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이 되기 전, 성과를 못 내면 생을 마감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문득 한 적이 있었다.
주위에 창피하고, 나 자신에게 창피해서. 얼른 떨쳐내고 일어내야지라는 생각을 매 번 하며 살았다.
실제로 뭐, 그렇게 몹쓸 선택을 강행하겠다는 다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매 번 고꾸라지는 내 인생에 조금쯤 경종을 울려야 하지 않나 싶어서, 그렇게 저주 아닌 저주를 걸어놓은 것인지도.
그 마지노선을 '서른 살'로 설정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찰나에,
29살의 12월이 찾아왔다.
작년 12월이었다.
혼자 스스로 약속된 그 시간은 다가오는데, 상황은 좋아질 줄 모르고 악화만 되어 갔다.
결국 그런 삶이고 그렇게 된 삶이야. 라고 쓸쓸하게 자조적으로 내뱉으며 하루하루 카운트를 새긴다.
스물이란 시간이 다 되기 전에 한 번쯤은 빛나는 삶을 맞이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고 서른이라는 나이가 되어서 무엇하나, 싶은 생각이 자주 들었다.
관성적으로 윤종신의 월간을 틀은 그 때였다.
아재처럼 내뱉는 처연한 음색을 듣고, 쓰디쓴 가사를 되뇌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자책하기 보다는 좀 더 연명하며 살면 어떨까.
살다 살다 보면 길이 보이지 않을까.
목표를 이루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래도 한번쯤 더 살아볼까.
지금 이 순간 눈을 감은 것 뿐이고, 다시금 일어설 거라는 유치한 핑계, 구차한 가사였지만,
그 순간 나에게 모질었던 나에게, 잠깐 숨을 돌릴 수 있는 계기를 준 이 노래.
핑계라도 대면서 삶을 연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로 연락이 잘 되지 않던 놈들과 술을 진탕 마시고, 어떻게 하다 보니 8월이 되었다.
지금은 시청역에서 퇴근하며, 남들과 비슷한 옷을 입고, 남들과 비슷하게 집을 나서며 남들처럼 힘든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온다.
누군가에겐 참 가벼운 와이셔츠겠지만, 그 날을 생각해보면 이 와이셔츠를 입는 것이 감사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이런 날이 오게 될 줄, 아무도 생각 못했겠지. 나조차도.
문득 바람이 불길래, 무척이나 추웠던 작년 겨울에 자주 들었던 노래가 생각이 났다.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초라해 보이는 당신들에게, 한 번쯤 숨을 고르며 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띄워 본다.
푹 주저앉아 꿰매고 있어
너덜너덜 해진 나의 상처를
어떻든 가야 하지
쉴 수 없는 길 위에 있잖아
힘이 넘쳤던 그때 출발점에서
나를 믿어줬던 따라줬던 눈동자
이제 달라진 걱정과 불안의 눈빛
몰래 한 땀 한 땀 상처를 메꾸네
tell me tell me
oh what I have to do
oh call me call me
oh when you need me always
좀만 아물면 좀 숨만 돌리면
날 그때처럼 믿어줘
잠시 감은 나의 두 눈을 tonight
맘과 달랐던 그때 무심코 뱉던
서로 상처 줬던 가슴 팠던 말들은
너무 미안해 그저 지친 날 숨기려
한낱 옹졸했던 외로웠었던
tell me tell me
oh what I have to do
oh call me call me
oh when you need me always
좀만 아물면 좀 숨만 돌리면
날 그때처럼 믿어줘
잠시 감은 나의 두 눈을 tonight
아픈 척 조퇴를 바랐던 그 어릴 적
들키기 싫은 꾀병처럼 oh
드러누운 지금 난
더 이상 일어나기 싫어
oh feel me feel me
oh what I have in me
oh tell me tell me
날 사랑한다구
좀만 아물면 좀 숨만 돌리면
날 그때처럼 믿어줘
잠시 감은 나의 두 눈을 tonight
그때처럼 믿어줘
잠시 감은 나의 두 눈을
그때처럼 날 믿어줘
잠시 감은 나의 두 눈을
la la la la la la
믿어줘