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회원글이고 ... 좀 지난 글이지만, 함께 읽고 같이 울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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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일요일이고 해서 쉴겸 그동안 못본 프로리그나 좀 보자하고 티비앞에 앉았다.
마침 또 CJ 대 KTF 빅매치구나. 1게임은 CJ의 언제나 기대주 저그 유저 장육 대 우리의 등짝 박정석이다.
...아... 결국 박정석은 장육에게 본진을 털리고 승리를 내준다. 그리고 KTF는 결국 3:1로 패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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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한빛 대 MBC게임 히어로의 게임이 있었다. 1,2경기를 모두 내준 한빛은 3게임에서 대장토스 박대만과
신정민이, 4,5게임을 모조리 윤용태가 잡아내면서 3:2 역전승을 거둔다. 오늘의 히어로는 명실상부 윤용태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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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석은 프로게이머로서 아주 모범적인 선수다. 안정적인 승률, 어떤 상황에서도 굴곡없는 플레이. 자신의 외모를 보는듯한
건실함 등등. 임요환을 꺾고 온게임넷 스타리그를 우승하고 한빛에서 강도경과 함께 팀플 무적 전설을 날리면서
프로리그 최초로 50승 60승을 달성할때까지만해도 그의 부진을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 지독한 부진이 다가온다.
그의 대저그전 플레이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60퍼센트정도의 승률이였고, 어떤 선수에게도 극상성의 성적을 보인적은 없었다.
그런 그에게 마재윤이 나타난다. 우주배 MSL에서 그는 마재윤을 총 6번 만나 딱 한번 이겼다. 결승에서 딱 한번.
그리고 마재윤은 그 후로 5연속 MSL결승 진출에 3번 우승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운다. 최근이야 좀 하한가 중이긴 하지만...
MSL의 더블 일리미네이션 방식이란 참 잔인한 전장이다. 한번은 져도 좋다라는 자비를 베푸는 듯하지만 패자조에서 다시
기어올라오는 건 그야말로 지옥같다.
"패자조에서 올라가는건 진짜 지옥같아요"
-이윤열-
박정석은 그런 방식에서 마재윤에게 져서 패자조에 떨어져 다시 기어 올라서 마재윤과 만나 다시 지고 준우승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후로도 박정석과 마재윤의 악연은 계속되었다. 프로리그에서 번번히 만나 패배하다 2005년 프로리그 후기에서
마재윤을 만나 전진게이트에 프로브까지 동원해 이긴다.
그러나 그후 박정석의 대저그전 승률은 30퍼센트까지 떨어짐에 이르렀고, 각종 게시판에서는 그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기대가 컸던만큼 실망도 컸을테고, 등돌린 팬도 많았다. 그의 플레이 스타일은 3해처리에 기동성을 기반으로 한 저그들에게
먹히지 않았고, 무리한 스타일 변신을 노리다 대테란 승률마져 떨어뜨리게 된다.
각종 피씨방리그를 전전하고 있었던 그였고, 믿을만한 에이스란 칭호마져 강민에게 헌납해버렸지만.
그는...
"얼마나 이기고 싶었을까. 얼마나 이기고 싶었을까. 얼마나 이기고 싶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팬들이 그를 떠날수 없었던 건, 그의 저런 마음이 플레이에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가끔 흔들리는 컨트롤에서도, 전혀 알수없는 미스에서도 그의 팬들은 여전히 이기고싶은 그의 마음을 느낄수 있었다.
그래도 박정석이니까. 그는 우리의 믿음직한 부산 싸나이니까.(사실 박정석은 부산 출신이 아니지만)
지더라도 꺾이진 마라. 기어서라도 올라와라. 니가 있을 곳은 그런 곳이 아니다.
이런 팬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던히도 지던 그가 스타리그로 돌아왔다. 진출했다라는 말보다는 돌아왔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그의 플레이에서는 여전히 절박함이 느껴진다. 승리에 대한 갈구. 이렇게까지 해도 안된단 말인가라는
가벼운 절망.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리하는 근성. 염보성과의 최종 진출전에서 그는 만신창이로 얻어맞으면서도
스톰을 날리고, 질럿을 질주시키고, 전선에서 물러남을 반복하면서도 상대방을 공격했다. 땀으로 흠뻑 젖은 그에게서
그전과 같은 믿음직한 영웅의 모습이 어슴프레 느껴진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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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윤용태는 작년의 한빛이 김준영이였다면 올해는 나다라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민찬기와 염보성을 물리치고
팀의 승리를 일궈낸다. 그런데 그의 플레이에서 박정석의 아우라가 느껴졌다면 그건 나의 착각일까.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드라군과 질럿, 그리고 뒤에서 뿌려지는 천지스톰. 그와중에도 상대방의 본진에 떨궈지는 리버.
...아 저것은 우리가 그렇게 바래마지 않던 박정석의 그것이 아닌가...
그의 플레이는 터프하고, 힘이 넘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심함이 느껴진다. 간혹 나오는 난전 능력이라든지 체크능력은
좀더 경험을 쌓으면 나아질 문제이고, 오늘 윤용태의 모습이 박정석이였으면 하는 나의 소망은 너무 이기적인걸까.
우리가 바래마지 않던 그것을 그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보여준다는건 참으로 팬으로선 힘든 일이다.
그러니까 박정석.
힘내. 지지마.
힘내. 지지마.
힘내. 지지마.
Nio.G.Readman the Paper
한줄요약: 박정석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