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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25 12:34
애초에 사회에서 각자도생이라는 말은 어떻게 보면 모순 그 자체 입니다.
지연 자체가 무수한 연결의 집합체 인데요... 개인주의와 각자도생은 글쓴이께서 말씀하셨다시피 차이점이 크죠.
21/09/25 12:35
각자도생의 사고방식은 유아적이고
당신이 희생하면 모두가 행복하니 협조하라는 사고방식은 폭력적이죠. 결국 누가 얼마나 내놓느냐가 정치적 토픽인거지 본문같은 원시적 개인주의를 주장하는 경우는 못봤네요.
21/09/26 14:15
자기 책임을 다하라는거지 본문 어디에 희생하라는 이야기가 있나요. 본문에도 맹목적 희생은 배격하라는 말 뻔히 쓰여 있습니다만
21/09/26 15:04
네, 본문에 희생하라는 이야기 없었고
아랫글도 원시인으로 돌아가겠다는 이야기 없었어요. 각자도생이 극한이 탈국가 개인 생존이라면 그 반대 극한은 집단주의적인 폭력이라는 거죠. 개인의 사회적 책임감이 어디까지인지, 그 책임의 분배가 적절한지, 분배가 적절하지 않을 때 개인의 선택에 대한 토론중입니다. 문맥없이 토론 중간만 읽으시면 이해하시는데 곤란해요 자기 책임 다해라vs 자기 책임 안하겠다의 토론이 아닙니다 지금 크크
21/09/26 15:13
바람직한 지향점을 놓고 벌이는 토론이라는 한 맥락이 있는데, 님이 넷상에서 어떤 곳들을 다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원시적 개인주의를 주장하는 인간들 저는 수도 없이 뵜습니다만. 피지알은 속내야 시커멓기 짝이 없는지 어떤지 몰라도, 어쨌거나 넷상에선 가장 정제된 표현을 하는 곳이라고 꼽아도 무방한데, 거기만 보고 이야기하면 곤란하죠. 이미 그런 사람은 많이 존재하고, 점차 기승을 부리고 있기에, 이 글이 단순히 토론만 하는게 아니라, 그런 세태에 대한 비판이란 의미도 분명 있을텐데요. 이 글은 저 밑의 글을 보고 쓴게 맞습니다만, 밑의 글 만을 염두에 두고 썼다고 보는건 좁은시야인거 같습니다. 그런 분이 이해곤란 어쩌고 하는건 그냥 웃어넘기겠습니다.
21/09/26 15:27
pgr내에서의 논의는 아닐지 몰라도
종합적인 세태에 대한 얘기를 하신거란 말씀이시군요. 고견 감사합니다. [본문 어디에 희생하라는 이야기가 있나요] 라는 님의 물음에 대한 답을 구하신걸로 알겠습니다.
21/09/25 12:39
아나키즘도 사회의 역할을 부정하진 않습니다. 아니 어느정도 체계화된 이데올로기 중에 사회의 역할을 부정하는게 있는지, 아니 하다못해 가능은 할지도 의심스럽죠.
21/09/25 12:37
근래 쓰이는 각자도생은
시민의 의무는 전제로 한거고 과거처럼 친척이나 주위 사람까지 챙기는거 못함- 나와 가족정도만 챙기겠다는 의미였던것 같습니다. 사회구성원으로 최소한의 역할도 안하겠다-는 본적이 없는것 같네요. 흐흐 물론 제가 모든 용례를 본게 아니고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21/09/25 12:39
사실 저도 각자도생이란 말을 그렇게 써오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각자도생이란 말의 사전적 정의 자체에 '각자 스스로' 라는 말이 붙어 있어서 그런 뜻으로로 쓰기가 어색하더라고요. 뜯어보면 굉장히 어색해요.
그래서 시민의 의무를 전제로 하는 삶의 방식은, 각자도생이라기보단 그냥 개인주의나 자유주의라고 통칭하는 게 옳다고 봅니다.
21/09/25 12:40
실제로는 개별 담론으로 넘어가보면 '남에게 피해 안 주고 자기 의무 지키면서 살면 그만' 이 선을 정하는 게 극히 어렵다는 게 문제죠.
출산과 비혼, 백신, 투표, 정치적 지지 등등.... 타인에게 뭔가를 요구하는 이들은 결국 다 위 논리를 가지고 와서 난 개인주의자고(그런 분들치고 개인주의자 아닌 분들이 없죠) 니 자유도 물론 인정하지만 니가 안하면 사회가 망가지니까 이렇게 하라고 하거든요.
21/09/25 12:56
뭐 아마 글쓴 계기가 된 글이 아래있는 출산율 글인것같은데... 그 분도 국방의 의무를 다했고 납세의 의무도 꼬박꼬박 하고있으며 매달 국민연금도 잘 납부하고있지만 그거에 불만이 있다는 얘기는 아니긴 했죠.
내가 누리는 사회인프라의 댓가로 시민적 의무를 성실히 다하면 됐지 미래 인구구조에 대한 걱정까지 추가로 해줘야 하냐는 얘기에 더 가까워보여서.. 저도 그 글에 백프로 동의하진 않았지만 본문과 같은 맹비난(유아적, 기생충마인드)을 들을 정도의 레벨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21/09/25 13:10
[내가 누리는 사회인프라의 댓가로 시민적 의무를 성실히 다하면 됐지 미래 인구구조에 대한 걱정까지 추가로 해줘야 하냐는 얘기]
자체는 할 수 있는 얘기긴 해요. 문제가 된 건 그 뒤의 댓글 논쟁에서 드러난, 나와 가족은 문제없는데? 당신들이나 미래인들은 망하거나 말거나 내 알바 아니지라는 마인드겠죠 글쓴이의 태도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한 무력감이나 사회적 강요에 대한 피로 호소보다는 장기적 문제를 염려하는 이타적 시민에 대한 조소가 더 두드러졌거든요. 무엇보다도 심각한 결함은 따로 있는데요. 국방에서의 병역자원 붕괴 문제라거나 쓰레기 분리수거 같은 모든 사회적 문제 참여를 부인하면 유아적 각자도생주의자로서의 일관성은 있을 겁니다. 그러나 자기 일상에서 육아휴직 등으로 걸기적거리는, 본인에게 불만스런 요소라 해서 출산율 정책에 대해서만 내 알 바 아님 이라고 조소하는 태도는 극히 뷔페미즘적이죠. 최대한 좋게 보면 소시민적이라 하겠습니다만.
