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마치 예전에 처음 가는 그런 느낌이 들어서, 생생한 현장을 공유하고자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2023.09.21
아침 일찍부터 짐을 챙겨 신주쿠역으로 향한다. 도쿄게임쇼가 시작하는 날이라 회장인 마쿠하리멧세까지 멀리 가야한다. 그래도 개막 시간에 맞춰서 가야지. 치바현에 위치한 마쿠하리멧세까지는 신주쿠역 기준 약 1시간 30분 내외. 이전에 갔을 때는 잘못 알아서 2-3번 갈아탄 기억이 있어 이번에는 최대한 환승을 줄이면서 짧은 시간 내에 도착하는 방법을 고민한다.
1안: 츄오쾌속선 → 도쿄역 → 케이요선 → 마쿠하리멧세
2안: 사이쿄선 및 린카이선→ 신키바역 → 케이선 → 마쿠하리멧세
3안: 츄오소부선 → 니시후나바시역 → 무사시노선 → 마쿠하리멧세
도쿄역에서 특급등급인 와카시오를 타고 가는 방법도 고려했지만, 높은 가격과 시간대가 맞지 않는 관계로 인해 일단 고려 대상에서 제외. 1안의 경우 도쿄역에서 편히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출근시간대에 츄오쾌속선을 타야한다는 단점이 있고, 3안의 경우 니시후나바시역까지 각 역을 정차해야하는 부담을 생각한다면 2안이 가장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신주쿠역은 이미 출근하는 사람들로 대혼잡. 미나미구치에서 신호를 기다리기 전에 내가 탑승해야할 플랫폼을 다시 한번 상기한다. 익숙해졌다고 하지만, 출근시간대는 자신감이 소폭 하락한다. 하루 평균 승하차 인원 350만명, 출입구만 200여개 가까이 되는 말 그대로 도쿄 서부를 상징하는 그 자체이다. 만약 신주쿠역이 멈춘다면, 과연 도쿄는 어떻게 될까 상상하게 된다.
일본 최악의 혼잡 노선이라 불리는 사이쿄선을 타야하는게 걱정이 되지만 혼잡 지역만 벗어나면 문제가 되지 않을테니 그정도 혼잡은 각오하고 있다. 가장 공포스러운 노선(最恐線: 최공선) 또는 가장 미친 노선(最狂線: 최광선)이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는 사이쿄선도 타봐야 도쿄를 제대로 경험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린카이선과 직결 노선이라서 신키바역까지 가는데 환승할 필요가 없는 것도 사이쿄선을 선택한 이유이기에 경험을 해봐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다행인것은 사이타마에서 싣고 온 많은 사람들이 이케부쿠로역과 신주쿠역에서 많이 내렸다는 것이 유일한 낙이지 않을까.
오사키역에서 대부분의 직장인 무리가 하차를 한다. 여기서부터 사이쿄선은 린카이선으로 직결 운행되어 오다이바를 거쳐 신키바역까지 운행된다. 신키바까지 향하는 승객들은 대부분 오다이바를 가거나, 도쿄 디즈니랜드 또는 디즈니씨를 목적지로 가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오늘 같은 경우는 도쿄 게임쇼를 가는 사람들도 다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키바역에서 내려 케이요선으로 갈아탄다. 비가 언제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흐름 그 자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글맵으로 쾌속등급 열차 다이어를 보는데 음...일단 시간 자체가 맞지 않아서 쾌속등급을 타는 것은 포기. 가히인마쿠하리역까지는 9정거장만 지나면 되니 다음 오는 열차를 기다려야지. 지난 3월에 왔을 때도 머무는 내내 날씨가 안좋아서 여행을 왔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일본 일기 예보는 거의 틀리지 않으니까.
마이하마역에서 가족 단위, 친구 단위의 많은 사람들이 내렸다. 도쿄 디즈니랜드와 디즈니씨가 있으니까. 이제 열차에 남은 사람들의 대부분의 목적지는 가히인마쿠하리역이다. 코로나 종식 이후, 본격적으로 게임쇼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하니 국내외 업계인들에게는 많은 관심이 될 수 밖에 없다.
