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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13 23:20
원래 철학서적이 더럽게 안읽힙니다. 님 혼자만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 지극히 정상입니다.
문장을 그런식으로 적어놓으면 잘 읽을수가 없는게 너무나 당연합니다. 쓰는 사람들 본인들도 애초에 다 알고 쓰는걸테구요.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게되는 것도 아주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남들은 그걸 술술 읽을 것 같고 나만 문제가 있는 것 같은 그런 생각을 당연히 누구나 하게 됩니다. 남들도 전부 다 그래요.
21/03/13 23:33
그리고 예를 드신 '변증법적 강화'와 같은 표현의 경우, 그것이 원문에 나온게 아니라 해설서에만 나온 것이고 그 해설서의 내용이 부실하다면 그건 이해를 못하는게 문제가 아니라 그냥 잘못 쓴겁니다.
대부분의 어려운 철학 서적들은 배경 지식이 별로 없는 사람이 처음 읽더라도 반드시 이해는 되는 쪽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어떤 얘기라도 그 책 내에서 해결이 된다는 얘깁니다. 문장이 아무리 더럽게 현란하더라도 그걸 곰곰히 보다보면 이해는 됩니다.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안된다면 그건 완전 잘못쓴겁니다. 출판된 서적이 아니라 그냥 누가 대충 써서 학과내에서 프린트해서 돌리는 용도라면 그럴수는 있죠.
21/03/14 00:01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고. 그래서 그런 서적들 하나 붙잡고 학기 단위로 공부하게 되죠. 좀 더 읽히기 쉽게 나온 강의, 해설서들도 있고요. 이건 어느 전공이나 비슷할겁니다. 보통 번역도 거지같아서 원서 읽어야할 때도 있고요. 자기 수준에 맞게 참고할만한 자료 자체가 없으면 그 서적과 씨름해야합니다.
21/03/14 00:17
처음에 힘든 건 당연합니다. 일단은 지금 보고 계시는 글을 조급해마시고 여러번 읽는다고 생각하세요. 바로 이해하는 게 이상한 겁니다.
또 현재 보는 글의 용어나 내용과 관련된 논문이나 저서 등을 여러 방면으로 읽으시면서 관련 지식을 보충하는 것도 현재 책을 읽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원서가 있는 책이라면 원서나 다른 번역본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될 거에요. 순수하게 번역이 안 좋아서 눈에 안 들어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21/03/14 01:04
1년 휴학하고 그 사이 다음 책들을 읽으세요. 그냥 눈으로만 읽으면 안 되고 어떤 식으로든 노트하는 작업을 해야 해요. 의문점들은 이곳에 질문하면 저를 비롯해서 답변해 주시는 분들이 있을거에요:
1. E. M. 번즈의 <서양문명의 역사> 를 읽으세요. 2. 주류 경제학과 마르크스주의에 입문하세요. 마르크스주의 입문은 다음 세 책으로 하세요: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카를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 조너선 울프의 <한권으로 보는 마르크스> 류동민의 <시간은 어떻게 돈이 되었는가> 3. 나이젤 워버튼의 <철학의 역사: 소크라테스부터 피터 싱어까지> 와 <논리적 생각의 핵심 개념들> 을 읽으세요. 4. 플라톤의 <국가>의 1장과 7장과 10장을 읽으세요. 5. 니체의 <도덕의 계보>를 읽으세요. 6. 스티븐 D. 헤일스의 <이것이 철학이다>를 읽으세요.
21/03/14 01:57
놀랍게도 잘 읽히지 않는 글들의 상당수는 잘 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대가들의 글을 읽으면 깔끔함과 쿨함에 상쾌함마저 느낍니다.
21/03/21 03:10
현업에서 계속 학문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좋은 답을 올려주셨기를 기대하고 다시 한 번 찾아왔는데 그러진 않은 것 같아, 지금은 계속 공부하는 일을 하지 않고 개인적인 소일거리로 책을 조금씩 읽는 정도이지만 개인적인 경험을 가지고 의견을 적습니다.