21/09/26 14:16
당장의 존속에 필수적인 가치는 법과 의무로 규정할 수 있지만, 법과 의무로 규정할 수는 없으나, 공동체의 바람직한 지속을 위해 필요한 가치라는 영역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걸 공공성이라고 하는걸테구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까지 냉소적인 사람이 굉장히 많아진건 사실이라고 봅니다.
21/09/25 13:10
최근 커뮤니티에서 각자도생이란 말은 대체로 남(국가라는 의미로 많이 쓰였던 듯)에게 의지하지 않고 각자 알아서 먹고 살 길을 찾아야 한다라는 의미로 쓰이던 거 아니었나요
저출산으로 인해 복지국가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 잘 어울리는 단어라고 생각했는데..
21/09/25 13:54
그게 비현실적이라는 것이죠. 국가 시스템이나 복지가 박살날 정도면 자기 혼자 살아남기가 어렵습니다. 소비시장도 없고 치안도 불투명한데 범죄 말고 잘 살길이 있을까 싶습니다.
오히려 님이 말씀하는 각자도생은 나라가 멀쩡할 때나 취할 자세라는 생각이 드네요. 나라가 그럭저럭 돌아가는 지금에나 가능한 얘기란 거죠. 극단적 가정을 해서 국가붕괴로 대한민국 치안이 디트로이트 급이 됐다면 나 혼자 잘 하는 게 의미가 없죠. 나는 잘못한 게 하나 없는데 죽창맞고 갈 수가 있으니까요. 물론 각자도생적 마인드로 나라를 버리고 선진국으로 탈한국을 한다면 존중하겠습니다만, 타국에서 받아줄 메리트가 없는 사람이 사회적 인프라와 안전망에 대한 존중 없이 각자도생을 외치는 건 이상한 것 같습니다. 나라에 의지하지 않고 내가 잘 하겠다는 긍정적 의미로 해석해도 이상하다는 얘기예요. 그럴 바에 최소한의 시스템 유지에 신경쓰는 게 훨씬 효율적일테니까요. 님이 말하는 각자도생도 사회 근간이 기본은 한 다음에야 성립하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21/09/25 13:14
자기들이 진창에 빠져서 소리칠때 주변사람들이 각자도생 이야기 하면서 신경도 안쓰면 그때가 되야 알겠죠.
이기적이고 유아적인 사람이 난 쿨하고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는 착각까지 덤으로..
21/09/25 13:15
엄밀하게 따져 들어가면야 진정한 각자도생은 동물계에서도 일부 육식 동물 말고는 없는 수준일테니 그런 걸 논해봐야 무의미하구요
요즘 흔히 쓰이는 각자도생의 의미는 최소한의 의무와 책임만 하고 그 이상은 하지 않을 것이고, 남들도 나에게 그렇다는 정도라고 봐야죠
21/09/25 13:28
커뮤니티에서 쓰이는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진짜 자기가 농사해서 먹을 거 얻고 집 지어서 살 곳 만들라는 말이 아닌데
뭐 얼마나 확대해석을 하시는건지...
21/09/25 13:30
그런 마인드가 있으니 이 글을 쓴 거겠죠? 각자도생이란 간판 걸고 최소한의 사회적 의무를 다하는 개인주의를 이행했으면 문제될 게 하나 없습니다.
21/09/25 13:34
오늘날의 각자도생은 누구와도 관계하지 않고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하겠다는게 아니고 남에게 피해 안입히고 또 남에게 호구잡히지도 않고 나혼자+내가 허락한 소수의 사람들하고만 친밀하게 유대하며 살아가겠다 정도의 뜻이죠... 쓰는 사람도 그렇게 쓰고 듣는 사람도 그렇게 듣는, 오해없이 잘 쓰이고 있는 단어를 원래뜻 운운하며 사람들을 다 무식쟁이 만드시네요
21/09/25 13:43
그런 의미라면 보통 개인주의란 말을 쓰지요. 각자도생이란 말을 개인주의로 쓰는 경우라면 전혀 문제될 것 없습니다.
각자도생이란 말을 각자도생 그 자체로 쓰는 주장, 사회의 근간이 붕괴되건 말건 내가 살아있으니 됐다는 주장이 있었기에 이 글이 나온거죠.
21/09/25 13:36
말할 수 없는 일에는 침묵하라(비트겐슈타인)
출산율에 대해서는 침묵하시겠다는 말씀이 굉장히 인상적이네요. 사실 우리 개개인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 문제의 범위를 벗어나버렸죠...
21/09/25 13:48
각자도생이라는 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 아니라는 얘기가 아니죠... 이기적 합리인이라는 소리지... 그렇듯 무수하게 연결되어 있는 다양한 상호작용 속에서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는 소리라고 봅니다(소위 '생존'이라고도 하죠). 공동체의 이익이라든가 사회적 가치라든가 부국이니 강병이니 그런 것보다 내 인생 하나 건사하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인연생기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요.
21/09/25 14:02
개인이 사회적 가치나 부국이나 강병이니 하는 것을 신경쓸 것까지는 없죠. 그러나 사회 시스템의 붕괴에 대해 내 알바 아니다, 나 살아있으니 됐다는 태도는 충분히 사회가 제공하는 꿀은 빨대로 빨아놓고선, 자기에게 거슬리는 요소만 반대하는 뷔페미즘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 하다고 보거든요. 그런 글이 있었으니까 이 글도 나온 겁니다. 그건 이기적 합리인이 아니잖아요?
21/09/25 14:14
정도에 따라서는 비판받아 마땅할 수 있겠죠. 가령 위에서도 얘기가 나온 출산, 비혼, 백신, 투표 등의 문제를 전부 뷔페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요? 우리에게는 비혼할 자유, 비출산할 자유, 백신 맞지 않을 자유, 투표하지 않을 자유 등이 온당하게 주어져 있습니다. 자유라고 해서 반드시 뷔페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그걸 꼭 뷔페라고 할 수도 없겠죠. 물론 뷔페 소리 들을 만한 것들도 많긴 많습니다. 근데 그렇게 치면 각자도생 강조하는 것도 유기론에 대한 반작용이거든요. 요즘 애들은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년놈들이라 결혼하지 않는 거라느니 출산하지 않는 거라느니 공동체의 유지에 기여하지 않는 프리라이더라는 비난이 있으니까요. 하긴 그렇습니다. 반대로 도가 지나친 주장들-예컨대 결혼율, 출산율, 접종률, 투표율 등등 해결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얘기라면 지나치게 이기적이라 비판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단순히 각자도생이냐 아니냐의 문제라기보다는 정도의 문제이긴 할 텐데, 단지 개인주의자나 자유주의자로 퉁치기에는 맥락이 또 살짝 다르니까요. 생존 추구에 보다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봅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각박하고 삭막하다는 방증 아니겠습니까. 또 그만큼 양극화되어 있다는 거고... 자기 하나 건사하는 것도 빡세다는 거고... 그래서 그런 디스토피아적이고 아포칼립스적인 세계관이 횡횡하는 거겠죠. 저는 그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21/09/25 14:32
디스토피아적이고 아포칼립스적 가치관이 횡횡할 만한 시국이긴 합니다. 과히 그럴 법 하지요. 슬럼가에서 범죄율이 증가하고, 훔치면 되는데 왜 사냐는 식의 사고방식이 증가하는 이치와도 같을 겁니다.
