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의해 일어난 강제 불임수술
얼마 전 일본에서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우생보호법]으로 인해 지적 장애인이나 유전병 보유자들이 강제로 불임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물론 이는 매우 비도덕적인 행동이고, 일본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한 일임에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를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에는 무언가 석연치 않은 면이 있습니다. 우생보호법이라는 법이 1990년대 일본에 있었다는 점만을 보도할 뿐, 실질적으로 그 법이 정말 1990년대까지 일본 사회에서 강한 효력을 갖고 시행되었는지는 조사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미 다른 글에서 댓글로 밝혔듯이), 실제 일본에서 저 법이 1996년까지 지속되었다고는 해도 우생보호법으로 인한 피해자가 1990년대까지 꾸준히 나왔다는 건 아닙니다. 일본의 우생보호법 시행은 1980년대 이후에는 거의 시행되지 않았거든요. 실제 1만명이 넘는 우생보호법 피해자 중에서, 1980년대 이후의 피해자 수는 모두 합쳐서 75명입니다. (
https://www.iwanami.co.jp/kagaku/jiji97102.html)
1980년이 되자마자 법의 힘이 무력화되었던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 이 법의 효력이 무력화되어가는 단계를 겪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실제 강제 불임수술을 시행하던 다른 서구 국가들이 이를 포기한 시기와 맞아 떨어집니다. 스웨덴 (1934년부터 1976년까지 63000명)이나 미국 (1929년부터 1974년까지 7600여명), 또는 한국 (한국은 1980년대 초반까지는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의 규모는 수백 정도로 추정됩니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91415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295759
http://imnews.imbc.com/20dbnews/history/1999/1785349_19514.html
(오독을 막기 위해 다시 밝히자면 다른 국가들이 시민들에게 가한 불임 수술 기간이 비슷하다고 일본이 옳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제가 지적하고 싶은 문제는 언론이 일본의 우생보호법에 대해 다루면서, [이 법이 실제 효력을 발휘해, 피해자들을 만들어낸 기간이 언제부터 언제까지였는가]에 대한 조사나 내용은 다루지 않고 자극적으로 [일본은 1990년대까지 시민들을 강제 불임수술 하는 법이 있었다!]고만 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보도하면 독자들은 일본에서는 90년대까지 계속해서 일관적인 강제 불임수술이 이루어졌다고 오해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는 과거 체육관 선거로 대통령을 뽑는 통일주체국민회의가 있었습니다. 이는 두고두고 비판 받아야 할 과거사임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이 통일주체국민회의는 유신 정권이 무너진 이후 사문화되었고, 2017년 12월 26일에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선거법이 폐지됨으로서 법적으로 무력화됩니다. 만약 이를 가지고 해외에서 현대 한국에서 더 이상 체육관 선거가 이루어지지 않음은 보도하지 않고, [한국이 드디어 2017년에 '체육관 선거' 대의원 선출 법안을 폐지했다!]고만 보도한다면 이는 비록 사실만을 보도한다고 하더라도 왜곡보도가 되는 것입니다.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소식이 정확하게 들어오지 않는 것은 이번 사건만은 아닙니다만서도-과거 피지알에 도쿄도 조례 개정 소식이 과장되어 전해졌다는 글을 본 것 같은데, 그 글을 지금 찾으려니 보이지 않아서 이 글에서 다루지 못했습니다...-이 글에서는 가장 가까운 소식인 우생보호법 이야기를 예시로 다룹니다.
정확한 소식과 마주 보기 위해서
언론의 문제에 더해, 일반 시민들 역시 일본을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소식이 날아오면 사람들이 그 기사의 내용이 얼마나 옳은 말인지 잘 알아보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지어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해도 일본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내용이라면 빠른 속도로 인터넷에 널리 퍼지고는 합니다.
가까운 예를 들면, 평창 올림픽 개막식에 한 남성이 난입해서 난동을 부린 사건 당시, 난입한 외국인의 정체가 일본인이라는 ‘가짜 뉴스’가 만들어져 인터넷에 퍼진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구글을 통해 검색해 보면 개막식에 일본인이 난입해 난동을 부렸다는 진위 파악을 하지 않고 쓰인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개막식에 난입한 사람은 미국인으로 밝혀졌었죠.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2/11/0200000000AKR20180211034300062.HTML
(일본인 다음에는 중국인 같다는 이야기까지 돌았는데, 사실 한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외국이 일본과 중국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왜 그런 소문들이 돌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반드시 일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자극적인 정보가 들어왔을 때에는, 그 정보가 진실과 얼마나 맞아 떨어지는지 한 번 정도는 고민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입니다. 한 번 전해 들은 이야기에 미처 담기지 못한 진실 한 조각이 어딘가 가까운 곳에 홀로 떨어져 있을 지도 모르는 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