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거리를 다녀본적 있으신가요? 그러니까, 말하자면 그냥 밤이 아니라 모든 점포가 문을 닫은 심야의 시간대요. 만약, 다녀보신적이 있다면, 그 경험은 상당히 독특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도시의 밤이 얼마나 낮과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는지. (아마도 글을 읽고 계신 분이 그런 경험이 있다면, 아마도 어떤 감정, 상황 때문에 더 특별한 밤이 되었겠지만) 그리고 그 시간대가 감정적으로 얼마나 기묘한 감정을 안겨주는지 아마도 경험해보신 분들은 알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워 미드나잇>은 두 남녀가 서울의 밤을 다니는 이야기입니다. 이들의 낮은 그닥 밝지 않습니다. 현실적인 문제들로, 살아남기만으로도 벅차는 낮입니다. 우연한 기회로 마주친 두 사람은 각자의 고민을 가지고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영화는 두 사람의 목적지 없는 밤 중의 걸음을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를 처음 대할때, 아마 가장 인상적으로 남은 부분은 흑백이겠죠. 영화는 흑백으로 전개됩니다. 개인적으로 참 잘 조율된 흑백이라고 생각해요. 암부가 날아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밝아 이해할 수 없는 상황도 아니구요.
개인적으로 그런 점에서 마지막 장면에서 컬러로 전환된건 주제를 위해서지만 조금은 아쉽기는 합니다. 그러니까 그림자와 흑백으로 쌓아올린 서사와 주제를 더 명확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서 포기한 것이라고 해야할까요. 개인적으로는 '힐링' 내지 '위로'에 대해 조금 질려하는 터라 꼬투리를 잡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영화의 독특한 점은 서울이라는 대도시를 단 둘의 공간으로 한정시킨 데 있습니다. 그러니까 가끔씩 누군가 끼어드는 낮 시간에도, 카메라는 주인공에게 점점 다가가며 다른 사람들을 배제하고 있고, 밤 장면들은 온전히 둘만 피사체로 존재합니다. 서울이라는 도시에 살아본 적은 없지만, 사람이 없는 도시의 모습은 생경한 맛이 있죠. 어쩌면 영화의 제 3의 주인공은 비어버린 도시일 수도 있겠습니다.
영화를 어떻게 짧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희망찬가라기엔 낮 시간의 현실은 너무 무겁고, 그렇다고 절망하기에는 또 그렇습니다. 인터뷰와 관련 영상을 짧게 훑어 보니 인상적인 표현이 있어 빌려오고 싶습니다. '암순응'.
영화는 어쩌면 그 어둠 속에서, 흑백 속에서, 그림자 속에서도 시각을 유지하는, 버텨내는 '암순응'을 이야기하고 싶었던건 아닐까 싶네요.
p.s. 연 이틀 심야영화를 보고 있네요... 프렌치 디스패치도 봐야하는데.
p.s. 2 극장에 저 혼자 있는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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