말씀하신 대로 무엇은 프리라이더고 무엇은 개인주의적 시민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 힘든 문제가 많다는 데 동의합니다. 제 생각은 '나는 개인주의자로서 비출산의 자유를 행사하겠다. 나한테 애 안 낳는다고 뭐라 하지 마라. 그러나 국가가 붕괴를 우려하여 임산부를 배려하는 건 동의한다' 쪽 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를 배려하는 것 자체가 개인주의자인 나에 대한 국가의 차별이고 피해다 라고 생각할 사람도 있을 거거든요. 그러나 그런 시각은 대체로 '아 뭐야 육아휴직 때문에 내가 피보네. 열받네?' 식 사고에서 나오기 쉽다고 보고 있는데요. 그런 일차원적인 생존 추구 사고를 참아내야 장기적 이득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차원적인 생존 추구욕은 대체로 결과가 좋지 못하더라고요.
21/09/25 14:41
그런데 또 임산부를 배려"하라"고 법석을 떨어대며 미덕을 강요하다시피 권하는 분들이 계시니까요. 저희 나라는 아직 그런 유기론적 가치관이 지배적인 국가라고 생각합니다. 배려에 동의했다고 해서 그게 의무가 되는 것은 아닌데 말이죠. 그게 배려라는 것은, 배려하는 게 좋기야 좋지만 굳이 배려하지 않겠다면 어쩔 수 없다. 덕스럽지 않을 자유 또한 인정한다는 뜻이죠.
21/09/25 14:48
개인주의적 관점에서 법석을 떨어대고 강요하는 건 극혐포인트이긴 하죠. 임산부석 같은게 그런 부분일겁니다.
제가 동의하는 배려는 육아휴직이나 대체인력 고용 같은 쪽이지만요. 말씀 듣고 보니 진짜 문제는 각박한 사회, 사회적 신뢰자본의 파산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드네요.
21/09/25 13:59
동의합니다. 그래서 제가 문제의식을 느낀 글에서도 페미니스트 같다, 뷔페미즘이라는 댓글이 나왔을 겁니다. 자기 눈에만 거슬리는 출산율 정책에만 반대하는 식이었으니까요.
21/09/25 14:19
정말 어려운 문제입니다.
비가시적인 영역이 많고, 내로남불이 겹쳐 추악해지기도.. 무엇보다 사람의 정치가 명확한 해답을 내려주지 못하죠. 프리라이더는 각자도생 논란에서도 공수 양측에 분포하겠지만, 정말이지 무엇 하나 단정짓기가 어렵습니다. 그보다 기계화, 자동화가 확산됨에 따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서비스와 인프라의 제공에 기여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각자도생의 논리에 그 어느 계층보다 잠식당하기 쉬운 천상계에서 개천에 있는 저를 어찌 볼지는 막연히 겁나네요. 사회 시스템을 잘 갖춰놓으면.. 괜찮겠지요? '살려는 드릴게'같은 식으로.
21/09/25 14:39
저도 그래서 각자도생은 난세가 아닌 치세에서나 쓸 수 있는 말이라고 봐요. '나라에 안 기댄다. 내가 알아서 잘 할게'... 듣기에는 좋지만, 기대고 말고 간에 사회 시스템이 붕괴하면 내가 뭘 잘 할 수가 없거든요.
각자도생이라는 말을 가장 절실하게 사용했을, 경신대기근때 조선인들은 다 각자도생하다가 골로 갔죠. (물론 이분들은 팔자좋게 나라에 안 기댄다 내가 잘한다 할 여유가 없었지만요. 구휼미고 초근목피고 닥치는 대로 씹었죠) 소비시장이 붕괴했는데 자기가 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뭘 팔 수가 있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나라가 무너지지 않고 정상적인 안전망을 제공하는 것만 하더라도 제가 큰 혜택을 입고 있는 거죠. 각자도생적 사고방식으로 봐도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 시스템이 잘 유지될 수 있게 내가 먹은 만큼의 대가는 토해내야 하는 거고요. 말씀하신대로 기계화, 자동화가 확산된 후의 디스토피아 세계는 저도 겁납니다. 저는 그때야말로 더더욱 각자도생이 무력한 사고방식이 된다고 생각해요. 천상계야 알아서 잘 살겠지만, 내게 아무리 용한 재주가 있다 한들 디스토피아에서는 각자도생 할 자신 없습니다. 제가 잘나도 불만투성이 테러범에게 죽창 맞으면 한 방이거든요. 그래서 사전적 용어대로의 야생적 각자도생이 아니라, '최소한의 의무를 다하면서 나라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살길 찾는다' 는 각자도생을 추구하려 한대도 시스템의 유지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오히려 식량, 수도, 전기 자급능력이 전무한 도시인이 각자도생 하려면, 국가의 안전망에 매달리고 붕괴되지 않기를 빌어야만 하죠. 근데 저는 거기서 '?? 그러면 각자도생이 아니잖아. 아무리 봐도 각자도생이란 말은 쓸데없네'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네요. 그냥 개인주의적 삶이라 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가 망가지는 판국이니 기대지 않고 스스로 삶을 도모한다' 는 뜻이 멋있긴 한데 온갖 모순을 내포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차라리 사회 자체와 엮이지 않고 내가 농사짓고 풍차 돌리고 산다는 생존주의는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 안전망 없이는 유지조차 안될 삶의 방식을 가지고, 나라에 손 안벌리는 각자도생이라 하니 웃길 따름이에요. 어떻게 라고 물으면 내가 내 월급받아서 살고 노후대책 내 알아서 하겠다는 근시안적인 대답뿐이죠. 통화의 가치를 유지해주는 국가와 월급으로 소비가능한 시장 자체에 기생한다는 답변인데 말입니다.철저히 도시인으로서 사회 시스템에 매달리겠다는 소리고요. 그러면서 출산율이건 인구붕괴건 내 손해는 안보겠다고 하면 웃기죠.
21/09/25 15:50
제 개인적인 출산율에 대한 스탠스는 음...분명 한국이 처한 가장 심각하고 고치기 어려운 문제인데에도 불구하고 딱히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은 느낌? 달관했다고 해야 할까요...체념했다고 해야 할까요...
