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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1/08/23 10:37:44 |
Name |
요환이형... |
Subject |
e스포츠의 현실을 바라보며 |
우선 제가 이 글에서 이야기 하는 e스포츠판이란 스타판을 이야기 함을 알려드립니다.
저는 아래 마재곰매니아님글에 댓글 쓰신 ArcanumToss님 의견처럼 프로리그로 인해 경기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거의 획일화되고 단일화된 지상맵에서 경기는 항상 똑같은 전략전술,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 못하는 양상시켜서, 선수들 개인 기량의 질적인 증가는 있을지언정, 경기를 바라보는 팬들의 즐거움에는 해가 되어버렸다고 생각합니다.
이젠 거의 모든 선수들이 준비해오는 전략이 비슷해지면서, 결국 이제 스타 방송 경기는 준비해온 빌드의 상성에 따라 경기결과가 확정되게 되버렸습니다. 역전승이라는 단어는 이제 거의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 되어버렸지요.
어쨋든 점점 어두워져가는 이 판을 바라보면서, 제가 가장 즐겁게 스타를 보았던 시절에 경기가 무척다양했었습니다.
팀플레이 경기가 있었을 때 박정석,강도경 조합과 팀플레이 전문이었던 이창훈선수의 경기는 지금 봐도 참 재밌을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만듭니다.
팀플레이 경기서 자기 팀원 한명이 아웃된 상황에서 수적 열세를 극복하고 경기를 뒤집어냈던 임요환선수의 경기도 지워지지않는 기억입니다.
시즌이 시작될때마다 새로운 맵이 나와서 재미를 주곤했는데, 특히 섬맵에서 경기는 특정종족이 불리하긴 했지만, 희대의 명경기를 많이 보
여주었던 맵이였습니다.
그리고 선수들 역시도 각자 특색있는 경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선수들의 별명만 봐도 그것을 알 수 있었죠. 해처리의 아버지, 폭풍저그, 대나무테란, 처절테란, 투신, 스피릿, 질럿공장장, 무당스톰, 몽상가, 불꽃테란, 목동저그, 괴물테란... 글세요. 그들은 승리하기 위해서 적어도 자기만의 색깔을 만들어냈고, 그 색깔있는 플레이가 저에게만
즐거움을 준것이었을까요.
요즘 선수들의 별명을 보면, 갓이나 신이 들어가는 별명을 팬들이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어쨋든 신이 만들어내는 것은 이미지는 저에게 절대로 지지 않는 이미지, 곧 무조건 이긴다는 이미지를 가져다 줍니다.
선수가 경기에서 만드는 색깔과 상관없이 그저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해 지게 된것이죠. 물론 프로라면 경기에서 이겨야합니다.
하지만 프로스포츠는 프로가 경기에서 이기는 장면 속에서 관중이 새로움을 얻고 즐거움을 얻어야 그 스포츠가 지속될 수 있는 것이겠지요.
요즘 e스포츠를 보면서, 프로농구라는 스포츠가 계속해서 연상됩니다.
프로농구 역시도 이상민,우지원,현주엽,김병철,서장훈,전희철같은 1세대 선수들이 재미있는 공격농구를 보여주었던 농구대잔치 시절을 지나 이제 그 선수들이 거의 다 은퇴하고, 프로화가 자리잡으면서, 각 팀들이 승리에 집착하는 경기를 해버려서 재미있는 경기보다는 무조건 이기는 경기를 양산하게 되버렸습니다.
속공시에 무조건 흐름을 끊는 반칙, 노마크상황에서 덩크슛이 가능함에도 레이업슛, 경기규칙도 3점슛 성공률 낮추려 라인을 멀게 만들어 버렸으니 이젠 한경기에 50~60점 나오는 것이 다반사가 되어버렸습니다.
농구에서 이기려면 득점을 해야합니다. 결국 득점이라는 요소가 관객들로 하여 흥미를 유발시킬텐데, 농구라는 판이 이제는 관객은 안중에도 두지 않고, 각 팀은 팀대로, 협회는 협회대로 재미없어지는 경기와 룰을 양산해서 이제 관중들로부터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결과는 어떻습니까? 한해 경기장을 찾는 관객의 급감, 공중파 중계는 가뭄에 콩나듯, 챔피언결정전이 프로야구 개막전에 밀려서 중계도 못하고, 넘사벽으로 불렸던 배구에도 자리를 양보하고 있습니다.
근데도 현실을 모르고 판은 너무 과장되어져 있어 보입니다. 평균득점이 3점도 안되는 선수가 1억이 넘는 연봉을 받는 것만 봐도 말입니다.
임요환,홍진호,박정석,최연성,강도경,강민 같은 세대의 선수들 이후의 e스포츠, 프로농구와 너무도 똑같은 길을 걸어갑니다.
