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알음알음 얻은 얄팍한 지식으로 자게에 글 쓰는게 낙이었는데 흐름을 보니 자게에 쓸만한 지식이 하나 없어질 것 같아 펜을 잡습니다.
제가 만든 영상에 대한 후기, 셀프 평론(?), 기타 단상들을 적어봅니다.
1. 시작
많은 팬층을 보유한 걸그룹이 아니면 영상, 움짤과 같은 2차 저작물을 생산하는 팬은 매우 적습니다. 유튜브에서 팬메이드 영상을 올리는 업로더도 4세대 걸그룹이라 칭하는 여레마트(여자친구, 레드벨벳, 마마무, 트와이스)를 제외하면 그 파이가 작습니다. 이런 것이 내부적으로는 팬들끼리 자생적으로 놀이를 마련하고, 외부적으로는 다양한 홍보 기회를 창출합니다.
[앞 문장에 대한 예시는 최유정 팬덤으로 들 수 있습니다 (정확히는 최유정 갤러리). 자체적으로 '월간유정'이라는 비상업적 잡지를 만들어서 2차 생산자들의 작품을 잡지에 기고할 수 있도록 하여 동기부여를 유발합니다. 또한, 월간유정이란 컨텐츠는 최유정에게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편집된 정보를 제공하고 이로써 팬심을 결속시키는 효과를 줍니다.]
그래서 EXID 팬덤 내에서도 편집 영상을 제작하여 입덕 루트를 다양화 하자는 자조적인 의견이 나왔습니다. 팬들도 소속사도 팬덤 없는거 잘아는 걸그룹이거든요 (...)
[팬메이드 편집 영상이 가지는 힘은 대단합니다. 유튜브에 '방탄소년단'이란 키워드를 검색하면 뮤직비디오를 제외하면 상위 페이지에는 팬들이 편집한 영상이 대다수입니다. 이것은 한 가수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매력 포인트가 편집된 영상을 쉽게 접하면서 가수를 알아가기에 용이합니다. 방탄소년단 팬을 만드는데도 이런 편집 영상을 만드는 업로더가 큰 힘이 되었다고 이야기 되고 있습니다.]
EXID 관련 입덕 영상이야 위아래 시절 만들어진 영상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은 그 이후로 3번의 활동기를 거쳤는데 업데이트가 부족했죠.
여러 비관적인 상황들, 제가 직접 만드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그런 말랑한 것이 아닌 영상 제작. 부족한 편집 기술은 어떻게 커버칠 수 있다만 EXID에 대한 얕은 지식 때문에 난관이었습니다. 나도 잘 모르는데 누가 누구를 소개하겠습니까. 그래서 입덕한지 8개월만에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2. 과정
EXID 멤버 한명씩 5개의 영상, 흥미를 끌만한 10가지 키워드를 선별하여 관련 영상을 20~30초 보여줄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가수가 나온 방송, 라디오, 기타 영상들을 모두 수집했죠. 수집해서 보니 리얼리티 프로그램 'EXID의 쇼타임'이 정말 많이 쓰이더군요. 저도 EXID의 영상중 단 하나를 추천한다면 쇼타임을 추천합니다. 정말 멤버들의 매력, 서로의 관계성 어느 하나 재미있게 표현안된 것이 없어요.
원래는 1~2분 이내로 모바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스낵컬쳐 형식의 영상을 만드려 했으나 분량 조절 실패로 5분 가량의 영상이 탄생...
모바일로는 많이 시청하지 않을지 걱정됩니다.
3. 완성
아래에는 완성된 영상을 소개하고 코멘터리를 적어보겠습니다.
#보컬 : 복면가왕 초대가왕, 듀엣가요제 우승 출신 명실상부 캐리형 메인보컬. 덕분에 다른 멤버들도 노래방가서 EXID 노래를 잘 못부른다 합니다. 고음이 너무 힘들어서 (...)
#랩 : 그렇게 무대에서는 엄근진해보이는 보컬이 노래방에서는 왜그리 잔망스러운지 진짜 크크크크크킄
#개인기 : 피카츄 개인기 이거 정말 역대급입니다. 요즘 이것만 보면 심장이 나대서 미치겠어요.
#허맏내 : 팀의 리더이자 맏언니를 담당하면서 허당, 애교1위와 같은 뭔가 맞지 않는 캐릭터는 모조리 가지고 있습니다. 정말 막내같은 맏언니 입니다.
#원피스덕후 : 원피스 카페도 가고 대기실에서 원피스 보고 여기저기 원피스 덕후(특히 쵸파)라고 다 떠들고 다닙니다. 덕분에 팬들한테 너무 많은 원피스 굿즈를 선물받아 집에 둘 곳이 없다고 그만 줘도 된다고 금지령이 내려질 정도입니다 크크
#보컬 : 랩퍼 담당까지 보컬을 담당하는 명실상부 보컬그룹 입니다. 춤은.. 그말싫
#개인기 : [자기피셜] 남성 성대모사에 조예가 깊습니다.
#안디렉 : 팀의 프로듀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신곡이 나올때마다 수록곡 듣는 재미가 있어요. 이번 신곡으로 1위를 받았을때 눈물을 감추지 못했는데 정말 자기 곡에 애정도 많고 걱정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톰과제리 : 진짜 엘리-정화 둘은 스케치를 봐도 맨날 싸우고 방송에서도 맨날 싸우고 행사가서도 싸우고 V앱을 해도 싸우고 있고 정말 티격태격 싸움이 끊이질 않는 관계입니다. 어쩜 맨날 그렇게 노는지 크크크
#겜돌이 : 쉬는 날이면 디아블로3를 한다고 합니다. 오버워치는 정화랑 피방가서 했는데 어지러워서 접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쉽네요.
