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10/23 12:16:43
Name 빵pro점쟁이
Subject [일반] 우린 그걸 암행어사라고 불렀다
※ 오징어 게임 강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공격자가 기회를 노려 오징어의 허리를 가로지르면
두 발로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CUDVFvd.jpg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우린 그걸 [암행어사]라고 불렀다





어린 시절 TV에서 보던 유머, 코메디 프로에는
암행어사가 종종 나왔었다

"암행어사 출두요~~~!!!" 라는 외침과 함께
일사불란하게 사람들이 움직였고
조금 전까지 기세등등했던 권력자들이
고양이 앞에 쥐마냥 벌벌 모드로 우스꽝스럽게 돌변

한양에 과거 보러 가다가 산적을 만났다거나 아니면 시험 폭망해서
완전 거지꼴로 돌아와 천대 받고 있던 동네 젊은 선비가
암행어사로 늠름하게 등장하는 반전

그동안 저질렀던 악행에 대한 처벌을 내리는 사이다 마패 엔딩

항상 이런 식으로 마무리되었기 때문에
우리 시절 암행어사는 요즘 아이들에게 슈퍼맨이나 아이언맨 같은 존재랄까
그런 슈퍼 히어로 같은 정의의 사자였고 초능력자였다



깽깽이로 움직여야 하는 불리한 핸디캡을 안은 기훈은
오징어의 허리를 가로질러 두발을 땅에 내딛고 말했다
UGT91iz.jpg
암행어사


왜 암행어사인지 이유는 알 수 없다고 했지만
기훈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암행어사는 우리 시절 탐관오리를 잡는 유일한 히어로였음을

깽깽이발은 어려운 역경을 참고 견디며 발부림 쳐 글공부하는 걸 의미하고
수비를 피해 오징어의 허리를 가로 지르는 건 한양에 과거 시험보러 가는 것을
통과 후 두 발로 내딛는 자유를 얻는 건 장원급제하는 것임을

슈퍼맨이나 아이언맨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만
그래도 능력을 얻은 기훈의 표정은 똥씹은 마냥 씁쓸했다



눈 앞에 상우가 있다

내가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을 죽여야 했던 오징어 게임은 잔혹했고
그 마지막에 남은 상대는 같은 동네 살던 친한 동생 상우였다

자기를 우산 씌우러 보냈고
파트너로 자기가 아닌 여러모로 뛰어난 알리를 선택했고
유리 기술자를 등밀쳐 떨어트렸고
게임 중단을 막기 위해 새벽이를 죽였던
상우가



땅에 그린 오징어 게임에서 이겼지만 상우가 죽었다
암행어사 능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었다

오징어 게임에서 우승했지만 455명이 죽었다
죽은 사람들의 목숨값 456억원은 기훈의 숨통을 조르기만 했다

그렇게 패배감과 상실감에 쌓여 고뇌의 시간 1년을 보냈다

그리고..





90E35Nq.jpg
성기훈
1974년 10월 31일
잘 들어
난 말이 아니야
사람이야
그래서 궁금해
너희들이 누군지
어떻게 사람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는지


수화기 너머에서 프론트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456번
허튼 생각 하지 마



그래서 난
용서가 안 돼
너희들이 하는 짓이


다시 한번 프론트맨의 경고가 들렸다

그 비행기를 타
그게 당신한테 좋을 거야



암행어사 능력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 알았다
456억원의 의미를 찾았다

붙잡아야 하는 건 비행기가 아니었다
탐관오리였다

기훈은 통화를 끊었다



공격자가 기회를 노려 오징어의 허리를 가로지르면
두 발로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xaDh52k.jpg
우린 그걸 [암행어사]라고 불렀다






========================================================================
어릴 때 자주 듣던 단어 암행어사가 너무 멋있게 들려서 써봤습니다
오징어 게임 자체는 취향하고 잘 안 맞았는데
엔딩에서 오징어 게임을 박살내러 돌아서는 기훈을 보며
어린 시절 본 마패를 꺼내든 암행어사의 위엄과 감동, 전율이 느껴져 좋았네요

시즌2가 프론트맨이나 오일남의 과거 이야기이든
기훈이 오징어 게임에 다시 참가해
경찰(프론트맨 동생)과 안과 밖에서 시스템을 부수는 내용이든
사람들을 구하려다 그들의 탐욕과 이기심에 절망해
기훈이 프론트맨으로 흑화하는 다스베이더식 이야기이든
즐겁게 기다려집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League of Legend
21/10/23 12:26
수정 아이콘
시즌2 어떨란지..
21/10/23 12:36
수정 아이콘
저 오징어게임 씬에서 이정재는 스파이크 실사화같았어요
21/10/23 14:54
수정 아이콘
그렇다니까요. 제가 20년전부터 생각한게 스파이크 실사화하면 기럭지부터 간지까지 이정재가 정말 딱인데, 영어가 안되서 !!!
부질없는닉네임
21/10/23 19:36
수정 아이콘
배우로만 치면 헐리우드 풀에서는 키아누 리브스가 좋을 것 같아요.