국가가 제 노후를 보장해 줄 것같지는 않고..그냥 돈 열심히 모으거나 밖으로 나가는 방향도 커리어에 있어 생각해 보자..정도? 안보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그리 +될 요소가 잘 안보이네요..
21/09/25 17:48
국가가 노후를 보장하지 않을 것 같으니, 국가가 쇠퇴하는게 보이고 이게 고쳐질 것 같지 않으니 각자도생이란 말이 나온다고 봅니다
출생률 바닥, 집값 폭등, 취업난, 양극화 더 말할게 있는지?
21/09/25 18:03
디스토피아 상황에서 각자도생 해봐야 경신대기근 조선 농민이 각자도생이랍시고 초근목피 먹다 죽는 꼴이 된다는 게 제 주장입니다. 당시 조선 농민들을 살린 건 조선 정부가 강박적으로 쌓아놓은 구휼미였죠.
지금이야 오히려 대한민국 최고의 전성기니 돈 있으면 살만하고 (국가의 안전보장과 인프라에 기대어) 각자도생 할만하죠. 몰락하기 직전 프랑스 왕정의 부귀영화 같은 모양새지만요. 인구구조와 소비시장이 총체적 붕괴해서 거리에 약탈자가 들끓거나, 그러진 않아도 장기침체나 기계화로 실업률 폭증하는 세상이 오면 각자도생 못해요. 농사지어서 자기 작물 자기가 먹는 거 말고는 답 없습니다. 그나마 인정할만한 답은 국외도피 뿐인데 외국이라고 그런 상황에서 살만할까요. 차라리 노인 안락사 같은 사회적 합의에 의한 해결책을 찾으면 모를까, 나라 망할 거 같으니 각자도생한다는 별 현실성도 없다는 얘기죠. 나라가 망하는데 서울에 아파트 있고 은행 저축 쌓아뒀다고 각자도생이 될 리 없으니까요. 국가가 붕괴되는데 식량이나 전기, 수도를 대체 어디서 수급하겠습니까. 그래서 (명목상) 내 힘으로 살아남는 각자도생 하고 싶으면 더더욱 국가 안전망에 매달려야 합니다. 도시인은 더더욱 그렇고요. 식량이 시장에 공급되지 않을 때의 도시인은 아무 생산 능력이 없습니다.
21/09/25 19:21
한국이 전기공급에 문제가 있거나(경제가 망하고 인구수가 줄면 전기소모도 줄죠) 기아를 겪는수준까지 떨어지지야 않겠지만, 현재 자신이 연봉을 4천받는게, 대만인이나 중국인보다 일을 2배~4배쯤 잘하거나 스리랑카인보다 20배쯤 잘해서 받는게 아니라는걸 알 필요가 있죠.한국이라는 나라가 가치가 떨어지면 자신이 한국에 보유한 자산이나 화폐는 물론 내 가치도 같이 떨어지는건데...
21/09/25 21:38
세계 수위권의 치안과 국방, 전자행정, 코로나 대응 등이 있는데요?
님에게 당장/현실적으로/지금 도움이 되는 게 없으면 하나도 쓸모가 없는 나라입니까?
21/09/25 19:08
개인적인 경험으로 직장에서 각자도생 어쩌고 하면서 연대에 대한 부정적인 말을 쏟아내는 사람 치고 오래가는 사람은 별로 못 봤습니다. 그 반대도 어느 나이 이상가면 많이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부정적인 에너지를 뿜 뿜 하는 사람들이 먼저 날아가곤 합니다. 사회생활 혹은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보통은 몇 번쯤 위기가 있기 마련인데... 개인의 능력만으로 돌파할 수 있는 경우는 올라갈수록 많이 없죠.
21/09/25 19:37
한편으로는 우리나라가 전체주의적 경향이 지나치게 강해서 아래와 같은 글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만.. 역으로 또 이런 글이 나오네요.
21/09/25 19:49
전 오히려 오죽 답답한 사람들이 많았으면 논리적 결함도 많고, 지나치게 공격적인 글임에도 불구하고 평소 피지알 분위기와는 다르게 꽤나 우호적인 반응인가 싶었는데..아마 주기적으로 그럴겁니다. 자게 논의를 이끌어가는 주류 세력들이 저출산을 방패삼아 특정 계층 열심히 패고, 그렇게 마일리지 쌓이다가 발끈하는 사람이 총대메고 글올려서 판깔리면 또 사람들이 글 보태고, 다시 주류세력들이 여론형성하면 싸우기 싫으니까 피하고 반복...
21/09/25 22:14
국가가 정해준 시민의 의무 - 국방, 납세, 교육의 의무를 한다면 더이상 국가를 위해 할 것은 없습니다. 국가가 정해준 법률적 한계 내에서 시민으로써 충실하게 의무를 수행했다면 그 사람이 더 나라를 위해서 할 일이 없는 게 맞습니다. 그 뒤는 개인의 자유일 뿐, 그것을 안한다고 한들 대한민국이라는 집합체를 망국으로 몰아넣지 않습니다.
이런 의무를 도망가겠다면 유아적인 퇴행이겠지만, 각자도생을 외치는 다수가 '시민의 의무를 저버리자'라는 이야기를 하진 않죠.그냥 '국가와 사회가 나의 안전을 충분히 보장'하겠다는 명제에 대한 신뢰를 버리겠다는 뜻이죠. 역으로 생각하면 이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국가는 편합니다. 해줘야 할게 점점 줄어들거거든요. 어차피 내 인생의 후반부는 (현재의 시스템상으로는 어떤 기적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국가가 어떻게든 보장하는게 불가능해질게 뻔하니까요. 연금 고갈은 지금 20대들에겐 그냥 기정 사실입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이들이 노년이 되었을때 돈 내줄 사람이 없어요. 그러니 각자도생은 미래에 정해진 사실로 받아들이고 살게 되는거죠. 결국 저는 오히려 긍정적인 태도라고 봅니다. 국가가 내 삶을 책임져주지 않겠다고 내가 아무것도 안하고 사라지겠다는 뜻이 아니라, 열심히 일해서 세금 내고 남은 내 먹거리만큼은 챙기겠단 겁니다. 탈국가이념화와 자립 정신의 발로죠. 사회 분위기를 보수적으로 만든다는 지적은 뭐 충분히 할 수 있겠습니다만 (국가의 복지 지출에 대한 거부감이 있겠죠), 이사람들이 결국 세금과 그 이하 인프라에 대한 절대적 거부는 아니죠. 다만 복지정책의 확충에 대해서는 불만을 가질 수 있겠습니다만...,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부정적 기대는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봅니다. 특히 연금 같은 부양적 복지제도는 말입니다.
