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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3/16 14:58:52
Name minyuhee
Subject [일반] 수도를 경성으로 천도하라
요즘 전자책을 몇개 구입하고 있는데, 국내의 전자책 시장은 참으로 잉여스럽습니다.
스마트폰 열풍을 타서 국내의 대표적 인터넷서점들이나 여러 통신사들이 앞다투어 내놓긴했는데
기본적인 책 종류부터 해서 업데이트나 관리까지 잉여잉여합니다.
그나마 전자책 전문으로 탄생한 업체가 관리가 양호한 편이죠. 요즘 사용하고 있는 전자책 사이트에서
구입한 e-book의 제목은 '경성천도'.
약 80년전 일제가 위용을 과시할 때에 출판된 책이 2012년에 번역되 나왔더군요.
일본의 우익적 행태가 돌출되고 있는 지금 시기에 한번 과거를 돌아봅니다.

1933년, 경성제국대학 근처에 세워진 흥아연구소, 그 수장 도요카와 젠요는 오래전부터 생각해오던
일본제국주의 팽창을 위한 문건을 집필하고 있다.
일제는 만주점령을 부정하는 국제연맹에서 탈퇴를 선언하긴 하였으나, 당시의 열강들은 만주국을 묵인하였다.
신해혁명 이후 분열에 빠진 중국을 위해 일본과 적대하기는 수지가 맞지 않으리라.
만주침공 당시에도 장제스를 비롯한 군벌세력들이 그나마 협력한 것은 37년의 중일전쟁이 아니던가.

만주국 성립과 중일전쟁 이전의 시기는 일제에게 중대한 기로였음이 틀림없다. 각 열강들은
29년에 시작된 대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갖가지 방안을 제시하였고, 그 방안들은 타국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것도 적지 않았을 시기였다. 이러한 떄에 도요카와 젠요는 일제의 수도를
도쿄에서 경성으로 이전하라는 강력한 주장을 펼쳤고, 그 주장을 확립한 것이 이 서적일 것이다.
군주론의 마키아밸리도 이야기하였으니, 정복지를 확고히 하는 최선의 방안은 군주가 직접
정복지에 머무르는 것이라고.

아아, 두려운 일이다. 일제의 덴노가 도쿄를 떠나 경성에 황궁을 새로이 짓고 그 일족과
신하들을 데리고 이주한다면? 도쿄에 집중되었던 인력과 자본은 조선의 곳곳에 흐를 것이고,
조선의 백성들은 옛 조선의 왕족 영친왕이 덴노 다음가는 권력자가 되기라도 한 것인양,
조선총독 우가키가 영친왕에게 경례하는 모습을 볼 것이다.
수도 경성을 발판으로 섬나라에서 대륙국가로 진보하는 동시에, 내선일치를 내세워
조선의 백성들을 보살피며, 만주국 과의 친교를 굳건히 한다면 조선의 백성들은
영친왕의 후원자 덴노에 복종할 테이니, 조선백성의 독립의지는 산산히 무너질 것임 분명할 것이다.
일제와 경쟁하는 막강한 제국들인 영,미,러도 대륙국으로 향하는 일제의 진심을 깨닫고,
감히 대응하지 못할 것이다. 일제에 우호적인 태국의 선례를 따라 동남아시아의 각국과
우호를 개선한다면, 종국에는 영국의 착취에 고통받는 인도인들이 일어나 영국을 위기에 빠뜨릴 것이다.

더구나 상황이 급진되어 러시아 및 중국과 전쟁과 발발했을 떄에 저 도쿄에서 어떻게 지휘를 할 수 있단
말인가? 담 너머 소를 세어보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행동을 버릴 것은 지당하다.
그리고 아시아에는 통일된 언어가 필요할지어니, 저 구미의 영어를 배우는 것은 아시아의 자존심을
버리는 일이다. 근래에 개발된 에스페란토어를 사용하면 어떻겠는가? 배우기 쉬운 에스페란토어를
아시아의 각국에 보급하기를 주장하였다.

그러나.
일제는 도요카와 젠요가 주장하는 대아시아주의를 거부하고 , 만주와 조선의 백성들을 핍박하기를
멈추지 않았고. 도쿄에서 대륙의 전쟁을 지휘하는 최악의 결정을 내린다. 그리하여 난징대학살과
삼광작전, 살광(殺光狂), 소광(燒光狂), 창광(搶光狂) 글자만으로 섬찟한 작전을 시행하여
학살과 파괴를 멈추지 않았다. 이전 제국주의의 열강이 각지의 원주민을 멸족시킨 것에
버금가는 무참한 공격이었지만 중국의 드넓은 대지와 수많은 인구의 저항을 꺾을 수는 없었으며,
전선을 유지하기 위해 동남아시아를 공격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진주만을 기습, 일제는 파멸로의
길을 걷는다. 신이라고 주장하던 덴노의 치세는 메이지 유신의 1868년부터 일제몰락의 1945년까지의 1세기도
안 되는 오래지 않은 시간일 따름이었다. 일제는 일본 자신을 포함한 전 세계에 죄악을 범하고, 무너져내렸다.

