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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01/01 22:14:05
Name 가라한
Subject [일반] 신라와 페르시아 관련 대서사시 쿠쉬나메
유튜브 보다가 우연히 재미난 걸 발견했네요.

아래 동영상은 문화인류학자 이희수님이 의외로 이슬람과 우리나라와의 오래된 연관성을 강의하는 내용인데요.



특히 앞부분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2008년 영국 왕실 도서관에서 쿠쉬나메(Kushinameh)라는 페르시아의 대서사시가 발견됩니다. 그런데 놀라운건 800여 쪽에 달하는 이 책의 분량 중 500여쪽이 신라 관련 내용이라는거죠.

그래서 지금 한국, 영국, 미국, 이란 4개국이 공동 연구중이라네요.

내용은 대충 이런건데요.

5세기에서 7세기에 이르는 300년 동안 동로마 제국과 전쟁을 벌이던 사산조 페르시아 왕국은 650년 경 엉뚱하게도 새롭게 대두되는 이슬람 제국에 나라가 멸망할 위기에 처합니다.

이때 나라의 멸망을 피할 수 없음을 안 사산조 페르시아의 마지막 왕 야즈데게르드 3세는 아들 페로즈 3세를 중국 당나라에 망명시키면서 다음과 같은 유언을 남깁니다.

"나는 남아 조국을 위해 결사 항전할테니 너는 반드시 살아남아 조상의 옛 땅을 회복하거라"

이렇게 사산조 페르시아는 멸망하고 페로즈 3세는 분루를 삼키며 당에서 망명 생활을 하게 되죠.
당에서는 페로즈 3세를 잘 대해 주었습니다만 문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이슬람 제국과 당나라가 정식 국교를 맺게 되면서 당에서 더이상 이슬람 제국의 적인 페로즈 3세를 보호해 줄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페로즈3세는 자신의 세력을 데리고 다시 망명을 떠나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페르시아와 당나라 역사서에 엄연히 기록 된 내용이고 이 이후로 기록이 사라지는데요.

여기서 새로 발견된 쿠쉬나메라는 서사시에 따르면 그 새로운 망명지가 바로 신라였다네요.

페로즈3세는 쿠쉬나메에 따르면 아비틴이라는 이름으로 신라에 망명하게 되는데, 당시 페르시아는 비잔틴 제국과 오랜 전쟁을 치르면서 군사 기술 등이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연유로 당시 고구려, 백제와 전쟁이 한창이던 신라왕은 이 낮선 이방인 세력을 환대 해 준 모양입니다.

이 페르시아 세력들은 신라에 군사 관련 기술도 전수해 주고 자신들의 왕실 스포츠도 전수해 주는데 그게 바로 폴로 = 격구 랍니다.

아무튼 이 페르시아 세력들은 신라가 고구려와 백제를 패망시키는데 큰 공헌을 하게 되고 그 보답으로 신라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나 봅니다.
그리고 아비틴은 신라의 공주와 결혼도 하게 되죠.

그러나 아비틴은 고토를 회복하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잊을 수 없었고 장인인 신라왕에게 간청해서 배와 물자등을 얻은 뒤 고향 땅을 되찾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러나 당연한 얘기지만 거대한 이슬람 제국에 맞서 싸우는 것은 사실 계란으로 바위치기였고, 전쟁에 패한 뒤 카스피 해 인근의 산악 지대에 아몰 이라는 은둔 왕국을 세웁니다.

여기서 아비틴은 신라 공주와의 사이에 페리둔이라는 왕자도 낳게 되고 자신의 처가인 신라에 관한 광범위한 자료를 남긴다네요.

이게 바로 쿠쉬나메라는 서사시의 내용인데 이 책은 곧 영문본이 나오는 모양입니다.

내용의 정확성이나 디테일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로서는 굉장히 흥미로울 수 밖에 없는 내용이네요. 한국어 본도 번역 되서 한 번 읽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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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1 22:21
수정 아이콘
아비틴도 대단하네요. 연구가 많이 되서 영화나 드라마화 되면 좋을거 같네요
잡동산이
22/01/02 12:09
수정 아이콘
영화, 드라마는 아니지만 일전에 웹툰으로 나온적은 있습니다. 다만 내용이나 작화는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요..
고래비늘
22/01/01 22:24
수정 아이콘
신라 파트만 발췌된 번역본이 있을 겁니다. 오래전에 읽긴했는데 신라는 이름만 빌려온 수준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백제나 고구려 내용은 안 나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페르시아 쪽 내용도 실제 역사가 아니라 신화화된 역사였던 걸로 기억하는데...판본이 여럿 있지도 않을텐데 의아하네요.
개인적으론 서역에서 신라란 존재를 알고 있었다 이상의 가치를 가진 건 아닌 것 같아요.
22/01/01 22:33
수정 아이콘
https://en.m.wikipedia.org/wiki/Kush_Nama

