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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09/13 12:42:55
Name 계층방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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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32. 묶을 속(束)에서 파생된 한자들

가릴 간(柬)에서 파생된 한자들을 전에 다뤘는데, 그 柬과 자원이 유사한 한자들로 묶을 속(束), 동녘 동(東), 전대 탁(橐), 향풀 훈(熏)이 있다. 이번 글에서는 그 중에서 가장 간단하게 생긴 束의 자원과 이에서 파생된 한자들을 살펴보겠다.


《설문해자》에서는 “束은 묶는 것이다. 입 구(口)와 나무 목(木)을 따른다.”라고 설명하는데, 갑골문과 금문을 보면 회의자가 아닌 상형자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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束의 변천.

갑골문과 금문에서는 자루를 묘사한 口를 둘러싸고 있는 부분이 木 비슷하게 나올 때도 있지만, 위아래가 서로 만나서 木과는 다른 형태를 띨 때도 있다. 따라서 이 문자는 자루의 양 끝을 묶은 모양을 본뜬 것으로 풀이한다. 이 형태가 소전을 지나 지금의 형태까지 큰 변화 없이 이어져 왔다. 갑골문에서는 묶은 자루가 둘이나 세 개일 때도 있지만, 금문부터는 하나로 굳어진다.

束과 관련된 한자 중에서 橐에는 묶은 자루가 2개고 한쪽 자루 안에 돌 석(石)이 들어간 것처럼 보이지만, 갑골문에서는 반대로 자루 양 끝을 묶은 束보다도 더 단순하게 자루의 한쪽만을 묶는 것으로 나타난다. 나중에도 나오는데 束, 東, 橐은 갑골문에서는 구분의 거의 무의미할 때도 있긴 하다.


갑골문에서 束은 형태가 비슷한 동녘의 뜻으로 쓰여서 東으로 읽어야 하기도 한다. 금문에서는 물건을 묶은 한 단위의 의미를 나타낸다.


束(묶을 속, 어문회 준5급)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束+心(마음 심)=悚(두려울 송): 송구(悚懼), 황송(惶悚) 등. 어문회 1급

束+欠(하품 흠)=欶(빨 삭, 기침할 수): 급수 외 한자

束+水(물 수)=涑(물이름 속): 조속(趙涑) 등. 어문회 준특급

束+疋(필 필)=疎(성길 소): 거자일소(去者日疎), 외첨내소(外諂內疎) 등. 어문회 1급

束+立(설 립)=竦(공경할/두려울 송): 교송(喬竦), 송연(悚然/竦然) 등. 어문회 특급

束+角(뿔 각)=觫(곱송그릴 속): 곡속(觳觫) 등. 어문회 특급

束+辵(쉬엄쉬엄갈 착)=速(빠를 속): 속도(速度), 가속(加速) 등. 어문회 6급

束+食(밥 식)=餗(삶은나물 속): 복속(覆餗), 정속(鼎餗) 등. 어문회 특급

欶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欶+口(입 구)=嗽(기침할 수): 수해(嗽咳), 건수(乾嗽) 등. 어문회 준특급

欶+木(나무 목)=樕(참나무 속): 속주산(樕????山), 복속(樸樕) 등. 어문회 특급

欶+水(물 수)=漱(양치할 수): 관수(盥漱), 해모수(解慕漱) 등. 어문회 준특급

欶+艸(풀 초)=蔌(푸성귀 속): 속속(蔌蔌), 야속(野蔌) 등. 어문회 특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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束에서 파생된 한자들.


束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많기는 하나, 束과 관련된 뜻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悚·竦·觫은 두려워하고 삼가는 모양이라는 점에서 뜻이 비슷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悚의 心은 사람의 마음, 竦의 立은 사람의 행동과 관계 있는 글자인데, 觫의 角은 뭘까? 곱송그리다를 뜻하는 한자어 곡속(觳觫)이 《맹자》에서 소가 죽을 것을 두려워해 떠는 모습으로 나온 것을 보면, 이쪽은 동물의 행동을 본땄기 때문에 角이 들어간 것 아닐까 싶다.


欶에서는 '기침하다'의 뜻으로는 口를 덧붙여서 嗽가 분화했고, 또 입으로 물을 빨아들여 양치한다는 점에서 漱가 분화했다.


이상의 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66e3b17b78b77.png?imgSeq=34511束에서 파생된 한자들의 의미 관계도.


束에서 파생된 한자들 중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은 아마 速일 것이다. 速은 갑골문에서부터 나타나는데 꽤 다채로운 변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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速의 변천.


우선 상나라 갑골문과 주나라 금문에 나타나는 글자는 束이 아니라 東을 성부로 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에서 東과 束이 고대에는 거의 비슷한 글자로 쓰인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의 速이 나타나는 것은 전국시대 초나라 계통의 문자인데, 여기에서도 그냥 束을 쓰는 것보다는 束을 두 번 쓰는 형태가 많다. 전국시대 진(秦)나라 문자에서는 束과 하품 흠(欠)을 같이 쓰는, 즉 빨 삭/기침 수(欶)가 들어가는 遬을 쓰고 있다. 설문해자 고문에서는 遬에서 辵 대신 말씀 언(言)이 들어가는데 행동이 아니라 말을 통해 빠름을 나타내고 있다. 주문은 전국시대 진나라 문자와 같고, 전국시대 초나라 계통 문자에서도 나온 모양의 소전이 지금의 형태로 계승된다.