번역자는 일제의 주도면밀함 침략성을 알리기 위해 번역하여 한국에 내놓았지만, 저는 머랄까.
이 일제시대의 학자 도요카와 젠요라는 사람을 증오하기는 어렵겠군요.
각기병이 걸려 병상에 들어누워서 러일전쟁의 여파로 황화론과 반일감정이 치솟는다는 기고를
읽고 아시아 부흥운동에 봉사하리라 다짐하고. 사범학교 역사과에 입학하여서는
외로운 도서관 생활 속에서 중일친선이 아시아 부흥의 계기임을 알고 이름마저 바꾸었던 젊은이.
중국을 여행하고자 하였으나, 동생의 죽음으로 포기하고 교사로 일하던 중 정부와 마찰을 빚고
교직에서 물러나 복직을 기원하였으나 '공산주의자'로 내몰려 일자리를 잃고.
간토대지진 이후 도쿄의 대도시건설계획에 적극반대하였으나 계획이 진행되자, 농촌에서
반 도시운동을 하며 농업에 종사하다 교직에 복직되어 농촌교육에 몰두하였으나
만주사변과 세계적인 반일운동의 상황 아래에서 경성천도가 최선이라고 생각하여
경성으로 이주해 서적을 발행하였으니.

이 도요카와 젠요는 일제에 충성하는 군국주의자로서, 조선독립의 적이 분명합니다.
일제와 덴노의 우월성을 깊히 신봉하며, 한반도라는 요충지를 잡고 있으면서도  
고려와 조선의 천년을 거치면서도 중원에 진출하지 못한 조선의 백성은
한반도를 지배한 것이 아니며, 단지 거주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고대 일본이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가설을 적극 신뢰하고 있으며,
임진왜란의 실패를 이기적인 도쿠가와 때문으로 돌립니다.
중국,일본,만주의 아시아동맹을 결성하는 수단으로 강력한 군사력으로 중국을
압박할 것을 주장하죠.
그러나 일본어가 아닌 에스페란토어를 주장할 정도의 일본인이었으면,
일제가 내세웠던 대동아공영권과 오족협화의 추악한 진실을 외면하고 자신의
나라 일제의 대의를 믿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대의가 난징대학살로 완전히
붕괴되었을때, 그는 무엇을 생각했을까요.

그는 41년에 죽었습니다. 일제가 최대의 세력을 자랑할 시기입니다.
미국은 타격받았고, 동맹국 독일은 유럽을 휩쓸며 소련을 궁지로 몰아넣었고,
일본은 동남아의 손에 넣었습니다. 그러나 일본군은 해군과 육군으로 분리되어
협력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었고, 유일하게 일본군을 통합할 수 있는 덴노는
경성이 아닌 도쿄에서 보고만을 받을 뿐.
그가 사망할 때에, 표면적인 기세에 고무되어 일제의 승리를 예감하여 죽었을까요?
아니면 일본 12,14대 총리 사이온지 긴모치가 40년에 말했듯이

“"이제 일본은 망할 것이다. 너희들은 다다미 위에서 죽지 못한다. 그 각오를 해둬라."

이 말처럼 일제의 패망을 예감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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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모여재
14/03/16 15:05
수정 아이콘
호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해울림
14/03/16 15:14
수정 아이콘
흥미롭습니다. 역사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좋은 글이네요. 이런 주장도 있었다니...
14/03/16 16:16
수정 아이콘
공태랑 작가가 만주국을 그린 만화가 있었는데 비슷해보이네요.

그리고 e북 시장은 참 암담해보여요.
벌써 전자책 역사가 몇년인데 아직까지도 다들 기능에만 주력하고 일단 시각적 매체는 보기 좋아야한다는 생각을 전혀 못하고 있으니....
텍스트뷰어랑 전혀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야 책 읽는 사람을 전자책으로 끌어들일 정도의 유인이 전혀 없죠.
삼공파일
14/03/16 16:40
수정 아이콘
다른 얘기지만 미국은 거의 eBook 시장 대단히 성공해서 완전히 안착했습니다.
14/03/16 16:47
수정 아이콘
하긴 그 나라야 페이퍼백조차 흥하는 나라니 e북이 망하면 오히려 이상한거겠죠....
낭만토스
14/03/16 16:44
수정 아이콘
만약 정말 경성천도를 했다면(병합 후 빠르게)
저는 일본어 쓰고 있었을 것 같네요
루키즈
14/03/16 17:30
수정 아이콘
할복도 안하고 바로 인간선언을 했지만 덴노가 일본인스러움의 끝이라고 봐야되나 그런 입장에서 과연 천도를 아주 조금이라도 생각했을까 싶지만요.
14/03/16 17:36
수정 아이콘
사실 그 당시 일본의 수도를 서울로 옮긴다는건 뜻은 좋으나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어보이고, 세종시마냥 제2의 수도를 건설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그 당시 상황에서 가능한 최선의 대안이 아니였을까 싶네요.
난멸치가싫다
14/03/16 19:12
수정 아이콘
이베리아 통합 후의 스페인의 상황과 비슷하네요.
14/03/17 00:48
수정 아이콘
인터파크 이북으로 오만원이상 결제해서 보고 있습니다 가독성은 스마츠폰으로 보는거라 오래보기 좋지않고 주위사람들이 책보는게아니고 노는줄압니다;; 킨들이나 그 비슷한게 얼마나좋은지한번써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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