신라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Basila라는 섬나라가 등장하기는 하는데, Kush의 침략으로 망합니다.
숨고르기
22/01/02 10:16
수정 아이콘
원문을 보면 Ba-sila (The sila), Kuh, Jazira 등등의 지명이 번갈아 나온다던데 그냥 중국의 동쪽에 있는 나라(들)의 혼합물인것 같습니다. 사실 많은 외부인들에게 한반도도 섬으로 인식되기도 했고.. 어차피 그들 입장에선 잘모르는 신비한 미지의 나라를 환타지 소재로 차용한 것뿐 아랍이나 페르시아나 그게 그거 아님? 하는 지금 우리보다 당대의 페르시아인들이 훨씬 더 낫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죠.
22/01/02 15:18
수정 아이콘
페르샤어에 대하여 잘 모르지만, 일단 정관사가 را(ra)라고 하니, Basila가 the Sila를 의미하는지 확인해 볼 일이겠고, 그렇더라도 판타지 문학말고 뭔가 사료로서의 가치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예니치카
22/01/01 22:36
수정 아이콘
학부 때 가르쳐주신 교수님이신데, 이슬람 전문가이시고 특히 실크로드사 관련해서도 많은 연구를 하신 분입니다. 육상 실크로드가 잘 돌아가던 시기에는 로마에서 장안 거쳐 신라까지 유행이 전파되는데 겨우 6개월 정도 텀이었다던가 하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네요. 신라 고분에서 로만 글라스가 꽤 나오는 것이나 신라 탑에 커튼 모양 무늬가 새겨져 있거나 한 게 다 그 흔적이라고....고려 벽란도가 국제무역으로 유명했던 거나 당장 조선도 세종 대까지 무슬림 거주지가 남아있었다는 이야기 같은 거 보면 서양 - 중동 - 극동 국제무역 루트 역사는 생각보다 유서깊은 게 맞는 것 같아요.
VictoryFood
22/01/01 22:44
수정 아이콘
허황옥? 하다가 아 허황후는 가야였지 했는데 이쪽도 신기하네요.
22/01/01 23:05
수정 아이콘
역사적으로 사실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흥미롭긴 하네요.
22/01/01 23:05
수정 아이콘
다른 이야기지만, 보다 보니 정수일 선생의 '고대문명교류사' 생각나네요. 꽤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及時雨
22/01/01 23:48
수정 아이콘
깐부... 아니 깐수 선생님...
이명준
22/01/02 00:07
수정 아이콘
전혀 다른 내용이지만 정수일 선생의 옥중수기이자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는 <소 걸음으로 천리를 가다>라는 책도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네요.
답이머얌
22/01/02 01:48
수정 아이콘
그런데 왜 신라쪽 기록에는 이런게 전혀 없을까요?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 이런 기록이 전혀 없는게 이해 안가네요.

하다못해 가야의 허황옥 왕비 이야기도 전해오는 마당에, 삼국 통일을 이룰 무렵이라면 국력이나 문화 수준을 감안할때 정식 기록 또는 하다못해 구전 야사의 일부 흔적이라도 남아야 할텐데 말이죠.
고기반찬
22/01/02 12:52
수정 아이콘
일단 허황옥 이야기는 실제 역사에 부합한다기보다는, 금관가야의 왕위의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한 불교적 윤색으로 보는 견해가 강합니다(해당 기사는 삼국유사에서만 등장하죠)

다음으로 나무위키에 따르면 쿠쉬나메 자체가 실제 역사와는 전개가 상이합니다. 해당 문서에서는 페리둔이 아랍인 지배자 자하크를 물리치고 이란의 구국영웅이 되는걸로 마무리되는데, 실제 역사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그리고 쿠쉬나메에서도 Basila는 섬으로 나오는데, 실제 인물이 신라에 방문해서 삼국통일 전쟁에 활약했다면 한반도가 섬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었을겁니다. 이걸 비춰보면 쿠쉬나메 자체가 일종의 대체역사물이고, 서술 과정에서 신비로운 동방 국가인 신라의 이미지를 활용했다고 보는게 타당하고, 이렇게보면 신라쪽에는 아무런 기록이 없는 것도 간단히 설명됩니다.
답이머얌
22/01/02 13:14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 믿을수 없다는 거죠.
-안군-
22/01/02 13:18
수정 아이콘
베니스의 개성상인 역전세계인가요? 크크...
지니팅커벨여행
22/01/02 16:24
수정 아이콘
이것이 과연 우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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