위의 다양한 速의 변화를 같은 구성 요소들의 조합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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辵 + (東, 束, 束+束, 欶), 言 + 欶 등 구성 요소들에 따른 速의 분류.


餗은 드물게 쓰이는 한자인데, 정속(鼎餗)이란 단어는 솥에 담긴 음식을 가리키며 이에서 나아가 재상의 업무를 가리킨다. 재상 재(宰)가 본래는 요리사를 뜻하는 말이다가 나중에 재상으로 확대되었듯이, 궁중 요리를 국정에 비유하는 언어 습관이 있던 것 같다. 이에서 나아가, 고전에서는 복속(覆餗) 곧 솥의 음식을 엎는다는 말이 재상의 소임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이 말은 주역의 괘효에서 유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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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줄은 왼쪽부터 餗의 두 다른 갑골문, 설문해자 소전, 혹체. 아랫줄은 윗줄을 현대식으로 예변한 것. 출처: 小學堂, zi.tools.


餗은 특이하게도 금문에선 발견되지 않고 갑골문에서 바로 소전으로 넘어간다. 《설문해자》에선 '혹체'로 제시하고, 표제자는 위에서 세 번째로 제시한 글자로 다리굽은솥 력(鬲) 주변에 김의 모양을 그린 활 궁(弓) 두 개 사이로 速이 들어가 있는 글자다. 컴퓨터로 입력은 되지만 유니코드 U+29C68로 확장한자 밖의 한자라 어지간하면 깨지는 글자다.

그러나 갑골문을 보면 그 혹체인 餗이 원래의 글자인 것으로 보인다. 갑골문에서는 대부분 餗, 또는 餗에 몇 개의 손이 더해진 형태로 나온다. 갑골문에서는 다른 형태로 솥(鼎 또는 鬲으로 예변함)에 나물을 담고 사람이 이를 조리하는 글자도 있는데, 이에 소리를 나타내기 위해 東을 더해준다. 위에서도 보았지만 갑골문에서 東과 束은 통하므로 東을 束으로 대신한 것이 아래의 글자다. 소학당(小學堂)에서는 솥 정(鼎)을 썼고 zi.tools에서는 다리굽은솥 력(鬲)을 썼는데, 鼎을 같이 쓴 정속이란 단어가 있긴 하지만 글자 모양만으로는 鬲에 더 가까워 보인다. 아마 설문해자의 표제자는 이쪽을 계승한 게 아닌가 싶다.


어쨌든, 갑골문 단계에서 餗은 이미 순수하게 소리를 나타내기 위해 東이나 束을 쓴 것으로 보인다.


요약

束은 자루의 양 끝을 묶은 것을 본딴 한자다.

束에서 悚(두려울 송)·欶(빨 삭, 기침할 수)·涑(물이름 속)·疎(성길 소)·竦(공경할/두려울 송)·觫(곱송그릴 속)·速(빠를 속)·餗(삶은나물 속) 등이 파생되었고, 欶에서 嗽(기침할 수)·樕(참나무 속)·漱(양치할 수)·蔌(푸성귀 속) 등이 파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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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2:48
수정 아이콘
束과 東이 거의 같은 글자 취급이었다니 재밌네요
계층방정
24/09/14 09:46
수정 아이콘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束, 東, 橐 이 글자가 자원이 비슷하다는 것까지는 알고 있었지만, 형성자의 성부로서 束과 東이 교체 가능할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24/09/13 17:2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오늘도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

재상 재(宰)가 본래는 요리사를 뜻하는 말이다가 나중에 재상으로 확대되었듯이~ 이 거 좀 뒷얘기가 있을거 같은데....
혹시 누구였더라...상의 이윤의 고사에서 나온 건가요?
아니면 고대 제의에서 요리하는 역할을 중요한 사람이 맡아서 그런건가요?
계층방정
24/09/14 10:03
수정 아이콘
宰의 자원은 여러 설이 있는데, 집 안에서 주관하는 자로 해석하기도 하고, 집안일을 맡은 노예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이 중에서 집안일을 맡은 노예가 결국 가정 총무가 되고, 그 가정 총무가 나라로 따지면 재상이 되는 식이지요. 하고많은 노예 중에 요리사를 가리키게 된 것은 아마도 이 글자에 옛날에 도살의 의미가 있던 것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24/09/13 20:21
수정 아이콘
궁중 요리를 국정에 비유하는 언어 습관 흥미롭네요.
그래서 세종대왕님의 풍채가 그렇게
계층방정
24/09/14 10:05
수정 아이콘
솥 안의 음식을 엎는 것을 관리가 직무에 불민한 것으로 비유하는 게 저도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조선 왕 중에 가장 장수하신 건 소식하신 영조라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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