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
2021/06/07 19:23:19 |
Name |
아보카도피자 |
File #1 |
IMG_6746.jpg (50.4 KB), Download : 57 |
Subject |
[기타] [노스포]천문 고고학자 탐험 추리 게임 - Outer Wilds 리뷰 (수정됨) |
_0
아우터 와일즈를 알고 계신 분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게임은 국내에 고티를 받은 인디 게임으로 유명할 겁니다. 흔히 최다 고티는 주요 시상식 고티와 겹치는 경우가 많지만, 2019년은 주요 시상식이 엇갈렸습니다. 최다 고티는 흔히 아시는 데스 스트랜딩으로, 그 완성도와는 별개로 표가 갈릴 여지가 많았지요.
그 때문인지, 대세가 없던 19년 주요 시상식에서는 주인 잃은 고티에서 인디 게임이 강세를 보입니다. 세키로가 하나, 바이오하자드Re2가 하나, 그리고 인디게임 - 제목 없는 거위 게임-이 두 개 씩이나 받아가는 이변이 일어납니다. 나머지 하나, 바프타의 고티도 아우터 와일즈가 받아갑니다.
저번 스팀 세일에서 아우터 와일즈가 반값 할인을 하고 있었습니다. 스팀 세일에 맞춰서 탐험 게임을 추천 받는 친구A에게 친구B가 강력하게 추천을 하고 있었고요. 친구 A는 넘어가지 않았지만 저는 그 열변에 넘어갔습니다. 뭐가 그리 흥분할 일이라고 그렇게 바락바락 추천을 하는지 궁금했거든요.
_1
아우터 와일즈를 간단히 요약 및 비유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수 많은 고유 명사를 빼고 지구에 비유합니다.
지구의 신참 우주비행사인 당신은 고대 화성인의 유물 조각상과 접촉하여 이상현상을 겪습니다. 당황도 잠시, 오늘은 당신의 첫 비행일입니다. 그러나 항해에 나서기 무섭게 자동항해의 기능장애로 태양과 뜨거운 키스를 나눕니다. 온 몸이 불타오르던 감각은 잠시, 당신은 어느샌가 숙소에서 눈을 뜨며 일어납니다. 이 타임 루프는 인간 이전에 태양계를 항해하던 고대 화성인의 유물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인간 이전에 태양계를 항해하던 화성인들은 수성, 목성, 토성 등에도 유물을 남겨놨습니다. 여러 분은 이곳으로 향해 고대의 기록을 수집하고, 타임 루프의 진상에 한 걸음 씩 다가갑니다.
_2
아우터 와일즈 뭐가 재밌냐? 라고 묻는다면 두 축으로 나누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탐험과 추리입니다
1번 탐험은 사실 덧붙여야 하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잘만들어진 태양계를 누비는 탐험 자체의 재미는 뛰어나지만, 이 게임을 플레이 한 후 우주 탐험 게임으로 초점을 맞추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겁니다. 22분의 타임 루프는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22분 뒤에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자칫 허탈함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또한 짧은 시간 동안 돌아가는 타임루프는 좁은 맵을 강제하며, 우주는 광활하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주선은 무척이나 강력해졌습니다. 고작해야 탈출 구명선 정도의 크기를 가진 우주선은 좁은 태양계를 1, 2분만에 주파해냅니다. 돌파해야할 대기권도 좁아터져서 연료는 남아돕니다. 우주를 탐험하는 게임이라고만 보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입니다.
아우터 와일즈는 일단 어드벤쳐 장르지만, 그보다는 추리와 고고학에 비중을 줄 수 밖에 없겠다 싶습니다. 이 게임의 탐험이 흥미로운 이유는 플랫포머 적인 장치가 아니라 그곳에 기다리고 있는 스토리입니다.
친구가 추천을 받으며 예시로 든 여타 탐험 게임, 서브노티카나 아스트로니어는 탐험이 도중에 끊기지 않기 위해 레벨업이나 제작 레시피, 새로운 재료 등을 보상으로 성취감을 북돋습니다. 반면 아우터 와일즈의 여정의 허리를 받치는 동기부여는 일반적인 탐험 게임처럼 성장 요소가 아닌, 스토리의 단서, 활자의 나열일 뿐입니다.
때문에 스토리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보상 없이 표류해 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고 튕겨나갈 수도 있습니다.
제작자들은 이 부분을 명확히 인지하고 철저한 준비를 해두었습니다. 스토리의 퀄리티와 단서의 배치, 사방으로 트인 모험 사이에 숨겨둔 라인과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주는 우주일지, 그리고 완성도 높은 스토리와 훌륭한 연출이 함께 합니다. 베일에 쌓여 있던 역사가 한 조각 한 조각 맞춰지며 그 진상을 확인하게 되었을 때의 놀라움은 앞선 여정과 맞물려 시너지를 냅니다.
_3
다른 게임을 예시로 들어 설명해봅시다. 처음에는 비쥬얼 노벨을 생각했습니다. 특히 추리물 쪽을 생각했습니다. 정말 끊임 없이 활자를 내던지며 기억하기를 강요했거든요. 그러다가 조금씩 윤곽이 잡히는 과정에서 호라이즌 제로던을 생각했습니다. 고대 문명의 숨겨진 역사를 쫓아나가는 여정, 그리고 그 역사를 알아내는 과정이 고대인이 남긴 기록물을 찾아내는 방식이라는 점이 특히 그렇습니다.
차이점이라면 호라이즌 제로던은 전투의 재미가 함께하고 있기 때문에 여정 자체가 지루해질 일이 적고, 퀘스트라인을 따라가기 때문에 길을 잃고 표류할 위험이 없으며, 아우터 와일즈는 호라이즌 제로던보다 훨씬 더 촘촘하고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제공한다는 점이 있겠네요.
과거에 존재했던 고대 문명의 역사는 훌륭하게 짜여 있고 또 각 지역에 파편화된 정보들은 치밀한 계산 후에 배치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우터 와일즈의 시나리오가 [누군가의 기록 그 37] 식의 스토리텔링 임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저도 이런 방식의 스토리텔링을 싫어하는 사람이라 그 단점을 잘 알고 있고, 제작사도 이러한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음이 게임 곳곳에서 묻어났음에도 특유의 지루함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아마 플레이하는 분 들은 진입장벽이 제법 느껴지실 겁니다.
하지만 활자에 익숙하고 스토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그렇지 않은 분들도 초반의 지루함을 이겨낼 수 있다면,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다면, 아우터 와일즈의 세계관을 즐기고 난 뒤 지루함을 감수할 만 했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