21/09/25 22:44
동의합니다. 의무를 다한 이후에는 시민의 자유죠.
다만 제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그 뒤는 개인의 자유일 뿐, 그것을 안한다고 한들 대한민국이라는 집합체를 망국으로 몰아넣지 않습니다.' 여기입니다. 개인이 뭘 안하는 건 자유입니다. 그러나 사회 문제에 참여하는 걸 무의미하게 여기고, 현세대의 단기적 이득에 어긋나는 정책에 반대하며, 헌신을 바보 취급하는 분위기는 사회적 신뢰자본을 깎아먹는다는 겁니다. 개인주의에서 배격하는 건 시민의 개인 권리에 대한 침해지 이타적 헌신이 아니거든요. 개인주의에서도 얼마든지 이타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사회 시스템 전체의 붕괴에 대해 타협점을 찾을 수도 있는 거고요. 세금 내고 자기 먹거리 챙기겠다는거 좋아요. 그러나 그게 탈국가이념화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그냥 보통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그런걸 각자도생이랍시고 미래를 대비하네 어쩌네라 판단하는 건 웃기게 보입니다. 각자도생이라 포장할 이유 없는 그냥 개인주의적 시민인데 불필요하게 사회나 국가의 역할을 시니컬하게 조롱한다는 것이죠. 국가의 역할이 어디까지냐는 생각이 다 다르겠죠. 그러나 국가는 내가 내 재능 알아서 펼칠 수 있게 사회를 유지해주는 정도로 족하다... 정도가 국가의 최소한도 역할이라는 데는 많이들 동의하실텐데요. 그 최소한도가 유지 안되면 각자도생이고 뭐고 없습니다. 탈국가정신이니 자립 정신이니 뭐니 국가가 도시민에게 전기와 수도를 넣어주고 통화가치 신뢰를 보증해 줘야 하는 거지요. 그게 안되면 도시민 대다수는 재능 발휘고 각자도생 생존이고 없이 쥐잡아 먹어야 합니다. 그래서 니들 망하든가 말든가 내 세금 냈으니 내 알아서 살아남겠다는게 비현실적인 사고라 보는 거예요. 국가가 유지되는 선에서만 성립하는 자립정신과 탈국가이념화라니 어처구니 없거든요. 본문 내용 다시 소개해드리고 싶네요. [차라리 사회 자체와 엮이지 않고 내가 농사짓고 풍차 돌리고 산다는 생존주의는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 안전망 없이는 유지조차 안될 삶의 방식을 가지고, 나라에 손 안벌리고 개인이 노력하는 각자도생이라 하니 웃길 따름이에요. 어떻게 라고 물으면 내가 내 월급받아서 살고 노후대책 내 알아서 하겠다는 근시안적인 대답뿐이죠. 노후붕괴 디스토피아라 각자도생 하겠다며 제시하는 게 월급모으기 재태크라니. 그걸로 잘도 각자도생이 되겠습니다. 뱅크런 터지거나 국가가 파산하면 당장 몰살당할 방법이 각자도생이래요. 애초에 이나라 최대의 호황이라던 94년에도 자기 힘으로 먹고 살고 집사고 저축하는 건 다들 하던 일이었어요. 누구에게 손 벌린 사람도 없고요. 노후대책 운운하는 소리 자체가 통화의 가치를 유지해주는 국가와 월급으로 소비가능한 시장 자체에 기생한다는 답변인데 말입니다. 철저히 도시인으로서 사회 시스템에 매달리겠다는 소리고요. 그러면서 출산율이건 인구붕괴건 내 손해는 안보겠다, 나라가 어찌되건 내 알바 아니라고 하면 웃기죠.] 다시 말씀드리지만 자칭 각자도생러들이 연금이나 복지 없이 노력하며 살겠다는거 비판하는 거 아닙니다. 자기 생존력에 대한 과도한 근자감과 허세, 사회적 신뢰자본에 대한 후려치기와 국가, 시스템 역할에 대한 저평가가 웃기다는 거죠. 그것도 국가에 기생하는 주제에 말이죠. 각자도생러들이 아무리 그놈의 노후대비를 잘한다 한들 코로나 왔을때도 사회 시스템 없이 각자도생이 되겠습니까.
21/09/25 22:57
현실적인 '불능'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충분히 냉소적인 태도를 가질만하다고 봅니다. 각자도생 외치는 분도, 그래서 연금을 받을 방법이 없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도, 연금 뜯기는것도 그냥 내잖습니까. 출산율 1.2 유지를 가정시 연금 고갈 시점이 87년생까지라고 알고 있는데, 이미 0.8로 꼴아바렸죠 내년엔 0.7도 볼 수 있겠다는 전망이 있는걸요.
해결할 수 없는, 해결된 미래가 보이지 않는 문제에 대한 절망이지요. 그 제도적 부양의 필연적 붕괴에 대한 절망을 함축하여 표현하는게 각자도생이고요.
21/09/25 23:09
디스토피아적 사회붕괴 도래에 대해 절망하고 좌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칭 각자도생은 개인에게도 별 도움 안되는 쓸데없이 냉소적이고 시니컬한 자위행위라 평하고 싶네요. 자칭 각자도생이라 해봐야 국가가 연금 못주니 내가 모은다는 것 뿐인데요. 그조차도 국가의 존속과 시장보호가 간절히 요구되는, 나는 하는게 없지만 세상이 망하면 안된다는 전제조건만 많은 자위행위인거 같아요. 물론 욜로니 뭐니 하면서 대책없이 산 인간보다는 돈이라도 모은 각자도생러가 나은 면도 있습니다만, 신뢰자본을 저하시키고 불신과 정부 후려치기가 동반되는 각자도생도 별 잘날 게 없다 싶어요.
21/09/26 03:42
저랑 인과를 반대로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신뢰자본이 저하되니까 저런 말이 나오는거죠. 과거보다 공동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건 사실이라고 보입니다. 물론 힘든 현재와 힘들 미래를 과거미화해가며 후려치는 것일수도 있습니다만, 신뢰가 떨어지면 기대와 요구가 줄어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압축성장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희생에도 국가가 애매한 보장과 보상만을 약속하는 모습이 너무 오래 지속되왔습니다. 보상하지 못한 부조리는 쌓여서 불신을 낳습니다. (그것이 현재 시점의 상태와는 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부조리가 과거보다는 그래도 많이 청산되었다 하더라도 뇌리에 박힌 불신은 쉬이 사라지지 않죠. 군대가 바로 그 실례죠.)