#춤 : 정말 노력형 아이돌 입니다. 무대밖에만 나오면 그 애교, 섹시미 다 어디로 가는지 (...)
#만화책덕후 : 마리텔에서도 만화책 이것저것 추천하고 정말 만화책을 좋아합니다. 취향도 딱 있는 것 같던데 모르는 계층이라..
#메모광 : 신변잡기적인 것 부터 주아돌 같이 자기 비즈니스 관련된 것들 모두 수첩에 기록한다고 하는데 저도 가지고 싶은 습관이라 부럽기 그지없네요. 공백기 시절때도 아무것도 안하는게 싫어서 외국어 학원을 다닐만큼 배우는걸 좋아합니다.
[가짜막내 혜린과 쫑쫑이 정화의 영상은 기획중에 있습니다.]
4. 단상
* 정말 이 영상 하나만 보면 한 멤버의 얕은 지식들은 모두 습득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여러 부가 설명이 없어서 아쉽지만 설명충 요소를 넣으면 러닝타임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맥락이 비슷한 영상만을 붙였습니다. 전달이 잘 됬을려나요.
* 이런 영상을 하루빨리 만들었었어야 하는데 너무 시기가 늦은 것 같아 아쉽습니다. 가수가 이제 태동기에서 안정기로 가는 것 같거든요. 트와이스나 여자친구 영상은 화제성이 어마어마 합니다. 구독자나 조회수나 다른 세계 입니다. 트와이스는 생산자도 많고 정말 정리된 영상이 많아요. 그래도 많은 걸그룹 팬덤이 2차 생산자가 부족한 마당에 버티는걸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 다시한번 생각해봐도 EXID 관련 영상을 만드는건 큰 복인 것 같습니다. EXID 만큼이나 서로 가족같고 재미있는 그룹이 없거든요. 조금만 편집해도 여럿 재밌는 영상이 나오기 때문에 한없이 버스만 타는 중입니다. 타 걸그룹 모니터링을 하다보면 참 이만한 가수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이쁜 영상은 못 만드는데 가수한테 미안합니다.
* 그런데도 이런 매력을 알릴 수 있는 자체 리얼리티 영상을 만들어줘야 되는 소속사가 소극적인 것 같아 아쉽습니다. 다른 아이돌을 봐도 트와이스는 트와이스 TV가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고 여자친구의 경우도 어디 감수광이나 여친TV과 같이 여행 리얼리티는 자체적으로 만드는데요. 이번 EXID의 벗벗TV는 그냥 활동기 비하인드로 대체되었습니다. 바뻐서 그렇다고 하지만 안바쁜 아이돌이 어디 있겠습니까. 계속보면 소속사가 가수의 매력을 못살리는 것 같아 답답합니다.
* 어떤 팬덤이 2차 생산자가 많고 활발하냐? 팬덤의 크기도 있지만 소속사에서 풀어주는 자체 영상 (ex. 트와이스의 트와이스TV나 여자친구의 여친TV)이 얼마나 많은지에 있는 것 같습니다. 소속사가 저작권에 관대한 영상을 풀어줄수록 팬들도 자유롭게 이것저것 만들게 됩니다. 여자친구의 경우도 자체 리얼리티나 활동 비하인드 영상이 많아 부러울때가 많습니다. 팬이 팬을 부른다고 팬덤이 많은 곳을 보면 이런 자체 영상들도 잘 정리가 되있더라고요.
* 2차 생산자가 성취감도 있고 은근히 재밌습니다. 트위터나 유튜브를 하면 해외분들이 덧글도 남기고 추천도 누르는걸 보면 파급력도 실감하게 되고요. 한창 롤 좋아할때는 롤챔스 통계관련 인포그래픽을 연재했는데 팬질을 하면서 얻은 정보를 분출하지 않으면 못견디는 성격인가 봅니다.
* 영상을 만들었어도 여러 커뮤니티에 퍼가주시는 분이 없어서 직접 다닙니다 흑흑.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커뮤니티 두 곳까지 직접 올리는데 그래도 조회수나 추천수 추이 보면서 어떤 영상을 만들지 좋아하는지 생각은 많이 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일을 하다보니 딩고나 모비딕 같은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관심도 많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 영상을 올렸을때 피지알에서 좋은 말들을 해주시는 분이 있는데 다시한번 고맙습니다. 부족한 영상인데 이런 덧글이 참 큰 힘이 됩니다. 언제는 피지알에서 구독자를 만났었는데 정말 신기하더군요 크크크 유튜브의 힘이란 대단합니다.
* 정말 가끔 가끔 보이는 피지알 속의 EXID 팬분들 화이팅입니다 이렇게 소수라도 도란도란 지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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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생산이 노고스럽지만 꽤 재밌는거같아요. 재능기부처럼 무상으로 아이돌을 위해 뭔가 만든다는게 뿌듯한 기분이 들어요. 크게 화제라도 되면 정말 기분 좋겠죠.
저는 최유정 양 슬로건 도안 한번 만들어본적이 있는데, 공구수량이 500장넘게 나가서 식겁했던 기억이 있네요.
누가 오프에서 들고있는거 보고 엄청 뿌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스킬중에 저는 특히 그림그리는게 부럽더라구요. 트위터나 갤러리에 금손들보면 저도 미술에 조예가 있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 IOI 여의도 물빛무대에서 게릴라콘서트 할 때 앞에 앉은 여자관객이 대기하면서 패드로 멤버 그림 그리던데 저거 받으면 진짜 기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