근데 무서운 것은 e스포츠는 게임을 좋아하는 팬들로 인해서 만들어지고, e스포츠라는 새로운 종목을 만들어낸 스포츠입니다.
심지어는 공군에서 게임단을 만들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팬도 떠나고, 선수들의 정신상태도 떠나고, 방송사도 떠나고, 지원해주는 기업도 떠나고, 협회라는 곳은..... 굳이 이야기 하지 않겠습니다.
이제 거의 망해져가는 이 판이겠지만, 마지막으로 근본적인 노력부터 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랫 글쓰신분께서 스포츠토토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시했습니다.
의견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지금 e스포츠의 현실이 이렇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마모씨와 아이들의 불법베팅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수들이 팬들에게서 신뢰감을 잃었으니, 특히 당시 가장 잘나가고 인기가 많았던 선수들이 그랬으니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었는데 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스포츠토토로 해결하자는 것은 다음과 같은 두가지 문제점을 야기시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프로의식이 부족한 기껏해봐야 20대 초중반의 나이인 몇몇의 선수들이 마모씨와 아이들같은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프로축구계가 승부조작때문에 들석이고 있지만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가 한명이 아니라 같은팀에 여러명의 선수가 같이 걸려있음을 볼 수가 있습니다.
즉 경기를 조작하는데 있어서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는 부족하고 여러선수들의 힘이 합쳐져야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프로축구였습니다.
따라서 검은 유혹은 골키퍼인 선수에게 접근하게 되었는데, 골키퍼는 실수한척 자기 혼자만 제대로 안막으면 골을 많이 실점할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스타판은 혼자 마음먹고 지려면 무난히 질 수 있습니다.
베틀넷에서 게임하다가 전화와서 제대로 컨트롤만 못하고, 인구수한번 막히면 지게되는 것이 스타라는 게임입니다. 그러니 e스포츠판에도 그런 일이 벌어졌겠지요.
둘째는 순수한 팬들의 유입이 아닌, 토토를 즐기려는 일부 도박쟁이들이 유입된다는 것입니다.
자기가 베팅한 선수가 져서 그 선수를 욕하는 것이 무서운게 아니라, e스포츠에 베팅해서 돈을 다 잃고 인생을 망쳐버렸다는 사람이 단 한사람이라도 나오게 된다면, 이미 e스포츠가 출발했던 순수함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겠지요.
저는 그다지 오래 되지 않은 e스포츠 경기를 통해서도 희열을 느끼고 즐거움을 느꼈던 경기가 있었습니다.
스2로 넘어가기 전에 그분이 윤용태선수와의 경기에서 락다운으로 캐리어를 잡은 것, 김민철 정명훈선수와의 경기에서 김민철 선수가 브루드링으로 경기를 잡았던 것, 퀸 잘쓰는 김명운선수의 경기들이 바로 대표적인 예였습니다.
아참 옛날 경기중에도 김성제 선수가 어떤 선수와의 경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인드컨트롤을 해서 시즈탱크로 경기를 이기던 경기도 생각납니다.
그리고 강민선수가 이윤열선수를 상대로 화려한 리콜쇼를 보여줬던 경기, 할루시네이션으로 질럿을 복사해 테란 조이기를 뚫던 경기, 박정석선수가 머큐리에서 연탄 밭을 스톰으로 뚫고 돌파하던 경기..
스타에서 알고는 있지만 정말로 입스타에 머무를것 같았던 경기들에서 였습니다.
저에게만 일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도 새로웠고 신선했던 경기였습니다.
제가 우선적으로 제안하고 싶은것은 진짜로 새로운 맵들, 병맛이어도 좋습니다.
좀 다른 경기양상을 볼 수 있는 그런 맵들에서 경기가 펼쳐졌으면 좋겠습니다. 스타크래프트에서 재미를 만들어내는 것이 무엇입니까. 우선은 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맵에서 잘 사용되지 않는 유닛이 사용되게끔 지형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유즈맵적인 요소를 조금씩만 가미했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구현은 되있지만 밀리게임에서 사용할 수 없는 캐리건같은 유닛을 사용한다거나, 인구수 200제한을 늘리거나 줄이거나, 미네랄 일부를 가스로 전환시킬 수 있다거나 하는 간단한 요소들이 역전승의 기회가 될지, 또 수많은 빌드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재미를 줄 수 있지는 않을지요...
마지막으로는 프로리그에서 팀플레이 경기를 늘려서 새로운 팀플레이경기 스타를 만들어내고 한다면 또 다른 재미를 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제안한 이런 방법이 꺼져가는 e스포츠판을 완전히 살려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러한 노력이라도 없이 이대로 e스포츠가 무너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협회와, 방송사, 각 팀 그리고 선수들이 현명하게 이 위기를 극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긴글 쓰느라 주절거리고 말 앞뒤가 맞지 않더라도, e스포츠를 사랑하는 한 팬의 마음의 소리로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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