동서양이 섞인 느낌의 마스크+기럭지+시크한 느낌
빵pro점쟁이
21/10/24 03:23
수정 아이콘
실제로 키아누 형님 주연의 비밥 영화가 나올 뻔 했는데 제작비 때문에 엎어졌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하네요
빵pro점쟁이
21/10/24 03:18
수정 아이콘
비밥인가요? 그러잖아도 넷플에서 다음달에 10부작 드라마 나옵니다
근데 전 우리 정재형도 좋지만
누가 와도 애니 느낌 못 따라온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21/10/23 13:09
수정 아이콘
암행어사.. 지역따라 명칭이 다 달랐죠.. 철인이라고 부르는 동네도 있었음..
21/10/23 14:28
수정 아이콘
경북 구미입니다

저희도 철인이었습니다

혹은 무적이라고도 했고
스타나라
21/10/23 15:28
수정 아이콘
철인도 있고 무적도 있는데 하필이면 암행어사라는 명칭을 쓴 이유는 아무래도 본문과 같은 이유였겠죠.
좋은 글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빵pro점쟁이
21/10/24 03:30
수정 아이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철인이든 무적이든 뜻만 통하면 슈퍼맨을 써도 문제없지만
역시 암행어사가 뜻도 좋고 어감이 너무 멋있어서 대체 불가 같아요
럭키가이
21/10/23 22:16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봤습니다. 잘 짜여진 것 같지는 않지만, 킬링타임용으로는 좋더라구요.

하지만, 마지막에 성기훈이 주최자들 박살내러 가는 부분에선 의아했습니다.

오징어게임 박살내기에는 능력치가 좀 부족한 것 같아서...
빵pro점쟁이
21/10/24 03:45
수정 아이콘
대사로만 나왔는데 기훈은 부당해고에 맞서 투쟁했던 인물입니다
애초에 차기 시즌 예정하고 만든게 아니다보니
혼자서 어떻게 다 박살내? 고민할 필요없이
불의에 맞서는 엔딩만으로 충분했던 것 같아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3836 [일반] [역사] 그럼 대체 세조는 얼마나 죽인 걸까... [16] galax10095 21/10/25 10095 24
93835 [일반] [팝송] 오 원더 새 앨범 "22 Break" 김치찌개6390 21/10/25 6390 0
93833 [일반] 이성을 사랑한다는 감정 [42] 개좋은빛살구14279 21/10/24 14279 16
93832 [일반] [리뷰] 영상연에는 손 대지마 [17] 아케이드10078 21/10/24 10078 3
93831 [정치] 주성하 기자 피셜 천안함 사건 뒷이야기들 [15] 오곡물티슈15678 21/10/24 15678 0
93830 [일반] [뻘글] 태종은 정말 사람을 많이 죽였나? [51] TAEYEON12325 21/10/24 12325 6
93828 [일반] [보건] 70% 접종완료, 몇가지 그래프들 [20] 어강됴리16465 21/10/24 16465 6
93827 [정치] 이재명을 지지하지 않는 민주당 지지층에 대해 [73] 만월17914 21/10/24 17914 0
93826 [일반] [리뷰][스포주의] 용과 주근깨 공주 [10] 아케이드9168 21/10/24 9168 1
93825 [일반] 우리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우리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우리가 [12] Farce9551 21/10/24 9551 25
93824 [일반] [팝송] 제레미 주커 새 앨범 "CRUSHER" 김치찌개6953 21/10/24 6953 0
93823 [일반] 담임목사 임기제 첫판례가 남았습니다 [24] JSclub12337 21/10/23 12337 8
93822 [일반] 8월 이후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추이 [29] VictoryFood13259 21/10/23 13259 6
93821 [일반] 성차별하는 AI [77] 아케이드11824 21/10/23 11824 5
93820 [일반] (스포)진격의 거인의 후반 포텐은 놀랍긴해요. [76] 그때가언제라도14129 21/10/23 14129 4
93819 [일반] 일본과 한국 판타지의 차이 [55] 16599 21/10/23 16599 8
93816 [일반]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두이노의 비가> 1 의 앞 몇줄 [1] 아난7201 21/10/23 7201 3
93815 [일반] 미국이 화웨이,SMIC에 121조원 어치 제품 수출 허용 [28] 크레토스13071 21/10/23 13071 3
93814 [일반] 우린 그걸 암행어사라고 불렀다 [12] 빵pro점쟁이11380 21/10/23 11380 10
93813 [일반] [NBA] 영광의 시대는? 난 지금입니다 [27] 라울리스타13058 21/10/22 13058 17
93812 [일반] 친구의 취직경험 [21] 검정머리외국인13347 21/10/22 13347 11
93811 [일반] <듄> 후기 - 말 그대로 '서장' [35] aDayInTheLife10232 21/10/22 10232 1
93810 [일반] NH나무 소소한 이벤트(금 거래) [11] 로켓10487 21/10/22 10487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