세계 최대 게임쇼였던 E3가 코로나 이후 제대로 된 대응을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오프라인 국제 레벨의 게임쇼라고는 페니 아케이드 엑스포, 게임즈컴, 그리고 도쿄 게임쇼밖에 남지 않게 된다. 한달 전에 열렸던 게임즈컴도 코로나 이후 성황리에 막을 내렸기에 그만큼 도쿄 게임쇼에 대한 관심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물론 세가, 코에이테크모, 캡콤, 코나미, 소니 등 자국 게임 회사 위주로의 참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회사들이 보유한 강력한 IP는 글로벌 시장에서 많은 인기와 사랑을 받아왔기에 자연스럽게 해외 게임 업계인들의 관심을 끌 수 밖에 없다. 아울러 넓은 일본 유저풀을 기대한다면 엑스박스, 텐센트, 넷이즈 등 해외 게임 회사들도 일본 게임 시장에 공을 들일 수 밖에 없어서 그만큼 도쿄 게임쇼가 글로벌 게임쇼로서의 가지는 위상은 그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어느덧 가히인마쿠하리역에 도착. 가히인마쿠하리역에서 내리는 사람은 두 부류. 치바 롯데 마린즈의 팬이던가 (치바 롯데 마린즈의 홈구장이 이 곳에 있음) 아님 도쿄 게임쇼에 참석하기 위한 사람이던가. 하지만 치바 롯데 마린즈의 경기가 아침부터 있을리가 없으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쿄 게임쇼 참석이 목적인 것이다. 열차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내리자 플랫폼부터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역으로 나가기 위한 길도 사람들도 바글바글. 비즈니스 데이 첫날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사람들이 많다는건 그만큼 도쿄 게임쇼에 대한 관심이 크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2015년도인가, 처음 도쿄 게임쇼에 왔었을땐 해외 게임쇼에 간다라는 흥분 그 자체로 떨렸는데 코로나 이후 처음이라서 그런지 그때 느낌이 새록 떠오른다. 이런 멋진 게임쇼에 올수 있어서 감격, 업계인으로서 감동이 넘친다.
역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어 드디어 마쿠하리멧세에 도착. 전시관에 입장하기 전에 야외에 삼성의 전시 포스터가 부착되어 있다. 비록 게임과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이렇게라도 삼성이 눈에 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삼성과 나의 관계는 뭐 특별한 것은 없지만 그래도 잘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코로나 이전에도 비슷했던거 같은데 이번에도 엑스박스의 거대한 게임 홍보 포스터가 한쪽에 보이고 있다. 엑스박스 오리지널 출시부터 일본 시장에 엄청난 공을 들여왔고 이번에도 필 스펜서를 비롯한 주요 MS 수장들이 도쿄 게임쇼에 왔다고 하니 부러울 따름이다. 물론 일본의 AAA급 개발사가 MS 진영에 합류한 것은 탱고 게임웍스 이외에는 없다고는 하지만, 수많은 IP 기반 게임들이 여전히 엑스박스로 출시되고 일부 개발사들도 MS 진영에 합류만 안했을 뿐이지 세가처럼 오래전부터 협력 관계를 맺고 있으니 엑스박스로서는 일본 시장이 그만큼 중요하게 느낄 것이고 따라서 도쿄 게임쇼에서 자사 게임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드디어 목적지인 마쿠하리멧세 전시관에 도착. 역에서 보았던 인원들의 2-3배 되는 인원들이 몰려 있다. 예전에도 이랬었나? 그런 생각이 든다. 본인 신분 확인 및 티켓 확인 후 입장을 하기 위해 다시 줄을 선다. 줄은 생각보다 빨리 줄어드는데 어랏? 입구와는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한다. 순간 잘못섰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알고보니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다른 구역으로 한바퀴 돈 후에 다시 입구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비즈니스 데이 첫날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퍼블릭 데이에는 가히인마쿠하리역까지 줄이 생긴다고 하니 비즈니스 데이에 온게 정말로 좋을 따름이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마침내 전시회장에 들어왔다. 자, 즐거운 게임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