불신이 과거보다 더 늘어난 사회 아래서, '시민의 의무를 다한다면 적어도 내가 국가를 위해 공동체를 위해 해야만 하는 일은 다 했다'고 느낄 확률이 높은 것입니다. 그다지 신뢰하지 않지만 존재해야 하는 공동체의 존속을 위하여서, 내게 주어진 필수적인 의무 외에는 하고싶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자신이 다니는 회사를 위해서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 이상의 지극정성의 충성을 다하는 사람이 많지 안듯 - 회사라는 집단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기에, 의무 이상으로 회사에 충성해봤자 손해만 본다는 생각에서죠 - 국가라는 공동체가 신뢰를 더이상 주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자신이 받은 의무 외에는 국가를 위한 헌신과 충성, 고민과 토의, 노력과 열정은 점점 더 무가치한 것이 되는 것입니다. 요컨대, 신뢰의 저하가 낳은 현상이라는 겁니다. 냉소는 신뢰의 저하에 대한 반응에 가깝습니다. 신뢰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아니라요. 그리고 국가에 대한 떨어진 신뢰를 회복시키는 의무는 원천적으로 국가에게 있는 것입니다. 개개인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외쳐 봐야 국가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국가가 복구시켜려는 노력과 의지가 있어야 올라갑니다. 정치인이나 기자면 모를까, 넷상에서 떠드는 개인들이 국가시스템 신뢰를 얼마나 저하시키겠습니까. 국가의 작은 실책이 훨씬 더 신뢰를 깎아먹을 염려가 더 큰걸요. 집단에 대한 냉소와 불신을 가진 사람들이 그에게 집단이 부과한 의무를 다한다면 충분히 이타적인 행위를 했다고 봅니다. "회사에 대해서 무얼 그렇게 좋은 믿음을 주었길래 회사에 과잉 충성해야 합니까?" 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대승적이지 못하다, 우리 모두가 좋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더 희생하는 것이 맞다, 유아적이다는 비판은 이해받기 힘들테죠. 당사자 입장에서는 믿지못할 주식에 투자하라는 뜻이랑 같은 겁니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신뢰의 저하에 있는 것입니다.
21/09/26 04:35
그래서 이런 현상은 단순한 시니컬히고 쿨한척하는 이기주의자들의 자위행위로 분석하고 끝낼 게 아닙니다.
사회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제고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21/09/26 09:00
사회적 신뢰자본의 파산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점에는 적극 동의합니다. 멀쩡한 치안을 후려치는 페미니스트처럼 국민들이 피해망상에 빠졌건 공연히 정부를 후려치건 간에, 사람들의 신뢰를 끌어올려서 협력을 강화시키는 건 좋은 일이죠.
21/09/26 08:59
일단 저는 개인이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또 희생해야 한다, 어려운 시국이니 시스템 회복을 위해 몸 바쳐 헌신하라고 주장한 게 아니란 점을 강조해 둘게요.
의무를 다했으면 그 이후로는 개인의 영역이라는 점은 서로가 공유하는 시각입니다. 월급 받고 근무시간 일 다했으면 쓸데없이 회사 남아서 야근할 필요없죠. 제가 문제삼는 부분은, 자칭 각자도생주의자들이 국가에 기생하는 주제에 불필요하게 정부의 역할을 후려치고 불신을 조장하며 신뢰자본을 깎아먹는다는 점이죠. 뭘 안 해도 좋은데 시스템을 회복시키려는 사람들에게 마이너스짓거리는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또한 탈국가 각자도생이라는 말과 본인들의 행태 자체에 국가에 기생하는 비현실적인 요소만 가득하며 현실적인 생존방식이 아니란 부분, 그러면서 국가의 역할을 후려치고 신뢰자본 파산과 불신을 조장한다는 것도 주요 비판 대상이었죠. 그 다음으로 인과관계에 대한 얘기를 할 텐데요. 저는 국가가 실패해서 불신이 나타났건, 치안을 불신하는 페미니스트처럼 국민이 공연히 피해망상에 빠졌건, 그 인과의 선후는 별 관계 없다는 생각입니다. 인과가 어찌됐건, 비관적 프로파간다를 퍼뜨려 사회적 신뢰자본의 파산을 더 가속화하는 행위는 개인과 사회의 손해이며 비판 대상이죠. 국가는 빈번하게 실패합니다. 세월호 사태로 인해 국민이 국가의 안전지도에 불신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 뒤 일어난 지하철 사고에 국민이 정부 말을 듣지 않고 유리창을 깨서 탈출한 건 현명한 일이죠. 몇 년이 지난 다음에 안전시스템이 회복되면 그런 현상이 수그러드는 것도 자연스런 일이고요. 그러나 노후대비나 인구구조 붕괴에 대해서는 국민이 정부에 불신감을 가질 이유가 없습니다. 이 건에 대해서 기존 정부가 잘못한 것은 기껏해야 '하나만 낳고 잘 살자' 정책의 실패 정도인데 이건 대단히 미미한 요소죠. (문재인 정부부터는 표 따먹기를 위한 세대별 갈등 조장과 갈라치기, 페미니즘 세뇌로 인한 성별 분열, 연애율 급감과 부동산 폭등... 등으로 출산율이 망가지지 않았냐는 논란이 생겨났으니 얘기가 좀 달라지겠네요.) 기계화, 일자리 감소, 유교적 교육 시스템(여기서도 알 수 있는 건 국민이 원하지 않는 건 정부가 어떻게 못합니다. 국민 스스로 매저키스트식 입시를 원하니 그대로 이루어지죠) 등 총체적 요소가 얽혀 전 세계적으로 자연재해에 준하게 출산율이 저하하는 것이 사실이죠. 이 상황에서 그다지 불신을 초래하지도 않은 국가더러 '국민이 국가를 믿을 수 있게 만들어 줘야 할 거 아니냐' 는 '해줘' 그 자체 아닌가요. 국가만능주의이자 국가를 전능하신 아버지로 보는 시각이잖아요. 탈국가와 전혀 연관이 없습니다. 