1. 먼저 학문을 하는 힘든 선택을 하신 것 축하드립니다. 이 선택을 끝까지 밀고 가지 않으실 수도 있겠지만 삶에 의미있는 경험을 남길 좋은 선택을 하셨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 예술 쪽을 포함 인문학, 그리고 사회과학 쪽에서도 사변적인 텍스트들은 사실 읽는 법을 아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쓰여진, 특정한 방식으로 쓰여진 텍스트들입니다. 이건 사실 자연과학 쪽에서는 명확한데, 예를 들어 기호와 공식, 명제들로 가득찬 수학책들은 그것들을 읽을 줄 아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쓰여진 것이고 아무리 잘 쓴 수학책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읽는 법을 모르면 읽을 수 없을 것입니다. 자연과학 쪽은 그게 바로 눈에 보이는데, 인문사회과학 쪽 텍스트들은 그런 특별한 기호와 표기법 없이 보통의 언어로 쓰여있다 보니 그게 바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단 읽으라고 던져주기도 하고 그냥 읽기 시작하게 되는데, 특별히 그 분야에 맞는 언어감각이나 교양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읽어야 알 수 있는데, 알아야 읽을 수 있다"는, 읽어도 앎이 늘지 않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3. 사실 여기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선생님께 텍스트를 읽는 법을 차근차근 배우는 것이고, 그래서 철학과 같은 곳에서는 1차 문헌 강독을 공식 수업이나 별도 세미나팀을 꾸려 진행합니다. 예술 쪽이라고만 하셔서 정확히 어떤 분과이고 그런 세미나팀을 찾기 쉬울지 잘 모르겠지만, 첫번째로 권해드리고 싶은 방법은 해당 분야 1차 문헌을 강독하는 세미나팀을 찾아서 선학으로부터 직접 텍스트 읽는 법을 보고 배우는 것입니다. 여전히 정보가 전파되는 가장 중요한 채널은 사람이고, 학문에서는 특히나 암묵지, 문서나 매뉴얼로는 잘 정리되어 전해지기 어려운 지식이 중요하기 때문에 딱 맞는 영역이 아니더라도 좋은 선생님이 이끄시는 강독팀을 찾아 한 학기라도 공부를 해보시기를 권합니다. 4. 사람을 통해 텍스트 읽는 법을 전해받는 것이 제일 좋지만, 그게 쉽지 않다면 텍스트들이 서로를 설명하도록 하여, 이 텍스트의 모르는 부분을 저 텍스트가 조금 설명해주고 저 텍스트의 모르는 부분을 이 텍스트가 설명해주고 그렇게 알게 되는 것을 조금씩 넓혀 나가는 시도를 하는 것인데, 그런 도움을 얻기에 좋은 책이 해당분과의 학설사입니다. 대부분의 학술적인 개념과 원리들은 선행하는 지적 성과가 무엇인지, 그것이 이론적 대결의 상대로 삼은 것이 무엇인지를 같이 파악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다루고 있는 것이 학설사인데(철학이라면 철학사, 미학이라면 미학사), 해당 분야에서 평가가 괜찮은 학설사 책을 두세권 구해서 교차하여 읽으시면서, 어떤 개념에 대해 이 책이 설명하는 부분 중 이해가 안되는 것이 저 책을 통해 보충되고, 또 저 책의 모르겠는 부분이 이 책의 설명을 통해 이해되는 경험을 반복하면서 주요 개념과 원리들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넓히시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텍스트 읽기가 보다 수월해지실 것 같습니다. 이것도 최소한 한 학기 정도의 투자는 필요한 공부라 이번 학기에 바로 효과를 보실 수 있는 방법은 아니라는 문제는 있겠네요. 5. 1차 문헌, 학설사와 같은 책들과 논문, 학술지의 아티클 등의 2차 문헌은 그 가치와 무게가 다르기 때문에 대하시는 방식을 달리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회독을 권하는 댓글들이 많는데, 1차 문헌, 학설사와 같은 책들은 여러 차례 회독하는 것이 도움이 되겠지만, 2차 문헌의 경우 지금의 저라면 한 번 읽어 이해가 되지 않았고 지금 당장 수업에 필요하더라도 여러 차례 읽는 수고를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시간과 에너지를 1차 문헌, 그리고 그것을 읽는데 도움이 되는 해설서나 학설사 같은 것을 읽는데 쓰시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1차 문헌의 경우, 원어로 읽는 것을 권하기도 하나 위에서 언급한 똑같은 이유로 영어를 잘 한다고 영어로 된 수학책을 읽을 수 없는 것처럼, 처음에는 그 분야의 개념어들, 전문용어와 술어의 원어들이 한국어로 어떻게 번역되고 사용되는지 정도에만 관심을 기울이시고 전공자에 의해 번역된 번역본을 읽으시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6. 학부때 조금이라도 학문적인 텍스트를 읽는 훈련의 경험 없이 대학원을 가셔서 지금 무척 힘드실 것 같습니다. 그게 큰 차이라고 지금은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계속 학문을 해나가시다 보면 지금부터가 더 결정적이었다고 나중에 다시 생각하실 것 같아요. 지금 여러가지로 힘든 것들이 많으시겠지만 잘 버텨내시고 원하는 지적인 여정 잘 해나가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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