9.
대학로의 어느 작은 소극장에서
어렵사리 구한 MR에 맞춰
그녀에게 프로포즈를 했다.


내게로 와줘
내 생활 속으로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게 달라질꺼야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만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게 새로울거야



10.
올해 유난히 가슴아픈 죽음이 많았다.
십수년만에 말 그대로 펑펑 울어봤다.
한 번 터진 눈물샘은 마를 날이 없는 것 같다.


죽음이 그를 안식으로 이끌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냥 아프기만 하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영웅을 맘에 갖고 있어
유치하다고 말하는 건 더 이상의 꿈이 없어졌기 때문이야
그의 말투를 따라하며 그의 행동을 흉내내보기도 해
그가 가진 생각들과 그의 뒷모습을 맘 속에 새겨두고서
보자기를 하나 목에 메고 골목을 뛰며 슈퍼맨이 되던 그 때와
책상과 필통 안에 붙은 머리 긴 락스타와 위인들의 사진들
이제는 나도 어른이 되어 그들과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그들이 내게 가르쳐 준 모든 것을 가끔씩은 기억하려고 해
세상에 속한 모든 일은 너 자신을 믿는데서 시작하는 거야
남과 나를 비교하는 것은 완전히 바보같은 일일 뿐이야

그대 현실앞에 한없이 작아질때
마음 깊은 곳에 숨어있는 영웅을 만나요...

언제나 당신 안의 깊은 곳에 그 영웅들이 잠들어 있어요
그대를 지키며
그대를 믿으며



안녕
나의 h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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