저러면서 각자도생, 나라 믿을 필요 하나 없이 내가 탈국가해서 스스로 먹고산다는 거는 앞 뒤가 하나도 안 맞는 거죠. 디스토피아가 오니 사회 못믿겠다고 야단법석을 치는 것치고는 그 대책도 비현실적이란 부분 또 강조하고 싶은데요. 뱅크런이라도 터지면 그대로 몰살당할 대책 '자칭 각자도생' 을 가지고 시스템에 대한 불신감을 부추키는 게 어이없죠. 차라리 국가를 못 믿겠으니 내가 농사를 짓겠다고 하면 모를까, 그 뒤로도 각자도생이랍시고 국가 안전망과 시장시스템에 기생하는 모습을 보이고요. 또한 문제가 된 원글러처럼 자기 대에 혜택 못 입는다고 출산, 육아정책에 반대하는 근시안적 모습을 보이기도 하죠. 여기서 드는 생각은 유교적 국가 만능주의자들이, 자기가 노력해서 버는 월급 이외의 모든 걸 국가가 해결해달라는 비현실적인 기대를 해온 것 자체가 문제의 근원인 듯 합니다. 하지만 그건 원래 불가능했고 정부의 최소 역할 유지도 힘들어지는 디스토피아적 미래가 불가항력적으로 다가왔는데요. 그러자 정부에 매달리던 국가 만능주의자들이 난데없이 정부를 못 믿겠다며 피해망상에 시달리는 꼴이죠. 괴이한 기대를 해 놓고 배신당했다며 각자도생을 주장한 격 밖에 되지 않아 보입니다. (심증일 뿐이긴 합니다. 가볍게 읽어주세요) 국가에 기대할 만큼만 기대하고 챙길 만큼 챙기며 알아서 한 사람들은 쓸데없이 국가의 역할을 조롱하거나 각자도생을 주장하지 않을 것 같네요. 원래 개인주의자 시각에서 폭력을 독점하고 실패를 거듭하는 국가는 그다지 신뢰와 의지의 대상이 아닙니다. 사회를 유지해준다는 전제 안에서 개인이 알아서 국가를 이용하고 사는거죠. 국가가 그 정도 안전망을 유지해 주는데 간섭 없는 개인의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당연하지 않고 고마운 일인 거고요. 물론 말씀하신 대로 국민은 언론이 아니니 국민 개개인이 그런 소리를 오프라인에서 나팔부는 것에 대해 지나친 비판을 가할 문제는 아닙니다. 그러나 그런 비관 / 냉소주의가 합쳐진 온라인 여론은 다릅니다. 최소한 2010년부터는 인벤, 에펨코리아, 더쿠, 인스티즈 같은 커뮤니티의 여론은 지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오히려 기존 일간지를 능가하는 측면이 있죠. 언론이 커뮤 논란 받아쓰기한 게 하루 이틀인가요. 커뮤의 여론이 그대로 개인에게 전이되는 몇몇 저그식 군체 커뮤니티도 있고요. 그러므로 각자도생 특유의 앞뒤 안 맞음, 비현실성과 내로남불, 사회적 신뢰자본 후려치기는 당연히 비판받을 만 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걸 온라인에서 주장하면 더더욱 비판받을 여지가 크고요.
21/09/26 11:03
신뢰자본의 파산은 단기적인게 아니라 수십년 쌓여온거에요. 박정희-전두환 시절에 강제노역에 가까웠던 근로문화로 인한 피해자, 민주화 운동 희생자/국가유공자에 대한 별볼일 없는 대우,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군대내 사망사고자와 부상자에 대한 보상없음, 최근에는 방역으로 인한 자영업자 피해지원 미비 등등 국가가 유지하는 시스템에 '총체'에대한 신뢰가 떨어지는거에요. 이 문제들, 국가를 위한 희생- 국가가 보상의 관계도식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한 국가의 책임이지 개인들이 왈가왈부한다고 바뀌는게 아니죠. 희생에 대한 보상을 짜게 주려는 모습이 보이면 식는게 사람 마음이죠. 신뢰가 식는거에요. 물론 '정당한 보상'이란게 참 어려운 말이지만 적어도 대한민국이 여전히 사람을 싸게 후려쳐오는 건 다른 선진국에 비하자면 사실인거죠. 여전히 사병월급이 최저임금만 못한데요. 이런 관계에서 일방적 희생을 짊어지는게 누적되면 당연히 신뢰는 국가에 대한 믿음은 떨어지죠. 정책 적용의 실수보다는 제도에서 드러나는 후려치기 마인드의 문제에 가깝다는 겁니다. 이건 국가가 나서서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보상제도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죠.
국가에 의해 후려침 당한 사람들이 국가를 좀 후려치면 어떱니까 - 군필이라면 유경험자죠 - 납세만 잘한다면 당당하게 공생에 필요한 협약은 지키고 있는데요. 국가제도를 찬양하며 교묘하게 탈세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진실로 신뢰자본을 낭낭하게 까먹는 악인들이죠. 마인드보단 드러나는 행위로 판단받는게 낫습니다.
21/09/26 11:12
어, 저는 님의 그러한 시각에 지나친 피해의식이 섞여 있지 않냐고 의문을 제기하고 싶네요. 대한민국 사회는 서구 제국주의 열강이 200년 간 겪은 시행착오와 인권유린을 50년간 엑기스만 퍼먹으며 압축성장했죠. 그래서 60년대생 어머니 세대가 여성인권 문제를 겪었는데, 80년대생 딸들은 오히려 연애권력과 가정 기득권, 사회적, 법적 여성특혜를 누리는 천룡인이 되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불과 20년 사이에 천지가 바뀌는 현상이 일어났고요. 따라서 박정희 시대의 국가 폭력에 대해 현 시대인들이 불신감을 끝까지 끌고 가는 건 의미없는 행동이란 생각이 듭니다. 페미니즘이랑 똑같죠.
물론 군대 등의 인권유린 요소가 남아있는 분야에 대해 시민이 불신하고 감시하는 건 대단히 옳은 일이지요. 그런 시각 덕분에 군대에 스마트폰이 도입되고 당나라 군대 다됐다는 긍정적 신호도 들려오게 되었으니까요. 그러나 매사에 그렇게 구는 게 좋지 못하단 겁니다. 대한민국의 압축성장과 독재로 인해 국가 불신이 나타났다는 현상의 원인은 이해하나, 그렇다고 주구장창 그렇게 사는 게 옳다고 보긴 힘들단 생각이예요. 제게 탈국가적 이념이라고 화두를 던지신 것에 비해 지나치게 국가 중심적인 시각으로 보이는데요. 오히려 국가에 매여서 모든 사안에서 국가를 떠나질 못하는 모습 같네요. 사회시스템과 국가를 비하하고 불신하며 냉소, 비관주의와 패배주의를 부추키는 주장의 모든 근거가 국가에 대한 과도한 기대로부터 시작하니까요.
21/09/26 16:08
국가에 대한 과한 기대가 더 큰 실망을 낳은거겠죠. 그러니 과거보다 탈국가주의적 자세에 더 가까워진거고요.
국가주의자 '였던'거죠. 그리고 의식은 현실보다 느리며, 여전히 비합리적, 일방희생적 제도는 많이 남아있습니다. 공보의, 공익도 그렇죠. 그런 제도가 여전히 유지되고 존속되는 걸 해결해야 하는 주체는 시민이 아니죠. 과거보다 나아졌다고 하나 피해를 받은 사람이 생존해있는 가운데 그 피해를 받은 사실이 전달되고 존속되는 시간이 있기에 느립니다. 피해의식이 아니라 실제 피해자가 존속하는 동안 한 합당을 보상을 누리지 못한다면 불신은 실재하는 겁니다. 그리고 불신의 해소과정은 원래 더디고도 더딥니다. 지금은 상승고점에 가까운 지점이라고 보고, 이후에는 점점 자연스레 줄어드리라 예상합니다. 페미니즘 이야기하셔서 첨언하지만, 그들도 그들이 받아온 차별의 누적구간에 대한 반응이죠. 지금의 현상에 대한 왜곡이 있기는 하지만, 여성계가 '전혀 실재 없는' 차별을 말하는건 아닙니다. 차별의 증언자와 피해자사 여전히 실존하는 것이기 때문에요. 일견 비합리적일 수 있습니다만, 불만이란 건 실제적인 해소보다 심리적인 해소가 훨씬 느린 경향을 띕니다. 그 간극에 '피해의식'이 남아있는 게 사실이죠. 하지만 그게 실제 피해자가 아닌 자들에게도 상위세대의 경험도 역시 일부 전승되거든요. 그래서 심리적 불만의 해소는 더딘겁니다.
21/09/26 14:21
법과 의무라는 영역과 가치라는 영역을 조금 더 명확히 구분했으면 좋았을거 같네요. 저는 본문에서 비판한 칭얼거리는 소아병적 [개체주의]자들 진짜 싫어하는데, 그런 사람들도 대놓고 법이나 의무를 위배하진 않거든요. 거칠게 정리하면 사회적으로 응징당하지 않을 선에서, 최대한 [이 사회에 대한 나의 피해의식을 표출하겠다] 라는게 그런 부류들의 심성인지라. 그러나, 위에 제 댓글에도 썼지만, 법과 의무만으로 사회가 돌아가지 않아요. 시민으로서 강요할수는 없으나 권장되는, 없으면 상당히 곤란한 영역들이 꽤 있고, 공공성논의는 그런 부분에서 나오는거죠. 이를테면 헬조센이 개같으니 망하든 말든 알바없다는 사람들이 가득한 헬조센과 헬조센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문제가 많으니 이걸 어떻게든 바람직하게 바꿔보겠다라는 사람이 많은 대한민국은 그 미래상이 전혀 다르겠죠.
마 낙담하고 분노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건 아니고, 분노했으면 그걸 고스란히 되갚음 해주고 싶은게 인지상정인건 맞습니다만, 그것을 마치 깨달은 것인양 자랑스럽게 떠벌이고 다니는게 아무렇지도 않게 된 세태는 굉장히 문제가 많다고 봅니다.
21/09/26 15:47
말씀하신대로 소아병적 자칭 각자도생주의자들은 법과 의무에선 하자가 없을지 몰라도 가치 추구와 여론형성면에서 심각한 하자가 있죠. 본문처럼 세금 얼마 내지도 않은 사람들이 "세금냈는데 왜 해주는거 하나없냐! 나라 탓이다!" 식으로 구는 꼴이니까요. 그런 갑질 민원인들도 의무는 충실히 다했죠. 여권도 없으면서 탈조센 외치는 헬조센주의자가 정해진 세금 쥐꼬리만큼 낸다 한들 도움 되는 거 하나 없는 이치고요.
말씀하신 부분을 명확히 했으면 확실히 더 좋았겠네요. 글을 적고 나서 느낀점은 각자도생러들은 세계인식만 유아적인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모든 행태가 유아적인거 같습니다. 국가에 과도한 환상을 품고 국가만능주의를 요구하다가, 불가항력적 난세가 오니 나라가 지 환상을 못채워줬다고 탓하고, 정부 아무 소용없고 각자도생하자 후려치기. 그러면서 내놓는 생존책이란 순 국가에 기생하는 식인데요. 시스템에 기생하는 사람들이 끝까지 시스템과 이타적 시민들을 조롱하며 시스템 회복을 방해하죠. 그런 패배주의 프로파간다의 기저는 국가만능주의가 좌절당해 생겨난 페미식 피해망상이고요. 피해의식을 넘어서서 떼쓰는 어린아이 같아요.
21/10/05 14:54
대중적인 단어들이 으레 그렇듯이 글처럼 깊게 생각해서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퍼지는 것은 아닌듯합니다. 지금 사회가 성공/실패하는 방법이 예전보다 훨씬 더 다양해졌고 어느 집단에 들어가서 성공하는 모델보다 개인의 재능으로 성공하는 모델이 더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유행하는 단어 아닌가 싶네요. 현 20대가 10대동안 들어왔던 성공모델이 좋은 대학에 가서, 전문직을 따서 어깨동무를 형성하고 우덜만의 카르텔을 만들어서 끼리끼리 잘 사는 집단적의 성공이 모델이였는데 막상 사회 나와보니 이 모델이 잘 안먹히거든요. 막상 지금까지 노력해온 것을 추수하려 하니까 뉘집 누구는 백수생활하다가 비트코인으로 벼락 부자가 되고, 공부 잘했다던 엄마 친구 아들은 대학원까지 나왔는데 취업난에 시달리고, 예쁘장하게 생겼던 동내 일진은 유튜브/아프리카로 억대 수입 벌어들이고... 이런 일들을 심심치 않게 접하다 보면 어딘지 모르게 지금까지 맹신해온 성공 모델에 투자한 노력이 바보짓이었다는게 분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이걸 분하다고 표현하며 억울하다 하기엔 젊은 세대의 실력주의 바이브에는 맞지 않거든요. 그래서 이 공허하고, 억울한 감정들을 통합한 단어가 각자도생 아닌가 싶어요. 우리 여지껏 같은 학교, 비슷한 노력하며 엇비슷하게 살아왔어도 내일 비트코인이 떡상해서 서울에 집 한채 살지 모르는 일이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벼락거지 되는 반강제 롤러코스터 같은 삶이 우리내 20~30대의 삶이거든요. 점점 사회의 안전 보장망이 사라지고, 내 타고난 날것 그대로의 운빨과 실력과 집안이 중요한 게임에서 더 이상 팀 탓할 팀도 없으니 각자 알아서 자기 실력 믿고 잘 생존해보자라는 감정에서 각자도생이라는 유행어가 나온거거든요. 영어로 번역하면 Free for all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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